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원인은 모두 자신의 약함에 있었다.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저장해 놓은 십중심의 권능분석을 찾아낸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료를 기쁜 표정으로 들추면서도 이를 악물었다.
‘잊고 싶었지만, 이제 정말 그 당시가 모두 없었던 일이 되는가?
그건 분명 나 자신이다.
나는 분명 존재하고 그 인연들을 기억한다.
그런데 아예 흐름이 수정되어서 사라진다니?
그럼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 당시 현세계에 있을 리가 없는 정보행성 코아에 접속한 크롬 여왕의 변한 모습을 보니 통째로 수정을 당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당시 주역이었던 자신의 존재가 없는 것처럼 확 떠버린 느낌이 속에서 울컥하다가 폭발한다.
“크크큭! 이것 참! 기분이 이렇게 더럽기는 오래간만이네.
이래서 내 미래가 대놓고, 나를 갈구었구나.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지는 모르고, 잘 나간다고 으스댈 바뀐 아이언의 얼굴을 생각하면 열이 확 오르는군.”
누구의 덕인지도 모르고 편히 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살기와 투기가 저절로 피어올랐다.
하지만, 억지로 누르면서 암호해석에 집중한다.
“일단 목차부터 풀자.
이건 쉽군.
그런데 내용해석이 만만치 않아.
개인 자료인데 뭐하러 이렇게 꼬아놓았어.
혼자서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어.
누구에게도 공유할 수 없으니 어쩔 수가 없지.”
차원창세신 코아가 힘겹게 암호해석을 시작하는데 그 반대쪽에서는 은하유성 아이언이 접속해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뭐야!
십중심의 권능분석?
암호가 갈려있지만, 진짜라면 엄청나다!”
자신이 아무리 수련 행성을 통한 은하유성과 신체단련으로 강해졌다고 해도 십중심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잘 안다.
그런데 갑자기 엄청나게 중요해 보이는 십중심 관련 자료가 올라왔으니 이렇게 좋아하는 것이다.
더구나 암호가 풀어지고 있자 눈동자에서 황금빛이 품어져 나올 정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목차가 점점 보이네.
내 미래가 해석하고 있나?
그런데 너무 느리다.
으음! 이거 어쩐다?
내가 도와도 크게 빨라질 것 같지는 않은데?”
스스로 인정하기는 부끄럽지만, 투기 수련에 몰두하느라 연산력이 많이 부족해졌음을 잘 알고 있었다.
‘모두 약해서 주먹 한 방이면 끝인데 머리를 쓸 일이 있어야 고민을 하지.
덕분에 확실히 연산력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연산력도 근력처럼 쓰지 않으면 감소하거나 현상유지만 된다.
처음 현세계에 왔을 때보다 많이 떨어진 연산력으로는 복잡해 보이는 암호해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내린다.
“혼자가 안 되면 여럿이 하면 된다.
암호해석은 유모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되겠네.
그녀들의 기계 지배권능이라면 굉장히 도움이 될 거야.
하복부의 신력의 원에 직접 연결해서 병렬연결을 시도하면 빠르게 풀 수 있겠어.”
그러면 가장 도움이 되는 유모를 생각한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중앙 신계에서 죽은 신계를 부활 중이라 나오지 못한다.
프롬 여제는 기계 신의 지배자로서 화려한 신계 데뷔를 한 이후로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
일단 동맹의 일반기체와 기계 몸을 혼자서 기계 신으로 만들어낼 때까지 연구하겠다고 하던가?
변신 전함을 기계 신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니 그러면 정말 좋기는 하지.’
프롬 여제의 장담대로 복잡한 구조와 다양한 기능을 가진 변신 전함을 기계 신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효과는 엄청났다.
‘동맹의 이동 요새나 이동신계의 역할까지 충실히 하겠지.
