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종류의 파편은 절대계의 구성요소조차 뒤흔들 수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수습한다.
꽈아아아아아앙-!
두 명이 전력으로 부서진 세계의 파편을 수습하기 시작한다.
두둥! 두둥! 두둥!
시꺼먼 마도 오라를 신체에 두르고, 천천히 걸어오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지켜본 회색의 절대자는 혀를 찼다.
“쯧! 진짜 흑마도사로서 십사 써클에 도달했군.
이러면 상황이 안 좋군.
안 좋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회색빛의 눈동자가 허공을 응시한다.
“손대중할 수가 없겠어.”
구구구구구궁! 구구구구궁! 휘이이이이잉-!
흑마도사의 위력을 무시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모든 우주 공간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권능과 마도를 나타내는 빛의 진형과 문양이 생겨나면서 회색의 절대자를 노린다.
더 접근하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물씬 풍기는 준비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반색을 하면서 반긴다.
“이게 회색의 무영창(無詠唱)과 동시영창(同時詠唱)의 진짜 위력인가?
크큭! 이래야지!
이제야 겨우 보인다.
좋아! 그럼 서로 맨 밑바닥까지 바라볼까?”
차원권능이 집중된 눈동자가 이제 황금으로 만든 것처럼 빛난다.
회색의 절대자의 무영창을 습득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던 것이다.
“그쪽이 먼저겠지.”
더는 얕보는 말투를 쓰지 않는 회색의 절대자의 눈동자의 황금빛이 어린다.
우우우우우웅!
상대를 전력으로 분석하는 시도는 회색의 절대자도 같았다.
의외로 엄청난 분석력을 보이는 차원권능이라서 인스톨을 취소하지 않고서 적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현자의 전투는 상대의 권능을 분석하여 약점을 파악하는 순간 끝나기에 서로 전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간다!”
“오라!”
이제 탐색전과 서로의 권능에 대한 분석은 끝났다.
남은 것은 자신의 분석결과를 믿고서 하는 격돌이었다.
권능과 마도의 집중포화가 준비된 앞으로 마도 오라를 두른 차원창세신 코아가 돌진한다.
그와 동시에 회색의 절대자가 가볍게 손짓을 하자 수많은 빛줄기와 암흑이 마주쳐간다.
그렇게 충돌하는 순간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파지지지직! 꽈가가가강-!
십사 써클의 마력과 신력이 격돌하는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절대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폭풍 앞의 가랑잎처럼 날려졌다.
“우아아아! 밀린다.”
“아아! 제길! 이런 꼴을 당하려고 내가 마신황제가 되었나?”
십중심만 없으면 자신들은 절대계에서 최강의 존재들이었는데 지금은 중계하는 것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판국이었다.
“진짜 자괴감이 드는구나.”
“마력이나 올려!”
그렇게 한탄을 하면서 악착같이 버티느라 통신에 할양할 권능이 부족해지자 화면이 일그러지면서 중계가 끊긴다.
갑자기 영상이 안 보이자 성질이 바짝 오른 흑염의 절대자가 원탁을 주먹으로 두들겨서 부숴버린다.
꽈아아앙! 꽈아아!
흑염의 직감이 십중심이 저기로 가는 순간 차원창세신 코아가 준비한 회색 등용계획이 깨진다고 하니 꼼짝할 수 없지만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십중심의 전투는 보기만 해도 엄청난 득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항상 적대하던 회색의 절대자의 전투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왜 이렇게 약해!
창조주를 대리한다는 놈들이 겨우 전투 중계조차 제대로 못 해!
저것들부터 모두 갈아버려야 해!”
분노한 흑염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지만, 누구도 옹호하지 않는다.
말은 하지 않지만, 신족 출신의 십중심까지 똑같은 심정이다.
‘직접 전투도 아니고, 원거리에서 중계까지 못 할 줄이야.’
‘심각한 수준 차이다.’
‘둘이 힘을 합치면 동등한 십사 써클인데도 너무 무력하군요.’
절대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약해서 제대로 전투를 지켜볼 수 없게 되자 내심 마음이 편치 않은 황금의 절대자와 소마였다.
저들이 저렇게 약해진 이유가 자신들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음. 괜히 선대를 처단했군요.
저렇게 약하면 적으로도 쓸모가 없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내버려 둘 걸 그랬다.’
서로 협상을 맺어서 복수와 징계로 전대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를 번갈아가면서 소멸시켰다.
그런데 새로 임명된 존재들이 미숙하여 영 시원치 않은 것이다.
그들의 귀로 흑염의 절대자가 아우성치는 소리가 울린다.
“으아아아아! 제길! 이런 걸 볼 기회를 놓치다니!
왜 내가 가면 안 된다는 거야!
정말 미치겠네.”
잡음과 일그러진 영상만 가득했던 화면을 죽일 듯이 쳐다보던 흑염의 절대자가 환호한다.
“돌아왔다!”
치이이이!
