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흑염의 절대자는 흑염 권능의 분석 대가로 내놓은 신기와 전신 갑옷이 꼭 필요하니 고민을 시작한다.
‘힘들여 공부해서 흑염 권능의 분석을 끝내고 기억삭제를 하라는 제안인가?
직감의 반응은 나쁘지 않군.’
다짜고짜 이런 희생을 강요하니 어이가 없지만, 내심 뜻하는 바가 있어서 다시 묻는다.
“좋다!
내가 흑염 군단 전용의 신기와 전신 갑옷을 대가로 흑염 권능을 분석하여 넘겨준다고 치자.
그럼 너는 흑염의 가호만이 아닌 흑염 권능을 전부 이어받게 된다.
내 후계자가 된다는 뜻이다.”
“엥? 그게 그렇게 되나요?”
이번에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당황했다.
제약이 큰 흑염의 절대자의 후계가 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미래 절대계 최고의 현자였던 존재도 뇌가 거의 근육인 바보가 되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될지는 당연하다.
흑염의 광기에 먹혀서 파괴신이 안되면 다행이다.’
그런 사정도 모른 채 흑염의 절대자는 주먹을 꼭 쥐면서 외쳤다.
“좋아! 제대로 해주지!
군단을 만들었더니 쓸만한 관리신이 필요해!
특히 이것저것 만들 수 있는 창조신이 절실하던 판국이다.
이 꼴을 보아라.
혼자라면 낭만이 넘치는 노숙인데 집단이 되니 완전 난민촌이다.
이건 내가 봐도 심했다.”
그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여기저기 천막으로 만들어진 흑염 군단의 주둔지를 흩어보았다.
한마디로 처참했다.
‘완전히 거지촌이군.
장기간 봉인되는 동안 재산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고 하던가?
그래도 이 정도 힘을 가졌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텐데?
아! 십중심의 수좌를 노리는 흑염의 절대자 때문에 도적질은 못 하는군.
절대 직감 때문에 생각만 해도 맞겠다.
하여간 이것들은 일해서 버는 법을 몰라.’
흑염 군단은 아직 영역이 없어서 수입도 없으니 자신이 지급한 기본 보급물자만 의지한다.
그래서, 복장부터 시작해서 숙소까지 어느 하나 최하류의 용병 수준이었다.
“허어? 이것 참!
어디서 지독한 냄새가 계속 난다고 했더니 씻기지도 못했습니까?”
“봉인에서 풀려나더니 강이나 호수를 가서 씻는 것이 귀찮다더라.
거기까지 강제할 수 없지.”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만이 아니라 이제 후궁이나 다름없는 여마신왕들에게 냄새가 밸 것 같아서 차원결계를 쳐버린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비록 회색 로브로 얼굴까지 뒤집어쓰고 입지만, 마도를 발동시키는 문양과 귀중한 보석까지 붙어있는 화려한 차림새였다.
여기에 주변의 여마신왕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났다.
정신체에서도 미모로 찬란한 보석과 같은 그녀들이 흑염의 절대자와 일천 명의 영웅신들이 발산하는 투기에 위축되어 밀착해오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후후! 여기서도 난 부자에 인기가 넘쳐.
창조력을 기르기 잘했어.
여마신왕들의 권능을 손봐주면서 돈독하게 관계를 개선했지.
그나저나 몰려드는 중요한 고객들과 사업을 조금 하다가 돌아왔더니 진짜 못 봐줄 꼬락서니가 되었군.
영웅신이라고 해도 지원해줄 세력이나 종족이 없으면 도적질이나 동냥 외에는 아무것도 못 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듯했다.
“이것 참! 가난한 몰골들은 도저히 못 봐주겠군요.’
“나 혼자라면 노숙이든 뭐든 상관없다.
그런데 군단 규모의 십중심 세력이 이런 몰골이면 진짜 곤란하다.
아마 다른 십중심 세력들에게 비웃음을 사겠지.
그러니 나와 전속계약을 하자.
그럼 후계이든 뭐든 시켜주마.”
차원창세신 코아는 진심이 느껴지는 흑염의 절대자의 제안에 흔들렸지만, 바로 고개를 내젓는다.
“흑염 권능을 후계 수준으로 완전히 익히면 저는 창조력을 못 씁니다.
투기와 살기에 먹히고, 마력에 휘말려서 파괴신이 될 확률이 높으니 거절하겠습니다.”
“엥? 진짜 그렇네?”
직감으로 바로 파악하고, 실망이 역력한 흑염의 절대자는 이마에 주먹을 대면서 한탄을 시작했다.
“끄응! 너 때문에 그렇게나 많던 창조신들이 씨가 말랐어.
시험 삼아서 한 번 키워보겠다고 전부 쓸어가 버리면 나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최하위 용병으로 여기저기 굴러다니던 주신조차 아예 없다.”
“….”
지금 차원창세신 코아의 활약 덕분에 십중심 세력을 중심으로 절대계에서 갑자기 창조신 기르기 열풍이 불었다.
특히 신족 출신의 십중심들이 특별과외를 해준다는 소문에 용병과 작은 사업을 하면서 살던 주신들이 모두 일족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잠시 투덜거리던 흑염의 절대자는 곧 단호하게 말했다.
“일단 거래는 받아들이겠다.
내가 권능에 대해 배워서 흑염 권능을 완전히 분석해 넘겨주겠다.”
“오! 역시 화끈하시군요.”
