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565화 (1,476/2,000)

34권 35권

자폭명령이 내려졌는데 그 기능만은 인공지능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났기에 막을 방법이 없었다.

파지직! 파지직!

트로이의 목마 주변에 유선으로 연결되어있던 레드 크림존의 군대에서 불꽃과 번개가 튄다.

그걸 본 총기함에 가까이 오려던 함대가 놀라서 급정지한다.

“저건 자폭하려는 징조다.”

“물러서라!”

드드드!

트로이의 목마가 어떻게든 정지를 해보려 했지만, 레드 크림존들이 자폭을 시작한다.

한번 죽어서 겨우 얻은 전력이 허무하게 사라지려 하자 총제독의 입에서 당혹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컥! 자폭이라니?

어디서 이딴 치사한 수법을 부리나?”

유선 해킹의 문제점은 신속한 해제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근접해야 했다.

“이런 제길! 빌어먹을!”

꽈꽈꽈꽈꽈꽈꽈꽈꽝!

오백대의 레드 크림존에 둘러 쌓여있던 트로이의 목마가 자폭에 휘말려서 다시 소멸한다.

그리고, 총제독은 다시 덮쳐오는 폭발에 의식이 날아가기 직전에 이를 갈았다.

“으드득! 벌써 두 번째로 죽나?

이런 식으로 복수하겠다는 것이냐!”

과거에 가짜 함대의 자폭으로 레드 크림존을 훼손해서 자멸시켰던 그 작전 그대로 당해버린 셈이었다.

그런데 고도의 인공지능으로 생존본능을 가진 레드 크림존들이 동요한다.

아군의 자폭을 보아서 거부반응으로 제어가 힘들어지자 천재 조종사는 다독거린다.

“용자동맹은 명령을 복종하지 않거나 배신하면 바로 자폭 된다.

이건 인공지능이나 개조인간을 차별하지 않는 공정한 처분이다.

이걸 보아라.”

용자왕의 철수 명령을 어긴 대가로 구만 대의 인형 병기와 개조인간이 자폭이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똑같은 상황이면 나도 그렇게 된다.

무엇보다 전쟁에서 배신자나 항명자는 스스로 죽을 자격도 없다.

그걸 지키는 것이 용자다.”

스스로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각종 기발한 책략을 만들어내는 총제독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 진심으로 인정한 말이었다.

그러자 흔들리던 인형병기의 인공지능이 안정을 되찾았다.

이렇게 오백대가 넘는 레드 크림존을 잃었지만, 더욱 통제가 공고해진 오백대를 이끌고서 거대 레드 크림존이 전진을 시작한다.

총제독에게 한 방 먹인 천재 조종사는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훗! 이게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것이다.

이제는 조금 속이 시원하다.

후련해졌어.”

레드 크림존 군대의 절반을 잃었지만, 총제독의 계략은 분쇄했다.

그리고, 변신전함은 어떤 손상도 입지 않았으니 아직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사거리가 짧은 유선 해킹은 다시는 안 통할 것이다.”

거대 레드 크림존이 다시 진형을 갖추어가는 총제독의 함대를 향해서 방패로 전면을 가려 방어하고, 고속기동을 하면서 돌진한다.

그러자 함대도 다시 재생된 트로이의 목마를 중심으로 진형을 갖추어서 포격을 시작한다.

“드디어 전면에 나왔다!

쏴라!”

“저 크기로는 피할 수 없다.”

이십 미터 정도인 인형병기의 기동성이라면 주포와 부포를 피할 수도 있겠지만, 이 킬로미터가 넘는 거구로는 무리였다.

피할 공간이 없으니 천재 조종사가 아무리 뛰어나도 전함 일백대의 집중포격을 전부 회피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구구구구구! 구구구궁!

실제로 거대 레드 크림존은 회피보다 전신을 가리는 방패를 들어서 막아내면서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팽팽한 접전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용자동맹은 난리가 났다.

