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강제로 봉인을 뜯어내고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를 해서 점점 신체가 악화가 되는 심각한 상태였다.
그래서 나온 비꼬는 말투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말에 흑염의 절대자도 화를 내지 못했다.
“어떻게 안 되겠냐?”
아쉬운 것은 흑염의 절대자이니 당연하게 부드러운 부탁의 말이었다.
이제 풀린 뒷덜미를 바르게 편 차원창세신 코아도 아주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물론 됩니다.
원래 이런 일이 창조신의 전문이지요.
그런데, 흑염 사장님.
숨겨 놓은 재산은 얼마나 되시죠?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죠?”
그 말에 흑염의 절대자는 아공간도 아니고 바지의 주머니에서 정기 동전 몇 개를 꺼내어서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넘겼다.
짤랑! 짤랑!
손바닥에 부딪히는 찬란하게 빛나는 정기 동전을 보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빛이 확 타올랐다.
고액의 동전이 아니라 너무나 푼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침착하게 말한다.
“농담이시죠.
요즘은 애들도 동전을 안 받습니다.
십중심 용병으로 꽤 많이 벌어놓으셨지 않습니까?”
그러자, 흑염의 절대자는 바지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 보이면서 한마디를 한다.
“그게 내 전 재산이다.
네가 저번에 소개해준 거신족 술집에서 전부 썼다.”
“….”
겨우 식사비도 안 되는 비용으로 일천 명이 넘는 영웅신 봉인을 해제해달라는 요구가 전혀 무리가 아니라는 얼굴이었다.
혹시 특이한 권능이 걸린 동전 인가해서 조사를 해보니 정기로 만든 평범한 동전이 확실했다.
‘역시 흑염의 절대 직감이 내 생각을 앞지르고 있다.
이번에는 무상봉사는 곤란하지.
흑염 군단에 확실하게 한 발을 걸쳐놓아야 해.’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대응할 수 있는 권능을 확인한다.
단 하나가 있었다.
‘바벨의 동전 탑.
자기희생을 담보로 더욱 나은 선택을 보여주는 현자의 직감권능인가?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열화 권능이나 희생과 반복되는 횟수가 커지면 능가한다.’
현자에게 천적과 같은 흑염의 직감에 대응하는 유일한 현자계열의 권능이었다.
‘선택을 반복할수록 위험부담은 기하급수적이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지.’
절대 직감으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일대 흑염의 절대자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은 이 권능뿐이었다.
짜랑! 짜랑! 짜라라라라랑!
손아귀에서 서로 충돌하던 동전들이 탑을 이루더니 각자 회전하기 시작한다.
“흠! 이걸로는 사탕 몇 개 사면 끝이겠는데요.
더 주실 것 없으십니까?”
“내 직감은 동전도 줄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오히려 너에게 이익이라고 말이다.”
역시 절대 직감으로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사실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벨의 동전 탑을 전력가동 시킨다.
‘돌아라!
바벨의 동전 탑.
몇 번을 시도해도 좋다.
나에게 흑염 군단을 지금 가져와라.’
따땅!
흑염의 절대자의 말과 차원창세신 코아의 요구에 회전하는 동전 탑의 중간에 있던 동전 하나가 쇳소리를 내면서 튕겨 나갔다.
울컥!
그와 동시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온다.
“!!!”
바벨의 동전 탑에서 쫓겨나가서 산산조각이 난 정기 동전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혼란으로 물든다.
‘내가 내 권능에 치명상을 입어?
이…이거 뭐야?’
권능 분석을 해보니 머릿속에서 끈질기게 봉인 해제비를 요구하면서 슬슬 흑염 군단에 지분을 언급하는 자신의 모습이 재생된다.
그런데 분노가 폭발한 흑염의 절대자의 주먹 한 방에 저 멀리 날아가면서 영상이 끊긴다.
그리고, 날라가기 직전으로 돌아가서 끝없는 반복이었다.
‘이익! 실패 직전으로 되돌려서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반복하는 권능이었어?
이거면 언제나 동전의 앞면에도 이길 수 있다며?
수백 번 죽어서 한번 성공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이건 사기잖아!’
속으로 또 이상한 권능이 현자계열에 추가되었다고 한탄을 하는데 흑염의 절대자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빛난다.
“으응? 내 직감이 보여주는 선택이 방금 흔들렸다.
너 그거 뭐냐?”
입에 고였던 피를 뱉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벨의 동전 탑을 취소시키면서 말한다.
