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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623화 (1,533/2,000)

34권 35권

투명한 투기 제어를 완벽하게 익히고, 암살을 노리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사전에 파악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두렵지는 않았다.

‘내 황금의 불변(不變)은 이 정도로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일단 이런 수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대책을 새우면 된다.

더욱 수련해야겠군.’

일대 십중심의 분석자료가 있으니 이런 은밀한 투기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권능이나 오의를 찾아서 익히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재능은 충분한데 책 탑의 각 층에 걸린 보안장치가 갈수록 수준이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하도 머리를 안 써서 굳어버린 연산력으로는 벅찰 지경이었다.

‘층이 올라갈수록 연산력이 더욱 필요하다.

나 혼자는 시간이 너무 걸리니 유모들과 같이 접속해야 해.’

황금 책 탑의 하위층을 크롬 공주를 데리고 빠르게 돌파해냈는데 너무 급격한 신격 향상에 힘겨워해서 쉬게 해주어야만 했다.

‘프롬 여제는 지금은 안 돼.’

은하계 최고의 과학자이자 여제로서 얻은 분석의 권능은 연산력이 필요한 지금 상황에서는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권력과 지배에 대한 본능을 알기에 추진할 수는 없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대표로 하는 여왕체계는 오백억 년이 넘게 세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프롬 여제가 가능할까?’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제국의 재상이었던 해바라기에 당해서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될 뻔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그럴 리가 없었다.

‘이러면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빨리 강해져야 한다.’

가장 빠른 길은 정기교류인데 자신을 진짜 아들로 생각하는 점이 문제였다.

‘그 미숙아의 시체는 이 신체의 재료가 되었다.

동일점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지성체의 감각을 아직 가진 그녀에게 설명하기는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잘 설득했는지 모르겠군.’

차원권능으로 그녀의 폐관수련실을 봉인하기 전에 보조인격인 천족과 마족에게 잘 설명해서 이해시키라고 했으니 확인해보면 알 일이었다.

‘저기로군.

신계주신을 위한 주신전의 목욕탕.’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위치는 바로 알 수 있어서 거기로 바로 공간이동을 하는 아이언이었는데 신계 자아조차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슉!

주신전의 엄중한 결계조차 아무런 기색이 없이 뚫은 아이언은 그대로 목욕탕으로 향한다.

황금과 상아로 조각되어서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는 거대한 욕실의 문 앞에 수십 명의 천족들이 긴장한 얼굴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가 잔뜩 들려있었고, 안쪽에서는 수증기와 뜨거운 물이 치솟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장을 준비 중인가?’

아이언을 갓난아기 때부터 젖을 먹여온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그다지 실감을 못 하고 있지만, 최고위 창조신의 직위는 지극히 높다.

‘특히 신족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현시점의 현세계에서는 창조신장을 제외하면 최고 권력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모라면 최측근 중 하나이니 최하위 정신체인 천족들이 보기에 얼마나 높이 보이는지 긴장해서 잡담조차 하지 못하고 대기하는 중이었다.

그들의 사이를 투명한 투기에 휩싸인 아이언이 걸어가는데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

슉!

투기에 휩싸인 손을 들어서 욕실의 문을 대니 그대로 스며들듯이 파고든다.

예상은 했지만, 기가 막힌 광경이었다.

‘이렇게 투기를 완전히 제어하면 신력으로 제어되는 물질까지 투과할 수 있는가?

정말 놀랍군.

이러면 피부에 손상을 주지 않고 내부를 파괴할 수도 있겠어.’

그대로 욕실 문을 몸으로 지나쳐서 탈의실로 들어갔는데 어떤 소음도 나지 않고, 무너지지도 않는다.

마치 권능과 마도를 사용해서 공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투기로서 세상의 흐름을 제어해서 살짝 지나친 것이었다.

어떤 마력이나 신력의 흐름도 생기지 않고, 투기의 흐름조차 완벽하게 제어된 탓에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여기에 있으나 실제로는 세계와 흐름을 투기로 동화되어 존재하는 않는가?

도대체 정보행성 코아와 연결된 또 다른 나는 누구를 만나서 이런 굉장한 투기 제어를 전수받은 것이지.

더구나, 이게 열화된 수준이라니?

진짜는 어느 정도인 거야?’

정보행성 코아의 지원이 완벽해도 스스로 신체로 익힌 본인보다는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걸 고려하면 실제로 오의를 익힌 다른 자신이 어느 정도 굉장한 투기 제어를 보일지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덕분에 나도 강해졌으니 나쁜 일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방금 통과했는데 아무런 흔적도 없는 욕실 문을 쳐다보다가 탈의실을 확인한다.

