34권 35권
자기보다 약한 최고위 창조신도 선택이 되었는데 왜 같은 신분인 최강의 영웅신인 자신이 제외되었냐는 질문이었다.
브라이트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마음 상해하지 말게.
진리님의 선택기준은 오직 재능이라고 하시더군.
십중심 고유권능을 온전하게 이어받을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존재만을 고르셨어.
현재 가진 힘이 약해도 교육을 받으면 보충된다고 완전히 무시하셨네.”
“!!!”
진리의 교육을 받으면 지금은 약해도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으니 현재의 상태는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세력도 직위도 모두 무시하셨다.
오직 재능만으로 인정된다.
십중심 후보로 선택받은 모든 존재가 미친 듯이 열광하는 이유지.’
비록 이대 절대계 십중심이 되지 못해도 영원체를 능가하는 힘을 가진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증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영원체 중 가장 막강한 진리의 인정이었으니 그것은 참으로 영광이었다.
‘좋은 것만이 아니야.
기득권을 완전히 무시하신 덕분에 지금 모든 세계는 충격과 혼란으로 뒤흔들리고 있다.’
선택받지 못한 존재들에게는 나락과 같은 절망이었다.
‘인정받지 못한 최고의 지배층들은 십중심 후보보다 무능하고 강해질 가망성이 없다는 낙인이 찍힌 것과 마찬가지다.’
십중심 후보에서 제외된 아이언도 잠시 멍해진다.
‘강자를 중시하는 진리님이니 재능을 중점으로 십중심 후보를 직접 고르리라 예상은 했다.
그렇지만 오직 재능이라니?
이건 너무나 냉정하면서 가혹한 선택이다.
이러면 최고위 창조신이 된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가?’
흑염 도적단을 무리해서 토벌하여 최고위 창조신이 된 이유 중에 이 시대에서 십중심 후보로 선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무산된 것이다.
‘최고위 창조신의 직위에 최강 영웅신의 힘인데도 떨어졌는가?
나는 진정 십중심이 될 재능이 없는가?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모두 헛된 노력이며 발버둥인가?’
황금 책 탑의 중턱에서 자격이 없으니 돌아가라고 경고하던 에반젤리가 떠오른다.
도전했다가 분석력 부족으로 물러났던 상황이 다시 떠오르니 이를 악물었다.
으드드드득!
무시무시한 황금빛 투기를 발산하는 아이언을 지켜본 브라이트는 이해한다는 듯이 딱한 눈빛을 보냈다.
‘아이언이 지금 어떤 심정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군.
같은 상황이면 나라도 평정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허나 어쩔 수 없지.’
진리에게 십중심 후보로 선택받지 못한 다른 최고위 창조신들도 이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참으로 안타깝구나.
타고난 재능만은 어쩔 수가 없어.’
십중심 후보에서 제외된 강자들은 흑염 군단을 상대로 직접 자격을 증명하겠다고 완전 전투태세였다.
일부가 창조신성에 집결하면서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십중심 후보에서 제외되어 격노한 강자들이 후보 자격을 빼앗기 위해서 도전하려 했다.
그러나, 진리님의 철저한 가호를 확인하면서 포기한 상태다.
현재의 강함이 아니라 재능이니 중점이다 보니 아직 약한 상태에서 보호는 당연한 조치이지.’
진리는 영원한 번영을 만들 십중심을 절대계의 보물로 정하고, 후보들조차 손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중이었다.
‘만약 해를 끼치는 존재는 직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반드시 말소한다고 경고까지 된 상태다.’
심지어 다른 십중심 후보들의 집결로 마음이 급해진 브라이트와 샤이니가 아직 성장을 못 한 아이언을 대신하여 유인과 저지 임무를 맡으려고 해도 거부당할 정도로 보호되는 것이다.
‘십중심을 혼자 이겨낸 창조주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는 존재는 없지.
그건 현세계 창조주님도 같다.’
이제 위험한 전투에는 나설 수 없게 된 브라이트는 분노를 억누르려 노력하는 아이언을 달랜 이후에 돌아간다.
이성을 어느 정도 찾은 아이언은 자신에게 있는 십중심의 책 탑을 떠올리면서 의지를 불태운다.
“나는 진리님의 교육이 없어도 십중심이 될 수 있다.
반드시 내가 황금 권능을 완전히 익힐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겠어.”
그렇게 은하유성 아이언의 운명이 과거의 변화로 인하여 크게 바꾸어서 흐르고 있을 때, 원인이 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회색의 절대자와 마주하고 있었다.
장소는 황금의 절대자의 본성에 만들어진 무수한 책 탑이 늘어선 회색의 절대자의 개인 신전이었다.
쫘르르르르르르르!
회색의 절대자는 반쯤 펼쳐진 책 모양의 영광의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원 권능으로 나타난 차원창세신 코아를 노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
“내 개인 신전에 바람의 절대자나 흑염의 절대자도 없이 혼자만 들어오다니?
