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보아하니 백색 투기 때문에 재생력이 발동하지도 못하는 순간적인 죽음이었다.
‘권능 무효를 기본으로 가진 창조신장을 즉사시킬 수 있는 오의가 있어?
이럴 수가 있어?
이 예감이 맞을지 모르지만, 맨손 공격은 무조건 맞아서는 안 된다.’
죽음을 예측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외침은 지독한 위기감이 되어서 흑염 본능을 자극한다.
흑염 본능은 자신이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는데 후퇴하라니 이해가 가지 않지만, 경계심을 강화한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의 흑염권능이 감지하고, 차원권능으로 보았던 미래가 흑염본능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카!?”
어처구니없는 최후에 놀라서 비명을 지를 때였다.
바람의 절대자의 왼손이 뒤로 거두어졌다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내밀어진다.
“카아아아아-!”
방금 본 광경과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그대로의 재현이었다.
슈르르르르르!
흑염 본능은 이미 어떻게 될지 결과를 보았기에 감히 막을 생각은 하지 않고, 전력으로 뒤로 몸을 날린다.
“크아아-!”
앞으로 달려들던 신체의 근육이 일순간 역으로 작용하면서 그대로 뒤로 몸을 튕겼다.
빠드드드드드! 지지지지직!
너무 급격한 전환에 근육과 뼈가 찢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지만, 절대적인 흑염의 신체 능력은 충실하게 목적을 이룬다.
복잡한 오의와 수련이 없어도 바람의 절대자의 제어력을 일순간 뛰어넘은 것이다.
슈가가가가! 따아아앙!
차원창세신 코아라면 반드시 적중될 공격을 피해내며 손톱을 교차해서 심장을 막아낸다.
그러자 이제까지 파멸유혼검 표면에 상처까지 내던 파란 손톱들이 모두 분질러나간다.
우지지지지! 뚜뚜뚜뚜뚝!
심장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양손의 손톱에 흑염 투기까지 한껏 담았다.
여기에 교차까지 해서 막아냈는데도 모두 망가져 버린다.
그렇게 손톱들을 파괴한 죽음의 기운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타고 흐르며 신체를 노린다.
사사사사사사사(死死死死死死死)!
백색의 기운에 접촉하는 순간 아무리 자신이라도 죽는다는 사실을 예감한 흑염의 본능은 허둥지둥 손톱을 스스로 날려버린다.
“카아!”
투투투투투투투!
신체에서 튕기듯이 날아간 파란색 손톱의 뿌리들이 공중에서 흰색으로 변색이 되면서 그대로 분해되어 사라진다.
파앗!
잔해도 없이 파란 손톱이 존재했다는 흔적조차 지워진다.
백색 기운이 생명도 아닌 금속에 죽음을 내리고, 소멸시키다가 말소까지 해버리는 광경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은 할 말을 잃었다.
“….”
어떤 강적이라도 아무런 두려움 없이 죽이기 위해서 미쳐 날뛰는 광전사의 상징인 흑염 권능조차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바로 뒤에 반드시 지켜야 할 진리의 반려를 확인하자 신령연옥을 손으로 두들기면서 웅얼거린다.
“우우! 우우!”
미쳐 날뛰던 광기는 이미 사라졌다.
‘투지는 고사하고, 당장 도망치려는 상태로군.’
흑염본능도 진리가 바람의 절대자보다 더욱 무섭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러지 못해서 하는 행동이었다.
대책을 내놓으라는 모습에 당연히 차원창세신 코아의 분통이 터졌다.
“상대가 안 될 것 같으니 바로 항복이냐?
나와 교대하자고?
네가 안 되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감당되면 신체제어를 너에게 넘겼겠냐?
절대계 최강의 파괴력인 흑염 본능답게 어떻게든 해봐!”
“우우우-!”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덤빌 생각이 전혀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흑염 권능은 앞을 보면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러는 순간에도 바람의 절대자는 몸을 목검으로 가려서 방어하고, 왼손의 수도(手刀)를 쭉 내민 자세에서 멈추어있었다.
“후후후후후! 내 필살의 일격(必殺의 一擊)을 피했구나.”
공격이 빗나갔는데 흐뭇하게 웃는 광경을 보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의 눈빛에 두려움과 공포가 어린다.
사사사사사사사(死死死死死死死)!
수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색 투기의 정체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단지 죽음의 기운?
겨우 살기(殺氣)라고?”
저런 살기(殺氣)는 너무 익숙하니 틀릴 수도 없었다.
‘흑염권능은 투기와 살기를 융합하여 신체 능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다.
그래서 분명 절대계 최고이다.
그런데 융합하여 증폭한 흑염권능의 살기(殺氣)까지 능가하는 수준이라니?’
지금 여기에 투기와 살기의 융합체인 흑염권능조차 죽여버릴 수 있는 살기(殺氣)를 가진 존재가 있었다.
믿을 수 없어서 몇 번이나 파악해도 똑같은 결과만 나온다.
“진짜 순수한 살기(殺氣)다.
도대체 얼마나 죽여오셨기에 살기(殺氣)가 저런 위력을 가져?”