레드 크림존 군대의 급작스러운 자폭 때문이었다.

“저것도 외부명령으로 자폭이 되잖아?”

“왜 용자동맹의 새 기체에 저 기능이 들어가 있는가야?”

“저거 만든 놈들은 전부 나와서 설명해!”

변신전함의 제작목적은 신계에서 제공하는 인형병기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즉 용자동맹에게 적용된 자폭장치와 신계의 감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나름대로 마음에 든 새로운 기체가 만든 물건에 자폭 기능이 있으니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어서 난리가 난다.

그러나, 제작에 참여한 일만 명의 일반 용자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리도 타려고 전력을 다해서 만들었다.”

“그런데 자폭 기능을 왜 넣겠어?”

아주 타당한 답변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사자왕 가이에게 모였지만, 당당한 답변이 돌아온다.

“위대하신 신계 주신님에게 맹세하겠다.

나는 변신전함의 자폭 기능에 개입하지 않았다.

저 변신전함을 설계하고, 제작에 참여한 것은 내가 아니라 너희다.

실제 만든 놈들이 자폭 기능이 있는지 없는지 왜 모르는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이것도 합당한 소리였고, 실제로 존재하면서 직속 상급자인 신을 언급하면서 맹세하니 거짓일 리는 없다.

그 말에 이번에는 철의 요새 안에서 사는 일만 명에게 다시 추궁의 눈빛이 모인다.

그들도 어떻게 자폭 기능이 무장 컨테이너 안에서 생산된 레드 크림존에게 붙어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외쳤다.

“우리는 어떤 인형병기에도 자폭 기능을 설계한 적이 없다.”

“자폭이 지긋지긋한 것은 우리도 같아.”

“우리는 재료와 부품만 제공했지 조립은 하지 않았다.”

“최종 완성한 것은 천재라고 불리던 저 녀석이 전부 했단 말이다.”

“그리고, 무장 컨테이너에 집어넣은 어떤 설계에도 자폭 기능은 없었어.”

그럼 남는 답은 하나였다.

‘천재 조종사가 자폭 기능을 지금 만들어서 넣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저렇게 노획을 걱정해서 전투현장에서 직접 인형병기의 설계를 변경해서 바로 일천 대를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 줄 아는 개조인간들은 모두 고개를 휘저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원격 자폭 기능을 집어넣는다고?’

‘나는 죽어도 흉내조차 못 낸다.’

‘이게 격의 차이인가?’

재능의 수준 차이를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으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형병기에 관해서는 연합 최고의 천재라더니 진짜로 그럴 만 하군.”

오백 대가 넘는 레드 크림존을 총제독의 트로이의 목마에 의해서 잃었지만, 방패를 새우고서 당당하게 전진하는 거대 인형병기를 모두가 쳐다본다.

꽈! 타아아아앙! 팡!

어떻게 만들어진 견고한 방패인지 모르지만, 주포의 집중포화와 미사일의 난타를 교묘하게 흘리면서 막아내는 모습을 본 제독들이 외쳤다.

“역시 정면대결은 안 통한다!”

“다른 작전은 없냐?”

“왜 없겠냐?

그런데 너희가 싫다며?”

총제독도 다급해졌다.

설마 자기 호위 기체에 자폭 기능을 넣어놓을지 몰랐으니 지금 이런 사태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붉은 빔 포가 진형을 가른다.

투하하하하하하-!

거대 레드 크림존이 방패 뒤에서 총구만 내밀더니 저격을 시작한 것이다.

요새포를 뛰어넘는 저격 빔은 당연히 함대의 진형에 구멍을 뚫으면서 총기함을 박살을 낸다.

“드디어 사거리에 들어갔다.”

“우왁! 요새포도 아닌데 사정거리가 왜 이렇게 길어?”

“후퇴의 속도를 높이면서 쏴!”

