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664화 (1,574/2,000)

34권 35권

우주신들의 경지를 파악한 바람가 계승자의 말은 정확했다.

그리고, 브라이트가 현세계의 모든 전신과 투신들이 전력으로 흑염 군단을 농성지로 몰아넣었으나 단 하나도 소멸시키지 못했다는 말에는 감탄한다.

“와아! 아무리 영웅신이라고 하지만, 겨우 일천 명으로 세계와 맞싸우면서 희생을 하나도 보지도 않았다고요?

과연 흑염 군단답군요.

아니면 현세계가 약한 것일까요?”

엄청나게 당했던 현세계 우주신의 입장으로는 복장이 터질 소리였는데 감히 항의하는 존재는 없었다.

보기에만 유아신이지 도대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 파악조차 안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경지가 높은 브라이트의 충격이 컸다.

‘맙소사! 최소한 십사 써클 이상이다.

여기에 바람가의 오의 외에 뭔가의 절대 권능이 추가되어있구나.

이런 강자가 바람가에 수만 명이 넘는다니?

도대체 흑염 군단이 어떻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이지?’

이 정도의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면 그런 골칫덩어리들을 현세계로 보내버린 바람가에 대한 원망과 의심이 생긴다.

‘설마 일부러 현세계로 추방해버린 것이 아니겠지?’

그런 의문을 차마 말할 수 없기에 처분만을 기다린다.

차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생각하다가 묻는다.

“현세계에서 신체를 새로 만들어야 할 텐데도 벌써 그 정도라니?

역시 십중심의 신체가 온전하게 살아있는 영향이 큰 모양이네요.

얼마가 더 견디실 수 있으세요?

할아버님들이 복귀하시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저희의 힘으로는 더는 무리입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러 왔습니다.”

“예?”

차호(次湖)는 고민을 시작한다.

‘십중심은 진리 할아버님에 의해서 쓰러지고, 남은 직속세력은 모두 바람가에 제압되어서 편입되었다.

십중심의 신령이 소멸했어도 유일하게 항쟁을 계속하려던 세력이 흑염 군단이라고 했던가?’

절대계의 제압이 끝나가는데 끝까지 고개를 숙이지 않던 마지막 잔당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셈이었다.

‘할아버님들의 공세에 견디지 못하고 절대계 외부로 도주했지.

그 이후 소식이 끊겨서 잊었는데 참으로 지독한 생명력이야.’

무엇보다 우주신의 수장이면 정신체의 대표적인 존재이니 아무리 영원체의 앞이라고 해도 이렇게 저자세로 나올 수가 없었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증거이겠지.

어떻게 할까?

할아버님들은 절대계 관리와 팔륜봉인의 완성을 위해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바람가에 여유가 있는 전력은 나뿐이야.

절대계의 세력이 외부 세계를 멸망시킨 전례를 남길 수는 없지.’

그렇게 상황을 잠시 생각한 바람가 당대 계승자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무척 재미있겠네요.

다른 할아버님들은 너무 바쁘시니 일단은 제가 가서 돕지요.

방금 말씀한 중복 차원결계 정도는 제가 해제할 수 있어요.

차원권능은 제가 선택한 부전공이기도 하거든요.”

“오! 감사합니다.”

이 정도로 강한 영원체라면 중첩 차원결계를 깨고, 흑염 군단을 토벌하는 일은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 선 브라이트는 즉각 움직였다.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말씀하십시오.

지배하실 영역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아무리 원인이 절대계에 있다고 해도 영원체의 도움을 받는데 공짜는 있을 수 없었다.

‘적어도 일 할의 영역을 바쳐야 할 것이다.

이미 창조주님의 승인은 끝났다.’

그런데 차호(次湖)라고 자신을 스스로 소개한 영원체 유아신은 영역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 것은 나중에 할아버님들이 오시면 직접 이야기해 보세요.

저는 재미만 있으면 돼요.”

“예?”

뜻밖의 대답에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브라이트였다.

그렇다고 거부는 할 수 없기에 바로 출발을 한다.

그 뒤를 따라나서던 차호(次湖)가 갑자기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린다.

“카하하하하! 십중심 세력 중에서 전설적인 강함을 선보인 흑염 군단을 직접 상대할 수 있다니?

정말 재미있겠네요.”

“그…그렇습니까?”

이것이 나중에 이대 십중심을 도발하며 절대계와 주우주를 뒤흔드는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의 첫 출격이었다.

이런 흐름의 변화는 오백억 년 이후에 있는 원본에도 영향을 미쳤다.

구구구구구궁! 드드드드드득!

“어라? 이건 뭐래?”

바람가에서 차원의 오리진이 될 정도면 경지로만 치면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최고수준이다.

그래서 절대계의 흐름 변화조차도 가뿐하게 조정을 무시한다.

“쉭쉭! 저리 가.”

벌레 쫓듯이 강제 조정을 털어버리고, 변화의 요인을 파악하자마자 호탕하게 웃는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이었다.

“카하하하! 그렇구나.

나도 과거에서 변화시키고 싶은 것이 있었어.

그래서, 내가 이렇게 하고 있었구나.

