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회색 영역조각에 자신의 거주지인 진짜 이데아의 위치까지 포함되어 있기에 내심 서늘한 심정을 숨기면서 말한다.
“훔쳐간 내 자료만 돌려주면 살려서 돌려보내 주마.”
“읽은 존재의 머리나 기억까지 넘겨드려야 하겠지요?
그건 힘들겠습니다.
할 일이 많아져서 저에게도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쏘아본 회색의 절대자는 허공으로 다시 던져넣으면서 말한다.
“나는 이 분할을 찬성하겠다.
아직 손에 들어오지도 못한 절대계의 지배권을 놓고 더는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지.”
그 말과 동시에 원래의 위치로 돌아온 절대계의 조각이 회색으로 물들면서 남아있던 검붉은 조각과 달라붙는다.
찰칵!
그 소리는 시작이었다.
더는 논쟁을 했다가는 결투를 벌일 상황이라는 판단이 서고, 나름대로 조각이 품은 지역에 만족한 다른 십중심들도 허공으로 던진다.
찰칵! 찰칵! 찰칵!
각자의 권능의 색으로 물들어서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절대계를 보는 십중심들은 아직 자리에 없는 황금과 바람의 자리를 보면서 말한다.
“이들은 이 토론에 참석을 거부한다.
결과가 공정하기만 하면 찬성한다고 했다.
그러니 끝난 것이지.”
절계계 조각에 황금색과 백색이 추가된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챙겼다.
“이제 실무자들에게 세부사항을 파악하라고 넘기겠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절대계를 좌우할 토론에서 빠지면서 결정을 받아들이시겠다니 참으로 대담하신 배포들이십니다.”
그 말에 쓰디쓴 미소를 지은 십중심들이었다.
자신들에게 영역결정권을 양보한 두 명이 만족할만한 지역을 주는 일이 가장 걸리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에게 결론을 맡겼어도 절대계에서 최대최고의 세력을 가지고, 자신도 최강인 황금의 절대자를 무시할 방법은 없다.’
‘혼자서 종족전쟁을 종식을 시킨 바람의 절대자도 만만치 않지요.’
최강의 초월자라는 명예를 흑염의 절대자 대신에 가져간 바람의 절대자의 죽음의 힘은 십중심이라고해도 상식 밖의 힘이었다.
그런데 바람의 절대자의 웃음이 들리면서 회의실의 문을 열린다.
“후후후! 그렇지도 않다.
있는 것이라고는 목검과 대검만 있는 내가 절대계에 영역을 가져서는 뭐하겠는가?
관리할 수 없어서 방치될 뿐이겠지.”
마치 산들바람이 불듯이 정문과 의자 사이를 순간에 가로지른 바람의 절대자가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허공에 떠 있는 절대계의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나의 영역인가?
네 솜씨인가?
깔끔하구나.”
“과찬이십니다. 어르신.”
바람의 절대자는 열 개의 색으로 균등하게 나누어진 절대계에서 백색으로 빛나는 영역을 빼내어 들면서 말한다.
“그럼 이 영역을 다른 십중심님에게 나누어 드리는 대가로 부탁을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
아직 점령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기정사실이다.
막대한 재산 가치가 있는 광대한 영역을 가지지 않고, 다른 십중심에게 나누는 대가로 청탁이 있다는 말에 놀란 모두였다.
바람의 절대자는 절대계의 십 분의 일을 내놓은 자신의 요구조건을 천천히 말한다.
“제 아들에게 십중심 여러분의 모든 권능과 마도, 오의를 전수해주십시오.”
“!!!”
“!!!”
각자의 고유권능을 한꺼번에 익힐 수 있을 리도 없으며 약점을 전부 알려달라는 말과 같았다.
당연히 말도 안 된다는 반박이 나오려 하는데 바람의 절대자는 자신의 탁자에 백색으로 빛나는 절대계의 영역과 파멸유혼검을 올려놓으면서 말한다.
“제가 익히겠다는 뜻이 아니라 제 아들에게 전수만 해주시면 됩니다.
저는 절대로 배우지 않겠으며 아들이 재능이 없어서 못 익힌다면 그걸로 감수하겠습니다.
또한, 어떤 일이 있어도 십중심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겠다고 조상님들을 걸고서 맹세하겠습니다.
이런 조건으로 황금의 절대자님과는 이미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이 계약이 받아들이면 저는 이제 창조주의 지시를 받아서 힘의 질서를 유지하는 파워 오브 엠블렘이 아닙니다.
완전히 십중심의 편에 서기로 했습니다.”
황금까지 허락했고, 바람의 절대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조상까지 거는 모습을 본 십중심들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갔다.
