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629화 (1,539/2,000)

34권 35권

함정일 확률이 높다는데 무작정 들어갈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말이 통할 것 같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추가적인 설명을 했다.

“이런 철저한 방어구조는 외부에 대한 공격수단이 거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들어갈 때 정문으로 들어가겠다는 예고를 하거나 공격하면 영원체님들은 방어를 위해서 결계의 문을 활짝 열고 나오실 것입니다.

영원체님들이 정신체를 두려워하는 일은 수치이니 반드시 정문 밖으로 토벌하려 하시겠지요.

정문이 열린 순간 저희는 투기 제어로 정체를 숨기고, 단숨에 목적지인 치료구역으로 차원 도약합니다.”

거주구 모형의 방어막의 구멍이 일렬로 이어지고 통로가 생긴다.

거기에 영원체를 뜻하는 무지갯빛의 인형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투명해진 바람의 절대자와 차원창세신 코아의 인형이 거주구의 회복실로 차원 이동한다.

그러자, 통로에 쏟아져 나온 무지갯빛 인형들이 당황해하면서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안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확실히 우왕좌왕하겠군.’

전신파도격의 은밀성과 차원권능의 공간이동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공간이동의 파악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었다.

다른 십중심이 있어도 파악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영원체도 놓쳤다.

“저희가 갑자기 눈앞에 사라지면 비상이 걸리면서 방어막이 닫히겠지만, 이미 내부에 있으니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영원체님들은 십중심이 문을 겁 없이 두들기다가 다수가 몰려나오자 겁을 먹고 도주했다고 생각하지 침투했다고 예측은 못 할 것입니다.

설사 내부를 정밀조사를 해도 전신파도격의 투기 제어와 저의 차원권능의 복합된 은신 효과로 인하여 찾을 수 없습니다.

직접 대면해야 하는 그분의 배신만 아니라면 저희는 안전하게 용무를 마칠 수 있습니다.”

투명한 인형이 회복구역에서 머물렀지만, 영원체 인형들은 침입자가 있는지 모르고 흩어져서 들어간다.

방어막은 원래대로 천천히 회전한다.

“어르신께서 일을 마치시면 저는 이걸 사용하겠습니다.”

회복구역에서 검붉게 타오르는 회오리 투기 기둥이 터져 나오면서 방어막과 구멍들을 관통한다.

투명한 인형들이 그 구멍으로 차원권능을 사용하여 빠져나오면서 설명은 끝났다.

그런데 삼천 겹의 방어막을 일격에 뚫어버리는 오의를 목격한 바람의 절대자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건 뭐냐?

실제라면 심상치 않은 오의로구나.”

“은하유성이라 합니다.

투기를 회오리 기둥 형태로 투사하여 광역의 결계와 요새를 부수는데 특화된 오의입니다.

하나의 세계를 제압한 오의 이기는 하지만, 어르신에게는 보여드리기 부끄러운 잡기(雜技)입니다.”

“이게 잡기(雜技)라고?

그러면 뭐가 오의가 될 수 있는가?

겸손할 필요는 없다.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주 대단하다.”

비록 권능으로 구현한 축소된 가상상황이었지만, 삼천 겹의 영원체 방어막을 관통하는 오의의 가치는 무한한 것이었다.

영양실조로 고생하던 현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만들어낸 오의가 인정하자 기쁜 표정을 지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전신파도격의 투기 제어를 얻어서 겨우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만약 봉쇄체제로 들어가서 멈추면 뚫을 수 없습니다.

잘 보십시오.”

다시 방어막들이 멈춘다.

드드드드드드드-!

굉음이 울리면서 마치 하나의 벽으로 만들어진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방어막이 회전하지 않으면 제가 아무리 결계의 허점을 전부 읽었다고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통제가 집중되지 않는 멈춘 방어막이 아니라면 반드시 뚫어 보이겠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그분께서 배반하실 상황을 생각하셔서 외부에서 만나시는 것을 건의를 드립니다.

십중심들도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을 만들어 놓은 영원체 거주구 안으로 들어와야 후손을 낳아주는 계약을 하겠다니 솔직히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분명 함정입니다.”

아무리 빠져나올 방법이 있어도 삼천 명의 영원체가 웅크리고 있는 사지(死地)로 기어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저기는 안 돼.

완벽하게 갇히면 십중심이 힘을 합쳐도 끝장이 난다.’

어려운 문제의 해답은 내놓았지만, 지극히 곤란한 표정을 지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런 얼굴과 영원체의 거주구의 닫힌 정문을 번갈아 쳐다본 바람의 절대자는 양손을 가볍게 풀면서 앞으로 나선다.

