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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갓 만들어진 흑염 군단이 선봉을 서려는 이유가 워낙 당연했기에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다른 십중심의 세력에 본진 혹은 후발대라고 적혀있으며 이에서 십까지의 숫자가 적혀있으니 확실해 보이는군.’
뜻대로 이루어진 모습을 보니 기쁘기는 했지만, 불쾌감이 치솟는다.
‘젠장! 내가 선봉을 주장했을 때는 무시하면서 씹더니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로 해주었군.’
그만큼 십중심 세력에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발언력이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리고, 영상이 확대되듯이 변한다.
‘나와 다른 십중심들이 맨 상층의 귀빈석에서 대화하는 모습과 대화가 들린다.
흑염 권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영웅신들로 군대를 만드니 확실히 직감이 강해졌다.’
이제까지 단편적인 영상이나 정지화면으로만 보았는데 음성까지 들리니 크나큰 발전이었다.
그 영상에서 영 마땅찮은 표정을 지은 자신이 투덜거린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뭐하러 출정식 당일에 내 흑염 군단과 군단장 대리인 차원창세신 코아가 전투를 벌여야 해?
더구나 모의전도 아니고 실전이라니?
이게 무슨 짓이야?”
그 말에 황금의 절대자가 지극히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한다.
“이 시범 전투를 절대계 모든 일족이 보고 있습니다.
이유는 압도적인 힘을 직접 보여주면 고개를 숙일 중립 일족들을 회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쓸데없는 희생은 줄여야 나중에 반발이 적으니 명확한 힘의 차이를 보여야 합니다.
그러자면 가장 먼저 싸울 선봉의 위력을 보여야 확실하다고 차원창세신 코아가 자청했습니다.”
왜 흑염 군단의 처음 전투 상대가 차원창세신 코아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흑염의 절대자였다.
그러나, 다른 십중심들도 모두 동의를 하니 도리가 없었다.
“쳇! 이건 반란이 아니고 완전히 쇼로군!
복장들도 아주 가관이야.”
각 세력의 전신과 투신들이 입고 있는 지극히 화려한 갑옷부터 마음에 안 드는지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황금의 절대자는 달래듯이 천천히 앞으로의 진행을 말한다.
“창조주를 위한 흐름을 무효화시키는 시작(始作)님이 저희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십중심이 집결한 이상 이제는 인수절차일 뿐입니다.
이제 흑염 군단에 전투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이 전투를 보고도 굴복하지 않은 일족의 처리를 부탁하겠습니다.
물론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한 본대는 나서지 않겠습니다.
이것도 약속입니다.”
“흠! 좋아!”
분명 원하던 선봉이 맞는데 뭔가 이상한 분위기였다.
‘끄응! 어째 굉장히 꼬인 것 같은데?’
다른 십중심의 기묘한 미소도 신경이 쓰이고, 일단 흑염 군단을 막아서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기세부터 심상치 않았다.
‘설마 이 녀석이 처음 만난 순간 흑염 군단이 시험하겠다고 덤벼서 앙심 품고 이러는 것은 아니겠지?’
흑염 군단도 엄청나게 긴장한 모습을 보니 이건 아무리 보아도 약속대련이나 시범을 벗어난 상태였다.
‘이거 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흑염 군단을 받아들여서 강화된 흑염의 직감이 경고를 보낸다.
그러나, 영상의 자신은 바로 명령을 내린다.
“모두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오-!”
흑염의 절대자의 명령이 떨어지자 흑염 군단이 질서정연하게 돌진하기 시작한다.
초월적인 재능을 가진 영웅신들이었기에 군단이 되어도 어떤 정예보다 더한 집단전투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완벽하게 일치된 발 구름 소리와 함께 흑염의 절대자의 상징인 검은 불길이 하늘 높이 타오른다.
화르르르르르르-!
가공할만한 살기와 투기에 여기저기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으윽!”
“큭!”
영웅신의 저력과 흑염 권능이 결합한 위력은 투기장의 십중심의 정예까지 위협할 정도였다.
이 상황을 계속 보기만 하던 회색의 절대자가 감탄했다.
“호오! 역시 영웅신들인가?
흑염 권능으로 정신체 신체 능력의 한계를 어느 정도는 초월했다.
