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녀가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기에는 초능력자라서 무리였다.
단지 아이언이 중얼거리는 말로 유추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내 과거가 이 약점을 찔려서 겨우 칠 초 만에 이겼다고 하던가?
그래서 대응책을 세워두었다.”
아이언은 자신의 손가락 끝에 박히기 직전의 에반젤리의 공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엄청나게 압축된 황금빛 투기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은하유성의 소용돌이가 에반젤리의 창끝을 휘감아서 멈춘 것이다.
“나는 영웅신이다.
똑같은 수에 두 번은 당하지 않아.
그런 어처구니없는 패배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우우우우우우웅!
에반젤리의 파괴의 빛이 점점 투기 회오리에 일그러지면서 분해가 시작된다.
우지지지지지직! 지지지지직!
출력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에반젤리의 공격이 은하유성의 투기 소용돌이에 휘말려 소멸했다.
그러나, 본체는 미동도 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전부 지켜본 아이언은 크롬 공주의 엉덩이와 허리를 양손으로 껴안고서 일어선다.
“과연 절대계 서열 일위의 절대기답다.
이대로는 안 되겠군.”
얼굴을 압박하는 크롬 공주의 가슴 사이에서 얼굴을 들면서 말한다.
“황금의 불변(不變)을 완전히 분석해서 파악할 때까지는 더는 위로 갈 수 없어요.
그런데 저의 연산력이나 분석능력으로는 약간 부족하군요.
그러니 이제 가요.”
“흐으윽! 학!”
다시 자신의 몸 안에서 요동치는 아이언의 신체가 주는 느낌에 숨이 넘어갈 듯한 느낌을 받은 크롬 공주였다.
다급하게 양다리로 아이언의 허리를 휘감아서 신체를 통해 올라오는 자극을 가라앉히며 가까스로 묻는다.
“어…어디로 가시나요?
신계인가요?”
크롬 공주는 외딴 행성의 은거지에 찾아온 아이언을 만나자마자 설득당하고, 바로 이렇게 되었기에 주변 상황이나 신족에 대해 잘 몰랐다.
‘고대문명의 자료로 통해서 정신체들이 부족한 권능을 신계나 신전이라는 구조물을 통해서 지원받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
권능이 부족해서 보충받아야 하니 당연히 신계로 가리라 생각했는데 아이언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대답한다.
“지금 중앙 신계에는 저보다 나은 연산력이나 분석능력이 있는 존재가 없어요.
그러니 신계 지원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돼요.
프롬 여제, 아니 지금은 프롬 여왕이군요.
그녀를 구해서 도움을 받아야 해요.”
“!”
갑자기 튀어나온 모친의 이름에 당황하는 크롬 공주였는데 곧 기쁨에 찬 얼굴이 된다.
“벌써 부활을 해주시는 것인가요?”
아이언은 크롬 공주가 자신의 유모가 되어주는 조건 중 하나로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된 프롬 여왕을 인간으로 되돌려준다고 약속을 했었다.
‘죽은 육체를 되살리는 부활은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과학 문명에는 불가능하지만, 고위 정신체에게 가능하다.’
과거 신족과 싸웠던 고대문명의 후계자로서 부활이 사실임을 아는 그녀는 유모를 허락하고 만다.
제약이 있다고는 하지만, 신족에 의해 지성체가 부활 된 사례의 기록영상이 고대문명의 자료에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부활이면 바로 가능하다.
그러나, 완전한 초능력자 상태로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지.
나는 창조신의 신격을 걸고서 반드시 부활시켜준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왜 이렇게 갑자기 이러지?
지금 상황으로 예측을 해보면 이 책 탑을 더 오르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한 모양이야.’
일단은 프롬 여왕의 부활이 빨라진 것은 확실했다.
아이언은 기쁨으로 떠는 그녀의 신체를 꼭 껴안으면서 말했다.
“에반젤리의 불변(不變)을 완전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분석권능이 필요해요.
상황이 이러니 무리가 되어도 바로 부활시켜드리지요.”
“아아! 고맙습니다.”
드디어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되어서 변해버린 모친이 정상으로 되돌아온다는 기쁨에 젖은 그녀가 간과한 점이 있었다.
바로 프롬 여왕도 지금 자신처럼 아이언의 성기를 항문에 받아들인 채로 여기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아이언은 당연히 할 생각이었다.
‘황금 권능의 완전 해석에 내 분석력이 아주 약간 부족할 뿐이다.
프롬 여제의 분석 권능과 힘을 합쳐서 단숨에 치워주지.’
자신을 막아선 절대기 에반젤리를 다시 노려보고, 복귀한 아이언은 바로 제국의 본성으로 향한다.
크롬 공주는 정보행성 코아에 접촉한 일로 휴식이 필요했기에 중앙 신계에 옮겨서 지원을 받게 해 준 다음의 혼자만의 이동이었다.
물론 안전장치도 마련해 둔다.
