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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존재가 그렇게 했다면 말살되겠지만, 다음 세대의 영원체라고 불리는 강대한 존재가 그러면 웃고 넘어갈 일이다.
이렇게 굉장히 실현 가능성이 넘치는 상상을 떠올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황금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후우우우우-!
‘지금 바람가는 과거의 일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단 멀쩡히 살아있고, 영원히 존재할 선조가 오백만 명이나 있는데 무리이지.
그걸 따지거나 비웃을 간 큰 놈도 없고 말이야.’
그래도 아주 꼬인 상황을 알게 되어 심사가 복잡하니 길게 황금 연기를 뿜어내면서 밖을 향해 외쳤다.
“다과상은 집어치우고, 술을 가져와라!
분수도 모르고, 자꾸 엿들으려 하면 용신족 모두의 목을 찍어서 잘라버린다.”
“!!!”
차원결계 근처로 은밀하게 다가와서 귀를 기울이던 용신족의 고위 창조신들이 화들짝 놀라서 물러선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한심하다는 듯이 다시 차원결계를 보강하면서 투덜거린다.
“쯧! 주제 파악도 못 하는 어리석은 것들.
내가 기분 나쁘다고 날뛰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수작을 부려.
약하면 알아서 고개를 숙여야지.”
“현재 절대계에서 최강수준의 용신족이다.
미래의 기준으로는 그렇게 부족한가?”
바람의 절대자가 그렇게 묻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단언하듯이 말한다.
“미래의 절대계는 지금의 절대계보다 최소 일만 배 이상 확장하고 발전합니다.
현시점의 용신족 따위는 최하위 전사보다 못하죠.”
미래를 안다는 일은 장점일 수 있으나 거기에 얽매여서 다른 선택이나 변화를 제한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흐름을 빠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로 적당한 수준의 정보를 푸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호오? 지금보다 일만 배로 발전했다니?
참으로 희망과 꿈이 넘치는 말이로구나.
나의 후손이 살 세계가 그렇게 발전했다니 마음이 놓인다.”
“미래가 희망과 꿈이요?”
아주 생소한 용어에 미묘한 표정이 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리고, 따지듯이 물었다.
“혹시 방금 말씀하신 희망과 꿈의 의미가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이나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은 아니시겠지요?”
“맞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지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담뱃대를 꽉 움켜쥐면서 외친다.
“발전의 극한을 달리는 미래의 절대계에 그런 여유나 요행 따위는 없습니다!
용이 날만 한 작은 개천조차 지금의 영웅신 이상의 강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죠.
저도 절대계에는 신계조차 만들 수 없습니다.
어떤 깡패 같은 놈들이 쳐들어와서 부술지 알 수가 없어서요.”
“?”
십중심이 아니면 손을 댈 수 없어 보이는 강자인 차원창세신 코아의 한탄에 의아한 표정을 지은 바람의 절대자였다.
지극히 발전된 세계에서 약자들이 어떤 고뇌와 시련을 겪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선천적인 강자인 십중심에게 답답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추가로 설명한다.
“발전된 세계에서 한번 약자는 영원히 약자입니다.
누구라도 나태하면 바닥으로 굴러떨어집니다.
그래서, 모두가 필사적으로 노력하니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
모두가 노력하니 개인이 의미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니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의 절대자였다.
답답한 얼굴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차원결계 바깥에 가져다 놓은 술상을 들이면서 조용하게 말했다.
“자신의 가능성과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들어져서 상향 평준화된 세계가 미래의 절대계입니다.
영웅신이라고 할지라도 특별한 상위 존재의 가호나 명문 일족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신분 상승은 꿈도 못 꾸죠.
호오? 신경 좀 썼군.”
차원창세신 코아가 올리는 술잔을 받은 바람의 절대자는 투명한 술을 바라보면서 묻는다.
“이건 꽤 특색이 있는 술과 안주이니 드셔보십시오.”
“개인의 특출난 재능이나 능력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안정되게 발전되었다면 기뻐할 일이 아니더냐?”
영웅신들이 벌였던 끔찍한 전란을 직접 보고, 진압했던 바람의 절대자에게 차원창세신 코아가 말한 세계가 전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어떤 강자도 자기의 생각대로 마음대로 흔들 수 없는 세계가 아닌가?
영웅신들의 싹을 잘라서 안정을 유도하는 지금보다는 나아 보인다.”
역시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서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다.
“하위신으로 태어났으면 영원히 하위신입니다.
더 나은 재능과 권능을 가지고 태어난 상위신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니 일반적인 하위신들과 격차가 더욱 커지는 탓입니다.
특히 저처럼 혼자서 승급한 초월자에게는 정말 꿈도 희망도 없지요.”
차원창세신 코아는 절대계도 아닌 주우주에서 신계에 들지 못해서 용병신으로 떠돌았던 기억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그렇게 암울한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바람의 절대자를 다시 쳐다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한숨을 길게 쉬고 질문했다.
“휴우! 그건 제 개인 사정이니 깊게 들어가지 말지요.
그럼 저는 무엇을 해드리면 됩니까?”
“영원체들이 모여있는 지역으로 침투하는 데 도와라.”
“영원체님들의 거주구에는 왜요?”
그것도 몰래 침투를 하신다고요?
죽을 작정이십니까?”
아무리 십중심이 강해도 정신체이니 한계가 있다.
그런데 영웡불멸의 권능을 가진 영원체가 삼천 명이나 모여있는 지역으로 숨어들자니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바람의 절대자는 결심이 섰다는 듯이 술을 들이켰다.
