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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행성에 수련할 때를 제외하고는 아이언이 땀을 흘리거나 힘들어하는 광경은 그녀는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양어깨에 올라탄 그녀의 신체가 젖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는지 깨달았다.
‘지금처럼 필사적으로 아이언님이 나를 보호하지 않았으면 이미 저들에게 신체를 빼앗겼어.’
아이언은 차원방어막을 가동하면서 양손으로는 자신을 붙들고 있느라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면서 과거로 가기 위해서 얼마나 분투를 했는지 파악한 그녀는 아이언의 이마에 맺힌 땀을 조심스럽게 손으로 흩으면서 묻는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요?”
아이언은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됐다!
이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관계를 정리한다.’
원래 흐름의 아이언이 멍청이처럼 만들어 놓은 적도 아군도 아닌 흐리멍덩한 유모들의 사이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주변을 보호하는 차원 방어구를 흩어보면서 말한다.
“시즈지 유모는 여왕의 열쇠로 제가 부여한 차원권능을 강화하셔서 혼자 유지를 해주면 돼요.
그럼 제가 단숨에 힘으로 밀어서 과거로 갈 수 있어요.”
그 말에 자신의 내부에 들어와 있는 여왕의 열쇠를 다시 인지한 그녀의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이…이건?’
설마 연동되어있는 것인가?
어…어떻게 해야 강화할 수 있지?’
이제까지 신체를 열어주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동적이었던 그녀의 혼란과 고민은 길지 못했다.
차원 방어구가 흔들리면서 균열이 일어나자 허신(虛神)들이 괴성을 지르면서 달라붙은 것이다.
카아아아아아아! 카카카카카카!
황금 구슬의 금이 간 너머로 허신들의 외침이 흘러들어온다.
“그 여신의 신체를 내놔라!”
“현재로 돌아가라.”
“그럼 놓아주겠다.”
아이언은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니, 삭월(朔月)의 시즈지만을 노리는 중이었다.
그때 아이언은 그녀에게 명령하듯이 말한다.
“손으로 거기를 잡으세요.”
다시 지금 상황의 위급함을 깨달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왼손으로 아이언의 신체를 꽉 잡았다.
“아!”
“아! 역시 연동되어있었어!”
그렇지만 은하유성 아이언을 놓지는 못한다.
드디어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스스로 신체를 잡자 뿌듯해진 아이언은 다정하게 말했다.
“잘하셨어요.
이제 흔드세요.”
“아아! 그…그건!”
아직 자신의 아기 운명을 잘 알지 못해서 뭐라고 거부하려는데 차원 방어구가 강화되는 현상을 느낀 허신(虛神)들이 미친 듯이 발광한다.
끼끼끼끼끼끼긱-!
권능 공격으로 부족하자 직접공격까지 하는 허신(虛神)들에게 놀란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아이언의 신체를 다급하게 아래위로 흔들었다.
끄덕! 끄떡!
손에서 커져만 가는 신체가 맥동하는 느낌과 또 신체 안에서 확장을 시작한 여왕의 열쇠에 그녀는 신음했다.
‘아아아아! 역시 커져!’
화아아아아-!
아이언과 여왕의 열쇠로 직결된 그녀의 차원권능은 조금만 더하면 방어구가 깨어질 것으로 보여서 전력을 퍼붓던 허신(虛神)들을 단숨에 튕겨낼 정도로 강했다.
무엇보다 창조력이 넘치는 신력은 허신(虛神)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뭐! 짐이 아니었어?”
“우왁! 피해!”
신성력을 만난 망령처럼 소멸이 되지는 않으나 너무나 강대한 창조력에 노출된 허신(虛神)들은 벼락에 맞은 물고기처럼 축 눌어지면서 물러난다.
달라붙었던 허신(虛神)들이 모두 기절 상태가 되자 한결 부담이 덜해진 아이언은 칭찬했다.
“잘하셨어요.
역시 대단한 창조력이에요.”
“아아! 어…어서 가세요!”
손에서 커지기만 하는 신체와 거기에 비례해서 덩치를 불리며 신체 내부에서 자극하는 여왕의 열쇠에 정신이 없어지기 시작한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간절하게 애원했다.
‘조…조금만 길어지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희생적으로 자신을 지키는 아이언의 모습을 본 그녀의 마음에서 신체를 확확 데우는 욕망의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다.
“요동이 크니 양손으로 꽉 잡으세요.”
그 말에 바로 양손으로 신체를 잡은 시즈지였다.
‘아아! 이제 나도 모르겠어.’
그렇게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스스로 그어놓은 선을 어느 정도 포기한 순간 아이언의 기합성이 터졌다.
“하아아아아!”
우두두둑! 파파파파팟-!
