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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제는 바람의 절대자가 세계의 균형을 흔들만한 강력한 종족의 영웅신을 봐준 일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시험을 받고서 무사한 영웅신도 역시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지금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십중심의 시대다.
영웅신이 있을 곳은 없지.
너도 차라리 평범하게 태어나서 아무것도 모르고 지내는 게 좋았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울고만 있는 두 부녀를 지켜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슬쩍 중간으로 끼어들면서 고개를 숙였다.
시야만이 아니라 기세까지 막히자 이게 무슨 짓이냐는 표정을 지은 바람의 절대자에게 능청스럽게 말한다.
“어르신. 용신족의 황녀가 전투훈련을 아예 받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로 보입니다.
이래서야 시험을 보자마자 바로 소멸할 테니 시간을 주시죠.
원래 저희는 반려의 자격이 있는지 보러왔지 않습니까?
그것만 하시고, 이번에는 넘어가시지요.”
그런데 바람의 절대자는 단호한 음성으로 거부한다.
“안된다!
너도 보지 않았느냐?
나의 무형투기의 제압을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았으면서 해제를 시도해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바람의 절대자가 보기에 용신족의 황녀는 지금도 위협적인 힘을 가졌는데 전투훈련을 약간만 하면 다른 종족들이 견딜 수 없어 보였다.
황녀가 아직 어리고, 언제든지 바로 올 수 있으니 반려로서 자격만 확인하려던 바람의 절대자의 마음이 변한 이유였다.
“내가 처음 볼 정도로 강한 영웅신의 재능이다.
지금도 영웅신으로서 재능과 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내버려 두면 다른 종족들이 멸족당할 수 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더욱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면서 말한다.
“푸후후후후후. 그럼 오히려 더 잘 되었지 않습니까?
그렇게 가능하다면 확실히 가능성이 있군요.
나중의 일은 그때 걱정하시고, 일단 반려의 검사부터 하시죠.”
“지금 상황에서 그건 아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보기에 바람의 절대자는 아무리 보아도 황녀의 끝장을 볼 심산인 것 같았다.
“황녀는 영웅신의 수준이 너무 높다.
잘못하면 주변 종족만이 아니라 절대계의 질서까지 흔들린다.
물러서라.”
진리의 반려를 어떻게든 지켜야 할 처지인 차원창세신 코아는 파멸유혼검을 쳐다보면서 간곡하게 외쳤다.
“조상님들! 말려주십시오.
세계보다 가문이 아니겠습니까?
대를 이을 후손을 보셔야지요.
제삿밥도 확실히 최고급으로 챙기겠습니다.”
“으음!”
갑자기 조상들을 끌어들이자 바람의 절대자의 안색이 확 변하면서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이건 대의(大義)입니다.
무사는 대의(大義)로서만 살아야 합니다.”
부르르르르!
그 말에 파멸유혼검이 잠시 떨렸지만 바로 포기한다.
황녀가 가진 영웅신의 뛰어난 재능에 자극받은 바람의 절대자의 의지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무리 조상인 그들이라고 해도 바람의 절대자가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말릴 도리가 없었다.
“나는 ‘파워 오브 엠블렘’.
영웅신의 횡포에서 절대계를 지키기 위해서 존재한다.
이것이 나의 존재 의미다.
그러니 물러나지 않으면 너도 처단한다.”
지극히 차가워진 얼굴이 된 바람의 절대자의 파멸유혼검이 허리에서 움직이려 한다.
그러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급한 의지를 용신제에게 보냈다.
‘나도 얼마 못 막는다.
그러니 빨리 맹세하고 계약해!
너와 황녀가 살아있는 한 절대로 다른 종족을 침략하지 않겠다고 말이야.
용신족의 누구도 여기서 안 나간다고 말해!’
의지를 전달받은 용신제의 눈이 커졌다.
‘그대는 십중심 세력인 차원창세신 코아인가?
왜 중립인 용신족의 편을 드는가?’
황금세력과 십중심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유명한 의문의 창조신이 갑자기 태도가 변해서 바람의 절대자와 대립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용신제에게 보낸 호통 대신에 황녀에게는 아주 사근사근한 의지가 다르게 보내진다.
‘위대하신 황녀님! 저는 차원창세신 코아입니다.
제가 목숨 걸고 도운 이번 일을 꼭 좀 기억해주십시오.
그리고, 반란이 끝나서 바람의 절대자가 결혼할 때까지 성인신이 되시면 안 됩니다.
물론 지금처럼 전투훈련도 금지고요.
창조력과 신체단련에만 집중하셔야 삽니다.’
‘아? 예?’
황녀도 갑자기 바람의 절대자에게서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창조신의 행동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너무 급하니 빠르게 대답한다.
‘도와주시면 절대로 은혜를 잊지 않겠어요.’
‘그거면 됩니다.
