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차원창세신 코아도 절대계에 와서 항상 하던 일이라서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온 협박이었다.
다시 목검으로 한 대 갈길까 하다가 조용히 말로 했다.
“그만해라.”
“!”
차원창세신 코아는 뒤에 서 있는 바람의 절대자의 기세가 심상치 않자 재빨리 뒤로 물러서서 공손하게 양손을 모으면서 물러난다.
“제가 문을 열어 두었습니다.
가시죠. 어르신.”
지극히 정중한 태도에 바람의 절대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앞으로 걸어 나선다.
“못 말리겠군.
너는 정말 아슬아슬하다.
이렇게 내버려 두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아하하하. 십중심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보아주시면 지극히 감사하겠습니다.”
무자비한 살기와 투기를 날리면서 압박하던 차원창세신 코아가 물러나자 황궁의 근위병들이 이를 악물고서 막 덤벼들려 했다.
“쳐라!”
“목숨을 걸고서 황녀를 지켜라.”
무척이나 용맹스런 모습들이었으나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다.
“쯧쯧쯧! 목숨을 건다고 넘을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너희는 차라리 자비를 구걸해야 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이 행성 전체에 울리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나선 바람의 절대자의 오른손이 가볍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휘이이이이이-!
가벼운 산들바람이 황궁 전체를 스치고 지나간다.
“!!!”
근위병 모두가 돌이 된 것처럼 굳어버린다.
무기를 든 채로 몸이 마비되어서 눈동자만 굴리는 근위병 사이를 지나가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휘파람을 불면서 감탄한다.
“휘이이이! 무형투기를 이용한 제압형 오의입니까?
이런 다수를 동시에 하시다니 정말 기가 막히는군요.”
근위병들이 수준에 상관없이 모두 눈만 굴리면서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못한다.
입도 놀리지 못할 정도로 신체가 철저하게 제압되었으니 보면 볼수록 감탄만 나왔다.
‘화아아아! 그래도 황궁 근위병이라고 주신급 이상의 용신들만 모아놓았다.
그런데 허수아비보다 못하구나.’
모두 밀집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황궁 전체에 있는 모든 용신족이 방금 손바람이 일으킨 무형투기에 제압되었음을 파악하고서 하는 감탄이었다.
‘주변 건물에 아무런 손상도 입히지 않고서 전부 제압했다.
권능과는 달리 위력이 단순한 투기 오의로 이게 가능한 일이던가?’
은하유성이 결계와 광역 파괴능력은 위에 있지만, 수준에서는 비교할 가치도 없구나.’
도대체 어떤 수준의 투기운용을 해야 이게 가능할지 고민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앞서가던 바람의 절대자가 조언한다.
“이건 오의가 아니다.
투기와 세계의 흐름을 이용해서 발휘한 점혈술의 응용에 불과하다.
너도 조금만 수련을 하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조금이 문제지요.”
바람가의 혈족이면 조금만 노력하면 할 수 있는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였다.
그런데 방어조차 익히지 못한다고, 오만년을 두들겨 받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도 조금만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무수하게 들었지.
바람가에게 조금이 다른 존재에게는 끝도 보이지 않는 엄청난 간격이다.’
그렇게 과거 회상을 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동상처럼 굳어있는 용신족들을 걸으면서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파파파파파파파파!
황궁에 가득 차 있는 장식물과 보물들이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에 끌려왔다가 다시 돌려진다.
또 차원권능의 시간 가속으로 황궁 전부를 샅샅이 뒤지는 모습을 보자 바람의 절대자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부터 보물만 찾아서 복사던데 왜 그러느냐?
훔치는 것도 아니고, 다시 바로 돌려주니 이상하구나.”
옆에 지켜보았는데 일단 가져와서 복사하고 바로 원위치로 보내는 일의 반복이다.
이런 귀찮은 일을 용신족의 본성에 와서 계속하고 있으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환하게 웃으면서 방금 챙긴 커다란 보석 등을 보여주면서 말한다.
“표시가 안 나게 알아서 대가를 챙기고 있습니다.
황금 사장님과 계약을 그렇게 했습니다.”
“응?”
손에 쥔 보석 등이 황금빛에 휘감긴다.
그리고, 두 개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지식이니까요.
이렇게 복제해놓으면 언제인가는 잘 사용합니다.”
화아아아아아-!
똑같이 창조해낸 보석 등은 아공간에 넣고 원품은 다시 원위치를 시키는 모습을 보자 이번에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
행성에 차원방어막을 유지한 상태에서 저 정도 창조력의 발휘를 하는 데 아무런 부담이 없는 것이다.
‘대수(大手)님을 연상하게 하는 강력한 창조력이다.
이렇게 뛰어난 창조력을 가졌으면서 이렇게 강탈하고, 복사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런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 주변에서 알아서 바칠 것이다.
