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수정된 흐름의 근원은 과거에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기분대로 행동하다가 쓴맛을 본 적이 있어서 확 변했다.
흑염군단의 부단장으로서 모두에게 예의를 지켰고, 십중심에게 도전하는 진리에게조차 술병을 던지지 않은 것이다.
‘적으로서 처음 만났을 때도 깍듯하게 예우했다.
본래 범죄신이라는 부끄러운 출신도 오랜 기간의 자원봉사로 깔끔하게 씻어낸 지 오래다.
귀순한 다른 십중심 세력의 수장들은 모두 명문 일족으로서 대우를 받는다.
충성심이 극심했던 일부가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죽이지는 않으셨다.
십중심의 죽음에 분노하여 대놓고 덤빈 녀석들조차 몇 대만 맞고 용서를 받았다.
십중심 세력 중 최강인 흑염 군단의 위상을 생각하면 이런 차별은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기 짝이 없구나.
왜 우리만 이렇게 처리하려 하나?’
흑염 군단은 흑염 권능의 폭주를 피해서 현세계로 왔지만, 진리가 팔륜봉인을 완성하기만 기다리는 중이었다.
‘흑염 본능이 완전히 봉인되고, 다시 손을 내밀어 주시면 바로 고개를 숙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힘이 필수다.’
지금 약탈도 어찌 보면 본래의 지배층의 위치로 돌아갈 힘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었다.
‘필요하면 흑염 권능까지 버릴 각오까지 했는데 계승자가 우리를 노리다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설마 저항세력의 본보기로 이렇게 하시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근원의 의문에 대한 답은 아니었지만, 차호(次湖)의 커다란 웃음이 바람가에 울리고 있었다.
오백억 년을 절대계에서 최고의 전투집단으로 자리 잡았던 흑염 군단을 단독으로 막은 영웅신의 신상자료 덕분이었다.
“카하하하하하하! 현세계 최강의 초월자 영웅신이 맞는 말이지만, 그것만이 아니군요.
여기서 설마 과거 회귀자가 튀어나오다니요?”
차호(次湖)의 손에는 현세계에서 긴급으로 보낸 은하유성 아이언의 분석자료가 들려있었다.
차원권능으로 본질을 어느 정도 읽어내고서 이렇게 즐거워하는 중이었다.
“유상전생(有償轉生)과 비슷한 권능과 마도로 과거를 조정하고 있어요.
수준이 엄청 낮지만, 차원권능이 섞여 있어서 효과는 굉장히 비슷하네요.
후후! 이것도 내 차원권능을 강화할 기회인가요?”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면 도저히 모를 정도로 은밀했지만, 분명히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존재가 맞았다.
“이 존재가 바꾸려는 흐름은 무엇일까?
개인인가요?
아니면 세계인가요?
역시 할아버님들에 의해서 안정된 절대계보다 현세계 쪽이 훨씬 재미있어.”
차호(次湖)는 이 재미있는 존재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시작한다.
그런데 차원권능을 처음 배웠을 때 몇 번이나 들었던 주의가 떠오른다.
“과거를 바꾸려고 시도하는 존재는 무시하는 것이 철칙이다.
알아도 모른척하거라.”
차원권능은 너무나 많은 연산력과 공부가 필요하기에 부전공으로 선택하는 바람가의 가주는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끌린 자신이 선택하자 진리가 직접 나서서 교육하며 했던 첫마디였다.
‘그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아아! 이렇게 물었지.’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를 익혀내서, 차호(次湖)라는 이름은 받았다.
‘후손을 두지 않았기에 가문의 성을 하사받지 못했던 때였어.’
그 대신에 가율의 통제를 받지 않는 진짜 어린아이인 그는 당혹해서 묻는다.
“진리 할아버님. 자신을 위해서 과거를 조정하는 행위는 지극히 이기적인 행위입니다.
과거로 회귀하여 혼란을 일으키려는 존재를 보면 바로 처단해야 세계는 안정됩니다.
그것이 절대계와 바람가를 위한 일이지도 않겠습니까?”
“….”
그 말에 이마에 살짝 혈관이 치솟은 진리는 그대로 파멸유혼검으로 차호(次湖)의 머리를 때려버린다.
따아아아아아아악-!
“카옥!”
영문도 모르고, 앞에서 휘둘렀는데 뒤통수를 맞아 앞으로 엎어진 차호(次湖)의 귀로 진리의 근엄한 목소리가 울린다.
“여기에 있는 내가 과거를 변화시켜 더욱 강해진 존재다.
세계의 안정을 위해서 나를 없애겠다고?
어디 한번 해보겠느냐?”
“그…그건 아니고요.
상대도 안 되는 제가 어찌 덤비겠습니까?
언제든지 만들 수 있는 절대계 따위보다 유일한 바람가의 총가주이신 진리 할아버님이 중요하십니다.”
설마 바람가의 총가주인 진리가 과거를 조정하면서 강해지고 있는 사실을 몰랐던 차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런데 진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교육을 이어간다.