격돌의 여파가 사라지면서 절대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안정을 되찾았는지 영상이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십중심들도 체면을 무시하고, 모두 화면 앞으로 모인다.
그런데 그들의 눈에는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다.
“뭐야? 이거!
끝났잖아!”
“이…이럴 수가?”
“회색의 절대자가 패배할 리가 없는데?”
결판은 분명히 나 있었다.
주변의 별의 빛조차 사라진 마력의 암흑 속에서 파란빛만이 번득인다.
구구구구구-!
상체가 완전히 날아간 회색의 절대자의 하체가 서서히 무너지면서 분해된다.
그리고, 온통 파란색의 막을 드러낸 차원창세신 코아가 그 뒤에서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뒤돌아서 있었다.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피부가 벗겨지고, 내부 방어막이 전부 드러난 끔찍한 상태였다.
내부도 굉장한 타격을 받았는지 휘청거리지만, 입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크크크큭! 무영창이고 나발이고 쓰는 존재가 시원찮으면 끝장이다.
태어나서 이제까지 은거만 했다면 결국 학자 나부랭이다.
절대로 전사가 될 수 없지.”
파란 방어막 위로 급속하게 피부가 덮여가고, 머리카락이 자라난다.
슈하아아아아아-!
금속처럼 보이는 파란 방어막 위로 생체조직이 덮여가면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얼굴형상이 뚜렷해지자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어려 있었다.
“방구석 폐인이다.
그 주제에 어딜 감히 용병신으로 잔뼈가 굵다 못해 하늘을 뚫을 기둥을 세운 내게 정면으로 덤벼!”
검은 로브까지 다시 만들어 입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뒤에서 먼지로 변해서 사라지는 회색의 절대자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오직 정면을 주시하면서 양손을 활짝 펴고, 크게 웃을 뿐이었다.
“킬킬킬킬킬! 이게 현자의 정점인 회색의 절대자라니?
겨우 이걸로는 무리지 무리야.
크하하하하-!”
차원창세신 코아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는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튕겨 나오는 세계의 파편을 막느라 중계는 못 했지만, 전투상황은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상식을 초월한 전투였다.
‘회색의 절대자는 절대계에 존재하는 권능과 마도의 대부분을 동시 발동해서 공격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걸 다 맞고도 살아있어!’
일방적인 무차별 공격을 퍼붓던 회색의 절대자가 차원창세신 코아의 박치기를 막지 못했다.
그 결과로 그렇게나 무섭던 십중심 중 하나가 상체를 잃고 쓰러져있는 모습을 보니 환상은 절대로 아니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초고속으로 돌진하면서 사방에서 쏟아지는 권능과 마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광경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마지막 공격이 뭐였지?
단순한 박치기는 아니었다.’
‘못 보았어.’
고위권능과 마도의 공격을 모두 몸으로 받아내면서 돌진해오자 어이가 없어진 회색의 절대자와 이마로 충돌하는 순간까지 확인했는데 결정타를 넣은 광경을 놓쳐버렸다.
요란스럽게 울리는 강제 통신을 느낀 절대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암담해지는 기분이었다.
이게 누구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큰일 났다.
이걸 어쩐다.’
‘아! 제길! 마신황제가 중계도 못 하는 주제에 왜 사냐고 욕설이 날아오겠군.’
역시 어떻게 공격을 해서 회색의 절대자가 쓰러졌는지 직접 물어보라는 지시를 받는다.
자신들은 창조주의 대리이지 십중심의 부하가 아닌데 약한 게 죄였다.
그런데 하체만 남은 시체를 뒤로 한 채로 계속 웃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무리 보아도 접근했다가는 무사하지 못한다는 직감이 솟구치는 것이다.
그는 지금 온통 드러난 피부밑의 파란 막을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크후후후후! 이거 쓸만하군.
은하유성 아이언에게도 한 표를 주어야겠어.”
드러났던 청색 내부 방어막이 피부와 근육으로 완전히 덮이면서 흉악하기 짝이 없는 투기와 살기가 더욱 강해져만 간다.
그리고, 양팔을 벌리고 있던 자세를 유지하면 절대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에게 말한다.
“나는 회색의 절대자와 싸웠다.
마신황제로 한 방 먹였고, 창조신장의 창조력으로 회복했지.
그럼 이걸로 절대계 구조도를 받은 대가를 제대로 치렀으니 계약은 완료다.
이제 너희는 가봐라.”
같은 계열이면서 힘과 세력에서 비교할 수 없이 강한 대신(大神)과 소마(笑魔)가 어떻게든 전투상황을 파악하라는 부탁 겸 협박을 받은 둘은 망설였다.
후아아아아아-!
그런데 근육질의 등 뒤에서 투기가 일어나 검은 로브를 입은 투기의 거신이 나타나자 다급하게 고개를 숙이고 물러난다.
고집을 부리기에는 하체만 남아있는 회색의 절대자의 모습이 너무나 거슬렸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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