강탈 후에 돌려줄 필요가 있나?
왜 이렇게 스스로 오명을 자처하지?’
절대계 최고의 부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창조력의 정점인 대수(大手)였다.
마력이 뒤섞인 극히 일부를 제외한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대수(大手)님에 비견되는 창조력을 가졌으면서 사업이 아닌 강탈과 복사를 선택했는가?
이해할 수가 없군.’
이제 황궁 전체를 복사할 기세로 설치고 다니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바람의 절대자였다.
‘가진 힘과 가능성을 고려하면 너무나 궁상맞게 살고 있었다.
이건 도대체 뭐에 쓰려고 만든 창조신인가?
용도를 알 수가 없구나.’
그렇게 모두가 제압된 황궁을 둘러보면서 일직선으로 걸어가는 두 명의 앞에는 커다란 대전이 보인다.
그 안에는 유일하게 움직이는 어린 소녀가 있었다.
흑진주처럼 검은 머리에 화려한 궁장을 입은 그녀는 황금색 용포에 왕관을 쓴 용신제에게 걸린 제압을 어떻게든 해제하려고 시도하는 중이었다.
“아바마마! 제발 움직이세요.”
그녀의 투기로 용신제의 몸이 지진을 만난 듯이 흔들린다.
드드드드드드!
그러나, 유아신의 몸으로 바람의 절대자의 투기 제압술을 해제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자신의 힘과 황녀의 도움으로 겨우 말을 할 수 있게 된 용신제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한다.
“무리다.
어서 너만이라도 피하거라.
‘파워 오브 엠블렘’이 노리는 상대는 내가 아니라 영웅신인 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이이이이!”
용신제의 몸에 투기와 신력을 불어넣어서 신체를 제압하고 있는 바람의 절대자의 무형투기를 몰아내려 한다.
파아아아아아-! 구구구구구구궁!
황궁 전체를 뒤흔드는 나름 쓸만한 투기방출에 바람의 절대자와 차원창세신 코아는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용신제의 제압을 풀기 위해서 황녀가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중한 어조로 묻는다.
“어떻습니까?”
진리를 낳아줄 반려로서 가능성이 보이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러자 바람의 절대자는 파멸유혼검을 등에서 빼 들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말한다.
“영웅신으로서는 최상급이다.
반려의 자격은 시험을 해보면 알겠지.”
“그렇군요.”
그렇게 대전에 들어서는 두 명을 쳐다본 용신제는 다급하게 외친다.
“파워 오브 엠블렘이여!
이 아이는 아직 너무나 어리오.
그리고, 종족을 이끌만한 어떤 권력이나 수련도 아직 하지 않았어.
내가 살아있는 한 영웅신으로 절대로 살게 하지 않겠네.
넘어가 주면 무엇이든 바치겠네.”
부정이 철철 넘치는 말인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용신제와 황녀를 흩어보고서 대답한다.
“겨우 상급 창조신급 용신 주제에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다니?
그래도 용신제라고 꽤 저항하는군요.
황녀도 제압하지 않으셨습니다.
사정을 봐주신 것입니까?”
“마지막 인사와 저항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바람의 절대자는 파멸유혼검을 허리에 차고, 앞으로 걸어나가면서 말한다.
“용신족의 영웅신이여.
나는 ‘파워 오브 엠블렘’이라 하오.
영웅신으로 살아갈 자격이 있는지 심판하러 왔소이다.
살고 싶다면 힘을 보이도록 하시오.”
“!!!”
투기조차 일으키지 않은 평온한 말투였으나 감히 거부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존재감이었다.
황녀도 둘이 본성에 내려설 때 무시무시함을 깨닫고, 도주하려 했기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간다.
그리고, 왜 부친이 자신에게 절대로 전투훈련을 시키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틀렸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대항할 수 없는 강자들이야.’
대부분 영웅신이 바람의 절대자가 시험하러 오면 무모하게 덤볐다가 바로 소멸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아는 용신제의 눈물겨운 조치 때문에 그녀는 무사했다.
‘황녀가 어설프게 전투능력을 키웠다면 영웅신의 저력으로 덤벼들었을 것이고, 바로 처단당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바람의 절대자의 눈에서는 삼엄한 살기와 투기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
“아…아바마마. 흐윽!”
영웅신의 재능은 더없이 높았으나, 전투훈련을 받지 못한 그녀는 바들바들 떨면서 용신제의 용포를 잡고서 울먹이기만 한다.
초장거리 공간이동이 차원권능에 막혀버린 이상 살아날 방법이 없다는 체념이었다.
용신제도 그런 황녀를 보면서 눈에 눈물을 머금으면서 말한다.
“‘파워 오브 엠블렘의 시험이 너무나 빨리 왔구나.
차라리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게 할 것을 그랬다.
힘없는 아비를 용서해다오.”
“흑! 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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