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보기만 있어도 신령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열망에 빠진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느낀 아이언은 차분하게 그녀의 허리를 안고서 등에 기대어 생각에 빠진다.
‘이제 과거의 변경은 무리이니 미래를 생각해야 했다.
모든 권능에서 십중심을 제외한 최고의 경지를 이룩한 회색의 절대자를 상대하려면 여러 권능을 익히는 방법은 당연히 제외다.
따라갈 수가 없지.
그러니 극상성인 황금을 끝까지 익히는 수밖에 없다.
다른 십중심급의 절대 권능을 흡수하여 깃발에 전개한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의 일격이면 분명히 승산이 있다.’
황금의 절대자 자체가 최강의 존재인데 여기에 동급 이상의 절대 권능을 담아서 활용하게 해 주는 에반젤리가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두 배의 타격을 주면 반드시 일격에 쓰러트릴 수 있다.
무엇보다 황금의 권능은 마력의 상극이다.
보자마자 기습하면 승산이 있어.’
그렇게 앞으로 방침을 세운 아이언은 부드럽게 허리를 일렁인다.
아이언이 그 자세 그대로 응급실을 향해서 걸어가자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다.
“이제 저의 부활을 보고 끝내요.
돌아가서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예! 흡!”
자신의 아기의 육체가 죽어서 과거 아이언의 신령에 의해 순간 분해하여 신체가 되는 광경을 직접 보는 순간이기 다가온다.
‘아아! 안녕! 나의 첫 아이.’
영혼이 없는 미숙아로 태어나서 바로 죽을 운명이었으니 횟수로 칠 수는 없으나 그렇게 전송한다.
그리고, 모습은 같으나 완전히 다른 신체로 부활한 모습을 보니 자신의 두 번째 아이가 된 아이언에 대한 애정이 한층 더 높아진다.
‘두 번 다시 잃을 수는 없어.’
차원권능으로 아이언도 소멸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의 의지는 활활 불타올랐다.
그래서 자신의 신체로 들어온 은하유성 아이언의 신체 일부가 사랑스러워 하복부 위로 쓰다듬을 정도였다.
‘내 안에 있어.’
한편 아이언은 착잡한 눈빛으로 막 부활한 자신의 신체를 쳐다보고 있었다.
‘신체 상태는 최상이로군.
역시 운명을 조정하고 있어.’
죽어가던 아기의 육체는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발동시킨 창조력으로 바로 회수하기까지 새 생명을 얻었다.
‘강한 생명력의 부여는 신체의 부활재료로는 악재였는데 전혀 이상이 없는 최상의 부활 상태다.’
신격과 기억을 넘겨받아서 활발하게 작동하는 정보행성 코아는 무방비가 된 아기의 신체에 어떤 제어를 걸려는 흔적조차 없었다.
‘진짜 가호만 하는 것인가?
아무런 대가나 이유도 없이 그럴 수가 있나?’
아무리 세상이 좋게 보여도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아이언으로서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아이언이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과거의 상황을 지켜만 보았을 때 일천억 년 전의 절대계 일대 십중심들은 격론 중이었다.
드디어 후손 문제를 해결한 바람의 절대자가 합류한다는 연락한다는 보고를 받고 기뻐하기도 잠시였다.
본격전인 개전을 준비하는 도중에 바로 심각한 문제가 터진 것이다.
“가장 강한 파괴력을 가진 내가 선봉을 서겠다.
막아서는 모든 종족, 신족과 마신족부터 박살 내주지.”
흑염의 절대자가 가볍게 말한 발언의 파장은 엄청났으며 논쟁이 벌어졌다.
혼자서 창조주를 능가한 십중심들이 모두 뭉쳤으니 이미 이긴 승부였기에 나오는 광경이었다.
지금 공통적인 관심은 단 하나였다.
‘반란 이후에 최대한의 발언권을 얻으려면 커다란 성과를 얻어야 한다.’
반란 이후의 정치를 생각해서 모두가 가장 큰 전과를 세울 수 있는 선봉을 바라고 있다.