이제 할 일이 다 끝났으니 내 손에 소멸당하고 싶으냐?
하긴 시간의 패배자가 되어서 흐름에 흡수되는 것보다는 나은 결말이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세계가 멸망해도 살아야 합니다.
반드시 시간의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차원 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모두 그렇게 말하면서 도전했다가 모두 흐름을 지키는 허신(虛神)이 되어버렸지.
내 눈에는 너라고 다를 바가 전혀 없다.
그렇게 되면 내 비밀자료 유출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못마땅한 표정이 되어서 보고 있던 책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축객령을 내린다.
“내가 직접 나서거나 서두르지 않아도 너는 곧 완전히 끝난다.
내 손에 피 묻히기는 싫으니 가봐라.
그리고, 실컷 발버둥을 쳐라.”
“호오? 벌써 저의 처리방법까지 결정이 되었습니까?”
“사냥이 끝났으니 감당하지 못할 정체 모를 사냥개는 잡아야지.
그래도 공이 너무 크니 직접 처단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그것이 싫으면 절대계를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추격까지 할 생각은 없다.”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경고대로 십중심들의 의견이 차원창세신 코아를 외계로 추방하여 끝장을 내는 것으로 이미 모였다는 의미였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얼굴을 가린 로브를 벗고 과다한 창조력 사용으로 초췌하진 얼굴을 드러내면서 말했다.
“곤란하군요.
저는 절대계에서 임무를 마칠 때까지 있어야 합니다.
설사 외계로 추방되어도 돌아와서 임무를 완수해야 하지요.
그래서 왔습니다.”
“흥! 시작(始作)님이 왔던 외계로 너를 동행시켜서 추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
흑염의 절대자나 바람의 절대자에게 이야기를 들은 모양인데 이번에는 안 돼.
십중심 열 명 중 여덟 명이 동의했다.
이렇게 되면 그 둘도 너를 절대계에 둘 수 없다.
거부하면 널 구할 수 있는 존재는 이제 아무도 없다.”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단언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공간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저의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목숨을 구걸하러 온 것이 아니라 책을 한 권 팔러 왔습니다.”
손에 들려진 책이 검은 불길을 내뿜으면서 타오른다.
찬란하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책의 제목을 본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인상을 팍 썼다.
‘저것이 흑염의 정석이로군.’
흑염의 절대자가 차원창세신 코아가 만든 흑염 군단의 전용 신기를 얻기 위해서 공부를 하여 자신의 권능을 분석했다는 소문이 퍼진지 오래였다.
‘나는 영원체의 힘을 뛰어넘은 십중심들의 권능을 익힐 수 있는 책 탑을 완성했다.
하지만, 흑염 권능과 바람가의 오의는 너무나 부족하다.
그런데 흑염 책 탑을 단숨에 완벽에 가까게 올릴 수 있는 자료가 바로 앞에 있는가?’
흑염 정석이 다른 십중심들에게 호기심을 충족하는 정도의 가치이나 회색의 절대자에게는 반드시 얻어야 하는 책이었다.
‘정보대로 흑염 권능의 오리진인 루카 에일레스가 공부해서 직접 저술했다면 어떻게든 확보해야만 한다.’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천연덕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가 직접 저술한 흑염의 정석입니다.
재능이 있는 존재가 이대로 익히면 완벽한 흑염 권능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인증했고, 제가 확인했습니다.
시범을 보여드리지요.”
차원창세신 코아의 전신에서 검은 불길이 치솟으면서 존재감이 폭증한다.
그리고, 강철조차 녹이는 용광로와 같은 백열의 빛을 뿜어낸다.
화르르르르르-! 후우우우웅!
분명히 가호 수준을 벗어난 흑염 권능의 발동에 회색의 절대자의 눈빛이 번뜩인다.
“이건 완벽한 흑염 권능의 분석 자료입니다.
이 책의 대가로 무엇을 지급해 주시겠습니까?”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흑염의 정석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흑염 권능은 상식을 초월한 신체 능력을 기반으로 하기에 도저히 나로서는 분석하거나 해석할 수 없다.
지금 얻지 않는다면 영원히 불완전한 권능이 될지도 모른다.
절대계 최강의 파괴력을 그렇게 잃을 수는 없지.’
그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에 들린 흑염의 정석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말한다.
“네가 흑염의 절대자를 흑염 군단의 전용 신기로 꼬드겨서 흑염의 정석을 얻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네가 직접 시범을 보였으니 모두 진실이겠지.
뭐하러 그런 짓을 갑자기 하는지 이상했는데 역시 이렇게 나왔느냐?
그렇게 여기서 살고 싶으냐?
추방되기 싫으면 원래 세계로 떠나면 될 일이 아닌가.”
“아직 임무가 종료가 안 되었습니다.
그럼 못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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