이대로 발전하면 앞으로 동맹의 기계 신의 수리와 개선을 프롬 여제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없다고 해도 프롬 여제가 확실하게 용자동맹과 영웅동맹의 통제를 할 수 있어 보였다.
‘실제로 지옥의 용자 동맹의 용자왕들에게 연구결과를 공유하면서 주고받고 있다.
금지할 일은 아니었기에 허락한 상태다.
일단 변신 전함의 신뢰도와 기능성을 개선한다고 무척 바쁘다고 했지.’
유모 두 명이 업무로 거의 폐관수련을 하는 상황이니 이제 두 명이 남는다.
‘에메랄드 여왕은 아직 초월자가 아니니 하복부의 신력의 원이 없다.
그럼 여유가 있는 상대는 크롬 공주만이군.
아직 저항의 불씨가 남아있는 연합의 영역을 영웅동맹과 함께 다스리고 있지만, 시간이 꽤 지났으니 상당히 한가한 상태일 것이다.’
크롬 공주는 저번에 정보행성 코아에 불법접속을 하려던 일로 인하여 하복부의 신력의 원을 언제나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런 일로 다른 유모에 비해서 의논하기가 굉장히 편했다.
‘수련 행성의 수련도 지금 상태에서는 진전이 없다.
나보다 강한 십중심의 수련 자료가 필요해.
그런데 암호가 걸려있는데다가 해석 속도도 엄청 늦어.
가서 상담을 해보자.’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자료라서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는 차원창세신 코아나 이대 회색이 알면 팔짝 뛸 생각을 하면서 정보행성 코아와의 접속을 끊는 은하유성 아이언이었다.
슈아아아아아아!
신령이 돌아온 그의 신체는 아직도 금발 미소년의 모습이었다.
프롬 여왕에게 받은 기계 지배의 권능으로 옆머리가 청색으로 빛나는데 신체에서 수련 행성을 집어삼킬 기세인 어마어마한 투기의 회오리를 품어내고 있었다.
그 위력은 주변에서 덤벼드는 수련 행성의 바늘 기둥들을 허공에 완전히 묶어놓을 정도였다.
드드드드드-! 구구구구구!
은하유성 아이언은 수련 행성의 신체 강화를 받는 상태였다.
이제 정보행성 코아에 접속을 시도할 정도로 여유를 얻은 것이다.
“이 정도로는 내 수련에 도움이 안 돼.
더 강화할 방법을 찾아야 해.”
어떻게든 전진하려는 바늘 기둥들이 투기 회오리에 뒤틀리고 으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투구구구! 가가가가!
아직 허점이 있는지 투기의 회오리 사이로 몇 개의 바늘 기둥이 파고 들어와서 몸에 박힌다.
그러나, 이제는 피부조차 못 뚫고 있었다.
파아아아아아!
근육의 선 사이로 파란 금속 빛이 일렁거리면서 바늘 기둥이 닿은 곳을 금속 재질의 막으로 덮어버려서 막아낸다.
으지지직! 투아아앙-!
영웅신조차 파괴하기 힘든 특수금속으로 만들어진 바늘 기둥의 끝이 무참하게 일그러지며 저 멀리 튕겨난다.
피부 위에 나타났단 사라지는 청색 금속 막을 지켜본 은하유성 아이언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아마.
모든 공격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기계 신의 갑옷.”
프롬 여제의 기계 지배의 권능을 개발해 주면서 얻은 자료로 수련 행성으로 완성해가는 방어권능이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은하유성이 현세계 최강의 공격기라면 이건 최고의 방어기가 될 것이다.
이 정도면 기초는 완성이다.”
기이이이이! 파아아아!
부러진 바늘 기둥의 끝이 다시 회복되면서 다시 공격해온다.
하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 아마는 피부에 아무런 징후나 피부의 흠집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그 지점의 피부에 구현되어서 막아낸다.
투아아아아아! 까아아앙!
그 방어능력은 처음 시도에서 신체 조각을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갈가리 찢겨나갈 뻔한 수련 행성의 전력가동조차 타격이 없을 정도였다.
