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이건 십중심이 아니라면 파괴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자신의 방어막을 없는 것처럼 관통하던 흑마도의 정점과 같은 마도였다.
달려드는 속도와 세계폭탄 코아의 위력을 계산해보면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는 산산조각이 나야 했다.
‘그런데 직접 구현해보니 정신체의 신체조차 부수지 못한다.
나조차 파악할 수 없는 비전이 따로 있다.’
피도 나지 않으면서 움푹 들어간 정도였으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물론 짐작되는 구석이 있었다.
‘또 신체 내부에 있는 청색 내부방어막에 막혔군.
도대체 어떤 방어권능이기에 이렇게 위력적이지.’
자신이 아는 권능과 마도로는 저 무식한 방어력을 돌파할 방법이 거의 없어서 사용한 상대의 권능을 이용한 반격조차 통하지 않는다.
이러면 아주 곤란했기에 냉정해진다.
“너의 세계폭탄 코아와 청색 내부방어막의 권능을 내게 넘겨라.
그럼 나는 너의 존재를 못 본 것으로 해주겠다.
황금세력의 합류도 지금 당장은 못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해주마.
원한다면 공개적으로 합류했다고 선포해도 좋다.
그걸로 충분할 것이다.”
세상을 무시하고, 자신만을 위해서 은거하며 살던 회색의 절대자로서 정말 드문 거래제안이었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살기 어린 미소와 차가운 냉소로 대꾸했다.
“풋! 놀고 있네.
설사 내가 알려준다고 은거자 주제에 익힐 수가 있을까?
더구나 세계폭탄 코아의 가치가 겨우 나를 봐주고, 합류를 선포하는 정도야?
회색의 황금세력의 합류는 당연한 흐름이다.
그보다 나에게 더 중요한 일이 지금 생겼다.
무영창(無詠唱)을 순순히 내놓아라.
그러면 너의 세계는 유지해주지.”
“무영창(無詠唱)을 탐내면서 너와 나의 힘의 차이를 모르는가?”
“가치를 아니까 이렇게 덤비지.
당장 내놔-!”
“미친놈!”
“아주 익숙한 소리네.
그대로 되돌려주지.”
역시 당연한 교섭결렬이었다.
서로 잡아먹을 듯한 살기가 넘치는 시선을 교환한 회색의 절대자와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력과 마력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투하하하하하하하-!
차원창세신 코아의 흑마력이 상극인 무색의 신력과 만나 회색으로 변해가면서 주변 영역을 급격하게 잠식해간다.
공간 자체가 변질하여가는 사실을 확인한 절대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다급하게 자리를 피한다.
“닿으면 우리도 위험하다.”
“물러난다.”
이렇게 될 것 같아서 만나는 장소를 거의 아무것도 없는 폐기된 구역으로 하기를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충돌도 확인했으니 이제 물러나려고 했는데 긴급 연락이 들어온다.
수신 거부도 안 되는 강제통신이라서 받으면서 신경질을 내면서 외쳤다.
“이런 위급할 때에 누구냐!
무례한 일이다.”
“…나일세.”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중후한 음성에 재빨리 고개를 숙이는 창조신장이었다.
“헉! 대신(大神)님! 죄송합니다.
여기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파악을 못 했습니다.”
창조신장이 신족의 대표라고 하지만, 십중심 중 네 명을 통솔하는 대신(大神)에게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워낙 입은 은혜가 컸기에 지극히 공손한 대답이었다.
“괜찮네.
이해하고 있지.
거기 상황은 어떤가?”
그 말에 절대계 창조신장은 회색의 절대자와 차원창세신 코아가 본격적으로 붙기 위해서 서로의 마력과 신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다시 보았다.
우우우우우우우웅! 화아아아아아아! 사사사사사사!
마력은 세계를 부정하며 신력은 긍정한다.
그리고, 중앙에 모든 것이 섞인 혼돈의 회색은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저기에 말려드는 순간 하위 존재는 단숨에 무엇이 될지 알 수가 없었다.
“안…안 좋습니다.
여기는 위험하니 떨어져서 제가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너무나 강대한 힘의 여파에 질려서 힘겹게 대답한 절대계 창조신장이었다.
그 말에 대신(大神)의 음성이 울린다.
“몹시 어렵겠지만, 중계를 해주게.”
“옛!?”
갑자기 연락이 왔을 때부터 이럴 거라 예상은 했던 일이다.
그러나, 저 둘이 전투를 중계하면 과연 자신이 무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에 대답을 망설인다.
“그…그것이 저로서는 힘듭니다.”
“부탁하겠네.
나와 우리는 여기서 움직여서는 안 되지만, 상황파악은 반드시 해야 하네.”
십중심이 발호하는 지금은 누구나 피하려고 하지만, 창조신장까지 이끌어준 대신(大神)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대신(大神)의 부탁을 거절하고 난 이후에 멀쩡했던 신족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도 문제였다.
