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흑염의 절대자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황금의 절대자의 합류 요청을 거부했다고 마수의 밀림에 방화하면서 도발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런 경고는 오히려 영웅신들의 호승심을 불러일으켰다.
‘창조신은 자신이 잘하는 신계 운영과 보급만 잘하면 됩니다.’
‘관리신의 위치를 파악하게 하는 선에서 끝내겠습니다.’
흑염의 절대자도 관리신의 성격이 강한 신족의 창조신은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물론 차원창세신 코아를 만나기 전까지였다.
‘창조신이 관리신이라?
그건 저 녀석을 보기 전의 평가이지.
신족의 창조신도 저렇게까지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 있다.
만약 절대계 창조주가 저런 창조신들을 많이 데리고 있었으면 반란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도 그렇게 오판했기에 과거 종족전쟁 시기에 우주신에 비해 나약하기만 했던 창조신을 기억한 영웅신들을 말릴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았다.
‘조심해라.
차원 창세신 코아는 창조신으로는 불가사의할 정도로 강하다.
나나 다른 십중심도 함부로 못 건드린다.’
‘!?’
각 계열의 정점인 십중심들이 얼마나 강하면서 위대한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영웅신들은 순간 놀랐으나 멈추지 않는다.
드디어 자신의 존재를 파악했는지 다가오는 영웅신들을 확인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어이가 없었다.
‘인사하러 오는게 아닌데?
이건 또 뭐야?’
시비를 걸러오는 표정과 투기가 섞인 기세가 역력한 영웅신들을 보자 술병이 저절로 꽉 쥐어진다.
‘이것들이 흑염의 절대자에게는 바로 고개 숙이면서 나에게 도전을 해?
이것 참 미래나 지금이나 얕보였군.
아마도 이게 내 진짜 팔자겠지.’
수십 명이 뭉쳐서 다가오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좋게 넘어가기는 그른 모양이었다.
그런데 선두에는 꽤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바로 근원(根源)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지지를 확보했나?
수십 명을 선동해서 다가오는군.’
흑염의 절대자의 얼굴을 쳐다보니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표정을 하면서 의지를 보내온다.
‘네가 원하던 상황이다.
그러니 살살 해라.’
흑염의 직감이라면 자신의 요구조건을 모를 리가 없으니 이건 명백한 시험이었다.
무슨 생각과 상황인지 바로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욕설을 속으로 내뱉었다.
‘썩을! 자신들의 봉인을 해제해주었다.
이렇게 정기보급까지 해결해주었으면 그냥 부군단장 자리를 준다고 말하면 되잖아.
그런데 나보고 알아서 챙기라 이거지?’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지고 있던 술병을 한입에 털어 마시기 시작한다.
‘시바! 상급자의 횡포와 시험도 지긋지긋한데 부하까지 난리라 이건가?’
그렇지않아도 잔뜩 꼬인 심사였는데 폭발할 지경이었다.
벌컥-! 벌컥-! 꽈우우우웅!
술 한 병을 한 번에 삼키는 순간 엄청난 살기와 투기가 뿜어내기 시작한다.
그 강함은 흑염의 절대자에게 싸워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서 도전적인 투기를 무럭무럭 피어 올리던 근원과 영웅신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무슨 창조신이 이런 살기와 투기를 가졌나?’
‘마신왕인가?’
전투를 위해 창조된 마신왕들의 전투력이라면 인정할 만하지만, 영웅신들은 그 위의 강자들이었다.
그래서 호기롭게 나선다.
“우리는 그대를 상급자로 인정할 수 없….”
대표로서 준비한 대사를 말하려던 근원(根源)은 순간 이마에서 통증이 일어난다.
퍼억! 퍼서서석-!
“윽!”
독한 술 향기와 깨어진 술병의 파편이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주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방금 마신 빈 술병을 차원권능으로 던져서 근원(根源)의 이마를 쳐버린 것이다.
따따따따따땅!
그것도 하나가 아니었다.
접근해오던 수십 명의 영웅신의 이마를 근처에 있던 빈 술병들이 차원 도약해서 동시에 가격해버린다.
“!!!”
“!!!”
영웅신의 기본능력과 전투력을 생각하면 이렇게 반응하지 못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경악한 흑염 군단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소롭다는 어조로 말한다.
“하! 아직 그것도 못 피하나?
그럼 나는 너희와 놀아줄 수준이 아니다.”
“으윽!”
방금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해 술병을 맞은 일에 경악했지만, 방심해서 당했다 생각하면서 전투태세를 취하는 근원(根源)과 영웅신들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들을 쓱 흩어보고, 다른 술병을 들어 올리면서 경고한다.
“아직도 난 혼자이며 일족이나 세력도 없다.
하지만, 이제 부하의 반항이나 하극상을 봐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무엇보다 자신보다 강자도 못 알아보는가?
그런 약자는 내게 필요가 없다.
괘씸죄와 본보기로 죽도록 두들겨 맞고 싶으냐?”
