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회색의 절대자급의 현자는 십중심이 가진 고유권능을 제외한 모든 권능과 마도, 오의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자의 다양성은 큰 장점이다.
그러나, 영창이 필요하면서 신체 능력과 연산력 등에 많은 제약이 걸려서 하나를 집중한 존재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를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하나만을 단련한 강자에게는 약하다는 치명적인 허점이다.
‘특히 근접전을 장기로 하는 동급의 투신들에게 걸리면 끝장이다.
그야말로 눈앞에서 주먹질 한방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끔찍한 경우를 당하게 된다.’
그런 현자의 약점에서 벗어난 유일한 예외가 현자의 정점인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으로 보였다.
‘회색의 절대자가 서열은 낮았지만, 누구도 건들지 못했지.
자신의 위에 아무도 두지 않는 황금의 절대자와 흑염의 절대자에게도 독설을 퍼부어도 무사했다.
현자의 지혜가 필요해서 다른 십중심들이 봐준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니야.
일대 십중심들을 직접 경험해 보니 모두 헛소리였어.
이들은 자신과 동등한 강자가 아니라면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꺼림칙할 정도로 강하면 반드시 처단하는 전형적인 강자이자 지배자들이다.’
거울이 비추는 회색의 절대자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빛은 은은한 황금빛을 머금었다.
차원권능의 분석력으로 상대의 권능을 모두 분석하는 중이었다.
‘그런 존재가 약한 현자의 독설을 참고서 듣는다고?
웃기는 일이다.
다른 십중심들이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힘이 회색의 절대자에게 있다는 뜻이다.
확실히 내 분석력으로도 파악이 안 되는 뭔가가 있다.
다시 움직여야 하겠군.’
‘세계의 적’의 기본 구조를 완성했고, 이제 완전회복했으니 차원창세신 코아의 몸이 앞으로 나선다.
파파파파-!
공간이동을 하는 도중에 추가로 시행하는 고속이동은 고위 정신체도 힘들 정도로 막대한 부하가 걸린다.
하지만, 차원권능의 오리진이면서 이상할 정도로 급등한 신체의 강도로 칼로 물을 베듯이 가르면서 나아간다.
다다다다다-!
공간과 시간을 가리며 달리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뒤를 따르는 여마신왕들은 이제 적대세력으로 무단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하자 긴장을 숨길 수 없었다.
이제까지는 황금세력의 영역이라서 신계의 방어막이나 주둔군의 방해가 없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침략자의 입장이기에 각오해야 했다.
일단 신계의 방어막부터 뚫어야 하기에 앞으로 나서려는 그녀들의 눈에 경이로운 광경이 비추었다.
딱! 우르르르르르르르르릉-!
공간이동의 통로를 가득 채운 투기의 회오리가 전면을 휩쓴다.
은하유성으로 강제로 도착 예정이었던 신계의 방어막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초장거리 공간이동소로 가는 길을 뚫어버린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 앞을 몇몇 투신이 막아서려 했지만, 너무나 빠른 이동속도에 그대로 놓쳐버린다.
그들이 본 것은 황금빛의 인영이 검은 마력의 손톱을 휘두르는 모습만이었다.
“비키지 않으면 목 날아간다.”
동강! 댕강! 동강! 댕강!
그가 지나가는 장소에 있던 투신들은 돌처럼 굳어져서 서 있다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목과 신기가 두 동강이 나서 땅에 떨어진다.
여마신왕들이 보기에는 마치 농부가 커다란 낫으로 수확하는 모습처럼 보일 정도로 평온한 모습이다.
그러나, 주둔군에게는 엄청나게 거대한 마력의 손톱을 휘두르면서 날뛰는 마신황제였다.
“우아아아!”
“크아아아!”
강력한 투기와 마력에 겁에 질리지만, 어떻게든 막아서기 위해서 공간이동으로 몰려드는 투신들이었다.
그들에게는 빛의 날개에서 뿜어지는 차원신멸포가 작렬한다.
“오면 날아간다!”
파파파파파파-! 꽈꽈꽈꽈꽈꽈-!
도착한 고위투신들을 그대로 멀리 날려버리고, 공간과 시간이 일그러지는 현상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병력의 공간이동을 막아버린다.
그렇게 마치 전력달리기를 하듯이 투신들의 방해를 뚫어버린 초장거리 공간이동소의 정문을 양발로 차면서 뛰어들었다.
투아아아아아앙!
긴급 폐쇄된 정문이 터지면서 뒤로 날려졌다.
그대로 안으로 달려 들어간 차원창세신 코아는 덜덜 떠는 관리신을 시설 바깥으로 전부 집어 던지고, 통제를 장악한다.
우우우우우웅-!
