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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에서 온 소녀를 황금의 절대자가 반려로 삼으려 한다는 소문은 황금 세력만이 아니라 황금 일족의 원로들이 모두 튀어나올 정도로 큰일이었다.
그리고, 단숨에 황금의 절대자에게 전달되어서 당장 궁에서 나오게 한다.
그는 시작(始作)이 있는 궁 앞에 엎드려서 그것만은 아니 된다고 외치는 황금 일족의 원로들에게 몇 번이나 다짐해야 했다.
“시작(始作)님을 반려로 삼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반란이 끝나면 외계로 다시 돌아가셔야 한다.”
이 발언은 황금의 절대자에 의해서 모든 바람이 이루어지는 환상 같은 생활을 하고 있던 시작(始作)에게도 전달된다.
급격하게 침울해진 그녀를 달래기 위해서 애를 써야 했던 황금의 절대자는 겨우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연애의 달콤함만이 아니라 쓴맛을 보자 자신의 이상함을 깨달은 것이다.
‘무섭군.
외계에서 온 존재는 절대계의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가 이런 의미였어.
창조주를 위한 흐름만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걸은 감정의 제어조차 무효로 했다.’
황금 일족의 부흥을 위해서 걸은 감정 제어가 시작(始作) 앞에서는 제멋대로 해제된 사실을 깨달은 황금의 절대자는 시작(始作)의 궁에 발길을 끊었다.
그렇게 다시 반란에 집중할 수 있게 된 황금의 절대자가 십중심의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 우려했던 상황을 보게 된다.
“흠흠!”
“푸후!”
“크큭!”
황금의 절대자가 겨우 연애 때문에 낭패한 모습을 본 십중심들은 신족 출신이나 초월자 출신이나 가리지 않고 웃음을 참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들에게 완벽한 지배자이자 강자였던 황금의 절대자의 이런 이탈은 순수한 충격이었다.
‘십중심 대표인 황금이 왜 회의에 불참하나 했더니 연애 때문이었다니?’
‘이제와서 감정이 흔들린다니 어이가 없다.’
‘아마도 시작(始作)님의 존재감 때문이겠지.’
‘그분에게는 절대계의 법칙 자체가 무너지니 타당한 추리입니다.’
‘창조주를 위한 흐름을 무력화하기 위해 데려온 시작(始作)님이 설마 황금의 절대자를 매혹하다니 큰일이 날 뻔했어요.’
‘누가 외모에 손을 대었는지 정신체로서도 극상의 미모였습니다.’
‘황금의 절대자가 권능의 정점이라고 해도 남자라는 뜻이겠지요.’
‘사정을 이해하나 이건 커다란 실수다.’
황금일족의 복수와 재건을 위해서 매진해오던 황금의 절대자가 달성 바로 직전에서 연애에 빠졌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그래도 십중심의 수장이 왔으니 정중하게 맞이하는 대신(大神)이었다.
“어서 오시게. 황금”
“실례하였습니다. 대신”
대표로 온 환영에 응답하고서 자신의 자리에 앉은 황금의 절대자에게 여기저기서 요구가 쏟아진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만, 주변이 무척 시끄럽군요.
언제쯤 이 소요가 가라앉을 것 같습니까?”
“언제 저들은 물러가나?”
십중심들이 회의실을 막고 있던 결계를 해제하니 회의실 바깥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소리가 전달된다.
“아니 되옵니다. 위대한 황금이시여.”
“통촉하옵소서.
황금 일족의 수장이 다른 일족을 반려로 맞은 경우는 역사상 전례가 없사옵니다.”
황금 일족의 원로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황금의 절대자의 얼굴이 확 굳어진다.
공간이동으로 와서 몰랐는데 주신전 밖에도 황금 일족이 몰려온 모양이었다.
‘내가 몇 번이나 반려로 삼지 않겠다고 확언을 해주었는데 계속 시위에 나서고 있구나.
다른 십중심들이 있는 장소에서 이게 무슨 창피인가?’
황금의 절대자의 곤란한 얼굴을 본 회색의 절대자는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가장 중요한 국면이다.
