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바로 처단하기에는 여론이 마땅치 않아서 한곳에 모아놓은 연합의 구 지배층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달은 크롬 공주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숨겨둔 자산과 군대의 파악이 끝나면 바로 해결하겠어요.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그들은 연합을 수백 년 동안 지배해온 지배층답게 막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우주 해적이나 암흑가의 범죄집단으로 위장된 전력을 모두 파악하면 그들의 운명도 끝이었다.
‘공식적인 직위나 군대는 빼앗았지만, 숨겨진 전력이 많았어.’
은하제국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는 크롬 공주의 단호한 말에 만족한 아이언은 젖가슴을 어루만지면서 말한다.
“인간의 나라는 인간이 다스려야 한다.
그 뒤의 말도 있어요.
신이 직접 다스리는 인간의 나라는 반드시 신의 손에 의해서 멸망한다.
그것도 완전히 소멸하니 아예 손을 대지 말라는 금언을 잊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역시 아이언은 은하제국의 직접 지배에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서 안심되는 크롬 공주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에메랄드 여황의 요청에 의한 일시적인 협조예요.
크롬 유모는 이제 신계의 정식 신족이에요.
천 년도 못 가는 지성체들의 나라와 권력에 절대로 관심을 가지지 마세요.
그렇게 되면 신계의 권력이 사라질 거예요.”
“!”
연합을 다스리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자 나름대로 애정이 생기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언에게 이렇게 직접 경고를 하자 가슴이 서늘해지는 그녀에게 재차 확인하듯이 말한다.
“신족의 개입은 어디까지나 관리 행성의 치명적인 오염이나 파괴 직전에 이루어져야 해요.
그리고, 원인을 제공한 쪽이 지성체라면 내리는 유일한 심판방법은 아시고 있지요?”
“….”
지성체들의 행성 파괴와 반역에 대한 심판은 모든 지성체의 멸망이었다.
그리고, 다시 환경을 정화하여 새로운 지성체를 이주시켜서 새로 시작하게 한다.
은하제국의 국민도 그렇게 온 이주민이 시초였다.
“예.”
가장 기본적인 신족의 방침을 기억한 크롬 공주는 힘겹게 대답한다.
제국과 연합의 치열한 전쟁에서도 유인 행성이 파괴된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그렇게 다행스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언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한다.
“명심하세요.
신족의 지배층이 되려면 지성체보다 행성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행성이 있다면 지성체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어요.
하지만, 모든 행성이 오염되거나 파괴되면 전부 끝이에요.
지성체는 당연히 전멸하고, 신계도 운영할 정기가 없어서 정지하지요.
그럼 신족도 철수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세요.”
아이언의 신념을 담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빛에 압도당한 크롬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를 한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어요. 아이언님.”
제국의 여왕으로서 개인보다 나라가 우선이라는 교육을 받은 그녀로서는 납득가는 부분이 많기에 거부감은 그렇게 많이 없었다.
아이언은 동전 착유기가 달린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낭랑한 음성으로 교육을 시작한다.
“신족은 지성체가 번성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행성을 만들고, 신계를 설치한다.
그렇게 얻은 정기로 신계의 핵이 될 수 있는 주신을 늘려서 영역을 점점 확장한다.
이게 신족이 세력을 확장하는 기본이자 정석인 방법이에요.”
이렇게 아이언이 직접 크롬 공주에게 신족의 지배층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해서 교육을 시작한다.
“중앙신계의 경우는 유인행성의 수가 최우선으로 많아야만 해요.
그래야만 주신들이 모여요.”
“아아! 예.”
그렇게 교육과 애무를 병행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드디어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폐관수련이 끝났다.
중앙신계의 가장 핵심의 봉인이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풀리기 시작한다.
찰칵! 찰칵! 드르르르르!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폐관 수련소가 중앙신계의 핵이 보관된 장소이기도 했기에 수많은 봉인과 보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출입문인 원형의 문 앞에는 그녀의 폐관수련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은 천족과 마족들이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대기 중이었다.
‘나오신다.
준비하라.’
‘오십 개의 신계가 부활을 마쳤다.’
‘정말 대단하셔.’
최고위 창조신 은하유성 아이언의 첫 번째 유모라는 사실도 천족과 마족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대단한 신분이었다.
더구나, 신족으로서 차원권능을 가진 아이언의 신계였기에 차원권능의 도움을 받기도 했으나 신계 부활은 온전한 그녀의 힘이었다.
중앙 핵을 흑염 도적단에게 빼앗겨 죽은 신계들을 이렇게 빠르게 부활시킨 그녀의 엄청난 창조력은 하위 정신체인 천족과 마족에게 진실한 충성을 받을 만했다.
