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천재 조종사와 총제독만이 아니라 용자동맹과 고위신까지 압도한 황금의 거신은 그대로 연회장에 가까워진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걷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치 공간이동을 반복하는 것처럼 지독하게 빠른 이동이었다.
용자왕만이 아니라 사자왕 가이조차 감히 움직일 생각을 못 할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기에 모두가 딱딱하게 굳어간다.
‘으윽! 인사를 하게 해야 하는데….’
‘몸이 꼼짝하지 않는다!’
꼼짝도 하지 못하는 그들을 지나서 투신의 환영을 푼 아이언은 연회장의 가장 상석에 준비된 영광의 자리에 앉았다.
투신의 환영을 푼 그 모습은 찬란하게 빛나는 금발에 옆머리가 푸르게 빛나는 절세의 미소년이었다.
방금 보였던 투신의 환영처럼 아무런 장식도 없는 단련된 상체를 그대로 드러낸 평범한 모습이었으나,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고위 창조신들이었다.
강한 만큼 아이언의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존재감만인데도 이 정도라니?’
‘확실히 샤이니를 뛰어넘었다!’
강대한 투기는 사라졌지만, 그 이상의 압박을 모두가 받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침묵한 가운데 찬란한 황금빛이 허공에 그 이름을 알린다.
‘초월자 영웅신이며 최고위 창조신 은하유성 아이언.’
흑염 세력을 격퇴한 공적으로 인하여 현세계 최강의 강자로서 인정받고 있는 영웅신의 등장이었다.
그리고, 양손을 합장하면서 고개를 숙인 모두에게 아이언이 말한다.
“가벼운 취미 모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이 와주어서 고맙다.
재미있는 장난감이 생겼으니 모두 기뻐해 주었으면 한다.
일단 시범을 보여주지.”
휘이잉!
아이언이 가볍게 손을 움직이자 이번에는 양손만 나타난 거대한 투신의 환영이 연회장 중앙에 있는 황금 변신전함을 들어 올린다.
두두웅! 구궁!
정말 장난감 로봇처럼 가볍게 들어 올려서 이리저리 자세를 취하고, 완벽 변형까지 시킨다.
여기에 무장 컨테이너를 사용한 추진부와 주포의 추가변화까지 보여준다.
드드드! 파파파!
엄청난 동력과 기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변형을 단지 투기의 압력과 힘으로만 해결하자 기가 막힌 천재 조종사였다.
‘허억! 역시 과학 문명과 신족의 권능은 아예 비교조차 안 되는군.
이러니까 장난감 취급을 받지.’
변신 전함을 투기의 힘만으로 허공에 들어 올려서 이런저런 변형을 시킨 아이언은 기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후후! 누가 조종해도 성단 규모의 과학 문명은 쉽게 제압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성능을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실제로 전투를 시켜 보아야 하겠지.
특별히 상대로 내 장난감 함대를 준비했다.
숫자는 적으나,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가호를 내렸으니 그 전력은 분명 성단 과학 문명과 비교될 만하다.
음식을 준비했으니 모두 들면서 즐기라.”
“오!”
아이언이 존재감을 감소하자 그제야 여유가 생긴 고위 창조신들의 호응이 들려온다.
그리고, 아이언이 창조력으로 특별히 준비한 신력을 증진 시키는 음식과 음료가 각자에게 보내지자 호의적인 반응은 절정에 도달했다.
자신들이 받은 음식의 가치가 어지간한 개인 신전을 구매할 정도라는 사실을 알기에 반응은 환영 일색이었다.
“이런 보물들로 연회를 준비하시다니요?”
“과연 최고위 창조신다운 배포입니다.”
그렇게 다시 활발해진 연회장의 분위기를 확인한 아이언은 오른손을 들어서 변신 전함을 가리키면서 지시한다.
“다시 전투를 시작하라.”
“핫!”
척!
그 말에 천재 조종사는 거대 레드 크림존으로 경례 자세를 취하고, 바로 다시 전진을 시작한다.
자신감 있게 만들어내었던 레드 크림존이 총제독의 계략과 아이언의 등장으로 이제 사백대만 남았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전력이었다.
함대도 집중포화를 다시 준비한다.
구구구! 드드드드등!
그러나, 이미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열 번이나 죽임을 당했다가 부활한 총제독의 기함의 반응은 없었다.
함대의 중핵이면서도 꼼짝도 하지 않는 트로이의 목마를 보고서 제독들이 다급하게 호출한다.
