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차원창세신 코아를 욕하던 고위 정신체의 배를 관통한 마력의 손톱은 그대로 눈앞으로 끌려왔다.
스물여섯 쌍의 암흑의 날개와 한 쌍의 빛의 날개를 활짝 전개한 차원창세신 코아가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자 압도당한 정신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쩌어어어억!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이 크게 벌려지자 맹수의 이빨과 같은 날카로운 치아가 드러난 것이다.
“허어억!”
한껏 벌려진 입은 마력의 손톱으로 복부를 꿰뚫어서 끌고 온 정신체의 목을 물어뜯었다.
꽈드드드드드득! 으지지직!
마신황제의 마력이 결집한 이빨에 피부와 뼈는 물론이고, 갑옷까지 일격에 찢겨 나간다.
거대한 맹수에게 물린 것처럼 단숨에 목이 잘려나간 정신체의 입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크에에에에에!”
목이 물려서 잘렸으니 괴상한 비명을 내면서 바닥에 떨어진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에서 피와 살점 조각이 뱉어진다.
“퉤! 어디서 감히 입을 놀려?
반응이 특이해서 특정을 시도해봤는데 역시 회색 사장님이 아니군.”
창조주의 분노인 마신황제에게 부여된 많은 특권 중에 상대의 혈액이나 신체조각을 얻으면 절대계 어디에 있어도 알아낼 수 있는 마도가 있다.
마치 몸에 치명적인 세균이나 암 조직을 특정하여 없앨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인 것이다.
즉, 회색의 절대자의 혈액을 얻기만 하면 이 고상한 은거는 다시는 못 하게 할 수 있었다.
“우리 회색 사장님이 나오실 기미가 없으시네.
그래도 목을 싹 자르고, 물어뜯다 보면 언제인가는 걸리시겠지.
자아! 일단 정신체는 싹쓸이다!”
마신황제의 보석 뿔이 찬란한 마력을 내뿜기 시작한다.
그리고, 손톱에서 품어진 마력의 칼날은 이제 행성을 난도질할 기세로 커졌다.
한순간 양손이 휘둘러지면서 행성의 대기를 가른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스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표적은 당연히 어떻게든 공간이동으로 도망치려고 시도하던 정신체들이었다.
비록 황금세력의 일원이지만, 회색의 절대자가 섞여서 같이 도주할 수 있기에 보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떻게든 도주하려는 그들의 목을 차원권능으로 분할시키셔 날린 마력 손톱으로 잘라버리면서 경고한다.
“어차피 공간이동으로는 내 차원천라(次元天羅)를 못 뛰어넘는다.
황금세력을 위해서 날뛰지 말고, 얌전히 죽어 있거라.”
행성을 뒤덮을 정도로 커진 열 개의 마력의 손톱이 공간을 도약하면서 난자하자 정신체 중에서 무사한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후두두두두두둑-!
잘린 목과 몸만이 팔다리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운이 나쁜 존재는 목만이 아니라 팔다리까지 썰려버린 탓이다.
그리고, 그건 정신체의 존재를 잘 모르면서 행성 표면에서 사는 지성체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
시체조각들이 갑자기 떨어져도 기절할 정도로 놀랄 판국인데 잘린 신체 부위가 살아서 비명을 지른다면 이런 악몽도 없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행성을 관리하는 정신체 세력을 분류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시선을 행성 표면으로 향했다.
“쯧-! 역시 정신체 중에는 안 계신 모양이군.”
정신체는 지금 마력 손톱의 연속공격으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목을 잘라서 지상에 뿌려버렸다.
그 와중에 어떤 저항도 없으니 회색의 절대자는 지성체 속에서 은거했다는 뜻이다.
“목이 잘리는 이런 수치를 십중심이라면 참을 리가 없지.
그러나, 반응이 없으니 지성체 속에 숨어계시는군.
회색의 절대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방금 십만 명이 넘는 정신체의 목을 잘라서 지상에 뿌렸지만, 쓸데없는 힘만 쓴 셈이었다.
그러나, 주어진 일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기에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선다.