주신이 신계주신인 신계 자아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지배력을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완전히 장악된 신계 자아를 통해서 다시 도약할 좌표를 무작위로 집어넣고 통신을 연결한다.
“차원창세신 코아요.
절대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여.”
너무 긴박한 연결에 화면은 흐릿했지만, 바로 직통으로 연결이 되었다.
소마와 황금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준 상대이기에 그들의 말투는 공손했다.
“회색의 절대자에게 쫓기고 계신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차원창세신 코아가 막 대답을 하려는 순간 섬뜩한 느낌이 스친다.
다급하게 회색의 절대자를 비추고 있는 거울을 보니 그는 이제 뒷짐을 지지 않고 있었다.
‘파괴된 초장거리 공간이동소도 완벽하게 복구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수리해서 달려오고 있군.’
무엇보다 그의 시선이 거울 너머의 자신을 쳐다보고 있으니 어떤 상황인지 바로 파악이 된다.
“치이! 나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군.
급하오.
절대계의 구조도를 전부 넘겨주시오.”
“그…그건 안됩니다!”
“예에?”
절대계 구조도는 간단하게 보면 그냥 지도다.
그러나, 잘 활용할 수 있는 존재의 손에 들어가면 절대계의 전부가 개방되는 꼴이 되어버린다.
‘다른 세계에서 온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결코 넘길 수 없는 보물이지.’
그러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손의 거울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마신황제로서 회색의 절대자의 피를 얻었소.
이걸 보시오.”
“!!!”
그 말과 거울을 보면서 절대계 마신황제는 충격이 컸는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어 직접대결을 포기한 십중심에게 덤벼들어서 피까지 얻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절대계에 있는 동안 숨지 못하오.
그러나, 항상 감시하기 위해서는 절대계의 구조도가 필요하오.
이걸 아는 회색의 절대자는 나를 잡지 못하면 그대들을 찾아서 봉인하려 할 것이니 내게 넘기고 안전을 구하시오.”
절대계 창조신장은 거울에 비추는 회색의 절대자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상황은 전부 알았습니다.
그러나, 구조도를 넘겨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당연한 말이었다.
절대계의 구조도가 차원창세신 코아 정보의 외부에서 온 강자에게 넘어갔다가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런 반응에 이해가 된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입장은 알고 있소.
더 설득할 시간이 없으니 두 분이 상의해서 내게 넘겨 주어야 할 명분을 만드시오.
다음 신계에서 다시 연락하리다.
참고로 나는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소이다.
회색의 절대자의 추적을 받으면서 말이오.
내가 잡힐 리가 없으니 두 분은 이그드라실의 봉인을 각오해야 할 것이외다.”
“예? 그럴 수가!?”
“잠시만!”
영원체를 가두는 영구봉인까지 언급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연락을 바로 끊어버리고, 초장거리 공간도약을 시행한다.
뒤따르는 여마신왕들도 그를 따라 사라지자 바로 시설은 대폭발을 일으켰다.
구르르르르! 팟!
그렇게 영상화면이 끊기자 절대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서로 약간의 대화를 하면서 결론에 도달한다.
“이건 구조도를 넘겨주는 대가를 따로 챙겨주겠다는 말로 들립니까?
아니면 구해준 빚을 갚으라는 뜻입니까?”
“둘 다인 것 같군.”
차원창세신 코아의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를 건 동전 내기 덕분에 황금의 복수와 소마의 징벌을 피하는 은혜를 입은 신족과 마족이었다.
아무리 외계의 존재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은혜였다.
‘체면 때문에 공표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다.’
‘뒷사정을 설명하지 않고, 절대계 구조도를 넘겨주면 심각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차원창세신 코아를 추적하고 있다는 회색의 절대자에게 영구봉인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부하들의 반발을 걱정해서 영원체도 나오지 못한다는 절대적인 봉인에 걸릴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으음! 빨리 넘겨주어야 하겠습니다.”
“빚은 갚아야 하지!”
결론을 내린 절대계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어떤 명분과 이유를 들어서 절대계 구조도를 넘겨줄지 토의를 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십중심 회색의 절대자와 차원창세신 코아가 결투를 해야하는 데 필요했다고 해서 구조도를 주었다고 해야겠군.”
“궁색하지만, 그것밖에 없습니다.”
황금세력에 확고한 실세인 차원창세신 코아와 회색의 절대자의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서 내주었다면 뭐라고 할 수 있는 고위신은 없었다.
이미 황금세력과는 너무나 크게 전력이 벌어져서 정면승부가 의미가 없음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었다.
황금세력과 대립하는 신족과 마족의 기본지침은 이렇게 정해져 있다.
‘우리에게 승산은 오직 하나다.
십중심들이 서로 싸워서 공멸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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