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591화 (1,502/2,000)

34권 35권

신분제도의 상징인 왕관을 쓰다니 평소에 계급제도의 철폐를 주장하던 해적 두목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변화였다.

‘주변에 있는 다른 두목들도 비슷한 복장과 관을 쓰고서 앉아있으니 계급제를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것은 에메랄드 여황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럴 리가 없어!”

알몸으로 행성에 유폐를 시킨 사람은 그녀였지만, 어디까지나 은하유성 아이언의 마수로부터 연인과 옛 동료를 보호하는 측면이 강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지옥에 다시 끌려가는 모습이 보였기에 눈에 보이지 않게 피신을 시킨 것이다.

‘모두 강력한 초능력자들이니 어떤 행성에서도 잘 살아남으리라 믿었다.

시간이 흐르면 복귀를 시켜서 조용한 개발 행성으로 보낼 생각이었는데 유형 행성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은하제국은 오직 여왕과 공주만이 왕관을 쓸 수 있다.

저런 식으로 행동하면 반역으로 처단이 되어도 할 말이 없는 행위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들이지?”

그렇게 의문을 품은 순간 은하유성 아이언에 받은 인간의 마음을 읽는 권능이 발동된다.

화아아!

그녀의 눈동자에 황금빛으로 물들면서 화면에 보이는 우주 해적들의 마음이 활자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내용이 기가 막혔다.

‘두목들이 별자리로 계산해보더니 이 행성이 은하계의 완전히 구석이란다.’

‘제국과 연합의 영역이 아니라 지도조차 없는 곳이야.’

‘그럼 우리는 다시 못 돌아가는 거야?’

‘두목들이 어떻게든 과학 문명을 다시 일으켜서 우주 전함을 만들 수준까지 만들어낸다고 하더라?’

‘아무것도 없는 원시시대에서 우리가 살던 수준까지 문명을 끌어올린다니?

그게 가능해?’

‘총두목이 지휘하고 다른 두목들이 도우면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노동력은?

원숭이들을 모아서 지능을 올려주고, 육체를 발전시켜도 한계가 있어.’

‘과학 문명을 일으키고 유지하려면 적어도 일억 이상이 필요해.’

‘그런 머릿수를 어떻게 우리가 통제를 한데?

우린 오백 명도 안 돼.’

‘여해적도 있기는 하지만, 팍팍 늘릴 수가 없어.’

‘태어나는 아이도 초능력자라는 보장도 없지.’

생각을 보니 정말 원시행성의 원숭이들을 이용해서 독자적인 과학 문명을 만들어서 탈출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여기까지의 상황도 황당했는데 다음에 보이는 생각에 입이 딱 벌어진다.

‘두목들이 신이 되어서 지능과 육체를 개량한 원숭이들을 뒤에서 장악한다고 하더라.’

‘일반 부하들은 영웅이 되어서 신앙의 분위기를 만들라나?’

‘제길! 그럼 우리는 여기서도 말단이군.’

‘그래도 왕과 영웅이 아닌가?’

‘원숭이들의 왕이 되어서 뭐하게?’

부하들은 왕으로 만들고, 해적 두목들이 왕도 아닌 신이 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바보들이!’

진짜 신족의 창조신인 은하유성 아이언이 알면 얼마나 분노할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추가로 보이는 계획은 거기까지가 전부가 아니었다.

‘그럼 원숭이들로 우주 전함을 만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두목들은 일백 년 안에 승부를 보겠다고 하는군.’

‘일백 년이나 걸려?

그럼 우리는 늙어 죽어버리지 않나?’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저주와 축복이 아직 적용되고 있으니 가능한 방법이지.

그리고, 따로 할 일도 없잖아?’

‘여기를 탈출해도 또 지옥에 끌려가지 않겠어?’

‘이번에 만들 우주 전함은 은하계를 이동할 수 있게 만든다고 하니 기대해 보자.’

‘하긴 영원한 삶이니 그런 희망이라도 있어야지.’

일백 년을 사용해서 다른 은하계로 도주할 계획이라는 말에 에메랄드 여황은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일백 년 뒤에 탈출하겠다고?’

그건 인간으로서는 일평생이라서 기계 인간이 되지 않는 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은하유성 아이언에게 받은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저주를 이용해서 탈출이라니 어이가 없어졌다.

‘실제로 우주 해적들은 강력한 초능력자들이자 과학자, 기술자들이다.

일백 년을 사용하면 은하계 항해용 우주 전함을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있다.

그러나, 과연 은하유성 아이언이 허락할까?’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이 걸린 존재는 신계가 관리하는 영역에서는 어디에 있든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어느 정도 아이언의 성격과 권능을 파악하고 있기에 저들이 탈출하려는 순간 다시 끌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참으로 허망한 발버둥을 치고 있는 옛 동료들이었다.

‘아이언이 우주 해적들의 다른 은하계 탈출 계획을 새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재미있게 되었다면서 내버려 두겠지.

