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반복되는 죽음에 정신이 붕괴하여서 치매가 걸린 듯이 대소변도 못 가리는 노인 같은 청년은 거기 없었다.
드디어 노리던 먹이를 꽉 물어뜯은 맹수만이 있었다.
거대 레드 크림존의 허리 부분이 초대형미사일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으나 전투는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천재 조종사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소리부터 쳤다.
“이렇게 이긴다고 끝이 아니다!
여기는 신계다!
네가 바지에 거짓으로 오줌을 싼 모습이 신계에 영구히 기록되었음을 모르느냐?”
“허어억!”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총제독의 안색도 새하얗게 변했다.
이번에 성공하면 신계 함대를 이끌어야 하는데 이런 영상이 영구히 저장되어 있으면 참으로 곤란한 것이다.
그러나, 곧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후! 별것도 아니네.
오줌싸개 함장이란 별명도 추가하면 되지.
내가 그런 오명을 하나나 둘만 가진 줄 아느냐?
말단에서 제국 총제독이 된 나의 평생을 얕보지 마라.”
“!?”
역시 총제독은 자신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은 천재 조종사였다.
미사일이 틀어박힌 복부의 손상을 응급조치하고 유선 해킹을 막는데 전력을 다했다.
그런데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이이이! 설마 전함이 아니라 기동 병기였어?”
트로이의 목마라는 이름답게 목마형태의 전함이 그대로 돌진해서 거대 레드 크림존을 덮친 것이다.
“크카카카카카! 행성 표면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초대형 근접전투형 기동병기다!
너의 변신 전함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크기는 거의 비슷한 인형 병기와 목마형 전함이 뒤엉킨다.
드드드드드드드! 구구구구구!
트로이의 목마는 유선 해킹선을 모두 방출해서 거대 레드 크림존의 손상부위를 통해서 제어를 빼앗으려고 한다.
천재 조종사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거세게 밀려오는 방해 프로그램과 바이러스 프로그램에 놀랐으나 곧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
“기계의 지배자인 용자동맹에게 감히 기계의 제어력으로 까불지 마라!”
바로 대응을 시작한다.
영웅동맹에게 전투 중 일반기체를 기계의 제어력으로 강탈해야만 정식 용자가 된다.
그리고, 천재 조종사도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겨우 전함의 인공지능에 밀릴 리가 없다고 자부했다.
유선 해킹이었지만, 대부분 격벽에 막혀서 상대적으로 대응하기가 편했다.
‘엔진 부분의 격벽을 모두 봉쇄해두기를 잘했군.’
구구구! 구궁!
그러나, 곧 내부에서 들려오는 폭발과 진동에 당황해한다.
내부의 영상을 비추는 카메라를 본 천재 조종사는 기가 막혀서 중얼거렸다.
“우주 기갑 해병대?
언제 침투했지?”
개조 인간은 아니지만, 거기에 비견되는 강화 외골격을 입은 수십 명의 병력이 엔진으로 가는 길을 폭약과 중화기로 파괴하면서 빠르게 전진하고 있었다.
그들을 쏟아내는 강습함은 아직도 복부에 박혀있는 몇 개의 초대형미사일 불발탄이었다.
“미사일만이 아니라 위장한 소형 강습함이 섞여 있었구나.”
그 말대로 트로이의 목마의 복부에서 발사된 거대 미사일들은 거의 동시지만, 두 번으로 나뉘어서 쏘였다.
거대 레드 크림존의 복부 장갑을 파괴하는 진짜 미사일과 불발탄을 가장할 수 있는 똑같은 모양의 강습함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소형 강습함이 미사일 폭발에 휘말려서 끝장이 날 수도 있는데 이걸 시행했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 천재 조종사였다.
“그래! 승리할 수 있다면 개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누구에게도 만만찮게 미친놈들만 골랐다.
변신 전함의 엔진만 부서지면 순간재생을 하지 못하는 넌 끝이다.
진짜 외통수라는 것이지.
이게 바로 체스로 보면 체크메이트!
장기로 치면 장이야!”
신이 나서 호기롭게 외치는 총제독을 천재 조종사는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노려보면서 무감정한 음성으로 대답한다.
“설마 이게 전부냐?
아니겠지?
그럼 이제는 똥을 지리게 될 것이니 성인용 기저귀나 차라.”
“!!!”
거대 레드 크림존의 조종석에서 그대로 일어선 천재 조종사의 기계 몸의 여기저기에서 찬란한 빛이 뿌려진다.
쿠우우웅! 파아아아! 우웅!
전신에서 뿌려진 빛은 조종석의 모든 부위를 비추면서 엄청난 정보를 보내기 시작한다.
“나는 모든 기계를 지배하는 용자동맹의 용자다!
이 변신전함은 나의 분신이기도 한 것이다.”
거대 레드 크림존의 내부가 천재 조종사가 보내는 정보를 받아서 변형을 시작한다.
구조적 손상과 약화를 감수하고서 엔진으로 향하는 우주 기갑 해병들을 압살하기 위해서였다.
