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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639화 (1,549/2,000)

34권 35권

그 말대로였다.

아직도 기억이 뚜렷한 아기를 낳은 병원을 확인한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 공간이동으로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내부를 완전히 점령한 여왕의 열쇠를 쥔 아이언이 함부로 행동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아윽! 아…아이언님. 손…손을 놓아주세요.”

여왕의 열쇠 손잡이를 쥔 오른손으로 그녀의 공간이동을 통제한 아이언은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과거에서는 현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어떤 권능도 함부로 발휘해서는 안 돼요.

그리고, 이걸 놓을 수는 없어요.

시즈지 유모의 자체적인 차원권능으로는 바로 현재로 튕겨 나가서 배제되거나 세계에 흡수될 수 있어요.

과거를 바꾸려다가 실패한 시간의 패배자의 운명이지요.

아까 보았던 허신(虛神)들이 그런 존재들이에요.

그렇게 되고 싶으세요?”

“!!!”

그녀의 머리에 세계의 흐름에 역류하면서 보았던 망령처럼 보이던 허신들의 비참한 모습이 떠오른다.

원래는 그녀가 쳐다보기도 힘든 고위 정신체들이 그런 몰골이 되었으니 무서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언님이 아니었으면 신체를 이미 빼앗겼어.

그러니 이 정도는 허락하자.’

신체를 어루만지는 아이언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생각을 바꾼 삭월(朔月)의 시즈지였다.

보조인격들도 최대한 아이언에게 유리하게 배려하니 아이언의 신체를 잡은 손에만 힘이 들어갔다.

과거로 돌아온 상황이 아니라면 지극히 이상한 모습인데도 그녀가 받아들이자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는 제게 맞추어서 움직이세요.”

“아-! 흑! 예!”

몸속에 깊숙이 들어온 여왕의 열쇠를 마치 조종간처럼 움직이자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따라서 병원으로 날아간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곧 과거의 자신과 마주친다.

그것은 수면 분만기에서 깊이 잠든 채로 아이를 낳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초월자가 되어서 젖가슴과 엉덩이가 커지기 전의 그 모습은 기품이 넘치는 귀부인처럼 보였다.

다만 하얀 환자복과 임신해서 부푼 배로 수면 분만기에 들어간 모습이 특이해 보일 뿐이었다.

‘이게 아기를 낳기 직전의 나?’

차원의 은신권능으로 기계장치와 정신체의 인지에서 벗어난 그녀는 아주 가까이에서 객관적으로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실망하게 된다.

‘나는 너무나 미약한 존재였구나.’

수면 분만장치에 누워있는 과거의 자신은 상급여신이 된 지금에 비해서 나약하고 격도 낮았다.

더구나, 신혼 후 바로 전장으로 떠난 남편과 임신한 아기에 대한 부담으로 지쳐있어서 더욱 그러했다.

세에에! 세에에에!

기계 의사와 일반의사들이 분주히 시즈지와 아기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곧 경고와 주의가 난무한다.

“자궁 내부의 아기의 심장박동이 너무 약하다.”

“또 죽어서 태어나는 것인가?”

“왜 개척 행성에는 이렇게 신생아의 사망률이 높은 것이지?”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

“일단 불안한 아기 보다 모체의 유지에 전력을 기울인다.”

“고유귀족의 아기 같은데 난리가 나겠군.”

주변 의사들이 비상조치를 계속하는 가운데 환자복을 입은 그녀는 평안한 얼굴로 잠들어있었다.

그리고, 부풀어 오른 배는 수면 분만장치에 의해서 요동치기 시작한다.

탄생 직전의 모습이었다.

“….”

“….”

아기가 태어나기 직전인데도 아무런 영혼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자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다급한 심정으로 임신한 배를 투시하여보니 아기는 영혼이 없었다.

덕분에 잘 육성되지 못한 육체라서 생명력도 극히 미약한 상태였다.

‘아이언님과 보조인격들의 말대로 아기에게 영혼이 없어.

개척 행성에는 영혼을 순환시키는 신계가 작동중지가 된 탓이야.

그리고, 이렇게 육체가 약하다니?

미숙아로 태어나서 바로 죽었다는 말이 바로 사실이었어.’

진실을 파악한 그녀는 점점 후회되기 시작했다.

‘괜히 왔어.’

허신들에게 신체를 빼앗길 뻔한 위험과 이런 대가를 지급했는데 결과가 보지 않아도 될 아기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하는 처지였다.

‘과거의 나는 푹 잠들어서 의식이 없다.

여기에 도착할 아이언의 신령과 계약을 할 가능성조차 없어.’

더구나 아기의 생명 반응은 지금 이동해오는 아이언의 신령이 도착할 때까지 살아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너무나 약했다.

아이언이 갓 죽은 아기의 시체를 신체의 재료로 사용하여 부활했다는 주장을 반박할 거리가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언님이 나의 아기와 연관이 거의 없다는 모든 진실은 밝혀진 셈이었다.’

그렇게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풀이 죽자 아이언은 여왕의 열쇠를 부드럽게 돌리면서 묻는다.

“이제 돌아갈까요?”

“으음! 학! 흑!”

뭔가 아쉬움에 대답을 망설이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였다.

그런데 여왕의 열쇠를 살짝 비틀면서 신체를 애무하며 귓가에 속삭이는 아이언의 행동이 전혀 다른 의미와 느낌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아! 그렇구나.

신족의 유모는 원래 이런 관계였어.

기르는 유아신과 권능을 공유하면서 승급하다가 후궁이나 반려가 되는 존재.’

이제 아이언을 거부할 명분이나 이유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그녀의 욕망을 더욱 타오르게 하였다.

‘이제 신족의 유모로서 아이언의 총애를 받아서 후궁이 되는 길이 가장 좋은 선택이야.