넋이 나갈 지경으로 놀란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에 환하게 웃는 바람의 절대자의 모습이 보였다.
수도(手刀)에 머금었던 살기(殺氣)는 이미 지운 이후였지만 위기감이 고조된다.
“저 살기를 운용할 수 있는 맨손은 위험하다.
내 파란 손톱이 이렇게 되면 어떤 절대기나 신체도 못 견딘다.
맞지 않는 수밖에 없다.”
수도(手刀)를 거둔 바람의 절대자는 진심으로 차원창세신 코아를 칭찬한다.
“일격의 필살(一擊의 必殺)이라 한다.
절대계 최초로 네가 피하고 살아남았다.
정말 잘했다.
과연 십중심의 도끼라고 불릴 만 하구나.
왜 회색의 절대자님이 반드시 죽이라고 했는지 확실히 이해했다.”
그 말을 들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진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주 위태롭다 했더니 역시 방구석 폐인이 수작을 부린 탓이었어.
내가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아?
반드시 갚아준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관없이 처단을 결심한 바람의 절대자는 찬사를 하면서도 전투태세를 갖추어간다.
그리고, 이제껏 흑염 권능의 공격을 막아냈던 목검이 거칠어진 면을 보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
“후유!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의 다음 강도인 내 파멸유혼검이 많이 상했구나.
파란 손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한 위력이다.”
파란 손톱에 당해서 표면이 상처투성이가 파멸유혼검과 태극천검을 대지에 꽂는다.
그리고, 양손을 활짝 펴서 맨손임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본격적으로 싸우겠다는 통보였다.
“그럼 모두의 발등을 찍기 전에 조치를 해주마.”
“….”
투우우우-! 푸우우우!
순수한 살기(殺氣)인 백색 투기를 피어 올리는 바람의 절대자의 양옆에 목검과 대검이 호위처럼 늘어선다.
그는 이제 자유로워진 등과 손을 가볍게 풀면서 중얼거린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너무나 작아서 뒤의 말이 들리지 않았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진다.
바람의 절대자의 입 모양을 읽었는데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장차 태어날 내 아이의 아주 좋은 전투 교보재가 될 것이다.
이렇게 다양하면서 끈질긴 창조신은 없는데 참으로 아깝구나.’
흑염의 바람성에서 영원의 심판을 잔꾀로 끝낸 대가로 바람가의 교보재로 끌려갈 뻔했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아오 시바-! 또 이 패턴이냐?
무슨 전투 교보재?
내가 무슨 새끼 맹수의 사냥 훈련 도구인 줄 알아?’
흑염의 본능도 그때의 공포를 기억했는지 용신족의 황녀를 내버려 두고, 내뺄 기세였다.
당연히 막아야 했다.
“멈춰!
여기서 도망치면 진리님께 끝장이 난다.”
물러날 곳이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신령연옥에서 뛰쳐나온다.
“교대한다!
살 방법이 있으니 내 신체에서 물러나라.”
원래는 죽기 직전까지 날뛰기 위해서 신체의 제어를 넘겨줄 리가 없는 흑염 본능이다.
그러나, 도망쳐도 무사하다는 보장이 없는 바람의 절대자가 상대였기에 재빨리 인계하고 물러난다
예상대로지만 너무나 쉽게 신체를 돌려받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우우! 내 팔자야.
절대계 최강의 흑염 본능이고 뭐고 믿을 곳이 전혀 없네.”
눈앞에 서서히 흑염권능까지 말살할 수 있는 죽음의 기운을 한껏 끌어 올리는 바람의 절대자가 있었고, 뒤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용신족의 황녀가 있다.
‘살기(殺氣)를 머금은 바람의 절대자와 직접 싸우면 반드시 죽는다.
투기의 일종이라서 가까이 안 가는 것이 정답인데 상황이 이러니 도망은 글렀다.
이기지는 못해도 살아날 방법이 있기에 신령연옥에서 뛰쳐나와 교대했다.
어디 볼까?’
입은 한탄을 하고 있지만, 눈은 상처투성이인 파멸유혼검과 태극천검을 주시한다.
내부에 머무는 바람가의 조상들을 확인한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회심의 미소가 떠오른다.
황녀를 지키고, 자신도 살아날 길을 확실히 찾은 것이다.
‘후후! 예상대로다.
이렇게 되면 역시 최후의 수단은 내 흑마도다.
그리고, 내 머리와 입밖에 없군.”
차원창세신 코아가 맹렬하게 대책을 수립하는데 바람의 절대자가 흥이 돋는지 상의까지 벗어서 태극천검의 손잡이에 걸었다.
휙!
백색 투기를 뿜어내면서 상처가 하나도 없는 단련된 상체를 드러내는 바람의 절대자에 비해서 흑염 본능이 물러간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가 급격하게 쪼그라든다.
갑자기 기세가 약해지자 바람의 절대자는 몸을 풀면서 물었다.
“응? 설마 흑염의 폭주조차 멈출 수 있느냐?”
“엉성하게 익혀서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또 대충 익힌 덕분이냐?
이것 참! 미완이나 공백의 미가 약자와 미숙한 자의 헛소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의미가 있을 줄은 몰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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