끼이이이이이! 파아아아!
은행의 금고처럼 엄청나게 두꺼운 원형의 문이 드디어 개방되었다.
내부에서 황금빛이 찬란하게 뿜어져 나오는데 그 안에서 금속성의 육중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도저히 숨길 수 없는 다른 여신의 세 배가 넘는 압도적인 젖가슴과 엉덩이를 가진 매혹적인 여신의 그림자가 그들을 덮는다.
구궁! 구궁!
그런데 그녀는 하늘하늘한 드레스가 아닌 투신들이 입는 전신 갑옷을 입고, 커다란 원형의 방패와 기사들이 쓰는 돌격 창을 들었다.
전투태세인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모습에 워터 문과 천족과 마족들이 당황했으나 바로 커다랗게 환영 인사를 했다.
“폐관을 마치심을 축하드립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님.
부활시키신 신계는 주신만 있으면 바로 완전가동할 수 있게 준비되었습니다.”
대표로 나온 워터 문의 환대에도 무표정한 그녀는 차가운 음성으로 묻는다.
“내가 폐관수련을 한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지?”
이제까지 그녀는 모두에게 나름 공대를 했는데 이제 명령조의 말투였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무서운 신력과 분노를 읽은 워터 문은 빠르게 대답했다.
그녀도 일반신이 되었지만, 지금 삭월(朔月)의 시즈지에게 중급신 이상의 존재감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하대로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차이가 아니었다.
“정확히 일 년이옵니다.”
아이언이 설정한 폐관수련의 강제 개방시간이기에 틀릴 리가 없었다.
그리고,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급격한 성장에 워터 문은 놀라고 있었다.
‘분명 중급신을 넘어서서 상급신을 바라보고 계신다.
어떻게 몇천 년이 걸려도 힘들다는 승급을 두 단계나 뛰어넘으셨을까?
신계를 부활시키는 폐관수련이 그렇게나 효과적인가?’
그런데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일 년?
그렇게 영원처럼 길었던 세월이 겨우 일 년?”
잠시 휘청거린 그녀는 이를 악물고서 묻는다.
“으득! 아이언님은 어디에 계시느냐?”
그녀의 말에 담긴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워터 문은 잠시 망설였으나 숨길 일이 될 수 없기에 바로 대답했다.
“수련행성에서 단련 중이십니다.”
연합 본성에 있는 크롬 공주에게 잠시 다녀오기는 했으나 수련행성에서 단련으로 거의 시간을 보낸다.
그 말에 누군가에 대한 분노의 기색을 숨기지 못했던 삭월(朔月)의 시즈지도 멈칫했다.
그녀의 뇌리에 아이언이 수련행성의 바늘 기둥의 위력에 못 견디고, 꿰뚫려서 죽을뻔한 광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아직도 그 위험한 수련행성을 사용하시는가?
다른 유모들은 말리지 않고 뭐를 한 거지?”
분노와 걱정이 뒤섞인 목소리에 워터 문은 재빠르게 반응했다.
폐관수련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이 수습할 좋은 기회라는 파악한 그녀는 빠르게 제안을 한다.
“예. 영광의 자리로 가셔서 중앙신계의 종합보고를 받으시면 모두 파악되실 것입니다.”
마족의 대표도 옆에서 돕는다.
“모든 보고 준비를 해놓았습니다.”
아이언이 인정한 중앙신계의 신계주신 대리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였다.
그리고, 그녀의 창조력에 매료된 워터 문의 천족과 마족으로서는 어떻게든 그녀의 위치를 튼튼히 해야 했다.
‘다른 유모들은 창조력이 부족해서 믿음이 가지 않아.’
‘무엇보다 그녀들은 신족에게 반발하던 제국의 황족이 아니었던가?’
제국 시절에 그녀들 덕에 무척이나 고생했던 워터 문과 천족과 마족들이었다.
그러니 다른 유모들이 중앙신계의 핵심무력인 동맹과 관리영역인 은하제국에 점점 영향력을 확대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언님이 개인수련에만 매진하면서 동맹과 은하제국의 일을 그녀들에게 맡기고 있다.’
‘점점 신계의 발언권도 줄어드는 판국이다.’
급격히 발달한 유모들의 능력은 이제 자신들을 뛰어넘고 있었다.
그러니 유모 중 첫 번째이며 신계를 가장 중요시하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폐관종료는 모두 이렇게 뛰어나와서 반길 일이었다.
그런 기색을 읽은 삭월(朔月)의 시즈지도 잠시 생각을 하다가 감정적인 분노의 해소보다 일단 상황파악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워터 문과 마족의 대표가 기꺼운 표정으로 힘차게 대답했다.
“예!”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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