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이대 회색의 절대자와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의 결투로 인한 사고로 오백억 년 후의 과거로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 아이언이었다.
이번 일로 경계할 상대가 사라져가는 현세계에서 새삼 경각심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나 정도는 일격에 지워버릴 수 있는 강자들일 것이다.
더 강해져야 해.
여기서 발목이 잡힐 수 없다.’
지금 가장 현명한 방법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일단 물러나야 했다.
‘그다음에 이런 거센 세계의 반발과 허신들의 방해에 대한 대책을 새우면 간단한 일이다.’
차원창세신 코아라면 최초 계획과 너무 달랐기에 바로 철수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언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오로지 방해물과 시련은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화아아아아아-!
차원권능의 황금빛이 강해지면서 황금 태양이 되어 세계의 흐름에 정면으로 저항한다.
그리고, 방어막 뒤를 은하유성 아이언이 이마를 대었다.
목 뒤에서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포근한 몸이 밀착되어 눌러왔지만, 감상할 여유 따위는 이제 없었다.
“흐으으읍! 오래간남에 머리를 사용해 주지.”
차원권능의 방어구를 방패로 삼아서 투기로 강화한 신체 능력을 머리에 집중하여 전력으로 밀기 시작한다.
과거의 변화로 인하여 너무나 강하게 바뀐 세계의 흐름과 끈질긴 허신(虛神)들의 방해를 밀어내버릴 힘으로 돌파할 생각이었다.
양손은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붙잡고 보호해야 했기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하아아아아-!”
그녀의 보호를 위해 차원 방어구를 정면만이 아니라 전후좌우 빈틈없이 보강한다.
양어깨에 매고 있는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노리는 허신(虛神)들의 공격을 남김없이 튕겨내게 방어막 강화까지 끝낸 아이언은 한 발자국씩 걸어나가기 시작한다.
드드드드드-! 구궁! 구궁! 구궁!
이마로 밀면서 한 발을 걸을 때마다 황금 태양처럼 보이는 차원 방어구가 약간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제 당황하는 쪽은 흐름 속에 숨어서 공격하며 빙의할 틈만 노리던 허신(虛神)들이었다.
‘세계의 흐름을 순수한 힘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
‘거신족도 아니면서 저게 무슨 엄청난 힘인가?’
최고의 경지를 이루면 세계를 짊어질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 거신족이지만, 어디까지나 비유였다.
‘순수한 신체 능력으로는 아마 행성 하나의 무게를 들겠지.’
‘아무리 권능으로 신체를 강화해도 한계는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 저 작은 유아신은 그보다 더욱 엄청난 무게를 견디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신체의 방어력이었다.
‘한때는 세계를 휘어잡았던 우리의 집중공격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어.
어떤 수련을 쌓은 것이지?’
‘모든 공격을 오른 손바닥으로 막은 반사신경은 또 어떤가?
자신만이 아니라 여신에게도 단 한 대의 피격도 허용하지 않았어.’
비록 과거를 변경하려다 실패해서 세계의 흐름의 파수꾼이 되어버렸지만, 이들은 강자였다.
회심의 일격을 수없이 먹였는데도 끄떡없는 아이언에게 이미 기가 질려버린 상태였다.
‘이런 괴물이 어디서 나온 것이냐?’
‘여기서 막아야 한다!’
다급하게 다른 시간대의 허신들까지 소집하여서 황금 태양을 안에서 밀면서 전진하는 아이언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그들은 이제 새로운 신체를 얻어서 벗어날 욕심을 버렸다.
‘더는 저런 강자를 과거로 보내서는 안 된다!’
‘변화의 흐름이 더욱 강해지면 우리는 끝이다.’
이들은 신령의 상태였지만, 터무니없이 강대한 차원권능과 마력을 가지면서 투기까지 발휘하는 강자에게 무참하게 한번 돌파당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로 너무나 거세진 세계의 흐름에 더는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흡수되어버리는 허신(虛神)들을 보았으니 필사적이었다.
‘과거에 커다란 문제가 또 발생하면 허신(虛神) 상태로도 못 있게 된다.’
‘모든 존재가 남김없이 세계에 흡수될 것이다.’
‘이제 빙의가 문제가 아니야.
세계 자체가 위험해.’
‘어떻게든 여기서 저지한다.’
비록 자기만을 위해서 과거를 마음대로 수정하다가 변화의 흐름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 꼴이 되었다.
그러나, 차원과 시간 권능을 깨우친 고위 정신체로서 해야 할 의무는 잊지 않고 있었다.
‘세계의 흐름을 수호하라.’
‘그럼 우리에게 다시 기회가 온다.’
아이언이 만들어낸 황금 태양의 표면에 벌떼같이 몰려든 허신(虛神)들의 공격이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꽈꽈꽈꽈꽈꽈꽈꽈꽝!