황금의 절대자가 수습하려고 해도 흑염의 절대자는 절대로 고집을 꺾지 않는다.
“누가 나를 일대일로 이길 수 있다는 것이야?
적에게 압도적인 힘과 투기로 공포를 안겨줄 존재가 나 외에 누가 있어?”
영웅신 정도가 아니면 견딜 수 없는 흑염 권능의 특성으로 세력이 없는 흑염의 절대자로서도 물러날 수가 없었다.
‘여기서 확실히 내 힘과 존재를 인식시키지 못하면 나중에는 험한 일만 골라서 하게 된다.
잘못하면 반란세력이나 정리하면서 살아야 해.’
흑염의 직감이 경고한 지극히 정확한 미래였다.
‘혼자라면 포기하고 받아들였겠지만, 이제는 아니란 말이다.
나도 이제 작지만 강력한 세력이 있어.’
실제로 원래 흐름에서 창조주의 반란 시기에 별 활약을 못 한 흑염의 절대자는 자신만의 영역 구축에 실패했다.
그리고, 떨어지는 지명도와 명성으로 인하여 혼자만 세력을 만들지 못하면서 다른 십중심의 의뢰를 받는 용병신의 역할을 주로 맡게 된다.
흑염의 직감은 너무나도 정확하게 그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남의 뒤나 청소하면서 살 수는 없지.
드디어 영웅신들을 모았단 말이다!’
흑염의 절대자가 생각하기에 이번에 끌어모은 영웅신들을 잘 설득하면 개인 결투만이 아니라 종족 전쟁까지 가능한 수준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다.
숫자는 적지만 소수정예가 무엇인지 보여줄 정도로 병력의 질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대로 영웅신으로 만들어진 흑염 군단의 군단장이 된다.
그런데 문제가 많은 녀석을 억지로 모아서 뒤처리가 힘들군.
모든 반론을 무마할 정도의 전장과 전과가 필요해.
창조주 반란의 선봉이면 충분하지.’
그렇게 명확한 필요와 확신 때문에 시작된 흑염의 절대자의 고집은 결국 점잖기로 소문난 대신(大神)까지 큰 소리를 경고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흑염의 절대자가 이미 큰 사고를 쳤기에 말리는 존재는 이미 없어진 상태였다.
“이건 개인의 결투가 아닐세!
절대계의 운명을 바꾸는 대전쟁에서 혼자서 뭘 할 수 있겠나?
선봉은 다른 십중심에게 양보하게.”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라고 했다!
흑염 투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영웅신으로 부하들을 구했으니 이제 전쟁도 할 수 있다!
그런 내가 선봉을 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나?”
이제까지 창조주 반란에 가장 비협조적이던 흑염의 절대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는 나오는 이 상황이 논쟁의 시발점이었다.
처음에 십중심들은 완전히 예상을 빗나간 흑염의 절대자의 선봉 요구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흑염의 절대자는 혼자다.
그래서 반란에 반대하는 세력의 수장이나 지휘관을 적진을 돌파하여 잡아내는 역할을 맡기려 했다.’
‘본인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동의했지.
병력이 없으니 다른 수단이 없다.’
‘그런데 흑염의 절대자가 전쟁을 주관하겠다고 나선다.’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보다 갑자기 부하는 어떻게 만들었지?’
‘흑염 투기를 견딜 수 있는 종족이 있었나?’
투기와 살기의 융합인 흑염 권능을 받아들이고 무사한 존재는 거의 없는데 부하를 많이 만들었다고 하니 모두가 확인을 한다.
그랬더니 십중심 모두가 기겁할 사고를 쳤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이런 반대는 당연했다.
이 사태로 온화하기로 유명한 대신(大神)조차 노기를 숨기지 못하고 화를 낼 정도였다.
“그것이 제일 문제야!
왜 일족이 엄중히 영구봉인 중인 영웅신들을 강제로 빼돌렸나?
지금 항의가 얼마나 오는지 아시는가?”
흑염의 절대자는 각 종족의 봉인행성을 습격해서 영구봉인 중이던 영웅신들을 모두 강탈해서 부하로 삼아버린 것이다.
