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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의 모습을 바람의 절대자는 쳐다보지 않고서 사색에 들어간다.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숨을 고르고, 다시 엎드렸다.
별의 마도를 다루면서 몇 번이나 본 행성의 중앙 핵에 봉인될 뻔했으니 어이가 없었다.
‘원래 초월자였으니 망정이지 중앙 핵의 인력에 꼼짝없이 봉인될 위기였다.
그런데 이런 봉인방법도 있었나?
정신체인 신족에게는 그야말로 극약이군.
역시 바람가에게는 도저히 안 돼.’
황금의 불변(不變)이 현실을 부정하는 마도에게 천적이라고 하지만, 신력과 투기로 어떻게든 대항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마도신 이상의 다양한 오의와 전투경험이 있는 바람가의 가주는 넘을 수 없는 산맥이었다.
‘일단 큰 고비는 넘었다.’
구멍 옆에 엎드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향로에서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는 향을 느꼈다.
그리고, 왜 봉인 직전에 풀어주었는지 깨닫는다.
‘역시 저 물건이 통했다.
바람가에게 인간들의 제사에 쓰이는 향이나 제기(祭器)가 중요하다는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자료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대처였어.’
저 향은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특제품이었다.
다른 십중심들이 만들 수 없으니 최소한 봉인을 당하거나 말소의 위험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의문은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제사에 집착하지?’
하나의 향이 다 타서 재만 남자 눈을 뜬 바람의 절대자는 새로운 향을 다시 피웠다.
그리고, 똑바로 바라보면서 묻는다.
“이 정도 수준으로 제기(祭器)도 만들 수 있느냐?
이 향처럼 신력과 마력, 투기가 혼합되어야 한다.”
“물론입니다! 어르신!”
고개를 들고서 힘차게 대답한 차원창세신 코아를 언짢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바람의 절대자였다.
오른손을 쥐었다가 피고, 다시 향을 집어 들면서 말한다.
“너는 정말 아슬아슬했다.
특이한 창조력이 살려준 줄 알아라.
그러나, 시험은 하겠다.”
“!?”
바람의 절대자에게 불어온 바람이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느껴졌다.
사아아아아아-!
여름이었으면 시원하다고 느낀 산들바람인데 차원창세신 코아에게는 지독한 오한을 불러왔다.
그리고, 뼈와 근육, 관절이 동시에 비틀려 나간다.
우두두두두두둑! 우지지지지지직!
엎드린 신체의 관절이 마구 휘어지면서 근육에 찢겨 나가려 했다.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무영창으로 무한대로 퍼부어대던 권능조차 견디던 신체 내부의 청색 보호막이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건 외부에서 전해진 공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 무엇인가에 당했어!
신력과 마력, 투기가 전부 제멋대로 날뛴다.
이대로는 신체가 터져나간다.
뭐야!
이게 뭐야?’
오만 년 동안 바람가 마도신과의 대련에서 가장 비슷한 오의를 찾아낸다.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이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제압기(制壓技)인데?’
모든 대련이 가볍게 휘두르는 목검으로 한 대만 맞으면 끝이었다.
그럼 관절이 역방향으로 꺾이고, 근육이 멋대로 수축하면서 땅바닥을 수없이 뒹굴게 된다.
그걸 보면서 피하는 재능조차 없다고 더 두들겨 패던 마도신의 오리진을 생각하던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소리가 떨어진다.
“바람가 오의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
나의 권은 바람을 부르고, 모든 흐름을 가르고 해체 시킨다.
여기에 적중된 존재에게 남는 것은 산산조각이 난 시체뿐이다.”
“!!!”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이 원래 살인기(殺人技)였는데 제압기(制壓技)로 바뀌었다는 뜻이었다.
끼이이이이! 으지지지지지지!
이제 정말 부러질 기세로 휘어지는 뼈와 근육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러나, 바람의 절대자는 엄숙한 얼굴로 선언한다.
“이것에 살아남는다면 너는 존재할 가치가 있다.”
향을 갈기 전에 주먹을 쥐었다 핀 동작은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의 발동자세였다.
눈치를 채서 피하지 못하고, 무형의 투기에 신체를 적중당한 차원창세신 코아에게는 신체가 터져나가는 결말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바람의 절대자는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잘 견디고 있다.
대단하군.’
우지지지직! 우두두둑!
뼈와 관절, 근육이 비명을 지르면서 부서지는 소리가 울린다.
그런데 파탄은 나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엎드린 자세도 변하지 않았다.
‘비명조차 없는가?
신체가 일그러지는데도 유지를 하니 엎드리다니?