그럼 부친을 설득해서 용신족은 이 영역에서 절대로 안 나겠다는 계약을 시키십시오.
계약서는 여기 있고, 작성하시는 동안 제가 막아 보겠습니다.’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계약서까지 나타나니 의도는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카르마의 계약으로 다른 종족에게 침략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시면 됩니다.
영웅신의 난동을 막기 위해서 싹을 자르는 업무가 ‘파워 오브 엠블렘’의 일이기에 유일한 회피법이지요.’
‘아!’
그렇게 무엇인가 용신제와 황녀에게 가르치는 모습을 본 바람의 절대자는 본격적으로 파멸유혼검에 무형투기를 두르면서 묻는다.
“무슨 생각이냐?
설마 어린 황녀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이러는 것은 아니겠지?
이유를 설명해 보아라.
차원창세신 코아.”
바람의 절대자가 보기에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무런 연고나 이익도 없이 용신족의 황녀를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나서는 성향은 결코 아니었다.
‘현자계열답게 철저하게 이해득실을 추구하는 용병신처럼 보인다.
불쌍한 유아신이라고 나선 것이 결코 아니야.’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이 답변을 시작했다.
“제가 누구에게 동정심이라니?
그럴 리가요?
저는 세상보다 자신이 먼저입니다.
스스로가 불행한데 세상이 행복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여기서는 일단 반려가 가능한지부터 보시죠.
대의(大義)만 생각하시면 잘못하면 평생 후회하실 수도 있습니다.”
용신족의 황녀는 진리의 반려로서 이대 바람의 절대자가 될 유일용신제를 낳았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진리의 혈족이며 절대계에서 가장 강대한 전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바람의 절대자에게 최상의 영웅신으로 공인받은 그녀다.
여기소 소멸한다면 오백만 명이 넘는 영원체를 보유한 위대한 바람가의 역사가 끊길 수도 있다.’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르는 바람의 절대자와는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럼 그냥 죽거라.”
바람의 절대자가 쥔 목검이 일순 모습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머리가 피를 튕기면서 뒤로 밀려난다.
퍼어어어어어억! 두두두둑!
그리고, 놀란 음성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음!?”
“윽!”
목에 구멍을 뚫을 기세로 빠르게 찔러온 파멸유혼검의 끝이 차원창세신 코아가 교차하여 방어한 양손을 파괴하는 정도로 막혔다.
목검을 막은 부위의 근육과 뼈는 박살이 났으나, 신체 내부의 파란 보호막으로 관통을 면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음을 질렀다.
“크으으으윽!”
다행히 계약서를 작성하는 황녀가 있는 뒤로 밀리지 않고 버티었으나, 여파로 양팔의 뼈가 산산이 부서진 상태였다.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의 방어가 발동되었는데도 이 꼴이 된 것이다.
‘방어가 아무 의미가 없나?
힘의 차이가 정말 크네.
그래도 마도신의 오리진님과 공격 방식이 비슷해서 살았다.’
일격에 목이 날아갈 위기였는데 과거의 대련경험이 막게 해준다.
그리고, 신체 내부에 생성된 보호막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 정도의 공격에도 구멍이 안 뚫려?
이 청색 보호막은 도대체 뭐이기에 바람의 절대자의 공격에도 관통이 안 돼?
내가 봐도 진짜 대단한 방어력이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 탄성과 방어력이 있는 권능은 기억에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분석을 시도할 때 바람의 절대자의 감탄이 들려온다.
“허어? 이걸 그렇게 막았느냐?
대단한 반사신경과 방어력이구나.
역시 힘을 숨기고 있었어.
그럼 본격적으로 간다.”
바람의 절대자에게 십중심을 제외하고는 일격을 견디는 상대가 없으니 아주 신선한 자극이었다.
좋은 대련 상대를 만났다는 표정을 보이는 바람의 절대자에게 다급하게 외친다.
“잠…잠시만! 어르신! 이건 운이 좋은 것뿐입니다.
제가 어찌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좋은 말로 하시죠.”
“운도 실력이다.
그리고, 내 공격을 운으로 막을 수 있다면 그것도 대단하다.”
후우우우웅!
바람의 절대자의 파멸유혼검이 부드럽게 원을 그리면서 궤적을 만들어간다.
“아무리 보아도 너는 힘을 굉장히 많이 숨기고 있는 것 같구나.
내 앞에서 이제 진실한 힘을 보여봐라!”
차원창세신 코아는 방금 공격을 보기는 고사하고, 느끼지도 못했다.
바람가 마도신의 오리진과 했던 오만년 대련의 경험이 반응한 것이지 버틸 수 있는 실력은 아니었다.
“진짜 아니라니까요!
전 언제나 전력입니다.
숨길 여유가 없어요!”
“아직도 엄살이냐?
그렇다고 너무 일찍 나가떨어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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