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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들은 한진호는 표정을 굳히면서 영상통화를 끊어버리려 했다.
“도망을 잘 가서 문제라니요?
그래서 다른 십중심들이 못하니 저의 손으로 처단하시겠다고요?
저를 놀리려 하시다니 영원체도 아니면서 아주 심심하신 모양입니다.
그들에게서 이상한 짓을 배우셨군요.”
바람의 절대자는 아픈 과거가 생각이 나서 상당히 화가 났다.
그래서 십중심의 직결 통신연결까지 수신 거부로 하려 하자 이제 다급해진 쪽은 회색의 절대자였다.
“잠…잠깐! 십중심이면서 ‘파워 오브 엠블렘’인 바람의 절대자를 누가 놀릴 수 있겠나?
오해는 하지 말게!
차원창세신 코아가 도망을 아주 잘 치면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들을 가치도 없는 소리였다.
탁! 두우욱!
아예 십중심의 통신회선을 제거해버린 바람의 절대자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휴우우! 사이안님이 머리를 너무 쓰시더니 드디어 노망이 드셨군.
언제 한번 직접 방문해봐야겠어.”
도망을 잘 쳐서 위험하니 직접 나서 달라는 요청은 깊게 생각해볼수록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 자신의 후계를 낳을 수 여성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하는 바람의 절대자였다.
‘신체를 응축한 거신족은 나의 후계를 낳을 반려로는 부족했다.
신족과 마신족도 신령보다 신체가 약해서 안 돼.
그럼 역시 용신족밖에 없나?
일반 용신족이 아닌 황족의 여성이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흑염의 절대자는 최강의 신체 능력을 갖췄지만, 돌연변이 반신이다.
그래서 절대계에서 최강의 신체 능력을 갖춘 종족은 역시 용신족이었다.
‘갑자기 황족 여성을 반려로서 검사하겠다면 하면 저항이 만만치 않겠지.
하지만 해야 한다.
이제 희망은 용신족밖에 없다.’
강행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사당 밖에서 차원권능의 파동이 울리면서 아주 조심스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한진호 어르신! 계십니까?”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코에 아주 익숙한 냄새가 풍겨와서 아주 깊게 들여 쉬고서 크게 감탄했다.
“오오오-! 놀라울 정도로 고급인 향이다.
최고급인가?
이 정도면 다시 없을 명품(名品)이군.”
조상을 모시는 제사에 사용하는 향은 영원한 삶을 사는 정신체에게는 아무 가치가 없다.
그러나, 가문의 사당에서 향을 태우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바람가의 가주에게는 무엇보다 가치가 있는 보물이었다.
‘지성체들이 만든 향은 성분에 불순물이 들어가고, 과정이 조악해서 향과 품질에 한계가 있지.
정신체는 향을 아예 만들지 않고 말이야.
내가 직접 만든 향은 이 정도 향기가 나지 않아.
창조력은 역시 신족이 전문이지.’
분명히 고위 창조신이 정성스럽게 창조한 명품 향이 대량으로 느껴지자 바람의 절대자는 활짝 웃으면서 사당 문을 열어젖혔다.
‘어떤 창조신인지 모르지만, 협상하는 법을 잘 알고 있군.
되도록 부탁을 들어주어야 하겠어.’
문 너머로 펼쳐진 광경을 보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호오오!”
아무리 보아도 고위 창조신이 심혈을 기울여서 창조해낸 명품이 분명한 향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불을 붙이지 않았는데도 엄청나게 좋은 향기를 품어낸다.
대단한 향이야.’
향의 산 앞에는 하얀 천을 깔고서 무릎을 꿇은 채 양손을 공손하게 모은 창조신이 하나 있었다.
“저는 황금의 절대자님의 임시직원인 차원창세신 코아입니다.
바람가의 백팔대 가주님을 직접 만나 뵙게 된 영광에 비하면 정말 약소합니다.
성의이오니 받아주시면 영원한 영광이겠습니다.”
“!”
절대계와 십중심을 뒤흔들고 있는 다른 세계에서 온 창조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내심 놀랐다.
그러나, 바로 넙죽 엎드려 공손하게 절하는 모습을 본 바람의 절대자는 흐뭇하면서도 곤란한 미소를 지으면서 묻는다.
“후후! 내 소유는 아니지만, 여기도 숲이 있는데 불을 안 지르나?”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추궁이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얼굴을 땅에 붙이면서 바짝 엎드린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응답은 없지만, 질문은 계속 이어진다.
“주변인의 목도 안 자르는군.
잘 사용한다는 인질은 어디에 있나?”
“….”
역시 변명은 없었다.
꼼짝하지 않으면서 엎드린 차원창세신 코아의 모습을 마치 저항하지 않을 테니 마음대로 하시라는 모습과 같았다.