아이언의 강대한 완력으로 전진하던 차원 방어구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방해에 아이언은 혀를 찼다.
“쳇! 마치 벌집을 쑤신 것 같네.
강제로 수호자가 된 이들이 이렇게까지 방해를 할 리가 없는데?
누가 뭘 했나?”
물론 허신(虛神)들의 과민반응은 이유가 있었다.
천억 년 전의 절대계로 차원창세신 코아로 보내진 원래의 아이언이 벌인 짓 때문이었다.
그는 마신황제와 공멸할 뻔하다가 진리에게 구원을 받고서, 유상전생의 보수를 명령받았다.
자력으로는 도저히 복귀할 수 없는 더욱 과거로 가야 했으며 애써 키운 신체를 잃고 다시 시작한다는 사실에 성질이 날 대로 난 상태였다.
그래서, 강탈할 신체가 없으니 형식적으로 방해하는 허신(虛神)이지만 철저하게 박살 내버린 것이다.
그 결과로 이렇게 흐름이 급변했으니 이제 조금의 여유도 없었다.
‘막아라!’
‘더는 변경을 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 존재 자체가 사라져!’
드드드드드-!
차원창세신 코아가 분풀이한 여파를 고스란히 은하유성 아이언이 덮어쓴 셈이었다.
황금태양의 차원 방어구조차 세계의 흐름과 허신(虛神)들의 거센 공격에 흔들리자 아이언은 생각을 바꾼다.
‘나 혼자라면 얼마든지 돌파할 수 있다.
하지만,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보호해야 하니 그럴 수 없다.’
잠시 물러나서 대책을 새우면 간단한데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위기는 맞지만, 자신의 저력이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약간 무리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
지금 상황이라면 명분은 충분해.
원래 과거로 돌아가서 하기로 한 일을 지금부터 시작하자.’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나름대로 실속을 챙기기로 한 아이언은 어깨를 흔들어서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깨우려 했다.
너무 강한 세계의 흐름 때문에 몸에서 떼어놓으면 바로 흡수될 수 있기에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일어나 보세요.”
흔들! 흔들!
아이언의 팔과 가슴에 장대한 가슴이 부드럽게 마찰이 되었지만, 그녀는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신체에 박혀있는 여왕의 열쇠가 내뿜는 차원권능이 원인이었다.
상급여신의 신격으로는 너무나 강대한 권능이라서 의지를 유지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나의 차원권능을 하복부 신력의 원에 직접 받아들인 일이 무리였나 보군.
어쩔 수가 없네.’
양손을 잘 사용하지 못해서 이마로 방어구를 밀면서 사방에서 폭우처럼 쏟아지는 허신(虛神)들의 공격까지 막아내는 아이언은 감촉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신체와 권능을 개방시키는 열쇠의 기능을 추가 확장하여 가동한다.
끼릭! 두둑!
자그마한 원통 형태의 도장 크기였던 여왕의 열쇠가 커졌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와 확장은 당연히 삭월(朔月)의 시즈지에게 충격을 주었다.
“아흑-!”
작은 도장의 크기로 들어왔는데도 기절할 정도로 쾌락을 느꼈는데 더욱 커진 여왕의 열쇠는 그녀의 의식을 억지로 깨울 정도였다.
이제 쾌락이 아닌 통증을 느낀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확실히 인지했다.
“이…이게?”
그녀는 황금빛의 구체 너머로 보이는 해일과 같은 세월의 흐름과 방어구에 달라붙으려 하는 망령과 같은 허신들의 모습에 바짝 긴장한다.
그들의 살기와 탐욕이 어린 시선은 바로 자신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들은 위험해!
나를 노리고 있어.’
창조력은 창조신을 넘어선 그녀는 단숨에 허신들의 위험성과 목적을 이해했다.
의식을 찾으면 난리를 부릴 것으로 알고, 확실하게 제압하고 있던 아이언은 여왕의 열쇠를 슬그머니 놓고서 다시 팔과 다리를 잡았다.
그리고, 슬쩍 약한 척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휴우! 겨우 깨어나셨네요.
상황의 위험한데 아무리 깨어도 안 일어나셔서 걱정했어요.”
“그…그런가요?”
은하유성 아이언이 이마로 황금구를 밀어 올리면서 힘겨운 듯 전신에 솟아서 젖은 땀은 그녀의 생각을 혼란하게 했다.
‘굉장히 무리하고 있구나.’
이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자신을 지키면서 과거로 가기 위해서 힘들어 하는 것으로 보였다.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이언님조차 이렇게 어렵게 만들 정도인가?’
항상 믿음직하던 아이언이 힘겨워하고 있다.
여기에 자신의 신체를 노리는 허신(虛神)들의 무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니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일천 년 전에 낳았던 내 아기의 정확한 운명을 파악하기 위해서 감수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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