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이 기회에 십중심의 선두에 서려는 흑염의 절대자의 내심을 파악하고, 지극히 불쾌한 표정을 지은 회색의 절대자는 아주 날이 선 비판을 날린다.
“너만 좋겠지.
기반 없이 벼락부자를 노리면 무조건 망한다.
이 곰의 탈을 쓴 여우야.
분에 넘치는 욕심에 깡패 짓은 그만하고, 자중해라.”
“뭐야!?”
화르르르르!
흑염의 절대자가 투기를 끌어올리자 검은 불길이 넘실거린다.
그러나, 모두의 관심과 지지가 자신의 머리에 모인 사실을 잘 아는 회색의 절대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영웅신으로 이루어진 흑염 군단이 너에게 있다고?
당장 보일 수 있나?
영웅신들의 설득은 제대로 끝났나?
봉인은 제대로 풀었나?
무식한 힘으로 해제하려 했다가는 봉인과 영웅신들이 같이 소멸이 될 테니 너로서는 무리겠지.
방금 내가 말한 사항들을 전부 해결하지 못했으면 가만히 있어.”
“으드득!”
그 말대로 영웅신의 봉인은 쉽게 해제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모처의 장소에 가져다 놓기만 했던 흑염의 절대자가 이를 부드득 갈면서 침묵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다른 십중심들은 감탄했다.
‘오-! 과연 현자의 정점인 회색다운 언변이로군.’
‘정확하게 숨겨진 상대의 약점을 찍었어.’
‘권능이 약한 흑염의 절대자가 봉인을 해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렇게나 고집을 부리던 흑염의 절대자가 아무 말도 못 하는 꼴을 보니 통쾌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전혀 의외의 발언이 흘러나왔다.
“흑염 군단이요?
영웅신의 봉인해제요?
그게 무엇입니까?
사장님들.”
갑자기 이상한 말이 튀어나오자 정말 당황한 표정을 지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무엇인가를 깨달아서 깜짝 놀란 회색의 절대자가 움직인다.
“인제 보니 네가 있었구나!
너는 도저히 안 되겠다.
당장 사라져라!”
“!!!”
무영창으로 권능과 마도가 퍼부어진다.
파파파파파파-!
설마 여기서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차원창세신 코아였지만, 차원권능으로 회피하려고 했다.
‘어림없다!’
그런데 회색의 절대자나 차원창세신 코아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 존재가 있었다.
바로 흑염의 절대자였다.
“그런가?
그렇구나!”
회색의 절대자의 무영창 공격에 직격 되기 직전에 도약하려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뒷목을 잡아채면서 바로 회의실을 벗어난다.
팟-!
“억!”
미처 피하지 못한 차원창세신 코아가 당황해하는데 흑염의 절대자가 남긴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렸다.
“크하하하하! 나의 흑염 군단을 바로 보여주겠다.
내 선봉 문제는 조금만 있다가 다시 이야기하자!”
차원권능을 발동하기 직전에 흑염의 절대자에게 뒷덜미를 잡혀서 끌려가는 신세가 되어버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어이가 없었다.
‘분명 일대 십중심 중에서 차원권능의 발동속도를 따라올 존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잡혀버렸다.
내 분석이 잘못된 것이 아니야.
흑염의 절대자가 더욱 빨라졌다.’
일격에 죽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도망을 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행동에 자극받은 흑염의 절대자가 더 강해졌으니 다른 십중심에게도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일대 십중심 모두가 더욱 강해지는 것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나?
정점에 도달한 존재가 발전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불안이 밀려온다.
만약 창조신의 상식을 초월한 자신의 힘에 위협을 느낀 일대 십중심이 긴장해서 수련에 매진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창조주의 과중한 업무에 미쳐갔기 때문에 미완성이었던 고유권능들이 완성될지도 모른다.
흑염의 몰아(黑炎의 沒我)와 같은 영원권능들이 말이지.’
소름이 오싹 밀려온다.
‘진리님이 조기 탄생과 폭이 넓은 수련으로 더욱 강해진다고 해도 오히려 어려워지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차원권능이 부지런히 흐름을 예측했지만, 아득하게 상위의 신격을 가진 존재들이라서 읽히지 않는다.
‘일대 십중심들이 지금 절대계가 가진 정기의 낮은 밀도로 신력은 낮았지만, 신격은 변함없이 높구나.’
일대 십중심의 신격에 가로막혀 온통 혼탁한 미래 예측에 차원창세신 코아도 맥이 탁 풀렸다.
‘에라이! 역시 더없이 높은 장벽이네.
이러면 나도 모르겠다.’
흑염의 절대자가 죽일 생각이 없는 것을 파악하고, 주변에 빠르게 흘러가는 광경을 지켜본다.
단순한 투기 방출인데 공간도약이 필요가 없을 정도의 초고속으로 행성과 행성을 뛰어넘고 있었다.
파아아아아-!
아무리 보아도 간단하게 투기를 뒤로 쏘아대면서 가속하는 방법이었는데 그야말로 번개였다.