“하긴 은거라면 나라도 지성체 속에서 섞여 살겠다.
지성체는 대략 십억 정도인가?
황금세력답게 이상적인 인구 수준에서 잘 관리했군.”
하늘에서 암흑의 날개를 휘날리면서 내려오는 거대한 마신황제의 투기 환영을 본 모든 지성체들이 두려움에 차서 기도를 시작했다.
“오-! 위대하신 신이시여. 저희를 구원하소서.”
주변에는 조각난 시체조각들이 비명을 지르고, 하늘에는 거대한 암흑의 날개를 휘날리는 거신이 내려오니 지금이 종말로 느껴졌다.
그런 두려움의 대상이 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행성 전부를 파악하면서 중얼거린다.
“문명 수준이 아직 불에 의존하는 중세시대인가?
지성체도 특이능력은 전혀 없고, 단지 건강하기만 이상적인 정기관리 집단이다.
그렇다면 일 초 이하로 결판이 나겠군.”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서 약지 손가락에 차원권능을 집중시킨다.
화아아아앙!
지성체들에게는 정신체를 말소시킬 수 있는 마신황제의 마력 손톱은 엄청난 사치였기에 간단하게 차원권능으로 끝장을 보려는 것이다.
“나의 차원권능은 일 초가 세계의 일 백 년이다.
지성체라면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늙어서 죽을 것이다.
그러면 회색 사장님만 살아계시겠지.”
손가락 끝에 집중된 차원권능이 시간 가속으로 형성되기 시작한다.
“뒤는 걱정하지 마라.
너희의 정기는 내가 잘 걷어서 십 초안에 열 배의 인구로 이 행성에 되돌려주마.
시간과 공간을 조정하니 정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창조할 수 있어서 마음대로 파괴할 수 있다.
이게 차원권능의 가장 큰 장점이란다.”
황금빛의 창조력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차원권능은 이제 일 초라는 순간적인 시간에 일 백 년을 가속해 모든 지성체를 노화시켜 죽이는 죽음의 빛이 된다.
화아아아아아아!
목표를 특정하는 순간 손가락 끝에 모인 차원권능이 강렬한 빛을 뿜어낸다.
“차원권능 부분 시간 가속 발동준비.
대상은 지성체.”
우우웅!
약지 손가락에서 응축된 차원권능이 행성 표면에서 발사되면 모든 지성체가 전멸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식영창이 흘러나온다.
“나는 차원의 오리진.
나의 일 초는 세계의 백 년이다.”
파아아아아아!
손가락 끝에서 차원권능이 발사되려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회색의 절대자의 음성이 울린다.
“이런 미친놈! 설마 죽이고 부셔도 그 이상으로 살리고 부흥시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창조신이 진짜로 있을 줄이야!
카르마의 진실을 아는 너 같은 존재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돼!
이그드라실!”
슈아아아아아아아-!
차원창세신 코아가 인지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거대한 나무의 환영이 보인다.
그리고, 자신을 덮치는 봉인의 현상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경악했다.
회색의 절대자가 나타나면 이런 큰 권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근접전으로 몰고 가려던 계획 밖의 사태였다.
“아무런 영창의 징후도 없었는데 이그드라실이 발동되었다고?
사후영창(事後詠唱)은 아니야!
그러려면 최소한 마도가 움직이는 징조가 있어야만 한다.
그럼 명령어만으로 발동?
그러면 이 위력은 또 뭐야?
팔륜봉인(八倫封印)의 정식영창보다 더 강력하다니?
내 오리진에 도달한 차원권능이 무효화 된다!
아무리 십중심이라고 해도 이건 말도 안 돼!
우아아아아아!”
과거 이대 흑염의 절대자와 같이 갇혔던 팔륜봉인(八倫封印)을 압도할 정도로 강력한 봉인력이었다.
저항하려고 발동시킨 전력의 차원권능도 허무하게 붕괴가 되면서 그대로 일정한 공간에 압축되기 시작한다.
우지지직! 우지직!