“퉤-! 바벨의 동전 탑이라고 많이 먹으면 죽는 불량식품과 같은 현자계열 직감권능입니다.
절대 직감을 가지신 흑염 사장님이 신경 쓰실 가치도 없습니다.”
“응? 그것도 진실이기는 한데 의문부호가 뜬다.”
“전투가 아닌데 제가 희생을 감수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서로 좋은 거래를 해보지요.”
제가 소개해드린 거신족 술집 덕분에 정기가 없으시다니 봉인 해제 보상은 안 받겠습니다.
대신 하나 여쭙겠습니다.
봉인을 해제하신 후 흑염 군단의 보급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응? 아! 그거! 허허! 하하!”
겸연쩍은 표정으로 웃기 시작한 흑염의 절대자였다.
당연히 대책이 없는 줄 알았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커다란 화면을 띄우고, 계산에 들어간다.
“영웅신은 위력은 큰 대신에 연비가 아주 안 좋습니다.
최저 유지비만 해도 대략 주신 다섯 명으로 잡아야 합니다.
그럼 주신의 봉급을 일천만으로 잡으면 대략 일만 년에 오천만이 들어갑니다.
오천만에 일천 명을 곱하면 오백억이군요.
이러면 유지에 행성 오십 개는 필요하겠군요.
신계에서 여유 전개는 일할 정도이니까요.”
“오십억!?
군단 유지에 행성이 오십 개가 필요하다고?”
“흑염 군단이 신체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입니다.
전쟁하실 것이라면 열 배는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전쟁 예산이 오백억부터 시작하겠군요.”
“윽!”
억 단위의 정기는 근거지도 없이 떠돌다가 돈이 떨어지면 용병을 하거나 마수를 잡아다 팔면서 생활하던 흑염의 절대자에게는 상상도 못 했던 거액이었다.
그러나, 검은 불길이 눈동자에 일렁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보급은 대책이 있다.
너는 봉인만 해제해다오.”
절대 직감으로 흑염의 절대자에게 나올 방법이 지극히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아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로 선을 그었다.
“다른 일족이 숨겨 놓은 보물을 빼돌리거나 강도질은 십중심으로서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단독침투도 아닌 군단을 운영하시면서 적의 보급을 빼앗아서 하겠다면 전술의 기초부터 다시 배우셔야 합니다.
혼자나 일백 명 미만이면 모를까 일천 명 이상의 대대는 절대로 약탈로 유지되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안 들키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시면 포기하십시오.
절대계를 지배하시는 독재자가 되시겠다는 분이 이런 허술한 방책으로 군단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평생의 웃음거리입니다.”
“쳇-!”
모두 들켰다는 표정을 지은 흑염의 절대자는 사막에 내려앉아서 자신이 힘겹게 모아온 영웅신들의 봉인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서 말한다.
“그럼 다시 돌려주고, 일백 명만 남길까?
어차피 그 이상은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놈들이다.
부하가 되는 요구조건이 너무 많았어.”
그 말에 뒤따라 사막에 내려선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빛이 더욱 반짝인다.
“호오? 범죄신이 일백 명 정도고, 나머지는 영웅신의 심판을 피해서 스스로 봉인한 영웅신들이군요.
그들이라면 조건 없는 보호 정도로는 고개를 숙일 리가 없겠지요.”
“종족의 권력부터 시작해서 개인의 사치와 자유까지 보장해달라나?
직감으로 부하가 되는 조건을 읽고서 나도 고민을 참 많이 했다.
그렇게 해주어도 배반을 막지 못하더군.”
흑염 군단에 너무나 많이 소모되는 정기에 기가 질린 흑염의 절대자는 절대 직감마저 답을 내리지 못하자 내놓은 절충안이었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전혀 다른 제안을 한다.
“후! 그래도 흑염 군단이 아깝지 않습니까?
창조주님의 반란 이후에는 다른 십중심 사장님들의 견제로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 방책을 써보시겠습니까?”
“무슨 좋은 생각이 있느냐?”
다른 현자나 십중심처럼 이상하게 요구조건을 말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돕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호감을 품은 흑염의 절대자였다.
그렇게 분위기가 좋아지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탁!
간단한 동작이지만, 거기에는 흑염의 절대자조차 긴장하게 할 정도의 권능이 담겨있었다.
‘봉인권능인가?
거꾸로 발휘하면 해제권능이로군.’
사막 전부를 해일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해제권능의 파도는 각 종족이 정성스럽게 만든 영웅신의 봉인을 일거에 해제시켰다.
