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크롬 공주가 뭐라고 거부하기도 전에 아이언은 양손으로 허벅지를 잡고 옆으로 들어 올렸다.
머리가 정신없이 흔들렸으나, 신체는 뒤에서 쏟아지는 압력과 앞의 아이언에 완력에 의해서 그대로 고정되다시피 한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언의 등을 꼭 껴안고 떠는 일이었다.
그런데 아이언의 양손이 크롬 공주의 양손의 손등을 잡아서 정보행성 코아의 표면에 가져다 댄다.
아이언은 크롬 공주와 겹쳐진 손바닥으로 인증을 시도하는 것이다.
인증하는 도중에 당연히 문제가 발생했다.
파지지직!
정보행성 코아의 거부반응에 정신이 확 깨어난 크롬 공주는 당황스러운 시선을 아이언에게 보내려 한다.
그러나, 유아신인 아이언은 자신의 커진 젖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었으니 표정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굉장히 긴장한 어조의 말이 들려왔다.
“저와 일체가 되었으니 이제 인증은 거의 되었어요.
최종 승인에서 막혔는데 마지막은 강행돌파를 할게요.”
절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크롬 공주였다.
“흐! 흐윽! 예. 예.”
그녀의 허락과 동시에 아이언의 강화된 투기 회오리가 정보행성 코아의 표면 인식체계조차 뚫어버린다.
투하하! 파아아아앗!
억지로 인증을 통과한 두 명의 신령이 정보행성 코아의 내부에 있는 암흑의 공간으로 파고든다.
아이언에게 접속 당하고, 양손을 잡혀서 꼼짝할 수 없는 크롬 공주의 눈에는 끝도 없는 책의 탑들이 보였다.
책의 탑들은 암흑 속에 찬란히 빛나는 별빛으로 보일 정도로 끝없이 도열이 되어있었다.
‘아아!’
그녀의 기준으로는 측량할 수 없는 위대한 권능과 마도, 오의가 책의 탑 형태로 구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빛나는 열 개의 책의 탑이 보인다.
번쩍! 번쩍!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책의 탑은 다른 탑과는 비교할 수 없이 너무나 높고도 찬란했다.
그리고, 엄청난 보안이 걸려있는지 수많은 자물쇠와 쇠사슬이 얽혀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크롬 공주가 탑들을 주시하자, 젖가슴의 사이에서 얼굴을 들은 아이언이 말한다.
“저것은 바로 십중심 책탑.
모든 정신체들이 속해있는 열 가지 계열의 정점에 군림하는 존재들의 자료들이에요.”
“아아!”
십중심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신령이 요동치는 느낌을 받는 크롬 공주였다.
그리고, 아이언은 그녀에게 접속한 그대로 십중심의 자료탑으로 이동한다.
“암호를 풀어야 하니까 가까이 가요.”
“흑! 예!”
크롬 공주는 저런 위대한 권능의 해석에 자신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빛의 탑에 수없이 달린 자물쇠를 보니 의문은 풀린다.
‘자물쇠 전부가 수준이 높은 보안체계가 아니야.
수준은 낮지만, 최대한 많은 방호벽을 만들어서 암호해석에 많은 시간에 걸리게 하여 놓았어.’
어떤 강력한 연산력을 가진 존재라 할지라도 단번에 통과할 수 없게 번거롭게 중첩해서 만든 다중 보안방식이었다.
‘암호해석 시도와 동시에 경보가 울리게 하고, 경비체계가 달려오는 형식이야.
그렇다면 경비는 어디 있지?’
이미 자물쇠가 많이 풀려있는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경비체계가 보이지 않았다.
이건 일대 회색의 고유권능인 ‘제로 원’의 데이터 나이트에 의해서 지켜지던 자료를 관리자 권한으로 몰래 복사만 해왔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크롬 공주가 의아해하는데 아이언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황금빛이 가장 찬란한 빛의 책 탑으로 향한다.