‘전력으로 지원하라.
단 초월자가 되는 도움은 금지한다.’
‘알겠습니다.’
중앙 신계의 신계 주신으로서 최우선의 권리를 가진 그의 초공간도약은 차원 이동에 지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파아아아아아-!
하늘 높이 솟아오른 빌딩이 가득한 제국의 수도에 들어간 아이언은 바로 황궁으로 가지 않았다.
‘저기로군.
역시 목숨은 붙여놓았다.’
익숙한 존재감을 찾아서 바로 지하감옥의 가장 깊숙한 방으로 공간 이동한다.
거기에는 팔다리가 잘려 엉망이 된 기계 몸과 생명유지장치가 달린 냉장 유리관에 보관된 아주 늙은 사람이 있었다.
“기계 재상 솔트.”
“…”
아이언의 부름에 유리관의 전면이 빛나면서 기계 몸의 눈동자가 힘겹게 열린다.
치이이익! 찰칵! 찰칵!
오랫동안 정비를 받지 않은 기계 몸 특유의 녹슨 마찰음이 울리면서 초점을 맞춘 기계 재상 솔트는 잡음이 섞인 음성으로 말한다.
“치이! 치! 기계 귀족이 아니군.
치이! 초능력자는 프롬 여왕을 따르니 그럼 정체 모를 존재들인가 보군?
칙! 천족이나 마족인가?”
단숨에 거의 결론에 도달한 기계 재상 솔트는 아이언의 등 뒤에서 지하감옥 전체를 덮을 기세로 전개되는 빛의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를 보자 기계 턱이 크게 벌려졌다.
덜컥!
천족과 마족은 가끔 확인되었지만, 빛의 날개를 가진 고위신은 처음이었다.
“치익! 깃털이 아닌 빛의 날개?
신이 진짜 있었어?”
정체 모를 존재들을 철저하게 없는 존재를 만드는데 주력하는 제국의 재상답게 신족에 대한 지식이 상당했기에 정체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치이익! 고위 창조신!?”
“정확하게 최고위 창조신 은하유성 아이언이다.
이 은하계의 관리자이지.”
“!!!”
아이언의 머리 위에 빛의 원이 스물여섯 쌍의 신력의 원이 떠오르자 바로 유리관이 열렸다.
그리고, 냉장이 풀어지지 않아서 굳은 몸을 끌고서 바로 몸을 던졌다.
털컥! 타타타탁! 털썩!
솔트가 과장된 행동으로 아이언의 발밑에 엎드리자 지하감옥 바닥의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난다.
“쿨록! 쿨룩! 위대하신 창조신을 찬양하라-!”
“네가 그럴 줄 알았다.”
“예?”
지금의 솔트는 프롬 여왕을 완전한 기계 인간으로 만들어서 뒤에서 조종하려다 실패하여 처단되기 직전이었다.
다급한 입장이었으나 이상한 대답이 들려오니 의아스럽게 올려다본다.
‘이 창조신이 나를 아나?
은하계의 절반을 장악한 제국의 재상을 모를 수는 없겠지.
그런데 설마 창조신이 나를 찾아오다니?
잘해야 여왕에게 불만을 가진 하위 초능력자가 기계 귀족이 오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원래 제국 귀족과 신족의 대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기미만 보이면 처단한다.
나는 제국의 적이 언제 될지 모르는 신족에게 제국민의 신앙이 가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신과 종교에 대해 나만큼 잘 아는 존재는 고대문명의 후계자 외에는 제국에 없다.’
징조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신족과 종교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이런 고위 창조신의 직접 방문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창조신이라면 수많은 신족에서도 얼마 없는 최고 지배층이다.
신족에 대해서는 표면적인 지식으로만 알지만 확실하다.
제국의 재상으로서는 완전히 망했으니 어떻게든 이 기회를 잡는다.’
프롬 여왕을 완전한 초능력 기계 인간으로 만들어서 마음대로 조종하려다가 마지막에 역습을 받아서 이런 비참한 꼴이 되어버린 솔트는 제국에 대한 미련을 버린 지 오래였다.
‘젠장! 역시 최고 지배자는 기계 인간이 맡으면 안 돼.
인정 사정이 없어.
그동안 내가 제국을 위해 한 일이 얼마인데 권력 욕심을 조금 부렸다고 이렇게 버리나?’
프롬 여왕은 솔트 재상이 제국에서 최고 수준의 과학자이며 개국공신이라서 몇 번이나 잘못을 용서했지만, 기계 인간이 되니 달라졌다.
가차 없이 처분해버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기계 인간은 감정의 결핍이 심각해.
나도 그렇게 변할 것 같아서 기계 인간이 안 되었지.’
팔다리가 잘려서 생명 유지만 되는 상태에 무기징역과 면회금지였다.
그래도 그동안의 범죄사실이 모두 공개되어서 공개처형 된 대공에 비하면 이런 감금은 정말 가벼운 처벌이었다.