무엇보다 이 증폭된 투기와 살기는 일반적인 투신은 감히 싸울 생각도 못 할 정도군.
네가 선봉을 맡겠다고 설칠 만하다.”
“후후! 너는 저런 부하가 없지?
만드는 것이 어떠냐?”
어떤 일로 어느 정도 친해졌는지 모르겠지만, 격의가 없는 말투였다.
이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응? 회색하고 내가 친분을 쌓을 일이 있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 껄끄러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사이였다.
그런데, 의외로 회색의 절대자는 심각한 어조로 경고까지 해준다.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네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흑염 군단의 상대가 누구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지금이라도 선봉을 포기하고, 후발대로 가라고 추천겠다.”
“하! 겨우 잡은 선봉 기회를 놓칠까?
그리고, 위력시범을 위한 전투가 아닌가?
저 정도 강적이라면 나의 흑염 군단의 힘이 더욱 빛나겠지.”
뭐라고 설명을 하려다 다른 십중심이 눈치를 주자 입을 다문 회색의 절대자는 고개를 흔들면서 혼잣말로 말한다.
“무리한 고집을 부리다 혼자 고립된 상황이다.
그런데 자기에게 유리한 쪽만 보다니?
역시 넌 곰이 맞아.
그래도, 이놈이라도 제대로 중심을 잡아주어야 하니 어쩔 수가 없군.”
화르르르르르-!
흑염 군단의 투기가 더욱 높아져만 간다.
참석하고 있는 모든 십중심의 정예들과 영상으로 참관하는 일족의 지배층들이 압도당해서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본 흑염의 절대자는 자랑스럽게 일어나면서 외쳤다.
“보라! 이게 바로 영웅신의 군단!
흑염 군단의 힘….’
영웅신이 모여서 절대계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질이 높은 소수정예가 된 흑염 군단의 목표가 된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본 흑염의 절대자의 입이 딱 벌어졌다.
“맙소사!”
그 놀람은 다가올 장면을 직감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파아아아아아!
차원창세신 코아가 차원권능으로 현재를 완전히 장악한다.
그리고, 비틀린 미소가 떠올랐다.
“다시는 내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해주마.”
“!!!”
슈가가가각-!
바로 이어서 발동한 마신황제의 마력 손톱이 시공간을 차원 도약하여 모든 시야를 난자하기 시작한다.
슈가가가가가가가각!-!
환상처럼 일제히 상공으로 떠오르는 영웅신들의 목이 보였다.
겨우 일 초 만에 자랑이던 흑염 군단이 전멸되어버리는 광경에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피해라!
아니 멈춰라-!
이건 시범치고는 너무 하잖아!
이 자식아!”
귀빈석에서 뛰쳐나간 흑염의 절대자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십중심들의 눈은 경악으로 커졌다.
하늘로 치켜 올려진 차원창세신 코아의 오른손에서 자라난 마신황제의 마력의 손톱이 검은 선처럼 보일 정도로 극도로 압축되어있기 때문이다.
“또 감 잡으셨습니까?
선봉 허락은 원래 제가 이렇게 시험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십중심들이 순순히 선봉을 넘길 리가 없지 않습니까?”
“닥쳐라!
멈춰!”
“흑염 사장님은 혼자라면 무적이시지만, 군단을 전부 지킬 수는 없습니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시면 온전하게 선봉으로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분노한 흑염의 절대자의 난입을 차원권능으로 상공으로 회피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대로 직각의 지평선이 된 마력의 손톱을 아래로 그어버린다.
“이제 십중심의 선봉인 흑염 군단이 된 영웅신들이여!
환영한다.
그리고, 압도적 힘에 패배를 경험하고, 겸손해져라.
그것이 십중심과 나 차원창세신 코아가 내리는 시련이자 면죄부다!”
“!!!”
가가가가가가-!
마력의 손톱이 만든 직각의 지평선이 대지에 내려 꽃이면서 차원권능이 발동된다.
그리고, 전진해오던 흑염 군단의 동작이 일순간 멈추었다.
슈가가가가가가가가가-!
일천 명의 목이 갑자기 출현한 두 번째의 지평선에 의해 일제히 잘려서 날아간다.