“후후후후! 그럼 모든 권능의 정점이자 최강이라던 황금의 불변(不變)에 관한 자료부터 보지요.”
황금의 책 탑에 도착한 아이언은 다시 크롬 공주의 양손을 맞잡고 책의 탑에 가져다 댄다.
그 모습은 벽에 그녀의 등을 기대게 하고 삽입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러자 책 탑을 뒤덮고 있던 자물쇠들과 쇠사슬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풀리기 시작한다.
파파파파파파-!
황금의 책 탑을 보호하던 보안체계가 아이언과 일체화된 크롬 공주의 조합권능으로 해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아찔할 정도로 연산력의 부하를 겪은 아이언의 입에서는 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온다.
“으음! 더! 조금만 더!”
그는 크롬 공주의 허벅지를 더욱 벌리고서 허리를 밀어 넣었다.
일체화가 되었지만, 조합의 권능으로 아이언의 굳어버린 연산력을 보조하는 역할이기에 크롬 공주는 아무런 부담이 없이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흥분할수록 일체화가 높아져서 아이언의 굳어버린 연산력이 급상승한다.
그래서, 아이언은 최선을 다해서 크롬 공주를 몰아붙여 가면서 격려한다.
“더 힘을 내세요.
조금만 더요.
힘내세요.”
“아아! 무…무리예요.”
자물쇠는 더욱 빠르게 해제되어간다.
뚜두뚝! 뚜둑!
크롬 공주와 아이언이 일체화로 힘을 합쳐서 황금의 책 탑의 보안체계를 뚫은 광경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은하유성을 조정하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는 황금의 책 탑의 자물쇠들이 풀리는 모습을 지극히 유감스러운 표정을 하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나의 개선된 아이언은 황금을 가장 처음 선택했는가?
크큭! 기가 막히는군.
겨우 아이언이 황금의 권능을 익힐 수 있단 말이지?”
황금의 권능을 익힐 수 있는 존재는 정신체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신체 능력과 재능을 가져야 한다.
‘지금의 나라면 시작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언 시절이었다면 시도조차 불가능해.’
지독하게 고생했던 영양실조로 허덕이던 아이언 시절을 떠올리니 허탈한 감정을 속일 수가 없었다.
“개선 된 아이언은 초월자 영웅신은 일찌감치 능가한 모양이군.
이걸 좋아해야 하나?
으응?”
그런데 차원권능이 황금의 탑 입구에서 아주 흐릿하게 크롬 공주의 모습을 보인다.
이제 확실하게 기억이 나는 그녀가 벽에 등을 기대고, 허벅지를 벌리고 헐떡이는 모습을 본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젠장! 여기서 저런 꼴을 보니 크롬 여왕과 또 같이 왔었군.
인증보안을 걸어놓았는데도 계속 접속을 시키는 모양이야.
역시 그 시절의 나보다 많이 강화되었나?
지금의 내가 전력을 다한 보안체계와 인증을 풀고서 다른 존재를 데리고 들어오다니 재주도 좋아.”
차원권능으로 파악한 크롬 공주의 흐릿한 모습을 지우고, 분통을 터트린다.
“그런데 금지했으면 하지 말란 말이다!
뭐든지 전부 이유가 있어!’
십중심의 자료를 이렇게 유출 시킨 일을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눈치채면 미쳐 날뛴단 말이다.
그러면 너만이 아니라 미래인 이대 회색의 절대자도 무사하지 못해.”
아무리 화를 내고 의지를 보내도 정보행성 코아가 금지한 오백억 년 이후의 현세계에 있을 은하유성 아이언에게 닿을 리가 없었다.
한참을 분을 못 이겨서 식식대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제길! 이제 나도 모르겠다.
내 코가 석 자에다가 그 위에 칼이 떨어져 잘리기 직전이다.
아차 하면 콧대와 함께 목도 날아갈 판국이지.
