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황금의 절대자의 후계 수준의 황금권능이 나오더니 이번에는 흑염의 절대자의 후계 수준의 흑염 권능이었다.
십중심 중에서 독보적인 강함을 보이는 두 명이 힘을 합쳐서 영원체를 위협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려 했나 의심이 가는 상황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
절대계에서 나타난 이후 최강의 자리를 내어놓은 적이 없는 황금의 절대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흑염의 절대자도 파괴라면 혼자서도 충분한데 일부러 그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마수들이 뭉친 알 껍질 안에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외침이 울린다.
“드디어 잡았다!
이…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그리고, 바람의 절대자는 가슴 부위에서 따끔함을 느낀다.
핏! 사사사사사사사사(死死死死死死死)!
자신에게 비롯되었으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에서 변형된 죽음의 기운이 심장에서 날뛴다.
자칫하면 즉사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으나 지극히 태연한 바람의 절대자는 바로 투기제어를 걸어서 풀어버린다.
“….”
극한의 수련으로 완성된 강력한 신체능력과 투기제어는 죽음의 기운을 응축을 완벽하게 해제하고 본래의 투기로 바꾸어 흡수한다.
심장에 남은 투기의 흔적과 가슴을 파고든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침투흔적을 파악한 바람의 절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결과가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합격이군.”
꿀꺽!
들고 있던 술잔을 그대로 마시고, 차원창세신 코아가 들어있는 마수의 알을 쳐다보면서 일어선다.
“너무 요란스럽지만 축하한다.
너는 바람가의 혈족이 아니면서 가전 오의를 익힌 유일한 사례가 되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투기의 바늘을 방출하면서 정신을 잃었는지 대답은 없었다.
그러자 바람의 절대자는 알의 형태를 확인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분명 흑염의 절대자님의 완결의 마수(完結의 魔獸)의 알이 맞다.
그런데 자기 힘으로 깨고 나오지 못하는군.
미완성에 반쪽이야.’
스스로 말하기를 자신의 권능들이 대부분 허접하기 짝이 없는 흉내라고 하더니 이것조차 똑같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내 죽음의 기운을 응축하는 황금의 불변(黃金의 不變)이나 방출할 수 있는 완결의 마수(完結의 魔獸)가 흉내를 낼 수 있는 권능이던가?
어이가 없군.’
끄르르르르르! 카아아아아아!
알 표면의 마수들의 머리가 바람의 절대자를 겁내지 않고 위협하면서 울부짖는다.
저 마수들이 가진 전력이 흑염의 절대자와 비등하다고 하니 움직이지 못하는 알의 형태인 지금만으로도 지극히 위협적인 권능이었다.
그러나, 투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바람의 절대자는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흐음. 보호 수단으로 사용하는가?
알을 깨지 못하니 신체 회복이 끝나면 알아서 풀리겠군.
공격하거나 가까이만 가지 않으면 돼.”
숨겨진 힘을 기대했다가 갑자기 흑염권능의 정화라고 할 수 있는 완결의 마수(完結의 魔獸)가 튀어나오자 긴장했던 마음이 풀린다.
“방어라면 두려워하거나 경계할 필요가 없다.
나중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만 해야겠어.
용신제는 이리로 오라.”
“예! 어르신!”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상식을 초월한 존재감과 기세의 방출에 완전히 기가 죽어버린 용신제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용신족의 황제라는 체면조차 깨끗하게 지워버릴 정도로 절대적인 오의와 무력에 굴복한 지 오래였다.
그래도 아직 체통을 지키기 위해서 무릎을 꿇지 않은 용신제에게 바람의 절대자에게 간단하게 말했다.
“너의 딸을 내 아이의 반려로 삼겠다.
차질없이 준비시켜라.”
“!!!”
두렵기 짝이 없는 파워 오브 엠블렘의 영웅신의 시험과 반려의 측정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더니 시련을 끝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아무리 심리적으로 굴복했다고 해도 사랑하는 딸의 장래였기에 억지로 입을 움직인다.
