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564화 (1,475/2,000)

34권 35권

연합과 싸우다가 이미 한번 죽었는데 이건 자신이 겪었고 생각하던 전쟁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끝까지 버텨라.

늙은이보다 젊은이가 먼저 죽지 말란 말이다.

지면 벌레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예? 예!”

그렇게 제독들과 천재 조종사는 죽지 않는 육체와 파괴된 선체까지 재생되면서 무기가 보충되는 함대의 무서움을 서서히 깨달아가기 시작한다.

잠시 자신의 전함이 발휘할 수 있는 전력을 다시 계산하는 제독들의 귀에 천둥 같은 총제독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레드 크림존의 기동한계가 가까워진다.

드디어 승산이 보인다!

기합을 넣어라!”

“우오오오오!”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대답한 제독들이 다시 포격을 시행한다.

자신들은 죽지도 파괴되지도 않는데 드디어 레드 크림존의 군대에도 손실이 나자 사기가 올라가면서 집중포화는 더욱 위력적으로 높아졌다.

그 광경을 변신전함의 함교에서 지켜보던 천재 조종사는 신음을 질렀다.

“으으으윽! 설마 동맹과 동등한 순간재생기능이 붙어있는 함대였는가?

이걸 어떻게 이길 수 있는가?”

한 치의 오차도 보이지 않고 움직이는 진형은 인공지능의 통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돌발상황에서 각자 움직이는 모습은 분명 제독들이 타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그렇지 않다면 자동회피까지 계산한 집중사격이 이렇게 효과가 약할 리가 없었다.

‘방금 공방으로 방패로 삼은 열대 가량의 레드 크림존을 잃었지만, 적 함대도 열대 이상이 부서져야 했다.

그런데 겨우 한 대만 중파로 끝이 나다니?

분명 인간이 추가로 조종하고 있다.

그리고, 제독의 능력도 무척 높다.

최소한 어지간한 고위 인공지능 이상이다.

그럼 이걸 어쩐다?’

영웅동맹과 몇 번이나 싸웠기에 불사불멸(不死不滅)의 무서움은 너무나 잘 알았다.

‘함교와 주포를 날렸는데도 순간적으로 원상복귀가 되어버리는 모습을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

변신전함의 무장 컨테이너에 수리와 보급기능이 있지만, 저렇게 빠르게는 안 된다.

나는 함교나 엔진을 한 번이라도 당하면 끝장이다.’

자신도 동맹의 일반기체를 타면 똑같이 순간재생을 할 수 있지만, 순수한 과학기술로 완성한 변신전함은 무리였다.

그런데 용자동맹에서 지옥으로 심심하면 쳐들어오는 영웅동맹을 궤멸시키기 위해서 비밀리에 준비하던 대책을 생각하고 눈을 번쩍인다.

‘유일한 약점은 타고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점인가?

부술 수 없으면 봉인하면 된다.

연속으로 죽여서 투지를 꺾는다.

그럼 전함의 상태로는 안 돼.’

변신전함을 수납하던 붉은 구가 절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한다.

가아아아아앙-! 그아아아앙!

거대한 레드 크림존으로 변형을 완료한 변신전함의 위용이 드러난다.

그리고, 무장 컨테이너는 전신을 가릴 정도로 커다란 방패와 저격소총으로 모습을 바꾸어서 부착되었다.

길이만 해도 십 킬로미터가 넘는 저격 소총을 잡고 그대로 사격자세를 취한다.

“일단 먼지로 만들어주지.

부활하겠지만, 죽음의 고통을 맛보아라.”

찰칵-! 터어어어어어어엉! 투우우웅!

이 킬로미터가 넘는 거대 인형병기가 십 킬로미터의 저격소총으로 원거리 저격을 준비하는 모습은 당연히 손님들의 관심을 끌었다.

“호오? 변신도 된다더니 정말이로군.”

“어디 다시 안내서를 볼까?”

신계에 오자마자 받은 변신전함의 성능을 설명한 두꺼운 설명서를 읽으면서 상황을 주시한다.