어째 이상하게 정신체에게 관심이 간다고 생각했어.”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은 원래 흐름에서 오십 명의 흑염 군단을 처단하기 위해서 직접 나선 진리를 차원권능으로 보좌하기 위해서만 움직였다.

‘그때는 구경만 해서 아쉬웠지.’

이번에 진짜로 나설 수 있으니 진심으로 기뻐하는 중이었다.

“역시 뭐든지 직접 해야 재미있지요.

안 그래요?”

옆의 이대 회색의 절대자이자 차원의 마도신의 미래가 구현된 존재가 나직하게 욕설로 대답했다.

“젠장! 빙의조차 안 되는구나.”

진리의 유상전생(有償轉生)을 보조하기 위해서 일천 억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원래 아이언이 일으킨 변화는 너무나 거셌다.

그래서 정보행성 코아를 통해서도 상황파악 외에는 개입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다가는 죽겠다.

어떻게 하지?”

그런 걱정스러운 혼잣말에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은 자랑스럽게 가슴을 치면서 말한다.

“저 때의 제가 나섰으니 변화된 흐름이 일으키는 문제 따위는 한 방에 해결이지요.

흑염 군단의 도전은 아무런 문제가 안 돼요.”

이대 회색의 절대자는 회색 로브 안의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쏘아붙였다.

“흑염 군단 따위는 관심도 없다.

영웅신으로는 나의 현재와 과거를 이길 수 없다.

멋대로 끼어든 너의 돌발행동이 제일 걱정이라서 하는 말이다.”

영웅신이 아무리 많아도 광역파괴권능에 특화된 차원창세신 코아라면 문제가 없다.

‘원래 강자들을 대량 처분하기 위해서 권능과 마도, 오의를 진화시켜왔으니 처분은 시간문제이지.

흑마도사 출신의 용병신 시절부터 만들어온 광역 파괴의 특성은 자신 미만의 존재라면 아무리 수가 많아도 쓸어버릴 수 있게 해준다.‘’

이제는 영웅신도 포함된 약한 적의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는 원거리와 중거리 전문의 광역 파괴 전문이다.

시간과 정기만 있다면 모두 쓸어버릴 수 있지.

그런데 동급이상의 접근전 투신에게 바로 패배한다는 약점이 생겨버렸다.’

발동에 시간이 걸리고, 일시적으로 빈틈이 생기는 약점은 주문과 영창을 사용하는 현자에게는 공통적인 문제였다.

그걸 보완하기 위한 수많은 권능과 마도, 오의가 만들어졌으나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차호(次湖)라는 변동요인은 은하유성 아이언에게는 치명적이다.

황금 권능과 투기를 집중적으로 익혀서 나름대로 강해졌다고 하지만, 바람가의 계승자에게는 통할 수준은 아니었다.

현세계도 그렇게 판단했겠지.’

바뀐 세계의 흐름에서 은하유성 아이언에게 내려진 평가와 조치는 혹독하기 짝이 없었다.

키우고 있던 모든 세력을 공중분해하고, 유모까지 단 하나만 남겨버린 것이다.

‘지금의 발전방향이 세계의 진화에 맞지 않는다는 경고다.

하긴 흑염 도적단에게도 고전할 정도라면 볼 것도 없지.

차원창세신 코아라면 혼자서 지역우주 하나를 희생시켜서 몰살시킬 수도 있었는데 겨우 방어만 했으니 참으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일 대 일의 승부라면 은하유성 아이언이 우월하나 일대 다수의 전투라면 차원창세신 코아가 훨씬 낫다는 결과가 나온 셈이었다.

‘이걸 어떻게 한다.

이제 빙의가 안 되고, 메시지 전달도 힘들어.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데 무사할 것 같지가 않군.

재미만 추구하는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이 가장 큰 문제야.

저 당시의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확실하다.’

고민을 시작한 회색의 절대자와 다르게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은 오백억 년 후의 과거를 보면서 주먹을 불끈 쥐면서 외친다.

“좋아!

바로 그 오의다!

실전에 써먹기는 글러 먹어서 시범용이 되었지만, 위력에서는 그 이상은 없지!

중첩 차원결계 따위는 한방에 세계와 함께 갈라버려라.”

“뭐?”

이게 무슨 소리인지 놀란 회색의 절대자가 정보행성 코아로 과거의 현세계를 확인하자 경악할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미친!”

어느새 흑염 군단의 농성지 앞에 도착한 차호(次湖)가 양팔로 머리 위로 치켜든 파멸유혼검에 투기와 신력을 밀어 넣고 있었다.

꽈우우우우우우우웅!

파멸유혼검이 차호(次湖)의 힘을 받아서 진동을 시작한다.

가급적 멀리 물러나라는 경고를 받은 브라이트와 샤이니는 후폭풍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서 모든 전력을 최대한 후퇴시킨 상태였다.

그리고, 피처럼 붉은 투기와 하늘처럼 파란 신력이 어우러져서 끝없는 길이의 검날을 만들어내는 광경을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저 오의는 도대체 뭔가?

도대체 누구를 모셔온 것인가?”

“바람가의 계승자시네.

일단 조건 없이 돕기로 하셔서 모셔왔지.”

“그런가?

저 오의는 이미 상식에서 벗어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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