“후…후계가 없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아이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니 대가 끊길 것입니다.”
바람의 절대자가 너무 강해서 후계를 만들지 못함은 비밀도 아니었다.
후계도 비슷한 상황이 올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바람의 절대자는 너무나 평온한 얼굴로 대답한다.
“곧 생길 것이다.
그리고, 내 아이는 나와는 다르다.
가문의 대를 끊으려는 바람가의 살기(殺氣)와 살업(殺業)은 나로서 끝낸다.
난세에 태어나 죽음의 길을 걸어야 했던 조상들과 나와는 달리 영구적인 평화의 시대를 물려줄 테니 상관없겠지.”
미래에서 이렇게 강한 창조신이 중위의 전사밖에 못 될 정도로 발전된다면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절대계의 창조주를 신속하게 쳐내고 통제권을 잡기로 완전히 마음을 정한 것이다.
다시 자리에 앉은 바람의 절대자는 술잔을 채우면서 나직하게 명령한다.
“내가 아이를 데려올 때까지 어떤 전쟁도 금지한다.
황녀에게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용신족과 관련된 주변 일족은 전부 멸족시키겠다.
특히 너희와 적대관계인 호신족에게 이 사실을 명확히 통보해라.”
“!!!”
드디어 멸족의 말이 나오자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용신제였다.
그러나, 바람의 절대자에게 한번 말한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거절이나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무리 딸이 귀여워도 일족 전부를 희생으로 바칠 수는 없다.’
그런데 이게 갑자기 나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십중심! 그것도 파워 오브 엠블렘과 사돈을 맺는 일이잖아?
이 이상의 혼처도 없다.’
상대가 가진 터무니없이 거대한 힘과 위명에 질려서 두려워했지만, 잘하면 진짜 절대계 최강의 일족으로 거듭날 기회이기도 했다.
‘바람의 절대자에게 어떤 세력이나 일족이 없다.
만약 용신족의 황제로 바람의 절대자의 후손이 온다면 황금세력조차 두렵지 않다.’
급변하는 용신족의 표정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은 바람의 절대자는 어림도 없다는 표정으로 단정했다.
“사돈이 되었다고 내 아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바람가는 영원히 무가(武家)다.
집단을 이루고 지배하면 개인이 약해지기에 세력은 만들지도 권력을 잡지도 않는다.
그리고, 모계(母系)는 어떤 결정권도 없다.
가문의 오의를 이을 수 있는 후계자만이 전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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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가의 위세를 이용한 외척의 난동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용신제는 고개를 숙여서 동의했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바람의 절대자나 영향을 짙게 받을 후계는 어쩔 수 없겠지만, 황녀의 손에서 자랄 손자라면 다를 수 있다.
미래를 잘 준비해야 하겠군.’
바람의 절대자의 가문의 후계가 용신족의 일원이 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는 일이었다.
‘황금세력이 건재한 이상 절대계의 전부는 무리라고 해도 삼 할은 손에 넣을 자신이 있다.
일단 건방진 호신족부터 손을 보고, 당당하게 지배세력으로 나선다.’
막상막하의 전력의 가진 호신족과 오랜 기간 싸우느라 지쳐있다가 모처럼 야망에 불타는 용신제를 쳐다보는 바람의 절대자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이런 흐름은 바람가의 조상들이 모두 겪었던 일이었고, 대책도 세워있었다.
‘사돈을 맺으려 하면 항상 이런 꼴이군.
언제 날을 잡아서 꿈을 깨게 해주어야겠어.’
부르르르르!
사돈들의 욕심에 얽혀서 과거에 벌어졌던 끔찍한 사태를 떠올려서 흥분한 조상들이 담긴 파멸유혼검이 당장 등에서 뽑힐 듯이 떨고 있었다.
그 진동을 느낀 바람의 절대자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아이가 황녀와 결혼하면 용신족에게 제약을 걸겠습니다.
필요하다면 손자가 태어나면 바로 데리고, 떠나는 것으로 하지요.’
바람가가 가진 막대한 무력은 항상 엄청난 혼란을 불러왔다.
