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중구난방인 초월자 집단들은 전투를 치르지 않고, 단지 신족과 마족이 빠진 후방의 안정을 지원하는 경찰 역할이었다.
우주신을 주력으로 하고 신족과 마신족으로 이루어진 본대가 도와서 가끔 흑염 군단과 충돌하는 막상막하의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수십 겹의 차원 결계로 보호되는 흑염 군단의 주둔지로 들어갈 방법은 나라도 없다.
하지만, 흑염 군단도 우주신과 포위한 신들에 의해서 나올 수도 없다.’
어마어마한 정기가 들어간 중첩 차원결계로 방어에 전력하는 철벽의 요새가 문제였다.
‘너무 덩치가 커져서 옮기거나 몰래 도망칠 수가 없다.
지금 내 상황을 정리하면 신족 최고위 창조신이며 초월자 후방 부대의 총사령관이다.
하지만 농성 공격 중에는 지극히 한가한 직책이로군.’
샤이니가 공략을 총괄하고 있고, 지금 자신은 흑염 군단의 도전을 막느라 생긴 상처를 회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은하계로 돌아왔다고 조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원래 창조주와 다과나 했을 브라이트는 절대계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창조주를 대리하는 사신으로 보내져 있었다.
‘브라이트의 방문 목적은 흑염 군단을 제압하기 위한 도움 요청이다.
절대계에서 누가 올지는 모른다.’
현세계 중앙 신계의 절반을 소멸시키고, 막대한 정기 핵을 강탈한 흑염 군단이 문제였다.
이들이 획득한 무진장한 정기로 급속도로 강해지면서 농성 지역으로 몰아넣은 우주신조들도 점차 힘겨워하고 있었으니 상황은 다급했다.
‘역시 엄청나게 빨라졌다.
이려면 다시 계획을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중앙 신계로 전해 들은 정보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이 가지 않는다.’
고위 존재의 전투는 현실을 왜곡하기에 영상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지금 보이는 우주신과 흑염 군단의 접전도 충돌 순간에 흔들리면서 끝난다.
그래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에게 묻는다.
“저는 뭐지요?
시즈지 유모.”
“이 은하계를 흑염 군단의 침공으로부터 혼자서 지킨 최고의 영웅신이세요.”
지극히 당연하게 돌아온 대답에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 된 아이언이었다.
‘혼자라고?
그러면 나와 함께 싸운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은 어떻게 된 것이냐?’
다급하게 신계 자아를 불러서 불러보니 조직도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전투 외에는 잘하는 것이 없는 초월자 대신에 현세계를 관리하기 위해서 만든 독자세력이 흔적도 없이 증발한 것이다.
‘이게 뭐야?
다른 은하계의 주신들로 만든 영웅동맹은 그렇다 치고, 용자동맹은 왜 없지?’
아이언이 최고위 창조신이 된 이유도 처음과는 조금 달랐다.
원래 흐름은 동맹을 동원한 전투였는데 이번의 흑염 군단이 급속도로 가까워져서 홀로 나선 것이다.
‘아무도 막지 못했던 흑염 군단이 이 은하계로 공격해오자 아무런 세력도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나 혼자서 저지했다.
이 성과를 현세계 창조주에게 직접 인정받아 거의 강제로 받았군.’
창조신계로부터 수련 행성의 지원과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상급 여신이 되는 것까지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부분이 완전히 증발이 된 상태였다.
특히 지성체 쪽은 심각했다.
‘제국과 연합이 아직도 전쟁 중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유모들은 어떻게 되어있는 것이냐?’
신계에 그녀들에 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러나, 중요 지성체 관리기록을 흩어보니 프롬 여제는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되어있었다.
‘뭣-!’
크롬 공주는 행방불명되었고, 은하제국의 여제가 된 에메랄드 공주는 본래의 해적 여왕이 된 원래의 흐름이었다.
무척이나 노력해서 겨우 자신의 편으로 만든 다른 유모들이 모두 원래의 흐름으로 돌아가서 아무런 관계가 아니게 되어있는 것이다.
“….”
오랜 공이 사라져 버리자 한참을 말을 잃은 아이언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악물었다.
‘으으으! 너무 빨라진 흐름 때문에 내가 지성체에 개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다.
다른 유모와 은하제국 일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겠군.’
은하제국과 동맹을 만들고, 유모들을 개선된 원래의 관계로 되돌리는 정도는 결코 못 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노력해놓은 모든 일이 완전히 없어져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 너무나 화가 나는 것이다.
‘흑염 도적단의 준동이 아닌 흑염 군단의 도전으로 변경되면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이번 흐름의 변화를 일으킨 놈은 누구든지 반드시 쳐 죽여 버린다.’
그런데 분풀이보다 급한 일이 있었다.
‘그 전에 정기보충부터 하자.’
인연이 발생하지 않은 대모(大母) 마하로부터 얻은 정기와 다른 유모의 지원이 없어진 신체는 상당히 허기진 상태였다.