‘거부하면 후환이 두렵다.
신족과 일족을 생각하면 여기서 내가 소멸하는 일이 있어도 중계해야 해.’
절대계 창조신장의 암울한 시선은 꽁지가 빠지게 도주하는 절대계 마신황제를 쳐다보았다.
마신족 특유의 위기 감각이 여기가 죽을 장소라는 것을 감지하듯이 지독하게 빠른 후퇴였다.
‘저……저런! 마신황제는 놓칠 수 없다.’
둘이 동시 소멸하면 절대계도 사라진다.
그렇기에 서로는 경쟁자이면서 목숨을 보증하는 지표이기도 했다.
‘둘 중 하나가 소멸하면 남은 하나는 절대적인 지원을 받는다.’
자신이 소멸하면 존재를 보장받은 마신황제가 설치기 시작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저절로 이가 갈린 창조신장은 바로 통신에 외쳤다.
“너무 여파가 강해서 저 혼자로는 중계는 무리입니다!
마신황제가 있어야지 영상까지 보낼 수 있습니다.”
“중계만 하는데 마신황제까지 필요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절대계 창조신장의 써클이 거의 십사 써클에 도달했음을 아는 대신(大神)을 설득하는 대신 전투 장면을 비춘다.
잠시 말이 없어진 대신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후우우! 그렇군.
차원창세신 코아가 역시 숨겨둔 힘이 십사 써클이었어.
허어! 이걸 어쩐다.
앞으로의 절대계를 생각하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전투인데 말이야.”
상위 써클의 전투를 하위 써클이 중계할 수 없다.
주신 이상만 되어도 왜곡된 현실로 인하여 기록이 불가능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힘을 파악하면서 회색의 절대자의 정체까지 확인할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십중심의 조치는 신속했다.
“곧 보내주지.
계열이 다르지만, 여기서 움직일 방법이 있지.
소마(笑魔)가 나서주겠나?”
“궁금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이니 그렇게 하겠다.”
마도의 정점인 소마(笑魔)의 말은 마신황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겨우 동전 내기로 목숨이 왔다 갔다 했기에 기가 확 죽은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삼엄한 경고가 보내진다.
“마도를 익힌 존재가 무조건 도망만 치면 용서하지 않는다.
모든 마력을 빼앗기고, 영구봉인을 당하기 싫으면 와서 중계를 도우라.”
“!!!”
소마(笑魔)가 상위의 마력으로 강제로 통화를 연결하면서 쏘아붙인 말은 마신황제에게 분명히 전해진다.
“….”
과연 통했다.
아득하게 멀리 도망쳤던 마신황제가 벌레를 문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창조신장을 한번 노려보면서 욕을 했다.
“아오 시바. 분명히 너지?
같이 죽자 이거지.”
“같이 살자는 거다!
나를 도와!
어차피 내게 문제가 발생하면 다음은 분명히 너다.
선대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잊지 마라.”
“이거 분명히 협박이지.
신족이면서 마신족보다 더하네.”
투덜거리면서도 마력을 집중해서 중계를 시작한다.
혼자라면 전투 여파를 못 견딜 것 같지만, 둘이라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얼굴이 창백해졌다.
“으헉! 저게 무슨 마력이야!”
“으윽!”
절대계 마신황제조차 경악할 정도로 차원창세신 코아의 흑마력의 위력이 높아진다.
과과과과과과과과과!
단순한 마력의 방출인데도 거대한 폭포가 하늘에서 땅끝으로 떨어지는 굉음이 울린다.
좌자자자자자-!
검은 로브가 펄럭이다가 견디지 못해서 갈기갈기 찢겨나간다.
그리고, 지독할 정도로 완벽하게 단련된 근육질의 상체가 드러난다.
휘이이이이잉-!
전신을 휘감은 마력이 마치 투기처럼 근육을 강화하기 시작한다.
“후아아아! 마도 오라.”
우지지지지직! 우두두두두두!
마력에 반응한 근육이 약동하면서 뼈와 관절이 신축되는 소리가 울린다.
“나는 흑마법 근원학파의 종주!
모든 투기와 살기는 마력이 되어서 나의 힘이 된다!”
회색의 절대자가 방출했던 기세조차 마력으로 바꾸어 집어삼킨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가 전진을 시작한다.
“흑마도사는 모든 현자계열 중 최강이다!”
슈가가가가가가가-! 투가가강!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에 회색의 영역으로 변질이 되었던 모든 영역이 두 동강이 나면서 파편이 튕긴다.
파괴된 세계의 파편이 자신들을 덮쳐오자 기겁한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비명을 지르면서 방어막을 친다.
“우아아악! 막아!”
“제길! 내가 이럴 것 같았어.
구경조차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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