그런데 손님 앞에서 세력의 이익이나 체면을 차리지 않고, 모두가 제멋대로 지껄이는군.
아주 엉망이야.
호칭만 전하라고 바꾸면 완전히 입만 놀리는 망국(亡國) 직전으로 보일 지경이다.
어쩌다가 황금 세력이 이렇게 되었지?
반란하기 전에 내부단속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
지독하기로 유명한 회색의 절대자의 독설답게 대놓고 이죽거리는 소리지만,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질문에 모두가 대답을 기다린다.
“시작(始作)님은 외계로 언제 돌려보낼 생각이지?
설마 진짜로 반려로 삼을 생각은 아니겠지?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십중심을 위한 흐름조차 뒤바뀔 수 있다.”
“….”
절대계 창조주를 위한 흐름이 반란에 성공하면 십중심을 위한 흐름으로 당연히 바뀐다.
그리고, 외계에서 온 시작의 존재가 바로 지금처럼 혼란하게 할 수 있기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회색의 절대자는 모두의 심정을 모아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무조건 돌려보내야 한다.
돌발요소는 하나로 충분해.”
불안해하는 요소가 차원창세신 코아라는 점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차원창세신 코아는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작(始作)과는 처지가 달랐다.
시작(始作)에 대한 연애감정이 남아있어서 잠시 대답을 망설인 황금의 절대자는 곧 단호하게 말한다.
“창조주에 대한 반란이 끝나는 순간 외계로 바로 되돌리겠습니다.”
그 선언에 회색의 절대자와 십중심의 얼굴에서 겨우 불안이 가셨다.
본인은 아무런 힘도 없는 여자아이라고 하지만, 십중심의 권능과 마도, 오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는 껄끄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올바른 판단이다.
여자에 미쳐서 나라를 말아먹는 어리석은 군주는 아직 안된 모양이군.
그럼 저 앞뒤 가리지 못하는 늙은이와 어린애들에게 그렇게 공식적으로 약속해주고, 우리 눈앞에서 치워주기를 바라지.
큰일을 앞두고 있는데 이런 잡음은 상당히 거슬리는군.”
다른 십중심들도 같은 생각인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회의를 장시간 했더니 나름대로 의견일치를 이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음을 파악한 황금의 절대자가 바깥으로 의지를 보내자 시위소리는 잦아들면서 합창과 같은 외침이 들려온다.
“망극하옵니다! 위대한 수장이시여.”
그렇게 조용해진 회의실에 회색의 절대자가 가볍게 혀를 차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망극 좋아하네.
수장과 일족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원로라는 것들까지 소란을 말리지 않고 앞장서다니 싹수가 아주 노랗다.
이러면 황금 일족부터 최전선에 세워서 모범을 보여야 하겠군.
못하겠다면 전원 자결하라고 해.
어차피 반란에 성공하면 황금 일족의 부활은 손쉬운 일이다.
겨우 재생한 얼마 없는 순혈의 황금족이라고 특별취급할 필요가 없다.
지배권을 넘겨받으면 찍어낼 수 있을 테니 말이야.”
“….”
확실히 창조주의 권한을 획득하면 황금 일족의 재생은 손쉬운 일이 된다.
이번 일로 단단히 마음이 상한 황금의 절대자는 남의 일족에게 괜한 참견은 하지 말라고 반론하지 않은 채 누군가를 찾았다.
본성까지 조사해도 없자 차가운 목소리로 묻는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어디로 갔습니까?
소집명령을 내렸는데 불응을 했습니까?
일단 돌아온 것으로 알았는데요.”
그 말에 검편이 대답해준다.
“흑염의 절대자가 영웅신 군단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은 모양이야.
돕는다면서 거기로 갔다.”
“으음! 흑염 군단.”
그렇지 않아도 흑염의 절대자의 절대적인 완력은 껄끄럽기 짝이 없었는데 이번에 받아들였다는 영웅신 군단도 큰 문제였다.
‘아직도 항의가 끊기지가 않는다.
무슨 수를 써야하겠군.’
여기에 이번 폭로사태의 배후로 차원창세신 코아를 찍었던 황금의 절대자는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나에게 이렇게 겁 없이 일을 벌일 수 있는 존재는 절대계에서 차원창세신 코아밖에 없다.