“총제독님! 적이 옵니다!”
“정신 차려!”
“포기하면 안 돼!”
모두가 총제독을 부르면서 트로이의 목마의 함교의 내부를 확인한다.
“으윽!”
“이런!”
총제독은 분명 함장석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넋이 나간 표정에 입가에 침을 흘리면서 축 늘어진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흐으으으으으으.”
가늘게 신음을 흘리는 모습은 지독한 전투를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정신을 놓아버린 신병을 보는듯했다.
어디를 보아도 도저히 함대를 지휘할 정신상태가 아니기에 주변 제독들의 반응은 신속했다.
“포기하면 모두 벌레가 된다.”
“견인 빔이다!”
“외부에서 움직여라.”
열 대의 함정에서 인력과 척력을 발휘하는 빔이 발사되어서 트로이의 목마를 다시 진형의 한가운데로 이동한다.
파파파파!
그렇게 강제로 엉성하게나마 진형을 이룬 모습을 본 천재 조종사는 오히려 멈칫했다.
유선 해킹이라는 위협적인 성능을 보여준 트로이의 목마가 조정불능에 빠졌는지 주변 함정이 강제로 움직여대니 놀란 것이다.
이유는 짐작이 갔다.
‘연속부활로 드디어 정신력이 파탄에 도달했는가?
내가 죽인 횟수가 열 번째이니 분명히 한계이기는 하다.’
영웅동맹에게서 일반기체를 노획하기 위해서 달려들다가 수없이 죽어갔던 용자들의 부활 한계를 생각하면 분명히 함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몰라서 전진속도를 늦추면서 그대로 저격 소총을 갈겼다.
투하하하하! 푸하하하하!
다시 붉은 빔에 휘말린 트로이의 목마가 증발하면서 서서히 원상복귀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혀를 찼다.
“쯧! 이러면 정신이 나갔는지 아니면 잔꾀를 부리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군.
여기서 실수는 용서할 수가 없지.”
개조 인간이 되고 나서 오래간만에 부여된 기회였다.
변신 전함에 아이언이 아주 만족하고 있으니 여기서 확실히 좋은 인상을 심어주면 용자왕을 받는 일도 꿈이 아님을 아는 천재 조종사는 지극히 조심스러워졌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레드 크림존 군대를 동원한 토벌이었다.
“가라.”
방패의 뒤에서 안전하게 따르던 레드 크림존 군대가 그대로 전면으로 튀어나간다.
슈하하하하하하-!
또 시작된 붉은 말벌 떼와 같은 인형 병기의 습격에 함대는 집중포격으로 대응했다.
이미 한 번 겪었으며 숫자도 절반 이하로 줄었기에 대응은 주포의 연사만으로도 가능했다.
접근하려는 레드 크림존을 주포의 화력으로 견제하는 제독들은 다급하게 총제독을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곧 깊은 절망감을 맞게 된다.
“헤헤! 헤헤!”
다시 되 살아난 총제독이 바지에 오줌을 지리면서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한 번째의 죽음을 맞이한 총제독은 노망과 같은 유아 퇴행을 하고 있었다.
“이건 아무리 보아도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끝났다.”
그런데 포기하고 싶어도 패배하거나 포기하면 바로 벌레로 환생 된다는 제약이 발목을 붙잡는다.
‘이건 항복하면 편한 포로생활이 기다리는 인간의 신사적인 전쟁이 아니다.’
‘영혼의 격을 건 승부다.’
발악하듯이 대응 수단을 짜낸다.
“전속 후퇴하면서 우주 기뢰를 다시 뿌려!
일단 저 거대 레드 크림존의 저격소총에게 벗어나서 정신을 회복할 시간을 번다.”
“누가 트로이의 목마로 들어가서 총제독에게 전투약을 투여하거나 전기충격을 가해!”
그렇게 우주 기뢰를 무한대로 깔면서 후퇴하는 신의 함대를 지켜보는 천재 조종사의 얼굴은 영 아리송한 표정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함정이 아닌 것 같다.
실제로 트로이의 목마 같은 특수함도 저 함대에는 더는 없어.
대부분 주포나 기동력 특화형태다.’
그런 의심은 전함들의 통신을 중간에서 감청한 총제독의 영상이 확실을 시켜준다.
바지에 오줌을 지린 확실한 정신이 나간 총제독의 영상을 본 천재 조종사는 결심한다.
“끝을 내주지.”
쿠구구구구구구구궁!