설마 이렇게 쉽게 허락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런데 흑염의 절대자는 술병을 들어 올리면서 말한다.
“어차피 기억을 지워버릴 공부를 하자니 무척 귀찮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내 직감이 흑염 권능을 분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너에게 넘기면 큰 이익이 된다고 하니 해주겠다.
그 대신 이 녀석들도 이해할 수 있게 가져온 것을 전부 풀어놔 봐.”
차원창세신 코아는 완전해진 흑염 권능을 넘겨받는 거래에 의문과 부러움이 가득 찬 영웅신들을 흩어보면서 웃어주었다.
“풋! 그 정도야 쉽습니다.
일단 흑염 군단이 머물고, 이동할 수 있는 변신 전함부터 하나 드리죠.”
“엥? 변신 전함?
그건 또 뭐냐?”
“좋은 것입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신력을 모아서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탁-!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
이제 대수(大手)을 제외하고는 비교할 상대가 없는 강대한 창조력이 크기가 십 킬로미터가 거대한 전함을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그것은 용자동맹이 만들었던 변신 전함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저도 입장이 있어서 막 해드리지 못합니다만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겠습니다.
이 변신 전함은 전함의 형태로 고속이동과 포격전이 가능하고, 인간형으로 변신하여 격투전도 가능합니다.”
“엥? 겨우 기계신이냐?
그리고, 싸우는데 변신 기능이 왜 필요해?
거기에 주먹 한 방이면 끝나겠는데?”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흑염의 절대자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한다.
“신계의 기능이 있습니다.
주변에 분포되어있는 정기와 탑승한 정신체가 자연적으로 발산하는 정기를 바탕으로 탑승자들이 영구적으로 최고급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거시설입니다.
수용인원은 십만 명이니 가족들을 데려와도 상관없습니다.
내구성은 어떤 손상을 입어도 엔진만 무사하면 자체수복으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차원권능을 통해 단독으로 초장거리 도약이 가능하고, 은밀 방어막까지 있으니 이동 요새로도 기능합니다.
절대계 한정으로만 움직이겠지만 아주 쓸만할 것입니다.”
설명은 간단한데 이해한 영웅신들의 여기저기서 놀람과 감탄이 터져 나온다.
“허어! 추가적인 정기보급이 없어도 신체유지가 가능하다니?”
“영구 기동 신계로군.”
손가락을 하나 튕겨서 그렇게나 고민하던 정기 수입이 없는 흑염 군단의 주둔지와 주거 문제가 풀려나가자 어이가 없어진 흑염의 절대자였다.
슬쩍 보여주는 궁전과 같은 내부 거주지를 보니 이렇게 난민처럼 천막 신전을 치고 사는 자신과 영웅신들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역시 군단이 되면 창조력을 가진 관리신과 창조신이 필요해.
이 정도 수준은 없겠지만, 어떻게든 끌어들여야겠다.’
그런 결심을 한 흑염의 절대자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추가로 약속한다.
“영역을 가지시게 되면 자동으로 쉽게 관리할 수 있는 기계신들도 챙겨드리겠습니다.
그럼 지금보다 커진 일족이 되어도 다른 세력에 밀리지 않을 정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실 것입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기계신은 무시를 당하는 존재지만 이 정도의 수준이면 기대할 만했다.
거지 몰골이었던 주변의 영웅신들이 모두 감격한 표정을 짓자 흑염의 절대자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훗! 좋아!
만족한다.”
“저는 의뢰자에게 언제나 최상의 만족을 드립니다.
그럼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알겠습니다.
바로 권능공부를 시작하시지요.”
“벌써?”
권능공부는 천천히 할 생각이었는데 당혹스러울 정도로 빠른 전개였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사정을 봐줄 여유가 없었다.
“제가 사정이 급해져서요.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잘 모르겠군요.”
“응?”
흑염의 절대자가 어디선가 많이 해보았던 말을 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시 손가락을 튕겼는데 이번에 만드는 것은 변신 전함이 아니었다.
탁! 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책들이 탑이 되어서 흑염의 절대자 앞에 쌓여간다.
“!?”
하늘 높이 솟아서 대기권을 돌파하는 책 탑을 보니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효율만 보면 강제 주입과 암기식 교육이 최고입니다.
일단 이걸 전부 읽어서 외우십시오.”
설마 이렇게 무식한 양을 공부하게 만들 줄 몰랐던 흑염의 절대자는 드물게 후퇴하려 했다.
“이…이봐.
이걸 전부 읽고서 암기할 시간이 없지 않아?
출정식이 가까워지고 있다.”
오래 봉인했던 감정을 뒤흔들었던 시작(始作)과 멀어진 황금의 절대자는 분풀이하듯이 창조주에 대한 반란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었다.
‘지금 황금세력의 본성에 대부분의 정예가 집결하고, 서서히 날짜가 정해지려는 상황이다.
장기간 공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시간은 전혀 의미가 없었다.
“차원권능으로 공부시간을 늘려드릴 테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의 일 초는 세계의 일백 년이다.”
우웅!
흑염의 절대자를 감싸고, 세계에서 완전히 격리된 교실과 같은 공간이 하나 나타난다.
책상과 걸상도 하나씩 만들어져서 흑염의 절대자를 앉힌다.
이어서 만들어진 교탁 위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교사처럼 올라서서 하늘 높이 솟은 책 탑에서 두 개의 책을 꺼내서 책상 위에 펼쳐주었다.
“일단 가장 기본인 절대계 권능의 정석과 권능사전부터 시작하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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