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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616화 (1,526/2,000)

34권 35권

굉장히 높은 평가에 기뻤지만 승낙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

이미 일천억 년 이상의 시간을 거슬렀는데 여기서 더 과거로 갔다가는 돌아갈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태어나실 진리님의 도움이 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여기서 일천억 년을 살아야 해.’

잘못하면 미래의 자신과 마주칠 수 있는 일이니 피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바람의 절대자가 가진 아주 큰 착오를 수정해주어야 했다.

“어르신. 저는 힘을 숨긴 적이 없습니다.

이게 전부이자 한계입니다.

여기에 힘이 없어서 항상 욕만 먹고 뒤탈이 넘치는 이런 계략이나 쓰고 있습니다.

이런 제가 십중심의 역학관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큰 착각이십니다.”

“….”

도저히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은 바람의 절대자를 설득하느라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안 통하자 포기하고,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용신족의 황녀의 반려자격을 시험하지 않으십니까?

어서 그것부터 하시죠.”

“해야겠지.”

말을 돌리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바람의 절대자는 황녀를 손짓해서 불렀다.

그녀는 처음 보았던 기세와 방금의 치열한 전투로 완전히 몸이 굳어버렸지만, 영웅신의 잠재력으로 힘겹게 앞으로 나선다.

‘이들은 용신족 전부가 덤벼도 어쩔 수 없는 강자야.’

지금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용신족의 운명이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서 바람의 절대자는 평온한 어조로 말한다.

“그렇게 긴장할 것 없다.

용신족이 이 권능계약서에 적은대로 지금 영역에서 만족하고 다른 종족을 침략하지 않는다면 시험은 없다.

물론 계약을 어긴다면 그 대가를 받겠다.”

침략금지는 전투적인 성향이 강한 용신족으로서 힘든 조건이지만, 어떻게든 계약을 유지하기로 마음을 먹은 용신족의 황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천둥벼락같은 말이 떨어졌다.

“이제 바람가의 반려 시험을 하겠다.”

“!!!”

그녀에게 바람의 절대자가 가져온 시련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반려의 시험이라니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서 바들바들 떨기만 하는 용신족의 황녀를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담뱃대를 치우고서 말한다.

“어르신.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확하게 하는 법을 말해주시지요.”

그 말에 실수했다는 표정이 된 바람의 절대자는 다시 말한다.

“여기에 피 한 방울과 머리카락 한 올만 올려 주면 된다.”

태극천검을 검집에서 꺼내어서 용신족의 황녀에게 보낸다.

“태극천검은 바람가의 혈족에게 유익한 것을 모두 받아들인다.

너의 피와 신체가 내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흡수되겠지만, 없다면 말소될 것이다.”

“호오? 원래 정기와 권능을 흡수하여 소유주에게 제공하는 기능의 절대기였군요.”

이대 흑염의 절대자와 대련하는 것만을 보았던 차원창세신 코아의 흥미를 자극해서 분석을 들어간다.

그리고, 지금도 주변의 기운을 흡수하여 파멸유혼검에 제공하는 모습을 보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태극천검이 순수한 기운을 보급하여 조상들의 영혼을 유지 시키고 있다.

파멸유혼검과 한 쌍인 이유가 있었어.

이러면 바람의 절대자에게는 검들이 그냥 제사용품이로군.

하하! 이걸 모르고 어떻게든 진리님에게 이겨보려는 이대 십중심들에게 무운을 빌어야 하나?’

이대 십중심들은 진리가 키우고, 교육까지 했다.

그러나, ‘영원한 행복’을 위한 영구적으로 발전되는 세계를 만들라는 격무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니 불만이 쌓이는 실정이다.

‘한창 발전 중인 일천 개의 주우주로다.

절대계를 이 써클이나 격차가 나게 유지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

이대 십중심들은 진리와의 정면 승부를 원하는 사백구십구 창조주로 인하여 급격히 발전하는 주우주와 수준 차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다가 지쳐서 노조 같은 진리대항동맹까지 만들고 있으니 숙연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진리에게 버티는 방법을 제안했던 사실까지 생각이 났다.

‘내 말대로 이대 흑염의 절대자를 방패로 일렬로 돌진했다가는 그대로 몰살당하겠다.’

방금 흑염본능의 파란 손톱까지 말살시킨 살기(殺氣)의 살상력을 보면 화산에 얼음조각을 던진 것처럼 녹아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높으신 분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주우주 창조신인 내가 절대계의 십중심들과 얽힐 일이 또 있을까?’

그렇게 차원창세신 코아가 여러 생각을 하는 동안 용신족의 황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태극천검의 뾰족한 끝에 자신의 오른손의 약지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톡!

어찌나 검의 끝이 날카로운지 용신족의 신체조차 아무런 통증도 없이 베어내고, 피 한 방울을 뽑아낸다.

그리고, 절반은 붉으면서 나머지는 파란색의 검신(檢身)에 조심스럽게 황녀의 머리카락이 올려진다.

꿀꺽!

지켜보고 있는 당사자들이 모두 침을 크게 삼키면서 지켜보는 가운데 황녀와 피와 머리카락을 태극천검이 그대로 흡수한다.

“오-!”