‘홀로 정체를 숨기고 떠도는데 후손을 얻기 위해서 강한 여성이 필요로 하니 어쩔 수 없이 힘을 드러내야 했다.’
대부분 영웅의 피가 진한 명문가나 왕족 여성이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힘없는 떠돌이가 얻을 수 있는 반려가 아니었다.
‘힘을 보여서 반려를 얻으면 항상 전쟁이 일어났어.
바람가의 힘을 얻었다고 착각한 지배층들은 침략을 시도했지.
그래서 어느 정도 모계가 자리를 잡게 해주는 식으로 주변을 정리한다.
그다음에 아이를 얻어서 젖을 떼면 바로 떠났다.
바람가에 모계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
몇몇 정이 깊은 선조들이 오래 처가에 머물렀다가 반려가 족장이 된 부족이 왕국이 되고, 제국이 되면서 무고한 약자들이 피를 흘리는 꼴을 보아야 했다.
무가(武家)이니 전쟁은 문제가 아니었으나,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반려인 여왕이 욕심을 너무 부렸어.
아들을 제국의 후계자로 키우려 했지.
사치에 물들고, 제왕학을 배우다가 신체가 약해졌다.
나약해진지 모르고, 가전 오의를 전수하다가 죽일 뻔했지.’
제국의 황태자라는 화려한 생활은 무사(武士)로서는 최악이었다.
바람가의 혈족이라면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오의 전수가 생사(生死)를 가르는 가시밭길이 된 것이다.
‘소중한 황태자가 수없이 죽기 직전까지 몰렸다가 겨우 살아나는 광경에 여왕이 울며 매달리면서 말렸다.
그러자 그대로 아들을 데리고 떠나버린다.
가전 오의를 익힐 수 없는 후손은 바람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려가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이런저런 주술까지 동원하여 겨우 오의 전수를 끝냈지만, 참으로 부끄러운 과거였지.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될 역사다.’
부르르르르!
파멸유혼검에 담겨있던 당사자인 조상이 수치스러운 듯이 진동을 일으켰지만, 바람의 절대자는 상념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 눈앞에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들어있는 완결의 마수(完結의 魔獸)의 알의 형태와 기능이 그때 사용했던 주술의 방어식과 굉장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가전 오의를 전수하기 위해서 도움이 될만한 것을 모두 배우게 했다.
그런 잡다한 주술 대신에 십중심의 고유권능을 이것저것 흉내를 내어 구현하다니 신기한 일이다.’
바람가의 정식 가주로서 투기를 쓰는 오의로 정점에 도달한 자신은 이런 편법을 동원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또 부족한 후손이 나온다면 참고할만한 높은 수준이었다.
쩌쩌쩌쩌저쩍!
완결의 마수(完結의 魔獸)의 알이 서서히 사라지고 외피가 갈라지면서 그 속에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이 불쑥 튀어나온다.
그걸 본 바람의 절대자의 이마가 찌푸려진다.
‘흑염의 절대자님의 완결의 마수(完結의 魔獸)는 껍질을 박살을 내고서, 튀어나왔다.
그 위력은 실로 절대적이었지.
평범한 신족의 손모양으로 보아서는 변신이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날뛰면 내가 막아도 용신족의 영역이 날아가는 정도는 일도 아니다.’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를 이빨로 물어뜯어서 파괴하고, 죽음의 기운까지 튕겨내는 마수의 신체로 변신한 흑염의 절대자는 실로 강했다.
십중심의 합공 속에서도 미친 듯이 날뛰던 그 모습을 생각하면 바람의 절대자도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진짜 괴물이셨지.’
모든 십중심이 달려들었는데도 정면을 막아선 황금의 절대자가 아니었으면 놓쳤을지도 모를 파괴력이었다.
그렇게 흑염의 절대자의 변신 모습을 생각하면서 주먹을 쥐었던 바람의 절대자의 귀로 경박스러운 목소리가 울린다
“어휴! 진짜 죽을 뻔했습니다.
살살 좀 해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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