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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만 있지만, 위압감을 느꼈던 절대계에서 막 떨어진 자신의 과거라면 좋은 전투 상대였다.
무엇보다 지금 자신의 운명을 이렇게 애써 조절하고 있는데 동시에 소멸한다면 굉장히 당황할 것 같았다.
‘멋지게 한 방 먹여주고 사라져주마.’
자신의 운명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과거의 자신과 싸울 생각을 굳힌 아이언이었다.
그 순간에 전혀 뜻밖의 감각이 하체에서 느껴졌다.
“아-!”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애잔한 표정으로 아이언의 신체를 앞뒤로 흔들면서 자극하고 있었다.
“제발 힘을 내세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기세가 팍 죽어버린 신체와 자꾸 약해지려는 아이언의 모습을 본 그녀는 더는 범해질까 두려워하지 않았다.
겨우 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제 분명히 내 친 아기가 아니야.’
이제 그녀에게 아이언은 자신의 선택으로 조금은 늦추었지만, 원래의 운명대로 죽어가는 아기 대신에 주어진 축복의 아기처럼 보였다.
더구나 신체에 파고든 여왕의 열쇠가 매우 작아졌지만, 전달되는 비장한 감정에 다급해졌다.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지만, 아이언님은 지금의 삶을 포기하려 하고 있으셔.
그렇게 할 수는 절대로 없어.’
과거로 돌아오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 탓이었다.
‘나의 잘못된 고집으로 과거와 현재의 아기를 동시에 잃을 수는 없어.’
활짝 깨어난 선택의 권능이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있었다.
‘아이언님을 세계의 변화에서 보호하는 차원권능의 강화.’
그 방법의 선택은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지만, 아이언을 선택한 지금의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손에 쥐고 있던 아이언의 신체가 잃어버린 삶의 열정처럼 무척이나 작아졌고, 거기에 따라서 여왕의 열쇠도 작아져서 차원권능도 약해져 간다.
지금 자신의 하복부 신력의 원에 있는 차원권능과 아이언의 차원권능과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깨달은 그녀는 결심했다.
‘지금 문제를 유발한 내가 해결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차원공통원소가 또 적용된 차원권능이 다가올 미래를 보여준다.
자신을 현재로 강제로 돌려보낸 아이언이 처음 볼 정도로 강력한 살기와 투기를 뿜어내면서 과거의 자신의 신령과 격돌하려는 모습이었다.
거의 죽어가는 신생아가 이동된 응급실을 차원권능으로 봉쇄한 아이언은 공간 이동해오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을 막아선다.
“정보행성 코아에 정보를 넘길 필요가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반쯤 죽여주지.”
슬슬 신령에 가진 정기와 신력이 빠져나가려 하자 다급해진 차원창세신 코아는 기가 막혔다.
멀쩡한 주우주 오리진 차원권능이 상대의 정체를 바로 파악한 것이다.
“이건 또 뭐야?
무척 어리지만 내가 맞잖아?
이 세계의 신체를 보아하니 여기서 부활한 이후인 모양이군.
그런데 왜 나를 막아서?
뭐라?
누군가에게 통제되거나 계획된 운명을 깨닫고 삐져서 이렇게 나온다고?”
혼잣말하듯이 과거와 미래, 현재를 읽어서 응답하는 차원권능과 문답을 주고받아서 상황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도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아오 시바! 불확실한 운명을 통제받는 것이 어때서 이렇게 날뛰어?
먹이 잘 주고 보호가 확실한 새장의 새가 야생의 새보다 몇 배는 오래 살고, 편하다는 사실을 왜 몰라?
무엇보다 상위존재가 가호를 해주면 정말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
왜 이따위로 나와?”
이건 아무리 보아도 가문의 휘광이 싫으니 벗어나겠다는 배부른 도련님의 투정이었다.
용병신으로 지독하게 구른 차원창세신 코아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었다.
“나는 이제까지 네가 그렇게 원하는 야생에 풀어놓은 자유로운 새처럼 방치되어서 죽을 고생을 수없이 했다.
그런 고생을 사서 하다니 네가 애냐?
아직 유아신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꼬마가 맞기는 하군.
성향을 보니 그것도 아주 따뜻한 보호 속에서 잘 자란 도련님이야.
크큭! 이런 배부른 소리를 하다니 팔자가 아주 잘 폈나 보구나.
이걸 기뻐해야 하나?
나를 방해하려 하니 그건 아니군.”
차원권능과 전투와 삶의 경험으로 단숨에 아이언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음침하게 웃는다.
“크크크크크! 나의 생존을 막는다면 나라도 죽인다.
투기와 신체 능력은 꽤 올린 것 같은데 허점이 있구나.
오른쪽 손가락 끝의 아주 약간에 이동도 가능해 보이지만, 너를 처분하기에는 충분하다.”
“!!!”
투기 제어로 최대한 약점을 숨겼는데 바로 파악 당한 아이언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진다.
‘과거의 나는 느낌대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여기서 분명히 죽는구나.’
신체가 없는 신령의 상태인데도 서서히 죽음과 패배의 느낌이 몰려오고 있었다.