‘기계 귀족들은 기계 인간이 된 프롬 여왕에게 돌아섰다.
정말 끝난 줄 알았는데 포기하지 않으니 기회가 오기는 하는구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지하감옥에서 영구히 갇혀서 녹슬어가니 슬슬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구원의 줄이 내려온 것이다.
‘고대문명이 주신에게 멸망했다고 하니 힘의 우위는 명확하다.
고위 창조신이면 제국도 끝장이다.’
정세파악을 순식간에 끝내고, 종교를 말살하는 처지에서 독실한 신자로 전향한 솔트 재상은 목놓아서 소리친다.
“위대한 신이시여! 제발 저를 구해주십시오.
저는 쓸모가 아주 많습니다.
제국의 구조와 비밀에 대해서 저만큼 아는 존재는 없습니다.
프롬 여왕과 귀족들을 실각시킬만한 비리 자료가 필요하시면 바로 드리겠습니다.”
강요하거나 시키지 않아도 바로 제국을 배신하고, 신족으로 갈아탈 기세였다.
은하유성 아이언은 설득에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서 흐뭇한 표정으로 묻는다.
“넌 언제나 상황판단이 빠르구나.
해바라기를 좋아하느냐?”
“예?”
솔트는 갑자기 꽃의 취향을 묻자 의아했지만, 바로 대답한다.
“좋아합니다!”
“좋아! 시간이 아까우니 빠르게 가자.
나는 너를 제국을 관리하기 위한 기계와 인공지능을 통괄하는 해바라기 기계 꽃으로 만들 생각이다.”
“!?”
기계와 인공지능의 관리는 기계 재상으로서 지금까지 주로 해오던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계 꽃이 되라니 의아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솔트의 눈앞에 해바라기 기계 꽃에 대한 설명서를 내려준다.
“기계 꽃에 대한 설명서를 잘 읽고, 선택해라.
참고로 선택권은 없지만, 계약조건은 협상할 수 있다.
물론 요구가 커지면 해야 할 일도 많아질 것이다.”
“?”
솔트는 처음 만난 창조신이 아주 친숙하게 대하니 뭔가 아주 이상했지만, 말한 대로 설명서를 읽는다.
처음 듣는 개념이 많았지만, 최고 수준의 과학자답게 바로 이해한다.
‘육체로 기계 몸 대신에 인공지능 기계들을 조종한다.
영혼은 인공지능과 결합한 초자아가 되어서 모든 인공지능을 총괄한다. ’
결론적으로 완전한 기계 인간처럼 육체를 전부 버리고, 영혼을 추출하여 기계와 합체시키는 방식이었다.
‘기계 몸 대신에 인공지능이 있는 모든 기계를 지배한다는 것인가?
제한적이지만 인간으로 변신할 수도 있군.’
편리성이나 능력으로 따지면 이쪽이 훨씬 나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식민 행성을 하나 개발할 때마다 그 행성에서 한 달 동안 젊어진 인간 육체로 휴가라는 점도 무척이나 끌렸다.
‘역시 신족은 노화나 죽음에서 자유롭구나.
조금 더 욕심을 부려서 젊은 육체로 영원히 살고 싶다고 청원하고 싶다.
그런 특혜를 아무 대가 없이 들어줄 리가 없지.
요구가 많으면 시킬 일도 많아진다고 바로 경고했으니 참자.’
지금 자신의 처지는 여왕에 대한 반역으로 폐기 직전의 고물이자 죽기 직전의 노인이었다.
아무리 제국의 치부와 구조를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되어서 가치가 떨어짐을 잘 알았다.
여기에 명확한 기계 몸이 없는 대신에 모든 인공지능이 움직이는 기계를 조종하는 기계 꽃에는 커다란 장점이 있었다.
‘인공지능이 연결된 기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원하는 데에서 출현할 수 있다.
특정 몸체가 없으니 고장도 나지 않고, 기계만 존재하면 영원히 살 수 있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고, 마음대로 연구할 수 있겠다는 점에서는 인간이나 기계 인간보다 훨씬 낫군.’
그렇게 승낙의 쪽으로 마음이 흐르는 솔트였는데 아이언은 약간 지루한 표정으로 말한다.
“어차피 네가 승낙할 조건이니 빨리 결정해라.”
“아! 예! 하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저를 과거에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왕이 오랜 신하를 대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하대와 말투가 이상했다.
거기에 늙은 육체 대신 제시한 기계 꽃의 능력이나 계약조건이 아무리 보아도 자신에게 딱 맞춘 것처럼 부담이 없었다.
그렇게 의문이 있지만, 과거처럼 기계 꽃이 되는 운명을 받아들인 솔트에게 아이언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훗! 원래 너와 나는 이런 흐름이다.
이제 기계 꽃으로 만들겠다.
은하제국의 재상이 되어서 은하계를 지성체로 채워라.
그것이 바로 신계와 나를 위한 충성이다.”
“예? 은하제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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