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아이언은 행성을 몇 번이나 지워버릴 수 있는 용자동맹의 집중포격에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는다.
거기에 이제 일반 용자도 쓰기 시작한 투기의 위력은 이미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동맹의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고, 방어할 수도 없다.’
이런 절대적인 힘 앞에서 아무 죄도 없는 개조 인간인 자신들을 반역할 힘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옥으로 끌고 와서 가두었다는 원한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미 지성체들의 삶 정도는 무시할 정도로 막대한 힘과 직위를 손에 넣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슈아아아아!
빛의 날개를 휘날리는 황금빛의 거대한 투신의 환영이 사라지면서 절세의 미소년의 모습이 드러난다.
더욱 뚜렷해진 푸른색의 옆머리와 머리카락 끝부분에 백금발이 번쩍이는 아이언은 한 방울의 피가 맺혀있는 왼손의 약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바늘 송곳이 유일하게 파고들었던 은하유성의 태풍의 핵 지점이었다.
“태풍의 핵이 또 뚫렸다.
이 하나의 허점은 도저히 없앨 수 없는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그 말을 들은 용자왕들은 깊숙이 숙였던 고개를 들고서 외치고 싶었다.
‘거기는 약점이 아닙니다.
그 정도는 부상조차 아니시고요.’
‘용자동맹의 총공격과 수련행성의 강화된 신체 강화를 받아내시고도 손가락 끝에 피 한 방울이면 너무하신 것입니다.’
‘어디까지 강해지셔야 만족하실 겁니까?’
자신들이 보기에는 이미 성공인 것 같은데 끝없이 강화해서 도전하니 보기만 해도 기함을 할 정도였다.
아이언은 잠시 손가락 끝을 보다가 입에 넣고 빨았다.
쪼오오오옥!
피부 바로 밑에 만든 데우스 엑스 마키나 아마까지 관통한 바늘 기둥으로 생긴 부상은 바로 회복되었다.
피떡이 되었던 초기에 비하면 거의 부상이 없는 상태이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황금의 불변(不變)으로 모든 뼈와 근육이 강화되어서 어떤 투기의 압력도 견딜 수 있는 신체가 되었다.
그래도 부족한가?’
신체붕괴를 걱정하지 않고, 한껏 발동시킨 은하유성의 투기회오리는 만족할만한 위력을 보여주었는데 최후의 허점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여기까지 도달한 노력보다 이 허점을 없애는데 들어가는 수고가 몇 배는 더 클 것이다.
정점과 완벽에는 도달하기가 참으로 힘들도다.”
이미 용자왕조차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강해졌으면서 씁쓸하기 짝이 없는 아이언의 말투였다.
다른 용자동맹도 지옥에서 불려와서 계속 수련을 돕고 있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반복에 보는 것만으로도 지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날이 강해지면서 철벽처럼 완전해지는 아이언의 투기와 존재감에 불평도 못 하는데 이제는 숨조차 쉬기 힘들 지경이었다.
‘커어! 또 숨이 막힌다.’
‘이건 못 견뎌!’
‘언…언제 수련행성에 들어가시는 거야?’
신족의 상위신도 버티기 힘든 무서운 살기와 투기를 뿜어내던 흑염 세력에게 망설임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용자왕과 용자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아이언의 기세는 조용했으나 한없이 높으면서 단단한 철벽에 짓눌리는 느낌이었기에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용자왕들도 숨이 가빠지는 느낌에 빠르게 의사를 교환한다.
‘아이언님의 투기가 또 올랐다.’
‘일반 용자들은 못 견딘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면 모를까 투기를 어설프게 느끼니 문제로군.’
투기를 깨닫고 있는 용자동맹에게 아이언이 발산하는 투기는 강철 이상의 강도였다.
그런 걸 직접 느끼고 있으니 무사하지 못한 것이다.
‘아이언님의 농밀한 투기에 전부가 제압당해간다.’
‘용자들의 호흡과 감지기능이 정지하고 있어.’
‘이러다가 모두 질식사하겠다.’
용자동맹이 숨이 막혀서 전멸하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아이언을 어떻게든 여기를 벗어나게 해야 했다.
아이언의 수련을 도우면서 투기를 깨달은 용자동맹에게도 휴식과 수련이 필요했다.
풀썩! 풀썩!
견디다 못한 몇몇이 쓰러지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사자왕 가이가 일어서서 말한다.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왔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중앙신계로 가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응?”
사자왕 가이도 이제 신족의 유모에 대해서 파악했기에 나온 제안이다.
‘신족의 유모는 권능이 담긴 모유로 정기보급과 권능보충을 한다.
크롬 공주와 프롬 여제에게는 얼마 전에 갔다 오셨지.