“죽어라!”
통로와 벽이 좁혀지자 비명을 지르는 우주 기갑 해병들을 그대로 눌러 붙여버린다.
꽈꽈꽈꽈꽈꽈! 우지지지지직!
거대 레드 크림존이 급격한 내부구조 변화로 침투한 우주 해병대를 단숨에 압살시키고, 자신을 누르고 있는 트로이의 목마의 허리를 양손으로 감았다.
기이이이이이이이익! 가아아아!
트로이의 목마가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우그러진다.
엔진 출력과 장갑의 차이가 너무 커서 단숨에 두 동강이 나려는 총기함의 상태를 파악한 총제독은 아쉬운 얼굴로 함장석에 앉았다.
“에이-! 이번에는 따로 도망칠 시간도 없군.
그래도 무승부라도 챙겨야 하겠지.
그럼 자폭이다.”
그리고, 함장석의 손잡이를 열고서 거기에 달린 붉은 버튼을 누른다.
히이이이잉! 구우우우웅! 우우우우웅!
마치 말 울음과 같은 소리를 내면서 트로이의 목마의 엔진과 인공지능이 폭주를 시작하자 이번에는 정말 놀란 천재 조종사였다.
“뭐? 자폭!? ”
이 킬로미터가 넘는 기동 병기의 고성능 엔진의 폭발에 휘말리면 아무리 거대 레드 크림존이라도 견디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우주 기갑 해병을 처단하느라 내부구조를 변경시켜서 방어력이 약화하여있다.
설마 그것까지 노리고서?’
복부에 구멍이 뚫린 상태이기도 하니 아무리 계산해도 트로이의 목마의 자폭을 견딜 방법이 없었다.
놀란 천재 조종사가 황급하게 벗어나려 했지만, 유선 해킹의 줄이 꽁꽁 묶는다.
더구나 목마의 팔다리가 굽혀지면서 팔다리를 묶는 강철의 족쇄가 되었다.
파파파파! 과아아아아아아! 구궁! 파파파파파!
완벽하게 구속하고 하얗게 달아오르면서 당장 폭발하려는 트로이의 목마를 쳐다본 천재 조종사는 침통한 목소리로 물었다.
“처음부터 이러려고 했느냐?”
“킬킬킬킬! 설마 그럴 리가?
아무리 되살아난다고 해도 누가 자살을 쉽게 생각하나?
이기려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원래는 다른 계획을 준비해 놓았었어.”
트로이의 목마의 함교는 이미 불길에 휩싸여있었다.
주변이 활활 타는데도 느긋하게 대답하는 총제독은 주변의 불길에 담배의 불을 붙여서 깊게 들이마시고 내뿜었다.
화르르르!
“후우우우! 그런데 부하들의 반대가 심어서 폐기했지.
그런데 싸우다 보니 내가 어떻게 되어도 변신 전함만 부수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담배 연기와 불길이 섞어서 타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느긋하게 대답한다.
“나는 되살아날 수 있지만, 너는 변신 전함을 잃으면 패배가 아닌가?
그럼 내 목숨을 아낄 필요가 있나?”
“….”
천재 조종사는 레드 크림존 대군을 자폭시키면서 이기려 했지만, 총제독은 자신을 자폭시킬 생각으로 덤볐다는 뜻이었다.
그 차이가 만든 승리와 패배에 천재 조종사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꽉 깨물면서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 마지막 패도 보여주지.”
변신 전함의 조종을 위한 부가장치를 제거한 천재 조종사는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총제독을 노려보면서 외친다.
“나도 너만 잡으면 끝이다.”
“킬킬킬! 레드 크림존 군대를 통솔하는 변신 전함을 잃고서 무슨 수단이 남았나?
이미 게임 끝이지.”
총제독은 아주 음침한 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의 육체를 태우는 불길을 반겼다.
“크하하하하! 화끈하군.
그러나, 벌레가 되는 것보다는 낫지.
이걸로 난 신계 총제독이라 이거야!
은하계 이상의 세계가 나를 기다린다.
푸하하하하하하!”
화르르르르-!
하반신이 타들어 가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는 총제독의 모습을 본 천재 조종사는 인정해야 했다.
“과연 연합 우주군의 절망.
제정신으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어.”
그러나, 포기하기에는 이번 전투에 걸린 것이 너무나 컸다.
다다다다다다다!
모든 명령입력장치를 통해서 구조변경을 입력한다.
‘대규모 변화는 이미 늦었다.
그러나, 최소한 발버둥이라도 한다.’
열 번이 넘는 죽임을 당해서 정신력이 바닥인 총제독이 산 채로 화형을 타면서도 웃는다.
그런데 상대인 자신이 아무것도 못 하면서 패배하면 살아갈 자신이 없어진 천재 조종사였다.
그리고, 그 오기와 절박함은 재능과 맞물려서 기적을 나았다.
명령어를 입력하는 속도가 빛이 되어서 변신 전함을 변형시킨다.