“네 말이 맞다.

아마도 함정이겠지.”

“그렇습니다.

그럼 약속장소를 바꾸자고 연락을 하시죠.”

쉽게 풀릴 기미라서 기뻐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내버려 두고, 바람의 절대자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너의 제안대로 정문으로 가서 은밀 침투하겠다.

계약의 전제조건이 거주구로 만나러 오라는 것이니 아무 문제는 없다.

그녀의 배신은 걱정하지 마라.

아무리 가능성이 커도 그런 존재라면 내 아이의 모친으로 선택하지 않겠다.”

진리의 모친이 될 가능성이 큰 영원체를 다시 만나지 않겠다면 그것대로 또 큰일이었다.

다급하게 따라나서면서 말한다.

“어르신! 그러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지금 그분의 상황은 최악입니다.

큰 타격을 받아서 남의 사정이나 자부심을 생각할 여력이 없으셔서 그러셨을 것입니다.

회복하시면 다시 믿을만하니 이번만 만날 장소를 조정하시지요.”

“넌 도대체 어디 편이냐?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구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런 언변이 한심한지 허탈한 웃음을 짖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하하하하.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속 시원하게 밝힐 수 없는 제 입장이 아주 곤란하군요.”

바람의 절대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태극천검을 오른손으로 잡으면서 말한다.

“거주구에 들어가고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니 너는 여기 남아도 좋다.

나를 배신하면 그녀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주어야 하니 옆에 아무도 없는 것이 낫다.”

슈가가강!

태극천검(太極天劍)에서 반투명한 붉은 칼날과 파란 칼날이 솟아나면서 거대한 참마도(斬馬刀)가 된다.

파슈슈슉!

전신에 투명한 죽음의 기운이 응집되어서 갑옷의 형태를 갖추어갔다.

죽음의 투기로 백색의 전신 갑옷까지 갖추어 입은 바람의 절대자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영원체 거주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바람가는 나까지 일백 팔대를 조상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어져서 여기까지 올라선 가문이다.

그런데 나의 살업(殺業)의 원죄로 위대한 가문의 대를 잇지 못한다면 영원체들과 싸우다 같이 사라지는 것도 좋겠지.

영원체님들과의 공멸(共滅)한 바람가는 최고의 무가(武家)로서 영원한 영광으로 남을 것이다.”

“!!!”

영원불멸의 권능을 가진 삼천 명의 영원체들과 싸워서 같이 소멸하겠다는 말인데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머리까지 백색의 투구를 쓴 바람의 절대자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말한다.

“너의 도움에는 감사한다.

위험이 두렵고, 목숨이 아깝다면 따라오지 마라.

그러나, 오겠다면 만약 그녀가 배신할 경우는 내가 책임지겠다.

너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탈출시켜주마.”

그러면서 천천히 거주구를 향해 걸어가는데 소름이 오싹 밀려오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여기서 바람의 절대자를 저렇게 혼자 보내면 그나마 호감을 샀던 노력을 전부 날릴 판국이었다.

‘또 미움을 받아서 목숨의 위협을 걱정해야 하나?

그보다 여기서 영원체님들과 바람의 절대자가 정면충돌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아무리 바람의 절대자라 해도 삼천 명의 영원체를 상대로 무사할 수는 없다.

지쳐서 죽겠지.’

바람의 절대자의 소멸은 아직 진리조차 태어나지 않았는데 절대로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절대계까지 몽땅 망한다!

완전히 틀어진 유상전생(有償轉生)의 흐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만 해도 무섭다.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다급하게 따라나서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소리쳤다.

“같이 가시지요.

지금 어르신의 전투준비태세를 보니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을 아직 완벽하게 전수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내기의 대가는 전부 치러 주셔야지요.”

“….”

자신의 입으로 십중심이 힘을 합쳐도 죽을 함정이라고 경고했는데 억지를 부리면서 따라온다.

당연히 신기한 동물을 쳐다보는 눈빛으로 차원창세신 코아를 흩어 본 바람의 절대자는 태극천검을 영원체 거주구의 정문으로 내던졌다.

꽈가가가가가가가가강-!

태극천검의 확대된 칼날이 영원체 거주구의 정문을 그대로 관통해버린다.

“바람가에서 내려오는 방식으로 오의 전수는 끝났다.

이 이상은 가르쳐 줄 수 없고, 방법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더 배우기를 원한다면 옆에서 잘 보면서 훔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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