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렇게 절실한 필요와 압도적인 상대의 무력에 꼼짝하지 못해 제압당하는 모습은 아이언에게 앞뒤로 접속한 크롬 공주도 같았다.
“으으으으읍! 으으으! 아아아!”
아이언에 의해서 허공에 떠서 감당하기 힘든 쾌감과 정기에 몸부림과 신음을 지르던 크롬 공주의 눈동자가 완전히 풀려났다.
그리고, 힘없이 아이언의 몸에 늘어졌다.
추우우우우!
그 순간 하늘 높이 솟은 황금 책 탑의 가장 아래층인 일 층을 뒤덮고 있던 쇠사슬과 자물쇠가 사라진다.
그리고, 아이언의 몸에서 찬란한 황금빛이 품어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시작을 이루었다.
이제 나의 은하유성의 투기는 흑염이 아닌 황금의 불변(不變)에 기반을 둔다.”
아이언의 눈동자에 가끔 보이던 검은 불길의 투기 대신에 아무런 흠결이 없는 황금의 투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드드드드드-!
그 기세는 정보행성 코아의 존재를 뒤흔들 정도였다.
그리고, 크롬 공주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받치더니 더욱 거세게 앞뒤로 왕복하면서 외친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이 층까지 가야지요.”
“아아! 그만!”
연산력의 보조만 했지만, 아이언의 움직임을 더는 감당할 여력이 없던 그녀는 애원하기 시작한다.
“흐윽! 흑! 아아! 제발 그만!”
이제 커다란 신음도 낼 힘이 없어서 거침 숨만 겨우 몰아쉬는 크롬 공주였다.
그런데 이어지는 것은 화려한 절정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에서 백금빛으로 빛나는 빛의 날개가 여섯 쌍이 전개된다.
상급신의 증거였다.
화아아아아아! 다당! 다다다다앙!
활짝 펼쳐진 크롬 공주의 백금빛의 날개가 황금 책 탑의 이 층을 비추자 영역 내의 자물쇠와 쇠사슬이 일제히 해제되기 시작한다.
“오! 역시 하실 수 있잖아요.”
아이언은 기뻐하면서 접속에 힘을 더 주어서 그녀의 안에 방출한 정기가 새어나지 않게 조치해주었다.
신령 전체가 터져나갈 것 같은 충만감이 무서울 정도였으나, 승급이 준 열락의 감각은 너무나 컸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아이언은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이탈한다.
‘아무리 강해진 신체라고 해도 사용을 하지 않아서 굳어버린 연산력으로는 이 이상의 암호해석은 무리다.’
더구나, 연산을 보조하던 크롬 공주가 상급신으로 승급했으니 신체와 신령을 조정할 시간도 필요했다.
‘조력자가 더 필요해.’
그렇게 아쉬움은 남기면서 떠나는 아이언의 뒤로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열 개의 책의 탑이 존재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장엄한 탑이 있었다.
어떤 탑보다 높지는 않으나 가장 광대하면서도 넓은 면적을 차지한 백색의 탑이었다.
그것은 절대계의 역사에서 최강의 초월자이자 ‘파워 오브 엠블렘’의 바람의 절대자와 바람가의 기록이자 분석결과이다.
창조주에게 직접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자격을 얻었던 강자가 가부좌를 한 사당의 마당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나간다.
드드드드드득! 구구구구구궁!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구멍의 안에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화산처럼 검은 불길이 치솟는다.
얼마나 깊숙이 땅속에 박혀 들어갔는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를 무형의 투기로 박아넣은 바람의 절대자는 약간 망설이고 있었다.
“내버려 두자니 위험하고, 처단하자니 그 재주가 아깝구나.”
아마도 다시는 얻지 못할 명품 향의 산과 차원창세신 코아가 흑염 권능으로 엎드리면서 버티던 모습을 번갈아 생각한 바람의 절대자는 긴 한숨을 쉬었다.
“후우우우. 끈질기구나.
직접 나서지 않는 다른 십중심의 심정을 알 것 같군.”
구멍 속에서 악착같이 기어오르려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기색이 아직도 느껴진다.
흑염의 권능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지쳤으면서 이 정도의 투기 압력을 견디고 있다니 놀랄 정도였다.
‘이미 탈진상태다.
이대로 행성 중앙 핵에 처박아서 덮어버리면 아무리 고위 창조신이라고 해도 자력으로 탈출은 무리다.
죽지 않았으니 신계를 통한 부활도 불가능하지.’
신족은 순수한 정신체라서 행성 표면에서 십 분의 일로 약해진다.
또한 죽으면 부활하니 신체에 치명상을 입혀서 신령을 행성의 중앙 핵에 직접 쑤셔 넣는 방법이 봉인방법의 정석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 명품 향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또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어느 정도 사정을 봐주고 있었다.
