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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의 예상대로 정당한 법 집행으로 어쩔 수 없이 대공을 처형한 여왕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배신한 공주들에 대한 실망도 크게 작용한 덕이었다.
엄청난 양보를 받아낸 솔트는 속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됐다!
이제 나는 기계 신이 된다.’
비록 아이언을 여왕과 공주들의 통합 대공으로 바로 만들지는 못 했지만, 이미
초과 달성이었다.
‘여왕님은 대공을 받아들였고, 공주들은 약혼으로 허락하나 각자의 선택에 맡긴다고 했다.
이러면 아이언님이 통합 대공이 되실 수 있는 조건은 다 만들었다.
유모는 전원이 받아들였으니 이렇게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족의 유모가 단순히 젖만 주는 것이 아닌 모양이니 말이야.’
솔트는 신족의 유모가 어떻게 일하는지 자료에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신족의 유모는 대부분 후궁이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마도 정기와 권능 강화를 위해서 이것저것 다하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같이 성장하겠지.
그러니 밖으로 유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이후는 본인이 하시기 나름이다.’
약간의 정보와 축적된 경험으로 거의 진실에 근접한 솔트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아직 나에게 남은 협상 재료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제국을 은하제국으로 만들어주고, 지배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여황의 후견인이 되어준다는 엄청난 조건이다.
이걸로 뭘 받을 수 있을까?’
본래 아이언은 여왕의 부활과 공주들의 복귀, 은하계 제압과 후견자 등을 협상 재료로 주었다.
협상 재료를 모두 사용해서 유모와 명예 대공을 성공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겨우 절반만으로도 그 이상을 이룬 셈이었다.
‘은하계를 통일한 은하제국 또한 프롬 여왕님의 숙원이다.
이거라면 아이언님의 의도대로 확실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마무리를 하고 싶었지만, 시기와 상대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지금 사용할 때가 아니야.
완전한 기계 인간은 감정활동이 극도로 적어진다.
원래의 정복욕이나 명예욕이 확실히 살아나는 육체로 부활하고 난 다음에 해야 해.
공주들이 완전히 아이언님을 받아들인 순간에 협상을 다시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언님은 프롬 여왕과 공주들을 인간의 상태에서 전부 유모로 삼고, 후궁으로 삼으실 수 있다.’
프롬 여왕이 완전히 부활하여 다시 왕성한 지배 욕구를 보이고, 공주들이 결혼을 받아들일 때를 추가협상의 적정시기로 지정한 솔트는 보상에 기대가 부풀었다.
‘최고위 창조신이신 아이언님과 후궁인 세 명의 여왕으로 다스려지는 영원한 은하제국의 시대가 열린다
그럼 나도 기계 신 이상의 존재가 되겠지.
어서 성공 보고를 하자.’
그렇게 여왕의 침실에서 부활 작업 중인 아이언에게 연락하는 순간 차원의 문이 열리면서 수정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우우우우우웅!
여왕의 육체를 얼려놓았던 수정관이었는데 해동이 끝났는지 냉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수정관 주변으로 안에 있는 육체가 건강함을 알리는 파란 불빛이 빛났다.
빙! 빙! 빙!
솔트는 이상이 없음을 나타내는 수치들을 확인하면서 여왕의 육체를 직접 살펴보다가 탄성을 질렀다.
“오오! 이것이 진짜 신의 기적이구나!”
아주 조금씩 신체가 붕괴하던 불치병의 징조는 흔적도 없다.
냉동되지 않았어도 너무나 창백했던 안색과 피부도 도화색으로 물들어 건강미가 넘쳤다.
“신체의 시간까지 되돌리셨는가?”
프롬 여왕의 모습은 솔트가 괴팍한 천재과학자로서 프롬 여왕을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의 그 모습이었다.
발끝까지 오는 긴 파란 머리카락에 완벽하게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진 크롬 공주와 자매 같은 어린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측정된 세포 나이가 십 구세?
이…이것이 신의 힘이구나.”
과학 문명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노화의 역행까지 직접 본 솔트의 감격은 프롬 여왕에게 바로 전해졌다.
그 격동은 자신만이 아니라 공주의 운명까지 건 협상을 허락한 그녀의 착잡한 마음을 바로 되돌릴 정도였다.
“그 정도인가?
직접 분석하겠다.”
왕좌의 장막이 걷히고, 프롬 여왕이 걸어서 나온다.
스르르르르-!
기계 인간 특유의 금속 얼굴 외에는 평상시에 입던 화려한 여왕의 복장이었는데 이상한 소음이 몸에서 아주 약하게 울린다.
기이이이! 기이이잉!
이 소음이 기계 몸의 이상 증상이라는 사실을 전문가로서 바로 알아챈 솔트는 탄식했다.
“후우! 역시 여왕님의 강력한 초능력은 기계 몸이 버티지 못합니다.