실제로 주변에 아무런 기색도 없지만, 움직이는 순간 분쇄할 것만 같은 가공할만한 투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끄윽! 은하유성의 투기 회오리를 능가하는 위력을 가진 무형의 투기방출인가?
역시 바람의 절대자답다.’
구구구구구궁!
서서히 전개된 바람의 절대자의 기세에 눌린 차원창세신 코아의 몸이 서서히 땅속으로 파고든다.
“이 행성은 언제 파괴하시려나?”
우둑! 지지직!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히는 투기의 바람으로 발생하는 엄청난 압력에 뼈마디가 울리고,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그대로 묻어버리려는 의도를 눈치를 채고 이를 악문다.
‘으드드득! 역시 진리님의 부친이시다.
아차 하면 생매장이구나.
그러나, 이미 이런 일은 과거에 경험했었고, 대비도 해두었다.’
진리에게 이계의 일을 방치를 했다고 바람성에 생매장을 당할 뻔한 경험 이후로 대책을 새운지는 오래였다.
‘흑염 권능의 신체 강화.’
화르르르르르르!
신령에서 발생한 검은 불길로 인하여 상승하는 투기는 신체 능력을 급상승시키고, 신체 내부에 있는 청색 보호막까지 강화하여 저항을 시작한다.
꽈드드득! 우우웅!
차원창세신 코아의 몸에서 품어진 검은 투기로 강화된 신체가 일대 바람의 절대자의 무형의 투기에 대응을 시작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온몸에서 일렁이는 투기는 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검게 타오르는 불길이었다.
드드드드드드-!
흑염의 투기가 무색의 투기를 밀어내면서 서서히 떠오르게 한다.
반쯤 땅에 묻혔다가 다시 올라오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지켜본 바람의 절대자는 정말 놀랐다.
“흑염의 투기라고?”
무형의 투기 압박에 저항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흑염의 힘에 바람의 절대자의 눈동자가 커진다.
‘십중심의 인증에서 보았던 흑염의 권능을 어떻게든 가문의 오의로 만들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나조차 광기에 물들지 않을 수 없었어.
그런데 어떻게 다른 세계에서 온 창조신이 익히고 있지?’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흑염의 권능은 돌연변이 반신인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 외에는 사용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포기했는데 이건 정말 의외인 것이다.
“신체 능력의 증폭률을 보니 진짜 흑염 권능이로군.
흑염의 절대자님이 다른 세계에서 후계를 두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 일이었던가?”
삼 미터가 넘는 거구를 받아줄 신족 여성이 있다니 그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럴 리가 없지.
흑염의 절대자님의 힘은 돌연변이에서 태어난 것이다.
직계혈족이라고 해도 흑염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흑염 권능을 사용하면서 저런 평정심의 유지는 후계라고 할지라도 불가능하다.
오로지 흑염의 절대자만이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럼 모양과 색깔만 같은가?”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수준이 낮으나 흑염의 투기였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에서 빛나는 황금빛을 보고서 현재 상태를 단숨에 꿰뚫어 봤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하구나.
흑염의 권능을 약하게 익혀서 광기와 제약도 약화시켰느냐?
살기와 투기의 융합인 흑염 권능을 적당히 익혀서 신체 강화의 장점을 극대화를 시키면서 미쳐 날뛸 가능성을 없앤다?
완전히 채우지 않아서 넘치지 않는다.
이런 흑염 권능의 운용방식도 있었나?
흥미롭다.”
말투와 기세는 지극히 평온한데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퍼부어지는 무형의 기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흑염 권능의 발동으로 강화되어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던 신체가 땅속으로 다시 파고들어 간다.
‘커어어억! 역시 대충이 없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강화된 신체의 힘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신체의 붕괴를 막는 역할 외에는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진짜 이러다가는 죽거나 묻힌다.’
과과과과과과과과-!
차원권능을 발동하면 바로 도주할 수 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바람의 절대자 한진호님에게는 절대로 덤비거나 도주해서는 안 돼.
일대 바람의 절대자는 내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강자다.
바람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수많은 오의 앞에서 나의 권능과 마도, 투기는 무력하다.
그렇다고 도주하면 다시는 상종하지 않으실 것이다.
결투 중에 도주하는 비겁자는 무사의 수치이니 말이야.’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십중심에 대해 분석한 자료에 근거한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무모하게 예의로 대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진리님을 태어나게 해주실 분이시다.
게다가 이건 원래 내가 아닌 시작(始作)님이 하셨어야 했을 일이다.
그러니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과정만은 완벽하게 지켜야 한다.”
각오를 굳힌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람의 절대자의 무형의 기운을 흑염 권능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것 이외에는 반항하지 않으면서 받아내었다.
‘진리님의 탄생에 어떤 문제나 변경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절대계에 미래는 없다.
설사 내가 여기서 생매장이 되더라도 지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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