겁 없는 놈! 가만두지 않겠다.’
증거는 없고, 회수한 사진에서도 아무런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심정적으로 확신하고 있는 황금의 절대자는 시작(始作)의 아름다운 얼굴과 마음을 뒤흔들던 특이한 존재감을 떠올리면서 내심 이를 갈았다.
‘으득! 남의 사생활에 함부로 끼어 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비록 잘못된 흐름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그냥은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시작(始作)과의 연애감정을 확실히 끊은 황금의 절대자는 정력적으로 회의를 주관하기 시작한다.
절대계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황금의 절대자답게 아직 모호했던 반란 선포일과 처단하거나 설득할 세력, 방법들을 명확히 하면서 전력 배분까지 끝내간다.
그때 차원창세신 코아는 흑염의 절대자와 영웅신 군단을 쳐다보면서 긴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아! 아마도 황금의 절대자가 내가 한 짓이라고 눈치를 챘겠지?
그런데 밀애(密愛)를 공개적인 연애로 만들어서 공론화시키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어.
그렇지 않고 개인적으로 말렸다면 오히려 서로의 감정이 타오를 뿐이지.
그리고, 역시 여기는 이 꼴이네.
설득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잘 된 모양이군.
그런데 엉망이야.”
어디서 술과 음식을 구해왔는지 엄청난 축제를 벌이고 있는 영웅신들과 흑염의 절대자였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는 어느새 헐레벌떡 다가온 어디서나 있는 푸근한 아저씨 인상의 상인으로 보이는 존재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상대를 방심시키는 푸짐한 몸과 그린듯한 접대용 미소를 보니 딱 상인이로다.
그러나, 내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을 보니 전쟁상인이로구나.
정기와 전투의 냄새를 맡은 모양이지?”
차원창세신 코아는 절대계에서 학살은 하지 않았지만, 황금 세력의 확충과 십중심의 결집을 위해서 상당한 전투와 실적을 얻어서 명성을 쌓았다.
그런 위험한 투신에게 이렇게 쉽게 접근하는 상인이라면 결론은 나온 것이다.
“허허! 역시 절대계에 이름이 높으신 차원창세신 코아님다우신 안목이십니다.
일단 이것부터 받으시지요.”
전쟁상인은 숨기지 않고서 바로 계산서 뭉치를 내밀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로 영수증 뭉치를 확인하면서 질문을 퍼붓는다.
설명을 해주어야 할 당사자인 흑염의 절대자가 영웅신들 앞에서 술통으로 공깃돌놀이를 하면서 마시는 기술을 부리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역시 전부 외상이지?
흑염 사장님이 나에게 술값까지 청구하라고 하더냐?
필수 보급품의 청구요금도 넘기셨겠지?”
“맞습니다.
여기 계산서가 추가로 있습니다.”
“쳇! 수송지역까지 명시해놓았군.”
비밀유지는 어디로 가져다 버렸는지 물자 운반처가 주요 진군로의 최전선 요새였다.
‘누가 보아도 어떤 일족을 공격하려는지 의도가 명확해 보인다.
이러면 너무 소문이 커지는데?
잘못하면 쓸데없는 십중심을 반대하는 연합이 생길 수도 있다.
조금 흔들어 놓아야 하겠군.’
의심과 실제적인 군사적인 행동을 받아들이는 데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청구서를 수정한다.
“배송 위치를 여기로 변경한다.
나에게 전부 보내도록 해.
흑염 사장님에게 확인이 필요하나?”
“정기 지급을 하시는 분의 의사가 우선이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전쟁상인은 바로 수정 지시를 받아들였다.
이렇게 흑염의 절대자의 요구 변경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자체가 차원창세신 코아가 십중심에 지지 않는 명성과 악명을 짧은 시간에 쌓아 올린 증거이기도 했다.
그렇게 흑염의 절대자가 저질러놓은 일들을 처리하는데 점점 이마가 찌푸려진다.
‘정말 많이도 처먹는다.
저것들은 영웅신이 아니라 돼지신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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