거대 레드 크림존의 발에 달린 주 추진부가 백열 하면서 이제까지 보였던 기동력을 능가하는 속도를 보인다.
그리고, 전신에 숨겨있던 보조 추진부도 능력을 보이면서 엄청난 속도로 전방으로 쏘아져 나간다.
꽈꽈꽈꽈꽈꽈꽈꽝!
주포의 집중포화조차 튕겨 낸 방패를 앞세운 붉은 빛이 되어서 우주 기뢰 밭을 뭉개면서 단숨에 함대의 전면에 쇄도한다.
그 속도는 소형 레드 크림존들이 따르지 못할 정도였다.
“으윽! 빠르다!”
“어떻게 저런 거체에서 이런 기동력이 나올 수 있지?”
“감탄하지 말고 쏴!”
“우주 기뢰를 돌파하느라 방패가 파손되었을 것이다.”
“이 거리라면 저 방패도 못 견딘다.”
정확한 판단이었다.
우주 기뢰밭을 강제로 뚫느라 반파가 되어버린 방패는 전함의 집중포화를 견딜 수 없어 보였다.
그러나, 거대 레드 크림존이 보여주는 회피행동에 모두 입을 크게 벌렸다.
각! 구가가가가가가가가각!
이 킬로미터가 거대 인형병기가 직각으로 솟구치면서 전함의 집중포화를 피해버린 것이다.
이십 미터의 작은 레드 크림존에 지지 않을 정도인 상상을 초월한 회피기동에 제독들은 경악했지만, 바로 포격과 미사일을 쏘아댄다.
투하하하하! 꽈꽈꽈꽈꽈꽈!
폭우와 같은 공격이지만, 적중을 시키지 못한다.
붉은 혜성과 같은 빛을 뿌리면서 고속기동을 하는 거대 레드 크림존의 뒤로 전함의 주포와 미사일들이 미처 따르지 못하면서 폭파되는 빛만이 뿌려진다.
어떻게든 초고속 회피기동을 하는 거대 레드 크림존을 맞추려는 제독들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으윽!”
“으으으!”
집중을 위해 너무 이를 악물어서 잇몸에서 피가 배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단 하나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크게 떠진 눈에서는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나온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만들어낸 집중포화는 거대 레드 크림존의 접근을 막아내었다.
그런 고도의 집중상태에서 전력 후퇴하면서 하는 포격은 다른 쪽에서 파탄을 불렀다.
트로이의 목마를 끌고 있던 견인 빔이 견디지 못하고 끊어진 것이다.
투아아아아아-!
“으헉! 실수다!”
“으악! 어서 회수해!”
총제독이 만약 저 거대 레드 크림존에 잡히는 날이면 끝장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제독들이 비명을 질렀다.
가아아아앙!
전력으로 후퇴하는 함대 진형에서 홀로 떨어져서 흘러나오는 목마 모양의 전함을 본 천재 조종사는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함정?
설마 그럴 리가?’
치매에 걸린 늙은이처럼 바지에 오줌을 싸면서 웃고 있던 총제독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그런 수치스러운 모습을 다른 제독들에게 보이면서 계략을 세운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꼴을 공개하면서까지 나를 속이려고 든다고?’
용병으로 힘든 삶을 살아왔지만, 명문이라는 자존심이 남아있던 천재 조종사에게는 아무리 원한이 있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런 망설임과 혼란이 감을 어지럽히면서 접근을 허용한다.
‘총제독만 잡으면 끝이다.
혹시 모르니 유선 해킹의 방어를 해놓자.’
소형 레드 크림존의 인공지능을 단숨에 장악하는 유성 해킹을 방어하기 위해서 중요지점에 격벽을 내리고, 장갑을 강화한다.
이제 거대 레드 크림존이 손에 닿을 정도로 지척에 다가오자 트로이 목마의 배가 열린다.
드드드드드!
그리고, 그 안에서 거대한 미사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함교를 손아귀로 잡아서 계속 부활하는 총제독을 포획해서 끝내려던 거대 레드 크림존에게는 날벼락이었다.
배에서 나타난 거대 미사일들이 그대로 몸통으로 발사된 것이다.
파파파파파파! 구구구구궁!
거대 레드 크림존의 배에서 굉음과 불꽃이 튀어 오른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격을 맞은 천재 조종사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연결된 통신망으로 의기양양한 총제독의 목소리가 들리자 곧 분노로 바뀌었다.
“이 어린 새끼! 드디어 걸렸다!”
“지성체 시절에 노망 직전의 늙은이가 드디어 미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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