파파파파파파파파! 기기이이이!
이제 상체가 타는데도 여유롭던 총제독의 눈에서 놀람의 빛이 스쳤다.
전신에서 빛을 품어내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천재 조종사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것이다.
‘강아지가 방금 맹수가 되었다.
지금 자폭하면 완전 파괴는 못 한다.
하지만, 지금 폭발시켜야 해.’
거대 레드 크림존의 팔다리가 봉쇄되고, 내부도 엉망이 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거의 잡은 승리가 달아나는 감을 느낀 총제독은 그대로 파괴를 시작한다.
“잘 가라!
넌 나름대로 강적이었다.”
“….”
가장 증오하던 원수의 말을 듣고도 거의 무아지경에서 입력을 멈추지 않은 천재 조종사를 본 총제독은 혀를 차면서 바로 자폭을 시킨다.
“쯧! 불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군.”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쿠아아아아앙!
트로이의 목마가 폭발하면서 거대 레드 크림존도 파괴가 시작된다.
그렇게 거대 인형 병기와 기동 병기가 거의 동시에 폭발하는 모습을 본 용자동맹은 허탈한 탄식을 내뱉었다.
“이런 제길! 성능은 압도적이었는데 저렇게 당하다니?”
“조종사가 문제야!
내가 조종했으면 저런 추태는 부리지 않았다.”
용자동맹이 자신 있게 만든 변신 전함이 아무리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가호가 걸린 함대가 상대라지만 패배했다.
그러니 거창한 행사를 준비한 신계와 아이언의 분노를 예상한 책임회피였는데 용자왕들의 반응은 달랐다.
오히려 감동하고 있었다.
“오오! 신의 함대를 상대로 저렇게 선전(善戰)하다니 굉장한 성능이다.”
“확실히 쓸만하군.”
“기계신으로 만들면 좋겠지만,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불가능하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이야.”
그들은 처음부터 변신 전함이 아이언의 장난감 함대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무한대로 회복하는 신의 함대를 상대로 보급이 제한되는 과학병기는 이길 수 없다.’
‘장기전으로 가거나 상대가 포기하지 않으면 연료나 무기 부족으로 반드시 패배한다.’
강력한 위력으로 신의 함대를 위압하여 항복하게 만드는 방법이 유일한 승산이었다.
그런데 함대의 지휘관이 제국과 연합에서 독종으로 소문난 총제독이었으니 이미 패배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보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압도적으로 밀어붙였지만, 누적된 피해를 견디지 못하면서 파괴되는 변신 전함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역시 신의 권능을 과학으로 이기지는 못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승부였다.’
사자왕 가이가 아이언의 눈치를 살폈는데 변신 전함이 졌는데도 아무런 불쾌감을 보이지 않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정도면 잘 싸웠다.”
용자왕들이 그런 반응이자 용자들도 비난을 멈추고, 불길에 먹히면서 파괴되는 거대 레드 크림존을 쳐다보았다.
구구구구구구구궁! 꽈꽈꽈꽈꽈꽈꽈꽝!
트로이의 목마가 근접해서 발사한 초대형미사일에 손상을 입은 거대 인형 병기의 복부가 터져나가면서 두 동강이 되고, 엔진이 파괴면서 산산조각이 난다.
아주 장엄한 최후였다.
그 모습을 본 고위 창조신들은 손뼉을 쳤다.
짝짝! 짝짝!
신의 함대가 초반에 밀려서 기분이 불쾌했는데 권능의 위대함을 증명하면서 승리했으니 보내는 찬사였다.
“좋아!
적당한 위력에 후속처리하기도 좋군.”
“아주 괜찮아.”
아이언의 체면을 보아서 변신 전함을 구매할 예정이지만, 어디까지나 장난감이 노는 유흥이었다.
이런 반응은 예정되어 있었기에 아이언도 미소를 지었다.
‘신력이 담긴 함대를 이기는 과학병기를 좋아할 고위신은 어디에도 없다.
이 정도면 최상의 모의전이로군.
그러나, 용자라면 여기서 끝낼 리가 없지.’
아이언의 시선이 마치 칼로 잘려나간 듯이 깨끗하게 날아간 거대 레드 크림존의 머리로 향한다.
모두가 아이언을 주목하고 있었기에 그 시선을 느끼면서 잘린 머리를 주목한다.
거대 레드 크림존의 머리만 남아있는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 목 아래 절단면에서 추진기가 생겨나면서 기동을 시작한다.
파아아! 파팟!
그리고, 잠시 멈추었던 레드 크림존 군대가 기동을 시작한다.
자폭에 휘말려 드는 그 순간까지 변형을 시켜서 목 윗부분만을 레드 크림존을 통솔하는 기동 병기로 즉석에서 만든 것이다.
물론 무리한 일이기에 기계 몸의 여러 부위가 과열되고, 파괴된 천재 조종사는 이를 악물고서 외친다.
“으득! 분명 나는 조종사로서는 졌다.
그러나 나는 용자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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