원래는 더러워진 옷을 벗어놓게 되어있는 곳이지만, 지금은 마치 의상실처럼 화려한 드레스와 레이스가 잔뜩 달린 속옷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이제 하급신이 된 워터 문이 바쁘게 옷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비슷한 몸 사이즈를 가진 인형들에게 입히고 벗기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아름답게 보일지 고민하면서 옷과 속옷을 고르는 모습은 심각하기까지 했다.

‘신으로 만들어주었더니 열심히 하고 있군.’

천족으로서는 최고 수준이었기에 허락만 해도 바로 하위신이 된 워터 문이다.

그러나, 그 허락이 다른 창조신의 경우에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에 필사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옆을 스치고 지나서 욕조가 있는 안으로 문을 통과해서 들어간다.

스!

바로 자신의 옆을 지나서 욕실 안으로 들어간 아이언을 아무런 신력의 파동이 없었기에 워터 문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아이언은 하급신인 그녀조차 아무런 반응이 없자 만족한다.

‘역시 정신체에게는 거의 완벽하다.

실제로 모습을 나타냈다고 해도 막지 않고, 오히려 안으로 안내했겠지.’

최고위 창조신이 자신의 유모를 찾는데 욕실이라고 막을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옷을 고르는데 정신이 없는 워터문을 지나쳐서 수증기가 자욱한 욕조를 보는 아이언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투명한 물이 가득 찬 거대한 욕조 안에는 출입구를 마주 보고 알몸으로 앉아있는 삭월(朔月)의 시즈지만이 아니라 여성 두 명이 더 있었다.

보조인격인 천족과 마족이 중급신과 중급마왕이 되어서 양옆에 있는 것이다.

‘역시 같이 승급하는 방식을 택했군.’

그녀들의 얼굴과 체형은 중앙에 있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거의 같았는데, 황금빛의 빛의 날개와 암흑의 날개를 가진 점이 차이였다.

‘마치 친자매 같은 분위기로군.’

아름다운 시즈지의 모습은 여창조신이 아니면 흥분할 리가 없는 최고위 창조신인 아이언의 관심이 쏠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욕조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스!

신력이 걸린 물질조차 흔적없이 통과한 투기의 흐름이었다.

물에도 어떤 흔들림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그대로 욕조의 투명한 벽을 통과하여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앞으로 다가간다.

흔들! 흔들!

손만 뻗으면 닿을만한 곳까지 온 아이언은 살짝 열기를 띤 시선으로 젖가슴이 파도에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옆의 보조인격들에 묻는다.

“정말 그런 상태로 만족해?

신체가 없으면 문제가 크지 않아?”

아이언은 그 말에 보조인격들이 실체화되어 같이 목욕하고 있지만, 정식 신체가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신령으로 진화하여 중급신과 중급마왕이 되었지만, 그녀들은 아직도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보조인격을 내려놓지 않는 것이다.

‘흐음! 욕심이 과하군.

아니다.

이게 당연한 일이다.’

이들이 독립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아이언의 유모에게 집중되는 혜택의 공유이겠지만, 삼위일체를 통한 창조력과 권능의 유지가 주목적으로 보였다.

지금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보이는 창조신을 능가하는 창조력은 그녀들의 보조 없이는 한참 뒤에 이를 수 있는 경지였기 때문이다.

‘신체는 승급하고 나서 나중에 만들어도 되니 서로 도움이 되는 올바른 판단이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유모의 혜택을 나누어주고, 보조인격은 창조력과 권능을 보조한다.

상당히 합리적인 거래였다.

과연 왼쪽에 앉아있던 중급마왕이 된 마족이 활짝 웃으면서 대답한다.

“쓸데없는 배려야.

마족이 마왕이 되기가 거의 불가능한데 벌써 중급마왕이잖아?

신체가 없는 정도는 감수할 만해.”

“우리는 지금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돕겠다.”

그녀들이 자신의 신체에 종속된 것과 마찬가지라서 신경이 계속 쓰이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였지만, 보조인격들은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벌써 중급마왕이다.

다른 마족들이 알면 부러워 죽으려고 할 거야.’

‘하위신으로 태어나도 거의 영원히 하위신인데 천족의 입장으로서는 이런 은혜가 없지.

보조인격의 자리를 잘 지키자.’

일반적인 신계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지원이 폐관수련 기간에 집중되었다.

덕분에 겨우 일천 년도 안 되는 시간에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상급신이 되었고, 같이 수련한 자신들도 중급으로 승급했으니 신체가 없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뱀의 머리로 땅을 기느니 용의 꼬리로서 하늘을 나는 것이 좋아.”

“우리에게 이런 기회는 다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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