‘흐름의 변화에서 정보행성 코아가 방호해주었지만, 한계가 있었어.
아예 없던 것을 창조할 정도는 아니다.’
영양실조는 아닌데 상당히 피폐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직결된 상태에서 강력한 창조력의 여체가 있으니 참기가 힘든 것이다.
‘중앙 신계 영광의 자리에 앉은 그녀는 끊어지지 않는 창조력과 정기의 보고구나.’
더구나, 변화된 흐름에서는 아이언의 지원이 그녀에게만 집중했는지 더욱 강해진 상태였다.
‘이건 더 좋아졌네.’
창조력으로 황금빛으로 빛나는 정기를 한껏 마시는 아이언의 몸은 더욱 강건해지고 있었다.
‘순수한 창조력이라서 강도만 따지면 원래보다 더 강할 정도다.’
그렇게 아이언이 변화된 흐름에 적응하고 있을 때 현세계 우주신의 수장인 브라이트는 절대계의 바람가에 도착해 있었다.
정문에 오자마자 머리를 풀어헤치고, 그대로 엎드려서 간절히 호소했다.
“절대계의 위대하신 창조주인 진리이시여! 부디 현세계를 흑염 군단으로부터 구해주옵소서.”
브라이트가 생각하기에 지금 상황은 최악이었다.
‘흑염 군단을 구석으로 몰아넣는데 현세계 전력의 절반을 소모했다.
그런데도 소멸시킨 적의 영웅신이 단 하나도 없다.
이런 전율할만한 결과에 창조주님도 할 말을 잃었지.’
브라이트가 보기에는 우주신이 흑염 군단을 구석으로 밀어 넣어 농성하게 한 것이 아니었다.흑염 군단이 강탈한 정기로 폐관수련을 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물러났다고 보는 쪽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이건 분명 흑염 군단이 봐준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강탈해간 막대한 정기로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럼 우주신으로도 막을 수 없다.’
현세계 현자들도 이대로 농성하게 두면 끝장이라는 같은 분석을 내놓는다.
그런데 도움을 요청할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
‘모두가 흑염 군단의 영웅신들을 두려워해서 협력을 거절한다.
이제 흑염 군단을 혼자서 쫓아내 버린 진리님과 바람가 밖에 없다.’
최후의 희망이었기에 같이 온 우주신의 원로들도 모두 머리를 풀고서 한마음으로 의지를 발산한다.
“구해주옵소서.”
그런데도 고풍스러운 한옥 기와의 지붕을 가진 바람가의 정문은 열리지 않는다.
안에 누가 있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는데 한참 후에 문이 개방되면서 아주 조그마한 꼬마가 한 명이 걸어 나오면서 묻는다.
“할아버지들은 안 계세요.
누구세요?”
“!!!”
“!!!”
목소리만 들으면 귀여운 유아신이라고 생각했던 브라이트와 우주신의 원로들은 고개를 드는 순간 벼락을 맞는 느낌을 받았다.
검은 장발에 흰 수련복을 입고, 목검을 들고 있는 어린애의 존재감이 너무나 엄청났기 때문이다.
브라이트는 정체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영원체의 유아신이다!
소문이 진짜였구나.’
아이언이라는 초월적인 강함을 가진 유아신도 보았지만, 이건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강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흑염 군단의 농성지를 지키는 중첩 차원결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이런 절대적인 강자의 도움이 절실하다.’
브라이트는 더욱 고개를 숙이면서 공손하게 묻는다.
“현세계 우주신의 대표를 맡은 브라이트라고 하옵니다.
감히 성명을 여쭈어도 되겠습니다.”
“바람가 차호(次湖)라고 해요.
제가 가장 어려서 현재 본가를 지키면서 개인수련 중입니다.”
“오-! 계승자이시군요.”
십중심을 홀로 쓰러트린 진리를 주축으로 하여 절대계를 손아귀에 넣은 영원체의 가문이 바람가였다.진리의 혈족으로서 수만 명이 넘는다는 영원체 중 하나를 직접 본 브라이트는 감격까지 할 정도였다.
‘오오! 지금 상태로도 현세계의 창조주님보다 더 강하다.
당대 계승자만 여기 있었구나.
그럼 진리와 다른 가주는 십중심의 후속처리에 몰두하고 있나?’
바람가가 절대계를 지배했던 십중심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는 일에 바쁘다는 사실을 파악한 브라이트는 솔직하게 현세계의 사정을 이야기한다.
흑염 군단이 현세계 절반의 중앙 신계를 소멸시키고, 중첩 차원결계에서 폐관수련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헤에? 흑염 군단이 현세계에서 난리를 치고 있다고요?
할아버지님들도 그들이 끈질기게 강하고, 워낙 잘 도망쳐서 처분에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지요.
그럼 그 수준으로는 확실히 무리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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