그럼 최소한 일백 년은 안전한 셈이야.

이러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

아직은 인간인 자신이기에 일백 년은 너무나 긴 세월이었다.

그리고, 지금 은하제국인 여황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저렇게 형용할 수 없이 강력한 능력을 보이는 아이언과 신족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일이었다.

“….”

법적으로나 과거의 행적을 생각하면 결코 써서는 안 될 왕관을 쓰고서 다른 두목들에게 지시하는 해적 두목을 바라본 에메랄드 여황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간다.

참으로 무정하게도 인간의 마음을 읽는 권능은 그의 속마음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유형행성에서 가장 강대한 초능력자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권력욕이 넘친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저 유형 행성을 벗어나려는 욕심이 부른 잘못된 선택인가?’

아무리 지성이 없는 원숭이라고 하지만, 마음대로 개조를 하다니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제국 여황의 왕관을 나름대로 흉내를 낸 왕관에서 숨겨진 욕심을 읽었다.

‘제국은 오로지 여왕의 것이기에 대공은 아무런 권력이 없지요.

그래서, 나를 거부한 것인가요?’

제국의 공주인 자신을 안으면 무조건 부마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언제인가 넌지시 해적 두목이 제국 황실의 법도를 물어서 대답해 준 기억이 났다.

‘제국은 여왕 혼자만의 것이에요.

대공은 권한이나 직책이 없어요.

우주여행이요?

풋! 대공은 본성에서 여왕의 허락 없이는 나갈 수 없어요.

황궁에 나가는 것도 승인이 있어야 해요.’

그렇게 대답했을 때 안색이 확 변한 기억도 새로워졌다.

‘부마나 대공은 아무리 화려해도 황궁에서 종마처럼 갇힌 인생이다.’

우주를 자유롭게 항해하는 우주 해적에게 그런 고역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떠오른다.

‘내가 어리석었어.

사랑 때문에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지 못했으니 말이야.’

왜 그렇게 해적 두목이 매달리는 자신을 거절하면서 도망쳤는지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에메랄드 여황은 마음이 차디차게 식는 느낌이 들었다.

권력의 분산이 가져올 은하제국의 혼란과 프롬 여제에게 교육받은 여황으로서 자부심이 엄청난 분노를 일으키고 있었다.

‘나 외에 다른 왕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작은 나라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당장 쫓아가서 허락하지 않은 저 왕관을 부수고 싶었으나 애써 참고서 감시 영상을 끊었다.

“….”

사랑하는 남자가 여왕과 대등한 왕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그대로 읽은 그녀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굳어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허공을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프롬 여제에게서 수없이 들은 말을 중얼거린다.

“은하제국은 전부 여왕과 뒤를 이을 공주의 것이다.

대공이나 부마는 대를 잇는 수단이라는 점을 명심해라.

정말 상대를 사랑한다면 권력이나 실권이 직위를 주어서는 안 된다.

너에게 가장 큰 약점이 된다.

절대로 숙청할 수 없는 정적이 될 것이다.”

친아버지인 대공에게 아무런 직위를 주지 않기에 물어본 말에 정색하면서 해준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건 명확히 증명되었다.’

허수아비에 불과한 대공에게 빌붙어서 온갖 범죄를 일으킨 조직을 일망타진하면서 드러난 대공의 비리를 덮는데 프롬 여왕도 귀족들에게 많은 특권을 양보해야 했다.

‘귀족들은 대공의 실수가 아닌 황실의 문제로 몰고 갔다.

그래서 귀족들에게 양보한 특권은 나중에 전부 회수했지만, 그때 어마마마의 분노는 대공궁을 반파시킬 정도였다.’

그 이후로는 명목상의 부부가 되어서 감시도 심해졌지만, 대공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만약 실권이 있는 대공이 들어선다면 제국은 반 토막이 난다.

통째로 넘어갈지도 몰라.’

전쟁과 개척의 시대이다.

대부분 리더가 남성이라서 여황의 지배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여론도 물론 많이 있었다.

‘남성우월주의의 귀족들에게 권력이 있는 대공의 존재가 얼마나 매력적인 구심점인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스스로 명예 대공이 된 은하유성 아이언에게 생각이 미친다.

‘명예대공 아이언이 여황에게 대항하는 세력의 구심점이 된다?

후훗! 그럴 리가 없지.’

은하유성 아이언은 은하계도 아닌 우주 전부를 지배하는 신족의 최고위 창조신이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명예대공에게 귀족들이 몰려가도 은하제국과 여황에게 반역자는 용서하지 않겠다면서 지옥에 던져버리는 모습만 연상될 뿐이야.

돈 달라고 기도하는 인간들의 권력 따위는 관심도 없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과거 연인인 해적 두목과 지금 명예대공인 은하유성 아이언을 비교하면서 나름대로 복잡한 마음을 추스른 에메랄드 여황은 공간이동을 한다.

슉!

공간이동으로 도착한 곳은 그녀의 기함 퀸 엘리자베스 호의 지휘통제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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