영웅신을 봉인했던 종족들이 전부 당했으니 지금 절대계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신듯했다.
‘무슨 수법을 썼는지 모르지만, 절대계의 봉인행성 전부를 헤집었다고 하니 초유의 비상사태다.’
‘십중심의 대표인 황금의 절대자는 이 사건을 수습하느라 자리를 한참 비워야 할 정도지.’
‘특히 신족의 일족들이 봉인한 영웅신들이 엄청난 숫자가 넘어갔다고 하던가?’
‘십중심에서 신족을 대표하는 대신(大神)의 입장이 지극히 곤란해서 저러는 것이지.’
그러나, 흑염의 절대자도 할 말이 많았다.
“나도 어쩔 수가 없어.
파워 오브 엠블렘이 너무 일을 열심히 해서 활동 중인 영웅신은 씨가 말랐으니 말이야.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나도 알아.
그러나, 나도 고민을 많이 하고서 한 일이야.
그럴 가치가 있다는 것을 결과로서 이번에 모두에게 보여주겠어.”
“….”
이게 광전사의 정점인 흑염의 절대자인지 현자의 정점인 회색의 절대자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논리정연하고 끈질겼다.
이런 태도 전환은 합류 이후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기만 하는 회색의 절대자도 기가 막혀 할 정도였다.
‘사자처럼 호탕하며 곰처럼 순진한 척하더니 세력을 가지고 기회가 오니 가면을 벗는군.
역시 영악한 여우였어.’
본색을 살짝 드러낸 흑염의 절대자는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봉만 맡겨줘!
본대는 나설 필요조차 없게 해주겠다.
얼마 되지 않은 창조주만을 지지하는 세력의 정리이지만, 반드시 희생은 있다.
지켜야 할 영역과 본성이 없는 나와 군단이 선봉으로 나서고, 너희는 각자의 지역을 지켜라.
그럼 너희가 가진 세력은 아무런 피해가 없다.
서로가 좋지 않은가?”
절대계를 혼자서 장악하겠다고 나오니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문제는 혼자라도 세력을 갖춘 다른 십중심에게 위협적인 흑염의 절대자인데 정말 충분한 전력까지 갖추었으면 이번 반란이 선봉만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신족 출신의 십중심들은 본격적으로 의지를 교환하면서 대책을 수립하는 중이었다.
‘이러면 십중심의 반란이 아니라 흑염의 절대자의 혁명이 됩니다.’
‘절대계에 흑염의 절대자의 이름이 가장 위에 올라가겠지.
막아야 해.’
‘정말 그럴 수 있는 전력이 있을까요?
강탈당한 신족의 영웅신들의 숫자 파악이 아직 안 되었나요?’
‘흑염의 절대자가 빼앗은 봉인된 영웅신의 정확한 숫자가 집계는 되지 않고 있다.’
‘영구봉인한 영웅신들의 숫자는 종족의 비밀이자 수치이기도 하니 모두 정보공개를 꺼리는군.’
‘그러나, 최소한 일백 명은 넘어섰다.’
흑염의 절대자의 폭거에 항의한 신족 종족의 숫자로 산출한 인원이니 가장 정확한 수치였다.
‘영웅신의 숫자가 백 명만 넘어도 대단한 전력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사태다.’
‘판을 모두가 모여서 만들어놓았더니 혼자 먹으려 하고 있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집결한 십중심은 말만 반란세력이지 실제로는 절대계에 창조주를 대신해서 군림하는 최고의 지배층이었다.
‘이제 평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렇게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 안 된다.
‘나중에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흑염의 절대자의 무력과 위치는 일반 종족이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서, 자신의 본성에서 버티면서 항의를 계속하고 있는 각 종족의 사신들을 생각한 대신(大神)은 치밀어오르는 노기를 꾹 참고서 구슬리기 시작한다.
“당장 그들을 원래 위치로 돌려놓게.
무엇보다 통제할 수 없는 영웅신을 어떻게 군단으로 만들어 쓰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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