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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추적조차 불가능했다.
차원 문을 통해서 전해지는 감각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미 몇 번의 차원도약을 했는지 측정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뒤쫓기에는 너무나도 빠른 도주 속도다.
차원권능을 이렇게 초고속으로 연발로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었나?
이러면 나도 잡을 수 없다.
처음부터 이런 차원권능으로 도주했다면 잡을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였다.’
언제나처럼 상대를 얕보고, 희귀한 권능과 마도를 수집하러 왔다가 역으로 탈탈 버렸다.
이제 하늘 저 너머로 완전히 날아가 버린 꿩을 쳐다보는 사냥꾼 신세가 된 회색의 절대자는 잠시 신령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
한참 후 이를 박박 갈면서 차원 문을 열었다.
“으득! 으득! 설계도에 불과한 ‘제로 원’과 통제장치인 ‘데이터 나이트’는 상관없다.
정보행성 이데아가 없으면 어차피 구현될 수 없는 가상의 세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십중심에 관한 자료만큼은 안 돼!”
가려는 목적지는 당연히 황금세력의 본거지였다.
확실히 현자의 승부에서 졌으니 합류는 하겠지만, 목표는 따로 있었다.
“방금 차원권능의 발동속도를 보니 이 녀석이 도망치면 누구도 못 잡는다.
이러면 계약을 한 황금의 절대자의 멱살을 잡아서라도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부하의 잘못은 상급자가 책임을 져야지!”
십중심에 관한 자료에는 자신 외에는 누구도 못 보게 엄중한 보안이 걸려있다.
하지만, 정보행성 이데아의 방호벽을 흔적도 없이 침투한 전적을 보아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회색의 절대자였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그 정도 연산력이면 언제인가는 풀 것이다.
관리자 권한을 정말 가지고 있다면 정말 시간문제다.
으윽! 그런데 그 미친 사냥개를 진짜 보아야 하나?”
흑염의 절대자는 다른 십중심들의 견제가 없었다면 세상을 뒤엎었을 돌연변이였다.
거기에 절대 직감까지 가진 상대를 만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날 보면 이상함을 느끼고 어떻게든 달라붙으려고 할 텐데 말이야.”
자신은 흑염의 절대자에게 얻을 것이 거의 없으니 일방적으로 손해만 보게 된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가 가져간 십중심의 자료를 생각하면 정말 내키지는 않지만 잠시 같이해야 할 모양이었다.
“멍청한 십중심 놈들! 저런 위험한 존재를 이용해서 억지로 흐름을 앞당기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어!”
투덜거리면서도 부지런히 황금세력의 본부로 향하는 회색의 절대자였다.
그리고, 한참을 도주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황금연기 차원 결계를 겹겹이 친 다음에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카하하하하! 이게 무슨 횡재냐?
회색의 고유권능만이 아니라 설마 십중심에 대한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권능 분석자료까지 얻을 수 있었다니 말이야?
유상전생(有償轉生)과 같은 과거를 수정하는 권능이 극히 위험하다지만, 너무 해볼 만하잖아!”
세계를 뒤흔들 정도로 강대한 존재가 과거로 돌아와서 잘못을 수정하게 하는 유상전생(有償轉生)은 바람가에서도 금지된 오의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보이니 생각이 달라질 정도였다.
더구나 실제로 해보니 세계의 흐름이 빨라지거나 격해지는 정도 외에는 아무런 위험도 없었다.
“세계의 항상성 때문에 금지가 되었나?
차원권능이면 가뿐하게 누를 수 있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안 가네.
무슨 다른 이유가 있나?”
바람가의 가주 정도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금기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이번에 얻은 정보를 소중하게 정보행성 코아로 보내어서 저장한다.
‘자료는 엄중한 보안체계가 있어서 바로 풀 수는 없다.
일단 저장을 해놓고 미래에서 풀자.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내놓으라고 무슨 수작을 부릴지도 모르니 자료만은 살려야 해.’
완벽하게 정보행성 코아에게 이 시대의 정보행성 이데아의 극비자료를 복사하고 나서야 한숨을 쉴 수 있었어.
“후후후후! 끝났군.
수고했어.
나를 택한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유상전생(有償轉生)의 차원창세신 코아와 십중심의 서명.”
십중심의 서명이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네 명의 여마신왕과 차원공통원소를 통해서 구현을 선택한 존재는 바로 이대 회색의 절대자였다.
그리고,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이대 회색의 절대자는 일대와 똑같은 정보행성 이데아의 관리자 권한을 가진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이 환하게 빛난다.
그 빛은 바로 정보행성 이데아와 똑같았다.
번쩍!
이번 승리의 주원인을 드러낸 차원창세신 코아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아무도 없는 공간을 울렸다.
“킬킬킬킬킬킬!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되면서 진리님에게 받은 정보행성 이데아의 관리자 권한을 쓸데가 있을 줄은 몰랐다.
계속 이렇게만 해라!
팍팍 밀어주지.
그럼 나는 간다!”
차원권능의 황금 태양으로 뒤덮인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에서 십중심의 서명과 정신을 잃은 네 명의 여마신왕이 튀어나와서 쓰러진다.