마침내 차원창세신 코아는 관 크기의 구체가 되어서 땅바닥에 떨어져서 구른다.
쿵! 구르르르!
발밑까지 굴러온 차원창세신 코아가 변한 검은 구체를 본 회색의 절대자는 경악했다.
“영원체나 십중심도 아니면서 나의 이그드라실에 잠시라도 저항하다니?
거기다 이 정도의 코아까지 남겨?
도대체 이놈은 뭐야?”
본래 이그드라실에 당한 존재는 영원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과거와 현재, 미래로 존재가 분산되어서 사라지게 되어있다.
극히 일부의 강자만이 저항에 일부라도 성공해서 신체를 코아라고 불리는 이런 구슬을 남기게 되는데 이런 크기는 처음이었다.
“과거 내게 도전했던 창조신과 마신왕을 시범 삼아서 봉인했을 때도 구슬 크기였다.
그런데 이건 관의 크기다.
설마 차원권능으로 이그드라실의 존재 해체에서 대부분을 보존했다는 뜻인가?
차원권능에 그런 효과가 있던가?”
이그드라실은 의지는 과거로 보내고, 육체는 현재에서 이런 구체로 봉인하면서 신령은 미래로 날려버린다.
그럼 시간과 공간을 조절하는 차원권능이러면 저항력이 있을 수 있었다.
“정신체의 존재는 대부분 신령과 의지로 구성되어있으니 남겨진 신체가 작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고위의 존재일수록 그 경향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가 남긴 신체는 신령이 통제되던 그 이상의 크기였다.
“만약 차원권능으로 방어에 성공했거나 신령보다 신체가 더 강했다면 이 크기는 어느 정도 설명은 된다.”
행성 하나를 차원결계로 봉인하면서 황금세력의 정예군 십만 명을 단숨에 쓸어버리던 마력보다 더 강한 신체 능력을 갖췄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했는데 어이가 없었다.
“역시 십중심급의 강자라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이그드라실로 하는 기습이 정답이었어.
잘못했으면 잡는데 시간을 끌 뻔했군.”
사실 그냥 떠나려고 했는데 지성체들을 학살하려고 하니 오랜 살았던 정이 있어서 막아준 것이다.
잠시 자신이 지킨 지성체들을 바라본 회색의 절대자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가 봉인된 코아를 쳐다본다.
화아악! 우우웅! 화르륵!
황금빛의 신력과 암흑의 마력, 거기에 검붉은 투기까지 섞여서 타오르는 구체를 본 회색의 절대자는 고개를 저었다.
“대부분 갇히면 바로 끝인데 꽤 날뛰는구나.
그래 보았자 이제 의지도 신령도 없는 빈껍데기의 신체가 본능으로 하는 허망한 몸부림이다.
있을 수 없는 신체 능력과 광기에 미친 본능으로 날뛰는 쪽이 더 강한 흑염의 절대자가 아닌 이상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 이제 협상을 다시 해야겠군.”
차원창세신 코아를 영구봉인했다고 판단한 회색의 절대자는 다시 황금의 절대자와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웃! 아직 여파가 크군.”
구체가 발산하는 마력과 신력, 투기가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치이이이이!
그래서, 계속 격렬하게 기세를 발산하는 검은 구체를 피해서 반대쪽에 화면을 연다.
우우웅!
아직 대기하고 있는 십중심들을 바라본 회색의 절대자는 뒤에 있는 커다란 검은 구체를 보여주면서 말한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렇게 이그드라실로 영구봉인을 하였소.
그럼 이제 손해배상의 액수를 확정했으면 하오.
다시 말하겠소.
정보행성 이데아의 보조저장장치 복구비용이 일반행성 일천 개요.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를 풀어주기를 바라면 십만 개를 지급하시오.”
회색의 절대자가 통화를 끊고, 차원창세신 코아를 토벌하러 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역시 잠시도 견디지 못해서 실망한 표정을 지은 십중심이었는데 흑염의 절대자가 다급하게 외쳤다.
“이 멍청이! 왜 전투 중에 뒤를 보이나!
빨리 머리를 숙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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