파아아아아-! 파파파파파파파-!
이게 얼마나 대단한 권능인지 어렴풋이 파악하여 감탄한 흑염의 절대자의 귀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이 들린다.
“일단 봉인부터 풀었습니다.
범죄신부터 부하로 삼으시고, 일반 영웅신들을 처리하십시오.
보급은 그다음에 이야기하시죠.”
“좋아!
하나하나 풀어나가 보자.”
호기롭게 외치는 흑염의 절대자의 눈에 봉인장치인 수정관들이 영웅신들을 일제히 토해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거대한 신력과 권능의 파장이 대지에 엄청난 진동을 일으킨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일천 명이 넘는 영웅신의 봉인 해제는 일대 흑염의 절대자가 고위 정신체의 전투 여파에 견딜만한 거대 혹성을 일부러 골랐는데도 위태로울 정도였다.
물론 십중심에게는 웃길 정도로 약했다.
“훗! 역시 병아리 수준이로군.”
“딱 그 정도입니다.
쉽겠군요.
후우우우우-!”
차원창세신 코아는 느긋하게 담뱃대를 물고서 황금 연기를 뿜어서 혹성 전체를 권능영역으로 삼켰다.
그리고, 천천히 허공으로 떠오르면서 말한다.
“차원권능으로 행성 전부를 장악했습니다.
십중심 사장님들이 아니면 탈출은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황금 연기를 들이마시면 어지간한 상처는 전부 회복되면서, 잘 안 죽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설득하시면 되겠습니다.”
“확실해서 좋군!
그런데 너는 어디로 가냐?”
이제 본편인데 갑자기 빠지려 하자 의심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계면쩍은 표정으로 차원 문을 열면서 대답한다.
“저는 서로 충성과 보호를 맹세하는 감동적인 광경은 영 익숙하지 않아서 곤란합니다.
지금 제가 가려는 장소는 십중심 회의장입니다.
자꾸 호출이 오니 아무래도 일이 터진 것 같군요.
부하로 삼으시는 일이 끝나고, 연락을 주시면 바로 달려오겠습니다.”
“선봉은 무조건 나와 흑염 군단이다.
반드시 전해라.
만약 다른 세력이 선봉을 하려 한다면 나부터 넘어야 할 것이다.”
십중심 회의실로 간다는 소리에 못을 박듯이 확고한 어조로 말한다.
그러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응했다.
“물론입니다.
다른 십중심 사장님들의 세력은 분명 정예지만 영웅신이나 창조신, 마신왕 같은 강자가 적습니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다른 종족의 지배층과 싸우면 십중심 사장님들이 없는 지역에서 손해가 극심하니 당연한 판단입니다.
이쪽이 먼저 소수정예로 적대 종족의 지배층부터 쳐내야 합니다.
영웅신 군단이 가장 좋습니다.”
“바로 그거야-!
나의 직감도 그렇게 말했다!”
드디어 자신과 흑염 군단이 선봉을 서야 하는 확실한 이유를 찾은 셈이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쌀쌀맞게 말한다.
“그건 아니겠지요.
전과를 독점하면서 능력을 보여야 창조주님에게 각 종족의 지배권을 넘겨받는 협상이 쉽다고 했겠지요.
그것도 어떻게 해야 이기고, 다른 십중심 사장님들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지 방법도 안 가르쳐주면서 말이죠.
그래서 망설이신 것이 아닙니까?”
“….”
정확하게 진실을 찍혀서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흑염의 절대자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신당부한다.
“십중심으로 집결되었으니 이제부터 절대로 직감에만 의지하시면 안 됩니다.
절대 직감은 흑염의 절대자님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이제 집단의 이익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같이 일을 벌였는데 혼자 이익을 보면 그게 사기이자 배신입니다.
잘못하면 십중심의 공적이 됩니다.
다른 십중심 사장님들과 혼자 싸워서 진짜로 이기실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는 않겠지요?
절대계 모든 종족을 동원하시고, 항상 이길 수 있는 전쟁만 하셔도 최하가 공멸입니다.”
“지지 않을 수 있다!”
아직도 혼자 출세하는 방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흑염의 절대자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차원문으로 들어가면서 마지막 조언을 한다.
“마침내 의견을 모은 황금 회장님이나 바람가 어르신이 진심으로 나오시면 아무리 절대계 최강인 흑염의 신체라고 해도 견딜 방법이 없습니다.
직감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십시오.
그 둘이 합공을 해오면 이길 수 있냐고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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