영점의 조정을 끝냈는지 다시 붉은 빛기둥이 함대를 노린다.

이번에도 오로지 총제독을 노린 저격이었다.

방금 공격에 파괴된 전함이 원상복귀가 되자마자 다시 증발시켜버린 것이다.

투하하하하하하하하! 파하하하!

함대는 재빠르게 트로이의 목마 주변을 비워놓았기에 다른 기함의 피해는 없지만, 다시 산산이 흩어지는 총기함의 모습을 본 연합의 제독들은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패배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벌레로 환생이라면 명예는 사치다.’

총제독이 벌써 세 번이나 죽어 나가자 다급해진다.

“으득! 동의하겠다.”

“뭐든지 써라!”

“그러니 포기하지 마라!”

어떤 손상을 입어도 원상복귀가 되는 불사불멸(不死不滅)의 함대라고 해도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타고 있는 인간의 정신력이었다.

총제독이나 자신들이 비록 되살아난다고 해도 죽음의 고통은 그대로 느끼면서 영혼과 정신에 무리가 간다는 점은 모두 알고 있었다.

‘총제독이 죽은 횟수가 이미 세 번을 넘어섰다.’

‘서서히 무리가 올 것이다.’

‘용자동맹이 제출한 연속부활을 견딜 수 있는 최대 횟수는 십 회였다.

그 이상은 어떤 독종도 전투를 포기하고 도망쳤다.’

‘총제독도 아마 열 번이 한계.

그 이상은 못 견뎌.’

지성체가 아니라 정신체라고 해도 반복되는 부활에는 엄청난 부담이 걸린다.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가호를 받고, 아무리 투지를 유지하려 해도 엄청난 고통이 동반되는 죽음이 반복될수록 의지가 흐려지는 것이다.

이렇게 죽음을 반복하면 전투를 완전히 포기할 수도 있으니 그것만은 피해야 했다.

“명예는 이제 필요 없다.”

“사용해!

내 잘못을 인정하겠다.”

총제독이 전투를 포기하면 끝장이었다.

이제 다른 수가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합 제독들의 승낙에 총제독은 바로 부활해서 메마른 웃음으로 답변한다.

“하.하.하. 진…진작 그럴 것이지.”

정신적인 타격을 숨길 수 없는지 웃음소리가 뚝뚝 끊어진다.

장난감 가방을 꽉 안은 자세로 되살아난 총제독은 신계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와 연합의 제독이 고백한 사실을 종합해서 영상을 만든다.

“이…이봐!

이…이거 봐라.”

거듭된 부활로 인한 정신적인 피로와 영혼의 타격으로 말조차 떨린다.

자꾸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편해지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고, 트로이의 목마를 사용해서 허공에 영상을 만들어낸다.

투하하하하하-!

그러나, 거대 레드 크림존의 저격소총은 무정하게도 그걸 지워버리면서 다시 죽음을 안겨준다.

투하하학! 투하하하학!

함대가 후퇴하는 만큼 전진하면서 계속 총기함을 노려서 저격을 실시한다.

그렇게 함대의 공격을 방패로 전부 막으면서 총기함만을 계속 저격하는 천재 조종사의 얼굴은 통쾌하기보다는 엄숙하기까지 했다.

“동맹의 어떤 용자도 열 번 이상의 연속적인 죽음은 못 견디었다.

지금쯤이면 차라리 죽고 싶어질 정도인데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계략을 짜내려고 하더니 놀랍군.

용자도 아닌 제독이면서 아직도 포기하지 않는 너에게 경의를 보낸다.”

이미 총기함을 부순 횟수가 열 번을 넘어갔는데 계속 영상을 띄우려고 한다.그 모습은 총제독에게 패배를 당해 개조인간이 된 원한으로 이글거리는 복수심이 흐려질 정도로 감탄을 불러왔다.

저런 연속된 죽음과 부활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 이미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과연 제국의 총제독이 될 정도로 엄청난 정신력과 의지다.