‘허어? 이런 이동방법도 있나?
진짜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투기와 신체 능력이 대단하기는 하네.’
일대 십중심들조차 돌연변이라고 표현한 절대적인 신체 능력을 갖춘 흑염의 절대자다운 이동방식인데 이상한 행동을 시작한다.
두둑! 팟! 드드드득!
갑자기 진행방향을 급격하게 바꾸더니 뒷걸음질을 한다.
그리고, 원을 돌다가 제자리에서 회전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보기에 그냥 혼자 춤을 추는 것으로 보일 정도였는데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서 묻는다.
“지금 뭐하십니까? 흑염 사장님?”
“다른 십중심들의 감지권능을 피하고 있다.
제길! 지긋지긋한 회색 녀석!
이 자식이 제일 끈질겨.
절대계에 이놈의 감지 장치가 없는 곳이 거의 없어.
이크! 또 있군.”
욕설을 내뱉으면서 그대로 몸을 엎드리더니 앞으로 튀어나간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직진을 시작하자 다시 묻는다.
“그렇게 하면 피해집니까?
그보다 어떻게 아십니까?
저는 잘 안 보이는데요?”
차원권능으로 파악하기 힘든 광범위하게 퍼지는 감지권능이나 은밀하게 숨어있는 감시 장치를 회피 동작으로 피한다는 소리는 처음 들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런데 대답은 더욱 가관이었다.
“감이다.
그걸로 할 수 있다.”
“….”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절대 직감이 무서웠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설마 십중심들의 감지권능조차 회피할 수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점점 황금의 본성에서 멀어지자 다시 묻는다.
“그보다 어디로 가십니까?
저희는 지금 중요한 회의 중인데요.”
황금의 절대자와 바람의 절대자가 직접 논의하는 것은 바로 반란 선포의 시기였다.
‘십중심의 집결이 완료된 이상 전력은 완벽하니 영원체들과 본격적인 협상과 대립을 시작하는 순간을 정리하는 중이다.’
거기에 끼어들 필요가 없어서 빠져나왔다가 이렇게 끌려가니 황당하기까지 했다.
“흑염 군단의 주둔지.
이것저것 다 익힌 너라면 어떤 봉인이든 바로 해제가 된다며?”
“누가 그래요?”
“내 직감.”
“….”
흑염의 절대자만 이해할 수 있는 소리를 해대니 점점 기가 막혀온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나는 영원체조차 일시적으로 봉인하는 이그드라실을 쓸 수 있다.
그보다 수준이 낮은 봉인의 해제는 손쉬우니 맞기는 하지.
그런데 어떻게 알지?’
작은 의문은 그러려니 넘어가면서 다음 의문을 묻는다.
“봉인된 존재들이 누구입니까?
그보다 흑염 군단이 뭡니까?”
“네가 영웅신으로 나만의 세력을 만들라며?
그래서 영웅신 군단을 만들었다.”
“예?”
지금 절대계에 그런 세력이 있다는 소리를 처음 들은 처음들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동자가 커졌다.
‘방금 흑염 세력이 아닌 흑염 군단이라고 했다.
그럼 오십 명 정도가 아니야.
늘었나?
군단이면 적어도 일백 명을 넘어설 것이다.
이 시기의 절대계에 영웅신이 그렇게 많았나?
바람의 절대자 어르신에게 거의 몰살당했을 텐데?”
그런 의문에 답해주듯이 설명이 이어진다.
“과거 종족전쟁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자신의 종족에게 봉인된 영웅신들이 있었다.
그리고, 영웅신을 전문적으로 처단하는 파워 오브 엠블렘의 손에 소멸을 당하기 전에 스스로 봉인한 존재들도 있었지.
찾아보니 꽤 많더군.
나도 깜짝 놀랐다.”
자신들의 종족을 이끌고 절대계를 제패하려던 영웅신들이 일으킨 종족전쟁은 파워 오브 엠블렘의 정의를 내세운 바람의 절대자의 무자비한 처분으로 종식되었다.
그런데 그걸 피해서 자신을 스스로 봉인한 영웅신들이 있다니 이건 보통 비밀이 아니었다.
‘봉인으로 숨은 영웅신의 존재는 각 종족에게는 극비 중의 극비일 것이 분명했다.
혼자서 떠돌던 흑염의 절대자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누가 알려주었나?
설마 나 말고 다른 흑막이 있나?’
혹시라도 자신 외에 차원권능으로 과거로 돌아와서 설치는 겁 없는 망둥이가 있을지 몰라서 조심스럽게 다시 묻는다.
“자신을 봉인해서 숨은 영웅신들이 있는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보다 위치를 어떻게 파악하신 것입니까?
보아하니 전부 끌어모으신 모양인데요?”
아까 보았던 십중심들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흑염 군단이라는 표현에 정황을 대부분 파악한 물음이었다.
그런데 바로 즉답이 돌아온다.
“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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