십중심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바로 파악을 해서 의견을 나눈다.
‘차원권능으로 현재를 완전히 장악하여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면서 목을 동시에 쳤다.’
‘마신황제의 마력의 손톱 앞에서는 정신체의 신체로는 못 버티지.’
흑염 군단이 이렇게 허무하게 패배한 이유는 바로 알았다.
그러나, 다른 십중심의 세력에 비해 질적인 면에서 절대 쳐지지 않는 일천 명의 영웅신의 목이 일제히 하늘로 치솟는 광경은 몽환적이기도 했다.
‘일천 명의 영웅신이 상대라고 해도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길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처리하다니?’
‘나조차 꽤 시간이 걸릴 일인데 일 초도 못 견디었다.’
‘하위 존재와의 집단전투에서는 우리를 능가하고 있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 창조신인가?’
십중심도 이러니 이 광경을 지켜본 모든 일족의 지배층에는 더없이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렇게 강화된 직감이 보여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영상에 잠시 멍해진 흑염의 절대자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직선적으로 묻었다.
“꼭 그렇게까지 처단해야 하냐?
그냥 애들이 철이 없어서 덤볐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 철저하게 교육을 하마.
그러니 잘 좀 봐줘라.
첫 전투에 나가기 전에 모두 목을 잘라서 기를 죽이다니 너무하지 않느냐?”
“보셨습니까?
그렇게 엄하게 하지 않으면 군단이 도적단이 될 수 있습니다.
절대계를 지배할 십중심의 선봉은 명예로운 최정예 군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범죄신들이니 전투 중에 문제가 되는 행위를 할 것 같다고 다른 십중심 사장님들이 크게 염려하실 것입니다.
확실한 목줄을 걸거나 공포를 주는 형태로 안심시켜드려야 합니다.”
보아하니 흑염 군단이 문제가 되면 차원창세신 코아가 전부 처리한다는 약속을 하고, 선봉을 끌어낸 모양이었다.
‘중립 일족의 복종을 유도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범이기도 했군.’
그제야 왜 자신의 흑염 군단이 출정식 때 그런 꼴이 되어야 하는지 파악한 흑염의 절대자는 장담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약탈이나 다른 범죄행위는 절대로 못 하게 하겠다!
이 영웅신들을 어떻게든 잘 통제해서 세계에 도움이 되게 할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직접 처단할 것을 내 밀림을 걸고 약속한다.
그러니 그렇게는 하지 마라.”
흑염의 절대자가 직감으로 자신의 계획을 전부 읽은 사실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깨끗하게 포기했다.
“그럼 다른 방안으로 협상을 해보지요.”
“좋아! 일단 내 술이나 한잔 받아라.
절대계에 경계와 제재만을 받다가 봉인 당한 영웅신들이 모인 흑염 군단이 출범하는 좋은 날이다.
그러니 즐겁게 시작하자.”
“….”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모두가 모인 장소에서 개망신을 주려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무 말 없이 흑염의 절대자가 넘기는 술통을 받았다.
삼 미터가 넘는 흑염의 절대자에게는 아주 적당한 크기였지만, 자신에게는 너무 큰 술통을 양손으로 잡고 마신다.
일단 분위기 수습은 된 것 같기에 이번에 부군단장을 맡긴 근원(根源)을 부른 흑염의 절대자였다.
“이리로 와라! 부군단장 근원(根源)!
군단장 대리에게 인사해라.”
워낙 상성이 좋아서 방금 흑염의 절대자가 본 광경까지 완벽히 공유한 근원(根源)은 묵묵히 앞으로 나서서 고개를 숙였다.
그도 엄청나게 놀라고 있었다.
‘흑염의 절대자님의 직감이 보여준 차원창세신 코아의 공격은 분명 차원권능을 이용한 마력 손톱의 단순한 참격이었다.
그런데 너무나 은밀하고, 빨라서 아무도 못 피했다.
이런 괴물이 십중심 외에도 있었다니?’
봉인되고 있는 동안 절대계가 영웅신이 방심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잊었던 예의가 되살아 난 근원은 정중하게 다시 인사했다.
“근원(根源)이라 합니다.
처음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흑염 군단장 대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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