창조신이 되면 반려까지 될 수 있으니 그 이상의 방법은 없어.’

문제는 유모가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은하계의 절반을 지배한 제국의 여제와 황족들은 벅찬 상대라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녀들과 유모이자 여자로서 경쟁해야 하는구나.’

그런데 갑자기 엉뚱한 가정이 들었다.

‘만약 내 아기가 아이언님의 신령이 도착한 이후에도 계속 살아있으면 어떻게 되는 것이지?’

파아아아아!

그녀의 물음에 하복부 신력의 원에 부여된 차원권능이 답을 찾는다.

그리고, 이 병원만이 아니라 개척 행성 전부에 어떤 아기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빛의 신으로서 함부로 생명체를 죽일 수 없으니 높은 확률로 그대로 빙의한다고 알려주었다.

‘이 개척 행성에 내 아기 외에 신령이 빙의할 수 있는 존재가 전혀 없어?

그…그럼 아이언님은 내 살아있는 아기의 몸으로 태어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죽은 아기의 시체가 재료라면 어떤 권리도 없다.

그러나, 비록 영혼이 없는 육체지만 아이언의 신령이 영혼 대신에 머문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아기였다.

‘그럼 완전한 내 아기가 돌아와.

나는 최고위 창조신이신 아이언님의 모친이 되는 거야.’

그렇게 비참한 과거를 보면서 사라지던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모성애와 의지가 되살아난다.

이제 서서히 태어나는 아기를 주시했다.

‘창조신을 능가하는 창조력을 가진 나의 힘이라면 영혼이 없는 약한 육체라고 해도 얼마든지 생명을 유지해줄 수 있어.’

그녀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축복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녀의 그런 생각을 아이언은 여왕의 열쇠를 통해서 전부 읽고 있었다.

‘오해를 감수하고, 일부러 잡고 있던 보람이 있어.

이러고 있으면 아주 미세한 생각의 흐름까지 읽어낼 수 있지.

아주 잘 되고 있구나.

지성체의 감성을 가졌다면 바꾸고 싶은 과거 앞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차원권능이 부여된 상급여신이 과거를 변경시키는 일은 아주 위험하지만 말릴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아주 기대하고 있었다.

‘정보행성 코아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과거를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다고 했다.

세계의 항상성과는 격이 다른 조정이 시작된다고 말이야.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제대로 볼 수 있겠군.’

과거의 자신이 개입하기 직전의 세계에 거의 존재감이 없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아기에 대한 생명 연장 정도라면 얼마든지 감수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에 다가올 단계를 생각하니 저절로 신체에 힘이 더해졌다.

‘이걸로 끝낸다.’

‘이제 바꿀 수 있어.’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둘의 감각에 드디어 시공의 구멍에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떨어지는 감각이 전해진다.

그리고, 뇌리에 강대한 신격과 신력이 담긴 의지가 메아리친다.

“아오 시바-! 열 받아!

그나저나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절대계에서 오백억 년 전인 여기로 막 떨어진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은 현세계에서는 비교할 상대가 없을 정도로 강했다.

이계(異界)의 창조주에게 온전하게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의 신격을 받았으며 진리를 대신할 자격이 있는 온전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존재 자체가 절대계의 이 써클의 우위를 위협하는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고위 창조신이었으니 이계의 하위세계와 다름없는 현세계에서는 확실히 상위에 있는 것이다.

더구나 흑염권능의 가호를 받아 신령의 손상 없이 도착한 만전의 상태였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흑염 권능의 투기와 살기가 정신체로는 최고의 신격을 동시에 가진 신령을 통해서 발산된다.

만약 신체까지 같이 왔다면 주우주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약한 현세계를 단숨에 파괴하고, 창조시킬 수 있는 강대한 존재의 거침없는 기세가 행성 전부를 장악한다.

아이언은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과 경외감에 떠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와는 완전히 다른 충격을 받고 있었다.

자신보다 위였기 때문이다.

‘이게 현세계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나인가?

지금의 나보다 존재감이 강하다니?

그럼 나보다 강하다는 뜻인가?’

신령만 있으니 직접 전투를 해보면 결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수련 행성에서 신체 강화로 방어력을 극대화한 이후 적이 없다고 생각했던 은하유성 아이언에게는 충격이었다.

‘투기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나를 능가한다고 느껴진다.

계산착오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탐색권능이 접근해오는 느낌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차원권능의 은신권능에 투기 제어를 섞어 넣는다.

슥-!

‘위험하다!

잘못하면 들킬 수도 있다.

지금 발각되면 완전히 꼬인다.’

투기 제어로 세계의 흐름에 스며든 둘을 탐색권능이 흩으면서 지나갔지만, 발각되지는 않았다.

아이언은 현세계에 막 도착한 자신의 과거인 차원창세신 코아의 탐색권능을 통해서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진짜 투기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지금 막 도착한 내 과거인 차원창세신 코아가 압도적으로 상위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신체가 없으니 완력은 당연히 모르지만, 신력과 마력이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빠르게 가상 전투를 운영해본다.

결과는 패배 혹은 추방이었다.

‘투기만 키운 나는 접근조차 못 한다.

신력과 마력에 저 멀리 날려지거나 압살 될 수 있다.

잘못되면 봉인된다.’

호의적이라는 보장도 없다.

지금 자신의 정체를 차원창세신 코아가 알게 되면 무슨 짓을 벌일지 예측불허였다.

‘자신과 똑같은 존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용납하지 않는다.

세계를 창조하는 차원권능을 익혔어도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모르지.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얻은 정보로는 과거의 나는 전혀 믿을만한 성격이 못 된다.

자신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했다.

지금 나의 존재가 불이익이라면 반드시 처분하려 달려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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