“용신족의 영웅신마저 가망이 없으니 정신체는 더 시험할 것도 없다.
이제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구나.
그런데 그녀는 내게 당한 부상을 거주구의 회복실에서 회복 중이라서 직접 찾아가야 한다.
이제까지 말로만 이야기했으나 만나서 확실하게 계약을 맺겠다.”
이건 아주 위험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의문이 생긴다.
‘바람의 절대자가 영원체 거주구로 숨어 들어갔었다고?
원래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그런데 일어나야 하는군.’
어떤 세력이나 명예도 관심이 없지만, 자랑스러워하는 파워 오브 엠블렘의 의무조차 제한할 정도로 가문의 후손을 얻기 위한 일에 매달려있다.
‘바람의 절대자가 아무런 보장이나 확증 없이 나설 리가 없었다.
이렇게 과정이 흐르지 않으면 이야기가 안 돼.
원래는 시작(始作)님을 앞세우고, 모든 십중심이 뭉쳐서 비밀리에 회담을 주선했겠군.
그러면 가능하다.
그녀의 조건은 아마도 바람가의 후손을 얻게 해주는 대신에 현재 절대계의 창조주를 쫓아낸다겠지.
그다음에 그녀를 창조주로 만들기로 계약했다면 십중심의 과감한 행보도 이해가 간다.’
잠시 그렇게 예상한 과거의 진행과 지금의 흐름을 비교한다.
확실히 과정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으니 이상은 없었다.
‘좋은 흐름이다.
그런데 어디서 문제가 생겼기에 그녀가 아닌 십중심에게 절대계를 바로 넘어갔지?
지금 창조주님이 그녀와 십중심의 대립을 유도하려고 했나?
그럼 십중심의 반란을 부추겨서 절대계를 인계받으려던 그녀는 어떻게 된 것일까?
영원체의 일은 너무나 비밀이 많아.
너무 상부의 일이라서 자세한 사정을 몰라서 이 이상은 모르겠군.’
진리를 최대한 빨리 태어나게 해서 일대 십중심을 처단할 힘을 빠르게 얻는다는 목적을 상기한 차원창세신 코아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이 계획이나 회담을 위한 침투가 다른 영원체에게 들키면 어떻게 됩니까?”
“당연하지 않으냐?
끝이다.”
바람의 절대자는 팔짱을 끼면서 말한다.
“영원체의 거주지로 아무도 모르게 들어와라.
이건 십중심과 나의 능력을 확인하려는 그녀의 요구다.
만약 이걸 못하면 모두 없던 일이 되는 거지.”
“….”
잠시 고민한 얼굴이 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무리입니다.
시작(始作)님을 모시고, 다른 십중심들의 도움을 받지요.
십사 써클의 영원체들이 우글대는 거주지로 은밀 침투는 아무리 저라도 어렵습니다.
상식을 벗어난 존재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차원권능과 은하유성이 결계 돌파와 은밀 침투에 특화되어 있어도 수천 명의 상위 존재들에게 들키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바람의 절대자는 오히려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다.
“절대계에서 유일하게 혼자서 아무런 사심없이 중립과 질서를 주관하는 파워 오브 엠블렘이 바로 나다.
그런데 나보고 황금의 절대자나 다른 십중심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서 고개를 숙이라는 뜻이냐?
그들도 목숨을 걸어야 하니 공짜는 물론 아니겠지.
적어도 거기에 해당하는 대가를 나에게 요구할 것이다.
그다음에 오는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
이 경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절대계 창조주의 반란 이후로 바람의 절대자의 활동은 거의 없었다.
오로지 진리님을 육성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면서 은거했지.
다른 십중심들이 이 침투에 도움을 주는 대신에 파워 오브 엠블렘의 활동 자제를 요구했다면 모든 일이 설명된다.
그런데 그래서는 안 된다.’
영웅신을 죽이는 일이 옮은 일이 아니지만, 최소한 십중심조차 경거망동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진리님은 빨리 태어나고 더욱 강해져야 한다.
은거지에 갇혀서는 안 된다.’
자신이 여기 온 이유를 다시 깨달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눈빛을 빛내면서 말한다.
“돕겠습니다.
생각해두신 침투계획도 있으시겠지요?”
“물론이다.
나 혼자서는 확실히 무리이지만, 차원권능을 가진 네가 있다.
그리고, 절대계의 구조도가 네 말대로 완벽하다면 쉬운 일이다.
거기에는 신족과 마족이 영원체 거주구를 관리하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설계도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절대계 구조도를 확인한다.
영원체 거주구의 세부 지도가 진짜 있었다.
‘회복지역은 다행스럽게 외곽이다.
바람의 절대자와 나의 능력을 합치면 외벽 돌파는 어떻게든 되겠다.’
영원체 거주구의 상세 도면을 보고 가능성을 파악하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영원체 거주구의 은밀 침투는 본래는 시작(始作)님과 십중심이 총동원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럼 저에게 어떤 대가를 주시겠습니까?
이걸 합류 대가라고 우기시거나, 공짜는 아니겠지요.”
지극히 당돌한 요구였는데도 예상했다는 듯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보기에 너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확실한 결정기가 없다는 점이다.
재주는 아주 많은데 누구에게도 통할 만한 강력한 일격이 없어.
그래서, 날 도와주는 대가로서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을 완벽하게 전수해주마.
그럼 누구에게도 최소한 업신여김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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