파파파파! 두두둑!
다시 창조신의 전신 갑옷을 입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나타나자 십사 써클로 올라던 경지는 다시 십삼 써클로 낮아진다.
움직이기 힘겨운 듯 휘청거리면서도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후후! 설마 미래에 도움을 받는 일이 있을 줄이야.
더구나 정보행성 코아의 접속 권한까지 남겨주고 갔다
이게 웬일이야?”
정보행성 코아에는 이제 회색의 고유권능이라는 ‘제로 원’과 ‘데이터 나이트’, 암호화된 십중심의 자료들까지 있었다.
현자로서는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보물들이었으니 저절로 얼굴이 펴진다.
“힘을 합쳐서 암호를 빨리 풀자 이거지?
후후후! 사양할 필요는 없지.”
그 자리에 앉아서 신력과 마력을 회복하면서 바로 정보행성 코아에 접속하여 암호해석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상함을 느낀다.
“으응? 뭐야?
접속한 존재가 나만이 아닌데?
뭐지?
돌아간 미래가 벌써 접속해 왔나?”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실질적으로 주관하는 정보행성 이데아 대신에 개인적으로 쓰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정보행성 코아였다.
‘나만이 접속 가능한데 누군가가 외부에서 접속한 흔적이 있다.
그것도 직통이다.’
누가 이럴 수 있는지 기가 막혔지만,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복수로 존재하는 관리자 권한 덕분에 당한 기억이 있기에 철저하게 파악을 해간다.
그리고, 어이가 없는 존재의 자취를 확인한다.
“크롬 여왕?!
용자동맹의 맹주를 맡겼던 현세계의 나의 유모가 여기서 왜 나와?”
크롬 여왕은 현세계에 떨어졌던 아이언 시절에 두었던 유모 중 하나의 이름이었다.
영양실조로 지독하게 약해져서 고생했던 상황에서 유일하게 추억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의 흔적에 멈칫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중얼거렸다.
“크롬 여왕이 정보행성 코아에 기록이 남아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시절의 나는 정보행성 코아가 없었다.”
눈에 차원권능을 집중해서 크롬 여왕의 흔적을 명확하게 본다.
후우우웅!
허벅지까지 가리는 긴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진 미녀가 입체영상으로 흐릿하게 보인다.
친숙한 모습을 본 반가움에 더욱 차원권능을 집중해서 조사한다.
“그대도 나로 인하여 바뀐 흐름에 얽혔는가?”
만약 잘못되었다면 참으로 미안하게 되었군.
으응?”
크롬 여왕의 모습이 명확하게 떠오르자 이상함을 느낀다.
얼굴과 신력 파장은 분명 본인이 맞는데 굉장히 강력해진 것이다.
‘특히 신체 굴곡의 변화가 놀라울 정도다.’
현세계 최고의 창조력을 가진 삭월(朔月)의 시즈지에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더없이 풍만한 젖가슴과 언덕처럼 부풀어 오른 엉덩이였다.
“이 정도의 몸매였나?
그럴 리가 없는데?”
거기에 과거보다 더욱 날씬해진 몸매에 폭발적인 부피의 젖가슴과 엉덩이가 겹쳐지자 창조신장의 신격을 가진 차원창세신 코아조차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매력을 보인다.
여신이 조정할 수 있는 규격을 초월하는 우월한 몸매가 가지는 의미가 컸다.
“크롬 여왕의 신체만 보면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비슷한 굉장한 창조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뜻이다.
내가 떠나올 시절에는 분명 기계 지배의 권능에 약간의 창조력이 더해진 수준이었다.
기계신조차 만들 수 없어서 용자동맹을 임시로 맡기고, 차원 열차로 군대를 만들어 놓아야 할 정도였다.
어떻게 이렇게 강해졌지?”
아무리 고민해도 원인은 하나였다.
바로 유상전생(有償轉生)의 바뀐 결과로 인하여 자신의 미래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가정 외에는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절대계의 과거에서 내가 수정한 일이 현세계에 있는 나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있었나?
현세계와 절대계는 완전히 구별된 세계이니 그럴 리가 없었다.”
해답은 없고 의문만 많아져 가는데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다시 떠오른다.
“어떻게 정보행성 코아에 크롬 여왕이 접속할 수 있는가?”
자신이 이계(異界)의 오백억 년 전인 현세계로 떨어졌을 때 정보행성 코아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러니 그때 현세계에는 정보행성 코아가 없었다.
“그럼 지금은 있다는 말인가?
절대계의 과거를 유상전생(有償轉生)으로 수정한 일로 내게 이 정도로 여파가 크게 오다니?
도대체 미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미래인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돕지 않는 한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일은 없기에 치솟는 불안감을 꾹 누른다.
그리고, 우습게 본 과거 흐름을 조정한 대가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한다.
“침…침착하자.
진리님과 내 미래인 이대 회색이 유상전생(有償轉生)을 관리하는 이상 나에게 문제는 없다.
두 명이 힘을 합치면 절대계 정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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