차원 방어구를 유지하느라 분산되었던 의지가 신체에 집중되자 강철과 같은 근육이 일어나면서 그대로 질주하듯이 밀어붙인다.
이 돌진은 창조력이 강한 차원권능에 마비당한 허신(虛神)들에게 날벼락과 같은 사태였다.
꽝-! 투광-!
황금의 태양처럼 보이는 차원 방어구가 그대로 그들을 치어버린 것이다.
“으아아아!”
“커어억!”
여기저기 날리는 허신(虛神)들에게 상쾌한 미소를 날리면서 목적으로 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아이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를 눈을 감은 채 양손으로 꽉 잡은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즐거운 얼굴로 쳐다보았다.
‘되었다.
이제 하나만 남았군.’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과거를 수정하려고 시도하면 자발적으로 모든 것을 바치게 할 수 있었다.
‘세계의 반작용은 도저히 그녀 혼자로서는 감당할 수 없지.
특히 수정하려던 상대에게는 더욱 가혹한 운명이 내려진다.’
세계의 흐름을 조정하려다 실패한 처벌은 무시무시하다.
차라리 허신(虛神)이 되는 것이 자비로운 처사일 정도로 엉망진창으로 꼬인 삶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다.
‘비록 영혼이 없는 미숙아의 시체라고 해도 감당 못 할 운명의 연속이지.
그 전에 반작용조차 견딜 수 없다.
시체라도 건지려면 그녀는 나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계획을 짜놓은 아이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드디어 원하던 과거에 도착한다.
지지지직! 구구구궁!
힘으로 시간의 벽을 찢고서 땅에 내려선 아이언의 시선에 황량한 개척 행성의 도시 모습이 보였다.
‘여기가 시공의 구멍을 통해서 나의 신령이 처음 도착한 곳이군.
나는 얼마 후면 도착한다.’
파지직! 파직!
차원권능을 익힌 존재라면 쉽게 볼 수 있는 시공의 구멍이 뚫리는 증상이 하늘에 나타나고 있었다.
아직도 자신의 신체를 양손으로 꽉 잡은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부드럽게 내려놓으면서 말한다.
“도착했어요.”
“아-!”
자신의 신체를 노리는 허신(虛神)들에게 겁을 먹었던 그녀는 그제야 눈을 떴다.
그리고, 양손으로 아이언의 신체를 잡은 상태를 깨닫고 황급히 놓으려고 하는데 경고가 들려온다.
“지금 놓으면 안 돼요.
바로 현재로 튕겨 나갈 거예요.”
“아!”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그럴 수는 없기에 더욱 힘을 내어서 잡는다.
신체에 느껴지는 기분 좋은 손의 압박에 아이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양해를 구한다.
“그럼 정체를 숨겨야 하니 실례해요.
은신권능을 바로 부여할게요.”
“아!?”
황금색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자신의 신체변화가 가속되고, 몸 주위에 투명한 막이 쳐지는 것을 보았다.
‘이게 차원의 은신권능이구나.’
강력한 권능의 여파에 부르르 몸을 떠는 그녀와 함께 세계로부터 완벽하게 모습을 감춘 아이언은 재촉하듯이 말했다.
“이제 지금의 시즈지를 보러 가요.”
“이…이렇게요?!”
거의 알몸인 상태인데 아이언은 전혀 그런 사정을 모르는듯한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예! 어서 가요.”
“이…이렇게는 곤란해요.
제대로 복장을 갖추고 가지요.”
그만 자신의 신체에서 손을 떼고, 옷을 달라는 말이었는데 아이언은 고개를 흔들면서 허공을 쳐다본다.
“그럴 여유가 없어요.
저기 보세요.
제가 곧 도착해요.”
하체에서 올라오는 쾌감에 애써 저항하던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멈칫하면서 아이언이 바라보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파지지지!
거대한 시공의 구멍의 그림자가 출현하고 있었다.
그 크기는 몇 년을 거슬러온 자신들이 빠져나온 구멍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했다.
“아-!”
일반적인 지성체는 볼 수 없지만, 하늘 전부를 가릴듯한 시공간의 구멍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신력과 투기를 느낀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바짝 긴장한다.
‘아이언님과 신력 파장은 같지만, 기세가 너무나 달라.
이 흉포한 살기와 투기는 도대체 뭐지?’
지금의 아이언의 존재감이 완벽한 철벽과 같다면 이건 모든 것을 태울듯한 화산의 불길이었다.
상급여신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투기와 살기에 그녀가 떨자 아이언은 보호하듯이 차원방어막을 치면서 말한다.
“원하는 것은 진실이라고 했지요?
여기 도착하기 전까지 저의 신령은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어요.
계약조차 할 수 없지요.
그러니 이 시간대의 시즈지가 있는 곳에 가서 지켜보고 있으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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