“차원권능을 선택한 네가 처음에 배워야 할 것은 바로 나를 조정하고 있는 유상전생(有償轉生)이다.
지금으로부터 오백억 년 이후의 내가 더욱 강해지고, 완벽해지기 위해서 절대계와 현세계까지 포함을 시켜 발동시킨 금기(禁技)를 해제해야 한다.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행위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표정을 한 진리는 유상전생(有償轉生)의 개요와 오의를 보여주면서 말한다.
“모든 변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유상전생(有償轉生)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상으로 걸고 세계의 흐름 자체를 변화시키는 금기 중의 금기다. 그러니 너는 반드시 이걸 능가하는 완벽한 오의를 만들어 덧씌워서 취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멸망한다.
절대계와 현세계만이 아니라 지금 인지할 수 있는 전부가 말이다.”
“예?”
갑자기 전세계 멸망을 이야기하는데 말하는 존재가 절대계 창조주인 진리이니 절대로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긴 한숨을 쉰 진리는 자상하게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휴우! 시간이 가면 알게 될 것이다.
너에게 너무나 큰 짐을 맡기는구나.
아무리 바람가의 혈족들이 영원체로서 강해지고, 선대보다 강해져 태어나도 너를 능가할 차원권능의 재능을 가진 존재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다른 방법이 없다.”
“진리 할아버님.”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던 진리의 안타까움의 눈빛을 잃은 차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소손이 반드시 유상전생(有償轉生) 이상의 오의를 만들어서 모든 세계를 구하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오냐!
너의 재능에 기대한다.”
흐뭇한 미소를 지은 진리가 설명을 다시 교육을 시작했다.
“차원권능을 배우기 전에 하나를 명심해야 한다.
예언이나 미래예측은 모두 흐름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로 회귀하여 현재를 변화시키려는 행위까지 이미 미래에 반영되어있다는 뜻이다.
파멸의 예언을 듣고서 결과를 바꾸려 하는 행동은 예정된 최후를 더 빨리 불러들일 뿐이다.
그러니 과거 회귀자나 조정자를 막으려고 하면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하니 모른척하거라.
특히….”
잠시 말을 끊은 진리는 주변에 결계를 치면서 나직하게 말한다.
“차원창세신 코아라는 존재를 보게 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거라.”
“그가 진리 할아버님의 유상전생을 돕고 있는 존재입니까?”
“그렇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특징에 관해 설명하면서 상당히 미묘한 표정을 지은 진리는 교육을 이어갔다.
“명심해야 한다.
지성체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 것처럼 흐름도 이미 정해져 있다.
단지 노력으로 결말이 빨라지던가 늦어지는 정도다.
네가 차원권능으로 노려야 하는 것은 바로 흐름을 무한대로 늦추는 것이다.
그럼 정지한 것과 같다.
그러는 동안 나는 힘을 길러서 지성체가 초월자가 되는 것처럼 영원체를 초월하여 모든 세계의 흐름을 전부 손에 넣는다.
모든 세계의 흐름을 정지한 채로 나와 바람가의 흐름으로 교체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는 영원한 행복의 시작이 될 것이다. ”
“반드시 이루겠나이다.”
과거의 대화를 떠올린 차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십중심의 반란을 도와서 혁혁한 공을 새우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의문으로 전해지던 정체와 목적을 알게 된 순간이었지.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지.
은하유성 아이언과는 아무런 관계도 연관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야.”
다른 세계에서 온 정체불명의 창조신이자 마도신인 차원창세신 코아와 창조력과 투기를 다루는 전형적인 초월자 영웅신인 은하유성 아이언은 너무나 달랐다.
“과거로 돌아와 조정 중이라는 사실 외에는 공통점이 없다.
그리고, 그런 조정자는 수없이 보아왔지.
모두 시간의 패배자가 되어서 흡수되었지만 말이야.
참 이상하네?
자꾸 신경이 쓰여.”
그런 의문을 떠올리는데 갑자기 긴급 연락이 온다.
삐이이잉! 삐이이이잉!
발신자는 팔륜봉인을 만들고 있는 진리였다.
“이상이 없느냐?”
영상은 보이지 않으나, 진리의 목소리와 존재감이 확실히 전달하자 재빨리 무릎을 굽히면서 말한다.
“바람가는 이상 없습니다!”
“현세계에서 태극세계참(太極世界斬)을 사용했더구나.
헌세계 창조주가 너무 심하다면서 항의를 해왔다.”
현세계 창조주의 신고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는 진리의 물음에 숨길 수 없음을 파악한 차호는 바로 자백했다.
“예! 그렇습니다.
흑염 세력은 본성을 이기지 못하고, 현세계를 약탈하여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예측하신 대로더군요.
제가 그래서 한 방 먹여주었습니다.”
“역시 흑염 군단이 상대였나?
그럼 이해는 가지만, 태극세계참(太極世界斬)은 너무 심했다.”
“헤헤! 그렇게 했는데도 놓쳤어요.”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