“약점이 있는 허술한 접근전 투신을 선택한 네가 나를 막을 수 있겠느냐?
이제 나는 동급의 접근전 투신에게 필패하는 수준에서는 벗어났단 말이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에게서 흑염의 권능이 요동치면서 마신황제의 마력과 결합한다.
“마력과 신력은 왜 그 꼴이야?
차원권능도 너무 형편없구나.
물리 방어력과 완력만 엄청나게 올린 모양인데 후회할 거다.
지금의 나는 그런 존재를 처단하기 딱 좋은 상태로 진화되어 있다.
그리고, 황금의 불변(不變)을 선택한 모양인데 그럼 이건 못 쓰겠구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가진 권능과 마도, 투기가 결합 되면서 신력이 폭발적으로 증폭된다.
과과과과과-!
지금의 아이언이 꿈꿀 수 없는 조 단위의 최대출력을 선보인 차원창세신 코아는 너무나 작아진 상대를 내려보면서 선언했다.
“역시 증폭을 못 하는군.
하나만 극한대로 익혀서 변화할 수 없는 완벽한 존재의 한계지.
이 정도의 출력 차이가 나면 아무리 너의 방어력이 뛰어나도 너의 소멸을 이끄는 데까지 칠 초만 걸릴 것이다.
지금이라도 물러서라.
도련님이 된 나라도 지우기는 싫다.
절망을 느낄 정도의 상위 존재의 통제를 받다니 지금의 나보다는 상황이 좋아 보인다.
아까우니 돌아가라.”
“….”
직감으로 느껴지는 힘의 차이는 너무나 명확했다.
이제 뚜렷하게 패배와 죽음이 보이는데도 아이언은 물러서지 않는다.
‘누군지도 모르는 존재의 꼭두각시로 살 수는 없다.
나는 은하유성 아이언!
현세계 최강의 영웅신이며 최고위 창조신이다!’
강함만을 따지면 현세계의 정점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운명의 통제를 벗는 꼭두각시를 벗어나서 영광된 최강의 위치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반드시 정보행성 코아에 치명적인 한 방을 먹여야 한다.’
무지갯빛과 회색빛의 그림자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는 장치가 정보행성 코아였다.
그래서 기억과 신격을 넘기지 못하게 하고, 지성체의 아기 시체를 분해해서 신체를 만들 정도의 신력만 남길 정도로 피해를 줄 생각이었다.
‘정보행성 코아의 기능이 정지되어서 신격과 기억을 넘기지 못한다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억과 신격을 정보행성 코아에 저장하지 않아서 기약이 없는 봉인에 들어갈지 몰라도 올바른 길로 보였다.
물론 그런 사장을 모르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은 기가 막힐 뿐이었다.
“하여간 미래나 바뀐 현재나 나한테 왜 이래?
하나같이 나를 끝장내려고 덤비네.
너와 내가 죽으면 어떤 사태가 발생하는지 몰라서 이런 위험을 감수하느냐?”
“목숨을 걸고서라도 고쳐야 할 일이다.”
“엥? 나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
진리와의 계약을 잊었느냐?”
“어느 정도는 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아이언은 진리가 정확히 누구이며 그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몰랐다.
단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록을 보았기 때문에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이 인식의 차이는 심각했다.
“응? 진짜 잘 몰라?
어떻게 내가 그걸 무시할 수가 있지?”
차원창세신 코아는 흑마도사 시절에 마도신이 될 수 있는 차원권능을 받는 대가로 진리와 세 가지 서약을 했다.
‘신이 되는 마도(魔道)를 얻은 대가로 진리보다 오래 산다.’
‘근원(根源)의 칭호를 받은 대가로 진리의 도움과 자랑이 된다.’
‘계약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다면 이 우주에서 가장 비참한 운명에 영원히 처하게 된다.’
그중 진리의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해서 오래 살아야 한다는 약속이야말로 진정한 족쇄였다.
진리보다 먼저 죽으면 모든 세계에서 가장 처참한 운명이 되기 때문이다.
바뀐 현재가 서약을 무시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어진 차원창세신 코아의 주우주 차원 오리진의 권능이 발동된다.
위이이잉! 타탁!
그러나, 더욱 강대한 차원권능에 튕기면서 답을 내리지 못하자 세게 혀를 찼다.
“쯧쯧! 둘이서 난리를 치다가 뭐가 또 어긋났거나 조작 중이로군.
그러나저러나 나는 진리님의 고삐가 풀리면 한결같이 모두 미쳐 날뛰는구나.
내가 이렇게 성향이 안 좋았나?
나름대로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입장이 안되니 참은 것인가?
왜 스승님이 마신족이 아니라 신족으로 가라고 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
조금만 이 길을 벗어나면 이런 무리수를 둔단 말이야.
참으로 아슬아슬하네.”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은 잠시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아비판을 한다.
그리고, 아이언을 노려보는 시선에서는 차디찬 살기가 빛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느냐?
미친 회색이 된 미래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강자라서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너는 나보다 약자로구나.
나를 방해하면 소멸시켜버리겠다.
거기서 비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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