굴욕적인 자세가 아니라 경건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걸 맞은 존재는 끝장나기 직전까지 고통에 몸부림을 치던가 아니면 덤비는 장면을 보아왔던 바람의 절대자로서는 의외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죽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은 권능에 기대는 창조신이 견딜 수 있는 오의가 아니다.
오로지 철저한 신체단련과 수련을 통해서 완벽하게 신체를 장악한 강자만이 이겨낼 수 있다.
비록 재주가 아까워서 약하게 걸었지만 말이다.’
신체의 해체를 막으려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를 악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으드드드득!
입술에는 피가 흘러나오고, 땅을 움켜쥔 손에는 핏줄이 터질 듯이 치솟는다.
온몸이 떨리는 모습을 쳐다보는 바람의 절대자는 다시 향을 집어 들어서 피운다.
우우웅! 위이잉!
향 연기에 휘감긴 위패와 파멸유혼검이 다시 항의하듯이 떨렸지만, 해제는 시켜주지 않는다.
다만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다.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을 맞고서 살아있을 수 있는 존재는 신족 중에는 없다고요?
사형집행이 아니냐고 따지셔도 중단은 없습니다.
이게 저의 임무입니다.
이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누가 바람가의 이름을 높이 생각하겠습니까?”
그래도 진동이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고서 인상이 더욱 굳어진다.
‘아무래도 이 향의 성능이 너무 좋은 것 같군.
포기하지 않으신다.’
여기서 끝났으면 넘어갈 수 있는데 그렇지도 않을 모양이었다.
삐이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될 비밀회선이 울린다.
받지도 않았는데 강제로 영상으로 나타난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다급하게 외쳤다.
“대수(大手)에게 차원창세신 코아의 흔적이 자네에게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네.
그 자식이 거기 왔지?
잘 처단했나?”
“사이안님. 이 회선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이미 볼 장 다 봤는데 아껴서 뭐하나?
차원창세신 코아를 어떻게 했는지 물었네.”
앞뒤를 가리지 않고 용건만을 말하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을 당했는지 그렇게 냉정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로군.’
정상적인 대화가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은 바람의 절대자는 화면을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돌렸다.
엎드린 채로 전신이 비틀리고 있는 모습을 본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단숨에 어떤 현상인지 알아보았다.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인가?
겨우 일격필살(一擊必殺)의 오의가 아닌가?
말소가 아니지 않나?”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부탁한 것은 완전말살이었다.
‘십중심의 분석자료를 회수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으니 아예 존재 자체를 지워야 한다.’
그런데도 겨우 신체만을 죽이는 오의만 걸려있으니 불만스러운 말투였다.
그리고, 바람의 절대자는 불쾌한 표정을 하지 않고서 가만히 대답한다.
“사정이 있습니다.”
차원창세신 코아만이 만들 수 있는 명품 향과 제기를 얻기 위해서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은 충분히 했다.
‘있으면 좋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화면 자체를 이동해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주변을 돌면서 상태를 파악한다.
“일단 죽여 놓으면 처리하기는 편하지.
신령만으로 차원권능을 연속으로 쓰지는 못하겠지.
그런데, 맞은 지가 한참 된 것 같은데 어떻게 버티고 있는 것인가?”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에 적중되면 삼 초 이상 버티는 경우가 없기에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땅에 바닥이 보이지 않는 구명과 주변에 쌓인 엄청난 향을 보고서 상황을 파악했다.
“이건 차원창세신 코아의 선물인가?
그래서 봐준 모양이군.”
정신체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향을 뇌물로 가지고 오다니 분명 자료의 암호를 빠르게 풀고 있다고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확신했다.
‘바람가의 역사가 일 층에 있었지만, 벌써 해제했단 말인가?
역시 이 녀석의 연산력은 기이할 정도로 높아.’
자신 이외에 이렇게 높은 연산력을 가진 현자가 있다는 사실에 현자의 정점으로서 기뻐해야 할지 적대하고 있느니 슬퍼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냉혹하게 말했다.
“마무리를 지어주게.
신령만 무사하면 향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
대수(大手)에게 차원창세신 코아가 만든 향의 복제를 의뢰받았다는 정보와 직접 상황을 보고서 현지의 사정을 파악을 끝낸 것이다.
“내 용무만 끝나면 향 제조 신기에 신령을 자아로 붙여서 넘겨주겠네.”
그렇게 차원창세신 코아를 신기의 자아로 만든다는 결정을 내린 회색의 절대자였다.
그렇지만 바람의 절대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새로운 향에 불을 붙여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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