‘우리의 모든 권능을 아들에게 알려달라?
진짜로 죽음의 기운을 이기고서 혈족을 보게 된 모양이군.’
‘어떤 정신체라도 혼자서 모든 십중심의 권능을 익힐 수는 없어요.’
‘대를 이어서 오의처럼 익힐 모양이지만 불가능하다.
용량 자체가 부족해.’
‘약점을 파악한다고 해도 십중심이 아니라면 아무 소용이 없지.’
‘본인이 익히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니 그것도 문제가 없어요.’
무엇보다 절대계의 힘의 상징이자 중립으로서 창조주의 편에 서 있던 파워 오브 엠블렘이 완전히 십중심의 편으로 만들 기회이기도 했다.
같은 중립이며 지식의 상징인 회색의 절대자가 영 마땅치 않은 눈빛으로 바람의 절대자를 쳐다보다가 차원창세신 코아를 노려본다.
‘후손을 가장 우선시하는 바람의 절대자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제안이다.
반란이 진행되면 원래 이렇게 될 것이지만 이렇게 급하게는 아니었다.
아마도 마무리 과정에서 나올 이야기인데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되는구나.
이게 다 네놈 탓이지?
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러냐?’
‘죽기밖에 더하겠습니까?’
‘목숨 예비를 믿고 너무 설치는구나.
몇 번이나 죽어야 제정신을 차릴까?
이렇게 흐름을 바꾸어놓고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세계의 흐름은 이제 나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격류로 바뀌었다.
이 흐름에 몸을 맡기면 너 정도는 어디로 날아갈지 아무도 몰라.’
‘….’
이제 예비 목숨이 없고, 돌아갈 자신도 사라졌다는 말은 차마 못 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다만 대꾸는 한다.
‘전 최선을 다했고, 상응하는 결과를 내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되겠지요.’
대책이 없어 보이는 응답에 회색의 절대자의 눈썹이 하늘로 치솟았다.
‘뒤를 생각하지 않다니 참으로 현자답지 않은 행동이다.
그런데 능력이 되니 참으로 위험하구나.’
막 분노를 터트리려는 순간에 다른 십중심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있음을 깨달았다.
눈초리에 섞인 의심과 경계를 느낀 회색의 절대자는 더욱 마땅찮은 말투로 받아쳤다.
“뭐냐?”
“차원창세신 코아와 무슨 이야기를 했지?”
“같은 현자계열이니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지령 하달인가?”
“뭐라고?
지령?”
들어보니 몇 마디 의지를 주고받았다고 차원창세신 코아의 배후로 의심받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웃음을 터트리기 직전의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본 회색의 절대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흥! 예측할 수 없는 부하는 줘도 안 가진다.
그리고, 이건 너희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다.
관심 가질 필요도 없다.”
단호하게 자르는 대답에 다른 십중심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묻는다.
“우리는 바람의 절대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모든 십중심은 그의 아들에게 권능과 마도, 오의를 전수한다.”
“그 대가로 창조주가 주관한 힘의 질서를 유지하는 파워 오브 엠블렘은 앞으로 십중심을 위해서 움직인다.”
“너도 찬성하는가?”
그 말에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회색의 절대자는 바람의 절대자를 쳐다보면서 묻는다.
“최강의 초월자인 바람가가 나의 현자의 지식까지 원하는가?
무사(武士)가 힘 외에 지혜까지 얻어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절대계를 영원히 지배할 독재자라도 만들 생각인가?”
그 말에 내심 정곡이 찔려서 뜨끔한 차원창세신 코아였지만, 바람의 절대자의 대답을 기다렸다.
모든 십중심의 시선이 모이자 바람의 절대자는 태극천검을 탁자에 올려놓으면서 말한다.
“말씀대로 저와 저의 선조들은 무가(武家)입니다.
지배에는 아무런 관심도 욕심도 없습니다.
오로지 가문을 위해서 더욱 나은 후손을 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그 결과로 저는 독자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성체를 초월하여 정신체가 되었습니다.
더 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저보다 강한 후손이 필요합니다.”
이 대답이 모두의 권능에 진실이라는 판정이 뜨자 십중심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과연 바람가답다!
지금의 위치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위를 노리는가?”
“절대계 최고의 명문다운 행동이자 목표요.”
절대계에서 최고의 명문 가문이 독자계승(獨子繼承)의 바람가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전력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명문 가문이나 지배세력이 따라갈 수 없는 저 순수한 향상심이었다.
“못 믿으시겠다면 다른 십중심에게 아들이 배우는 대신에 저의 바람가의 오의도 전부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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