흥미가 떨어졌는지 살기와 투기를 풀어버리면서 술병을 오른손으로 잡고 일어서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왼손에는 마신황제의 마력의 손톱이 길게 자라나서 시공간 절단을 시작한다.
“필요 없는 머리부터 잘라줄까?”
사아아아아아악!
도저히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고 빠른 차원권능과 신체를 전문으로 절단하는 마력의 손톱이 조합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예측한 영웅신들의 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주르르르르-!
아무리 피하려 해도 머리가 갈라지거나 잘리는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
“….”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굳어있는 영웅신들을 노려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나직하게 말했다.
“목은 잘렸지만, 즐겁게 술을 마시며 놀게 되는 신비하고 재미난 경험을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그러면 조용히 가서 놀아라.”
힘의 차이를 파악한 영웅신들은 바로 물러났다.
기분이 영 잡친 표정을 지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흑염의 절대자의 옆으로 가서 건의했다.
“오랜 봉인에서 해동이 덜 되어서인지 신체에 문제가 많습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토벌할 일족의 지배층에게 역으로 당할 수 있습니다.”
황금 세력을 위해서 다른 일족의 지배층들과 많이 충돌한 차원창세신 코아였으니 정확한 평가였다.
이미 힘의 차이를 인지한 영웅신들은 모두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들로서는 차원권능을 쓰는 창조신이 마신황제의 마력까지 갖추고 있는 지금 상황은 충격이었다.
‘도대체 봉인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빨리 정보를 모아야 하겠군.’
그런데 최악의 예측이었던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아서 아주 기분이 좋아진 흑염의 절대자의 반응은 달랐다.
땅-!
작은 술통을 들어서 차원창세신 코아가 손에 들고 있는 술병에 부딪히면서 말한다.
“후후! 그 정도로 상태가 나쁜가?
내 눈에는 나름 쓸만해 보이는데?”
“영웅신의 존재감과 잠재력 덕분입니다.
전투나 결투에 들어가면 급속하게 본래 실력을 되찾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규모 전쟁터에서 그럴 기회가 없습니다.
주변의 적들이 기다려줄 리가 없지요.
무엇보다 지배층만 골라내서 타격하기 위해서는 지금 최상의 상태여야 합니다.
다른 십중심 사장님들이 저런 상태의 영웅신들을 선봉으로 인정할 리가 없습니다.”
나름 타당한 지적이었기에 흑염의 절대자는 직감으로 잠시 파악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묻는다.
직감이 보여준 미래는 일천 명의 영웅신이 전부 피투성이가 되어서 쓰러진 광경이었다.
물론 범인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래서 네가 직접 손을 보겠다고?
좀 참지그래?”
“분풀이는 아닙니다.
재활치료이지요.”
사지가 멀쩡한 영웅신이 드물 정도로 신체가 조각 조각나고, 목도 수없이 잘려져 있었는데 모두 살아있었다.
양손에 행성을 가를 기세로 마력의 손톱을 길게 뽑아낸 차원창세신 코아가 벌인 짓이었다.
“전부 시체와 병신을 만들 기세인데?”
“모두 멀쩡할 겁니다.”
소멸보다 이런 상태로 살려놓은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흑염의 절대자는 감탄하면서 묻는다.
“일천 명의 영웅신을 상대하면서 단 하나도 죽이지 않았는가?
진짜로 붙이고 돌리면 바로 이상이 없는 상태로군.
그래도 이건 영 아닌 것 같은데?
갓 풀려난 애들의 기를 이렇게 죽이면 쓰나?”
흑염 군단이 출범하는 영광스러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는 싫어서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부하로 받아들여야 하고, 현재 쌓인 감정도 많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물러서지 않는다.
“저도 지휘권을 세워야 하지 않습니까?
대놓고 상급자를 시험하겠다는 저놈들이 좋은 말로 듣겠습니까?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본때를 보여야 하지요!”
“….”
흑염 군단을 만든 것은 좋은데 부하들의 철없는 요청과 무시할 수 없는 조력자의 요구에 슬슬 머리가 아파지는 흑염의 절대자였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딱 그 꼴이군.’
자유롭게 혼자 돌아다니던 시절이 벌써 그리워지고 있었다.
솔직히 알아서 싸우라고 내버려 두고 싶은데 직감이 바로 다가올 미래의 결과를 보여준다.
반짝!
언제나 보던 검은 불길이 타오르는 저 너머에 십중심의 모든 정예세력이 집결된 거대한 원형의 투기장이 보인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차원창세신 코아와 검은 전신 갑옷으로 중무장한 흑염 군단이 마주 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완전히 군대가 된 그들은 십중심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라는 깃발과 함께 일이라는 숫자와 선봉과 일이라고 적혀있는 검은 망토를 두른 상태였다.
그리고, 원형 투기장을 둘러싼 수많은 십중심 세력의 전신과 투신들이 전부 비슷한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어라?
진짜 선봉이네?
이 녀석이 회의에 가더니 확실히 흑염 군단의 선봉이 받아들여진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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