바람의 절대자의 눈빛이 명품 향을 향하고 빛나자 수백 개의 향이 일제히 풀려나오면서 사당의 향로에 박힌다.
핏! 파파파파파파!
각 위패 앞에 놓인 작은 향로에 꽂힌 향에서 일제히 불꽃이 튀면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사당 전체를 감도는 향 연기에 위패들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후르르르르르르-! 파파파파파파-!
등에 메고 있는 파멸유혼검(破滅有魂劍)마저 만족하듯이 경련하자 바람의 절대자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이런 격렬한 반응이 오다니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사태였다.
“….”
더없이 향기로운 연기를 맡으면서 잠시 말이 없던 바람의 절대자는 더욱 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휴우우우우우! 그렇게 만족스러우십니까?
그러나, 저희가 포기한 흑염 권능까지 엉성하게라도 익혀낸 굉장히 위험한 존재입니다.
그러고도 이렇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대로 봉인을 해야 합니다.”
위패와 목검에서 더욱 거센 진동이 일어난다.
파파파파파파파!
진정되지 않는 모습을 보더니 땅이 꺼질 기세로 연신 길게 숨을 내쉬던 바람의 절대자는 영상통화를 연결한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면서 나온 인영에게 인사를 한다.
몸 전체와 얼굴을 반투명한 장막으로 가려서 희미하게 윤곽만 보였으나 도저히 숨길 수가 없는 폭발적인 몸매는 매혹적인 여신임을 짐작하게 했다.
“대수(大手)님. 갑자기 연락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는 바람의 절대자에게 대수(大手)도 똑같이 인사를 하면서 대답한다.
“‘파워 오브 엠블렘’께서는 여전히 겸손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무슨 일이신가요?”
“도움을 요청할 일이 있습니다.”
그 말에 장막 안의 고개가 조우로 흔들렸다.
“절대계에서 홀로 존재하실 수 있는 바람의 절대자께서 대수(大手)인 저에게 도움이라니요?
저는 창조력 외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아실 텐데요?”
“바로 창조력에 대한 부탁입니다.
이 향의 복사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타고 있던 차원창세신 코아가 바친 명품 향을 그대로 화면 너머의 대수(大手)에게 보낸다.
그리고, 향을 넘겨받은 그녀는 장막 안에서 잠시 살펴보다가 말한다.
“이 향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만든 물건이군요.”
“그렇습니다.
복제를 해주시면 그만큼의 도움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장막 안에서 대수(大手)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호호호호! 겨우 향을 만드는 일로 ‘파워 오브 엠블렘’에게 빚을 지울 수 있다니?
어떻게든 만들어드리고 싶은데 똑같이는 무리예요.”
“예?”
절대계에서 최강의 창조력을 가진 존재가 바로 대수(大手)다.
‘대수(大手)의 창조력은 창조주조차 넘어서 있다!
그런데 불가능하다니?’
겨우 향의 복사가 안 된다는 말에 놀란 바람의 절대자에게 그녀는 향을 들어 올리면서 분해를 시작한다.
파아아! 화아아아! 우우웅!
향에서 신력과 마력, 투기가 동시에 튀어나오면서 흩어진다.
손에서 소용돌이치는 세 가지 힘을 보여주면서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말투로 설명해주었다.
“역시 차원창세신 코아답군요.
목이 잘려도 살아있는 상태로 만든 것과 같아요.
신력으로 재료를 만들고, 마력으로 정련했으며, 투기로 조합해서 만든 기적과 같은 신물입니다.
창조력만 있는 저로서는 완벽한 복제는 무리예요.
그대로 복사해도 나오는 물건은 원하시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신력과 마력, 투기를 동시에 조합해서 만든 향이였군요.”
그제야 왜 위패와 파멸유혼검이 그렇게나 기뻐했는지 깨달은 바람의 절대자는 난감해졌다.
‘대수(大手)님이 불가능하다면 누구도 이 향을 만들 수 없다.
사이안님도 아마 힘들겠지.
가급적 차원창세신 코아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들어드려야 하는데 안 되겠군.’
위패에 좋은 향을 모시는 일은 십중심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보다 더욱 중요했다.
“곤란한 상담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이 빚은 갚겠습니다.”
“부담을 가지지 마시고,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서로 미소를 지으면서 통신을 끊는다.
다음에 마당에 뻥 뚫린 구멍을 쳐다본 바람의 절대자는 무형의 기세를 중지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고서 사색에 들어간다.
한참 후에 구멍 가장자리에 양손이 올라왔다.
필사적으로 기어오른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탁! 탁!
그는 흑염 권능으로 저항하다가 한없이 쏟아지는 무형의 기세를 못이기고, 행성의 중앙 핵까지 눌러졌다.
그러다가 무형의 압력이 사라지자 겨우 신체를 구멍 밖에 끄집어내고서 거친 숨을 몰아쉰다.
“헥! 헥! 또 묻힐 뻔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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