그러나, 그것도 끝이다.”

완전부활을 해도 말을 제대로 못 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 다시 죽으면 정신적인 충격을 못 견디고 미치기 직전으로 보였다.

그래도 한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고, 다시 트로이의 목마를 조준사격을 하려는 순간 장엄한 징 소리가 울린다.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엥!

징 소리에 가득 담긴 신력에는 변신전함과 함대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의 동작을 멈추게 할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

그리고, 신계의 의지가 울린다.

‘주목하십시오.

일천 은하계 중앙신계의 주인이시며 최고위 창조신이신 은하유성 아이언님이 입장하십니다.

모두 예의를 갖추어 주십시오.’

그러자 이제까지 자유롭게 편안한 자세로 상공을 올려보고 있던 모든 고위신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양 손바닥을 앞으로 모아서 합장의 자세를 취하면서 허리를 숙인다.

공격의 의사가 전혀 없음을 표시한 자세였는데 이러는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공경의 자세를 표시하지 않으면 어딘가에서 밀려오는 투기와 살기에 갈가리 찢겨나갈 것 같기 때문이었다.

‘크윽! 어마어마한 투기다.’

‘브라이트와 샤이니를 능가하는 초월자 영웅신이라고 하더니 정말이었군.’

특히 경지가 높은 고위 창조신일수록 더욱 확실하게 느꼈다.

투기의 출처는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차원문의 틈새였다.

왜 연회장으로 바로 오지 않고, 저렇게 멀리 열었는지 의문이었으나 곧 풀린다.

우르르르르르르르르릉!

연회장의 끝에서 위성 크기의 차원의 문이 활짝 열린다.

그 순간에 행성이 들어갈 만한 광활하기 짝이 없는 연회장의 공간이 투기의 폭풍에 휘말렸다.

그렇게 강렬한 기세를 드러난 황금 투기의 회오리는 서서히 투신의 형태를 이루어간다.

후우우우우우우우우웅!

긴 금발을 휘날리면서 더없이 단련된 상체의 근육을 그대로 드러낸 거대한 황금빛 투신의 환영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실체로 보일 정도로 정밀했다.

이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모든 고위 창조신들은 경악했다.

‘허억! 엄청난 투기 제어다!’

‘너무 가혹한 신체단련에 실패해서 크게 다쳤다고 하더니 역시 잘못된 정보였구나.’

이 킬로미터가 넘는 거대 레드 크림존이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로 십 킬로미터가 넘는 커다란 투기의 황금의 거신이 연회장을 향해서 걷기 시작한다.

쿠궁! 쿠궁!

환영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듯이 발이 걷는 동작을 할 때마다 공간이 울리고, 굉음과 진동이 연회장 전부를 뒤흔들었다.

마침 중간 지점에서 전투 중이던 거대 레드 크림존과 함대가 그 여파에 휘말린다.

그리고, 태풍에 날리는 낙엽처럼 황금빛 투신의 환영이 일으키는 투기의 여파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여기저기로 튕긴다.

“우와아아아아! 우리가 날린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 수 있나?”

공격도 아닌 단지 움직임에 제국과 연합을 상대로 싸울만한 함대와 거대 인형병기가 장난감처럼 뒤흔들리는 것이다.

전함과 인형병기가 가지고 있던 방어막이 아무런 소용이 없이, 견고한 장갑과 골격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확인한 모두가 넋이 날아갈 정도였다.

“이게 진짜 신의 힘인가?”

자신들에게 관심도 없이 연회장을 향해서 걸어가기만 하는데 괴멸 직전이었다.

겨우 거대 레드 크림존과 군대를 수습한 천재 조종사는 긴 한숨을 쉬었다.

“하아! 돌겠네.

레드 크림존들이 또 일백대가 넘게 부서졌다.

단지 지나가신 것만으로 이렇게 타격을 받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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