길어야 일 년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교체해야만 하셨습니다.”
“그렇다.
그대의 경고대로다.
최고의 작품이라는 이 기계 몸조차 나의 초능력을 견디지 못했다.
기계 인간 수술을 반복하면 실패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며 교환도 어렵다.
초능력에도 문제가 발생하겠지.”
“저의 능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송구스럽습니다.
여왕 폐하.”
프롬 여왕이 작은 소음을 내면서 가까이 오자 재빨리 수정관에서 떨어진 솔트는 무릎을 꿇으면서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럴 리는 없지만, 나중에 분풀이할지도 모른다.
이 임시 몸이 박살이 난다고 해도 내가 사라질 리는 없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앞으로 조심하자.’
솔트가 사전에 경고한 대로 어떤 기계 몸도 프롬 여왕의 초능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으니 큰 잘못은 아니었다.
‘일단 내가 만든 기계 몸을 프롬 여왕님이 사용하시고, 문제가 발생했다
앞으로 당분간 조용히 지내자.’
프롬 여왕은 고개를 푹 숙인 솔트를 내려보면서 차갑게 말한다.
“이 기계 몸을 아무리 수리해도 길어야 일 년이었다.
고위 창조신과 협상하지 않았다면 나는 기계 몸 대신에 중앙 컴퓨터에 내 정신을 합일시키는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럼 초능력은 유지되었겠지만, 완전히 인간을 그만두게 된다.
그럼 제국도 서서히 붕괴했을 것이다.
기계와 인간의 균형된 조화가 나의 제국의 힘이자 근본이었으니 말이다.”
실제 아이언이 개입하지 않은 흐름에서는 그렇게 되어서 제국은 극단적인 기계 우선주의를 내세워 초능력자와 인간을 학살하다 반발을 사서 망하게 된다.
그녀가 본성 컴퓨터와 일체화된 참혹한 상황을 생각하자 감정과 초능력이 요동친다.
치이이! 치이이잉!
기계 몸이 조금 더 커진 소음을 내자 솔트에게 고개를 돌린 프롬 여왕은 나직하게 말했다.
“그걸 막아주었으니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내 부활을 대가로 공주들까지 말려들게 했으니 원망스럽구나.
왜 막지 못한 것이냐?
고위 창조신이 그렇게나 나와 공주들을 한꺼번에 얻기를 원하던가?
참으로 답답하구나.”
“진정 송구하옵니다.
여왕 폐하!”
솔트는 약간 양심이 찔렸으나 당당했다.
‘최고위 창조신이신 아이언님이 프롬 여왕과 공주들을 유모이자 후궁으로 꼭 필요로 하신다.
부활이라는 커다란 대가를 감수하면서 추진하고 계시니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
서로 나쁜 일이 아니었다.
아이언이 제국과 여왕에게 큰 호의를 가졌기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을 아는 이상 전혀 꺼릴 것이 없었다.
‘저 정도 신족의 지배자가 바라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
제국의 여왕이나 공주가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그렇다면 서로 좋게 빨리 이루어지는 것이 좋지 않은가?’
아이언이 처음에 원하던 대로 계기를 만들고, 야금야금 잠식하는 방식도 나쁘지는 않다.
‘점진적으로 협상하는 방식은 부작용이 적고 조용해 보이지만, 결국 똑같은 문제와 한계에 빨리 부딪힌다.
차라리 이렇게 단번에 끝내는 것이 나아.
이게 나의 충성이자 업무 스타일이다.’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기에 만족한 성과를 본 솔트는 자신이 부활한 젊은 육체에 감동하는 여왕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이게 모두가 좋은 길이다.
정의와 악의 논리에 휘둘리는 세상의 평가나 도덕 따위는 관심은 없어.
나는 제국의 재상이자 여왕의 신하로서 성과를 올릴 뿐이다.’
그런데 의문이 솟구친다.
여기로 직접 오려다 갑자기 떠난 아이언이 문제였다.
아이언이 직접 차원 문까지 열었다가 수정관만 보내고 떠났으니 솔트의 의문은 당연하였다.
‘바라시던 이상의 협상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고를 드리자 기뻐하시면서 직접 오시려 하다가 바로 신계로 떠나셨어.
여왕님에게는 급한 용무가 있어 신계에 복귀한다고 설명하라고 하셨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그렇게 급하게 중앙 신계에 복귀한 아이언은 전혀 뜻밖의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중앙 신계 알현실의 손님 자리에 흰 수염을 쓰다듬는 존재는 현세계 우주신의 수장이자 영웅신인 브라이트였다.
아이언으로서는 당혹스러울 뿐이지만 정중하게 인사하면서 묻는다.
“브라이트. 이런 외진 곳까지 무슨 일로 직접 왔습니까?”
“한 번은 직접 보려고 했는데 기회가 생겼네.
과연 존재감이 대단하군.
흑염 군단을 혼자서 막아설 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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