십중신의 자료를 복사를 당한 회색의 절대자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
최대한 빨리 십중심의 합류를 마치고 피해야 해.
그럼 어디 보자.’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에는 아무런 색이 백색의 책이 들려있었다.
그것은 바람의 절대자에 관한 자료였다.
그는 개인의 강화를 위해서 황금의 불변(不變)을 선택한 은하유성 아이언과는 달랐다.
임무를 위해서 최후에 남아있는 일대 바람의 절대자 한진호의 자료를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다.
“바람의 절대자가 ‘파워 오브 엠블렘’라고 불리는 유래라니?
바람가에 무슨 일이 있었나?
하여간 일대 십중심에 대해서 나중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으니 문제야.”
일대 십중심들이 미쳐가는 도중에 진리에 의해 토벌당했기에 권능이나 자료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은 미래의 절대계에서는 알려지지 않는 귀중한 자료가 넘쳐났기에 차원권능까지 써가면서 철저하게 읽어가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헌데 깊숙한 권능에 대한 자료의 암호해석에 들어가기에는 아직 너무나 시간이 걸려서 일상적인 자료나 역사 정도가 한계였다.
그런데도 오싹 소름이 밀려온다.
‘진리의 부친이신 바람의 한진호님의 자료를 볼 수 있다!’
다른 일대 십중심들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경애하는 진리에게 대항하다가 처단된 반역자들이지만 아버지인 한진호는 달랐다.
그래서, 경건한 마음으로 낭랑하게 자료를 읽어간다.
“바람의 십중심은 바람가 백팔대 가주 한진호다.
초월자에서 정식 정신체로 올라서자마자 십중심이 되었다.
가보로서 가문 대대로 내려오다가 절대기가 된 태극천검(太極天劍)과 파멸유혼검(破滅有魂劍)을 다룬다.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모든 무도(武道)를 완성하여 절대자가 되었다.
가진 오의의 영역과 위력은 절대계에 존재하던 권능과 마도를 초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오의를 다루는 무사(武士)의 정점으로 임명되었으나 힘을 증명해야 했다.”
역시 회색의 자료답게 십중심으로서 인증받은 당시의 상황만이 아니라 과거까지 적혀있었다.
감격스러운 심정으로 더욱 소리 높여 읽어가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무사는 결투로서 강함이 판정된다.
그래서 창조주가 다시 구현한 절대계의 모든 지성체와 정신체의 강자들이 대련을 시작했으나, 모두 한 번 이상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했다.
정면승부를 시험할만한 상대가 과거와 현재에 없자 다른 십중심들이 나서려 했으나 위험하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다.
진정한 무사의 승부는 오직 한쪽의 죽음으로서 끝나기 때문이다.
증명을 위해서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겨우 대련인데 십중심조차 잘못하면 죽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다는 뜻이었다.
점점 표정이 창백해지면서 짜릿해진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급하게 뒤의 내용을 읽어간다.
“그래서 바람의 절대자 한진호는 홀로 연무(演武)했다.
자신과 대등한 가상의 상대를 대상으로 창조주와 다른 십중심 앞에서 일격필살(一擊必殺). 이격필멸(二擊必滅), 삼격말살(三擊抹殺)의 오의를 보였다.
명확한 상대가 없는데도 끝없이 쏟아지는 가전오의(家傳奧義)는 확실히 상대를 죽이고, 소멸시키면서 말살했다.
이 시연은 창조주가 세계의 붕괴를 우려해서 저지할 때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십중심을 인정받은 그는 ‘파워 오브 엠블렘’이라는 자격을 창조주에게 직접 받게 되어 절대계의 힘의 상징이 된다.
누가 강한지 약한지를 결정해주는 절대적인 무력의 평가 기준이 된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다.
응?”
문제가 있는지 잠시 공백이 된 문서가 뒤따른다.
“어라?
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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