아직 수정할 구석은 많았지만, 은하유성 아이언이 익히고 있던 어떤 권능도 따르지 못할 정도의 방어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좋아!
조금만 더하면 신체에 접촉조차 막을 수 있다.
확실히 내 적합자이자 유모와 합작해서 만들어낸 권능답군.
후후후후! 더 키워야 하겠어.”
이제는 전력가동 중인 수련 행성 안을 천천히 뒷짐을 지으면서 걸어 다닐 정도로 강화된 은하유성 아이언이었다.
천천히 수련 행성을 벗어나서 차원 문을 열고 바로 연합의 본성으로 도약한다.
그런 모습을 제국의 본성에서 관찰하고 있던 에메랄드 여황은 경외심까지 품을 지경으로 놀라고 있었다.
“행성조차 관통할 수 있는 물리 공격을 수없이 받으면서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상처를 입더니 이제 거의 접근조차 시키지 않아.”
본의는 아니지만, 아이언의 유모이면서 제국의 여황이라서 전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었다.
“물리법칙에 기반으로 하는 힘은 아예 통하지 않겠어.
이게 신족의 힘이라면 은하제국의 여황으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만약 저런 불가사의할 정도로 강대한 존재가 은하제국을 침략해온다면 막을 방책을 구상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초능력자를 동원한다고 해도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고대문명이 멸망할 수밖에 없구나.”
천족과 마족이라면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지만, 저렇게 현실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는 주신 이상의 존재를 만나면 과학문명이 이길 수가 없었다.
“지금은 은하유성 아이언이 은하제국의 명예대공이자 여왕들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로서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하아아아. 어떻게 해야 하지?”
에메랄드 여황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프롬 여제가 얼마 전에 연락이 와서 보였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은하유성 아이언 덕분에 신계 사교계에 아주 화려하게 데뷔했다고 너무나 기뻐하고 있었다.
“어마마마가 그렇게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네.
마치 소녀와 같았어.
다른 신계에서 보내온 수많은 초대장과 계약서를 보며 자랑하는데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제국의 중압에서 벗어난 일이 크시겠지만 그렇게나 좋으실까?”
초월자가 되어서 신계의 일원이 된 프롬 여제와 인간으로서 은하제국의 여황인 자신이 이미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에메랄드 여황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집무실의 보안장치를 강화하고, 초장거리 감시장치를 가동한다.
스으으윽! 삐이이! 위이이잉!
너무나 멀리 있는 감시위성이라서 요란한 가동음이 들리면서 한참 후에 흐린 영상을 보내준다.
거기에는 산 위에 높이 솟은 석조건물로 이루어진 도시와 간단한 흰 천 옷을 입고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초능력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경배하는 절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수만 마리의 원숭이들이 보인다.
초능력으로 강제로 정신을 진화를 시켜서 그들은 이제 어느 정도 인간의 형상을 하고, 일부는 옷까지 입고 있었다.
우주 해적들을 가둔 유형 행성의 상황을 지켜본 에메랄드 여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숭이들을 데리고서 많이 개발했네.
이제 부족국가 정도겠어.”
감시 위성의 투시 기능으로 도시의 구석구석을 확인하면서 누군가를 찾는다.
“우주 해적답게 역시 굴복하지 않았어.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할 것인가요?”
과거에 개인으로는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제국과 연합에 낡은 우주 전함 한 대로 도전한 위대한 남자의 모습을 찾았다.
총선장답게 가장 높고 큰 석조건물 속에서 과거 애인의 모습을 찾은 에메랄드 여황은 반가움보다 당혹감이 먼저였다.
“이…이게!?”
커다란 돌로 만든 옥좌에 해적 두목은 엉성하게 만든 왕관을 쓰고,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개인의 자유를 외치면서 계급과 국가의 타파를 주장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딘가의 총독과 같은 모습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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