바람의 절대자가 기뻐하는 모습에 합격임을 파악한 용신족의 황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다.

그녀에게 바람의 절대자는 영웅신을 참살하고 다니는 가장 무서운 존재로 아주 어릴 때부터 각인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진리님의 반려가 되어서 유일용신제를 낳아야 할 용신족의 황녀다.

이렇게 되면 지극히 곤란해.’

부르르르르르-!

잠시 수작을 부릴까 생각을 하다가 태극천검이 진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나누어졌던 검신이 하나로 합쳐져서 하얗게 변하는 모습을 본 바람의 절대자가 탄식한다.

그것이 살기(殺氣)의 백색 투기였기 때문이다.

“으윽! 또 죽였다.

실패인가?”

황녀의 피와 머리카락이 태극천검에서 튕겨 나오더니 검게 변하면서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다.

털썩!

반려시험에서 떨어진 용신족의 황녀가 그 자리에 주저앉자 용신제가 다급하게 껴안고 뒤로 물러선다.

실망한 바람의 절대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하얗게 변한 태극천검을 쳐다보면서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용신족의 여영웅신은 정신체 여성체로서 더는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신체다.

그런데 뭐가 부족하기에 거부가 되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파멸유혼검 내부의 조상들이 순수한 초월자가 아닌 용신족의 황녀가 며느리로서 마음에 안 들어서 거부한 것이 아니었다.

‘천국의 꿈이라는 권능으로 아직도 휴식을 취하고 있으시다.

그리고, 이제는 본인들이 아무나 데려오라고 성화이시지.’

십중심의 인증과 영웅신의 시험 이후로 수많은 초월자 여성들과 선을 보았으나 실패했다.

그러다가 시험한 정신체 종족 중에서 대부분 여성에게 거부반응이 나타나서 대를 이을 수가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태극천검을 차원권능으로 계속 관찰하고 있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기가 막혀서 물었다.

“어르신. 영웅신을 도대체 몇 명이나 시험하셨습니까?”

기대를 걸었던 최상의 신체를 가진 용신족의 황녀조차 자신의 후계를 낳아줄 수 없어서 기분이 극히 나빠진 바람의 절대자였지만,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수준을 십중심 급으로 높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일천 명이다.”

“!!!”

“!!!”

“!!!”

한 종족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웅신을 일천 명이나 시험이란 명목으로 말소시켰다는 대답에 모두가 경악한다.

특히 영웅신을 일격으로 소멸시키면서 다닌다는 바람의 절대자의 무서움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한 수치는 몰랐던 용신족 부녀의 충격은 더욱 컸다.

‘이게 파워 오브 엠블렘인가?

일천 명의 영웅신을 없애고도 이렇게 무사하다니?

바람의 절대자가 십중심 중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소문조차 부족했구나’

‘어…어떻게 하지요?’

십중심의 도끼라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황녀 대신 시험을 받아서 안전을 확보했지만, 도무지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더욱 충격을 받는다.

“그 이후로 세어본 적은 없다.”

“….”

“….”

“….”

입을 딱 벌리면서 한참을 굳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용신제를 쳐다보면서 말한다.

“너는 더 들을 필요가 없다.

이 이상 들으면 십중심의 명예를 위해서 내가 조처를 해야 할 상황이다.

가서 보물…다과상이나 가져와.”

아주 힘겨운 표정으로 겁에 질려서 떨기만 하는 용신족 부녀를 내보낸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시 꺼낸 담뱃대를 꽉 물고 연기를 뿜어낸다.

“어르신! 그러시니 자손을 못 가지시는 겁니다.

너무 많이 시험하셨습니다.

세계 전체의 균형이 흔들릴 정도로 말입니다.

무서워서 후손을 허락하겠습니까?

그런 존재가 둘이 되면 누가 감당합니까?”

차마 너무 많은 살생을 해서 그들의 원한으로 후손을 보지 못한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약하고 작은 존재의 원한이라고 해도 쌓이면 크다.

영웅신의 원한이 일천 이상 쌓였다면 아무리 십중심이라도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지.’

그러나, 바람의 절대자는 당당하게 말한다.

“영웅신들은 시험을 받아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네가 아느냐?

절대계가 완성되고 나서 벌어진 각 종족의 영웅신들의 벌였던 참혹한 정복과 전쟁을 보았느냐 말이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몇 경의 생명체와 몇 조의 지성체가 그들의 전쟁에 휘말려 소멸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처단되어야 했다.”

세계를 위해서 마구 날뛰는 영웅신들을 처단했다는 지극히 모범적인 답변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전쟁터에서 적을 잘 죽이고, 사냥터에서는 사냥감을 잘 잡으면 영웅이지요.

그리고, 사냥이 끝나면 역할을 마친 사냥개를 잡아먹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여야 할 적을 잃고, 쫓아야 할 사냥감마저 잃은 사냥개가 주인이나 가족을 물려고 덤비니까요.

이렇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십중심의 반란은 절대계를 나태한 창조신에게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배은망덕한 권력투쟁이 됩니다.

그러니 많이 죽였다고 자랑은 그만하시지요.

어떤 명분이 있어도 대량살생은 나쁜 짓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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