그럼 가셔도 금방 다시 오실 것이다.’
수련행성에서 신체 강화만 하는 아이언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경우는 오직 유모에게서 대량의 정기나 권능을 얻으면서 정리할 때였기에 나온 말이었다.
그 말에 고민하던 아이언도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그런가?
드디어 폐관수련을 마쳤나.
가보아야 하겠군.”
“예! 중앙신계에 통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대화는 중앙 신계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워터 문, 천족과 마족들에게 똑똑히 전달되었다.
그리고, 함성이 울렸다.
“드디어 위대하신 신계주신님이 중앙신계에 오신다!”
“어서 환영식 준비를 해라!”
일 년 동안 아이언이 중앙 신계에 온 적이 전혀 없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님의 폐관수련 상황을 파악하고, 차원권능을 걸더니 그걸로 발걸음을 끊으셨다.’
신계 주신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천족과 마족들에게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드디어 정식방문이 결정된 것이다.
그래서, 워터 문은 다급한 어조로 삭월(朔月)의 시즈지에게 말한다.
“어서 단장하셔야 합니다.
위대하신 신계 주신님의 차원권능이면 곧 도착하실 것입니다.”
“….”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수백 년을 강제폐관을 시킨 아이언에게 화가 아직 풀리지 않았으나 부하들 앞에서 그런 마음을 드러낼 바보는 아니었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천족과 마족이 이렇게 열렬하게 지지하는 아이언과의 불화를 보이면 위치가 흔들릴 테니 표현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알았다.”
이렇게 없는 일로 넘어가자니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미 흘러간 과거의 일이었다.
그리고, 아이언의 변한 머리카락의 색깔도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 그녀였다.
‘확실히 머리카락이 부분적으로 색깔이 변해있었어.
설마 다른 유모들의 권능이 나의 창조력을 능가할 정도로 강해진 것은 아니겠지.’
본래 자신의 정기와 창조력으로 인하여 순수하게 황금빛으로 빛나던 아이언의 머리카락에 다른 유모의 빛이 섞여 있다는 점은 굉장히 불쾌하면서도 위기상황이었다.
‘일단 대화를 해보자.
따질 일이 너무 많아.’
오랜 폐관수련 동안 정체를 드러낸 자신들의 보조인격인 천족과 마족과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거기서 아이언과의 계약을 듣고서 놀랐기에 직접 해명을 들어야 했다.
가장 큰 충격을 자신의 진짜 아이의 운명을 알게 된 점이다.
‘내 아기가 영혼이 없는 미숙아로 태어나서 바로 죽었다니?
아이언님의 신체는 내 아기의 시체를 분해해서 새롭게 창조되었다고?
내 아기로 환생하셔서 신이 된 것이 아니야?
이것이 정말인가?’
보조인격으로서 그녀의 인생의 모든 것을 지켜본 천족과 마족의 설명은 잔인할 정도로 명확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아기는 신계가 없는 행성에서 잉태되어 정착할 영혼이 없어서 미숙아로 태어나서 바로 죽었다.’
‘최고위 창조신 정도의 신령은 결코 지성체의 자녀로 환생할 수 없다.’
‘억지로 한다고 해도 초능력자가 한계일 정도로 극한대로 약해지기에 무의미해진다.’
‘그러면 도저히 저렇게 강해질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치에 맞았다.
그녀가 얻은 상식으로도 지성체의 환생으로는 그렇게 짧은 시간에 신족과 세계의 최강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엄청난 세월이 필요하다.
수백 년 동안 천족과 마족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이해했지만 직접 확인해야 한다.
정말 죽은 다음에 재창조한 것일까?
아니면 내 아기를 죽인 다음에 육체를 빼앗아서 신체를 새로 만들었는지를 말이야.’
아이언이 방문한다는데 전신 갑옷과 무장을 갖추고 있으니 천족과 마족들이 보는 눈이 불안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일단 맞이할 준비를 하자.’
자신의 권력기반이 이들의 지지인 줄 아는 그녀는 무기를 집어넣고, 전신 갑옷을 드레스로 황금 장미가 수 놓인 백색의 드레스로 바꾸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준비를 끝내려던 삭월(朔月)의 시즈지였는데 워터 문은 달랐다.
‘지금 저러면 안 되신다.
최상으로 준비해야 해.’
유모가 혼자이면 모를까 만만치 않은 상대가 셋이나 있었다.
본인에게 직접 말하지는 못하니 기뻐 날뛰는 천족에게 호통을 쳤다.
“뭐하느냐?
어서 삭월(朔月)의 시즈지님의 목욕준비를 해라.
신계 내부의 드레스와 화장을 하는 천족을 전부 호출해서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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