그리고, 거대 레드 크림존의 사격이 시작된다.

당연히 목표는 중앙에 있는 트로이의 목마, 총제독의 기함이었다.

“너의 첫 번째 죽음이다!”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수십 척의 전함을 일격에 파괴하는 요새포를 능가하는 위력적인 붉은 빔이 함대의 중앙을 가른다.

과과과과과과과과!

레드 크림존 군대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사력을 다하고 있던 함대로서는 날벼락과 같은 일격이었다.

총제독은 총기함과 자신의 육체를 증발시키는 붉은 빔의 파도 속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큭! 역시 나만 노리는군.

너는 변한 것이 없어.

오만했던 천재 도련님이야.”

레드 크림존의 군대를 막느라 온 정신을 쏟고 있던 총제독으로서는 피할 겨를이 없었다.

여기에 이미 예상했던 죽음이기에 순순히 받아들인다.

“푸후! 그러나저러나 이걸로 나도 한 번 죽는가?

군인이 될 때부터 각오는 했지만, 이런 상황이 될지는 상상도 못 했다.”

구과과과과과과광!

직격을 당한 트로이의 목마는 일순간 증발하고, 주변에 있던 십여 척의 기함까지 중파를 당한다.

“총제독님!”

“총제독!”

그보다 치명적인 것은 총제독의 지휘로 레드 크림존을 겨우 막아오던 함대의 혼란이었다.

총기함과 총제독을 잃은 제국과 연합의 제독들이 다급하게 후퇴하면서 집중포화를 쏘아대었지만, 위력이 떨어진다.

“후퇴하라!”

“전속 후진하라 사격진형을 다시 만든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레드 크림존들이 돌격을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본 천재 조종사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끝났군.

아무리 재생이 된다고 해도 계속 부수면 된다.”

총기함을 잃은 총제독의 함대가 무참하게 와해가 되기 시작된다.

전함에게는 지극히 위험한 행위인 추진부를 뒤로 하고서 전력으로 벗어나려는 기함들까지 있을 정도로 엉망이 된 후퇴였다.

그 뒤를 더욱 빠른 속도로 쫓게 하면서 견제 사격을 하는 레드 크림존의 군대를 보는 순간 천재 조종사에게 섬뜩한 느낌이 스친다.

“!?”

그것은 총제독의 가짜함대를 쫓아가려던 순간 느꼈던 불길함이었다.

여기에 총제독이 타고 있던 목마 기함의 이름이 갑자기 떠올랐다.

“트로이의 목마!?

이런 이름과 모양을 가진 함정이 있었던가?”

목마를 닮은 외양은 도저히 전함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이름도 의미는 모르겠으나 지극히 불길한 느낌을 주기 시작한다.’

그 감각은 총제독의 기함이 변신전함의 저격소총에 증발한 지역에 레드 크림존의 군대가 도착한 순간에 절정에 도달했다.

‘이런 예감은 과거에는 무시했다.

그러다가 패배한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오백대 이상의 레드 크림존이 드디어 어지럽게 도주하는 함대를 저격소총의 유효 사거리에 완벽하게 넣었다고 보고를 해온다.

‘이제 정밀 조준을 해서 쏘기만 하면 무조건 맞는다.’

트로이의 목마가 있던 구역에 절반 정도가 들어가서 정밀 사격허가를 요청하자 벼락이 맞은 느낌을 받은 천재 조종사는 다급하게 외쳤다.

“전부 후퇴!”

승리가 눈앞에 있는데 이러는 이유는 모른다.

다만 비이성적인 감각이라고 무시했다가 이 꼴이 되었으니 본능에 따른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정확했다.

파하하하하하하-!

재생을 시작한 목마전함의 환영이 레드 크림존의 군대를 덮친다.

순간재생으로 다시 회복되자마자 기능을 활성화한 것이다.

외부에서 빛나는 선들이 방출되면서 주변을 휘몰아쳐 간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총기함이 있던 지역에 들어간 레드 크림존들에게 스파크가 일면서 통제를 잃는다.

빛나는 유선의 케이블들이 기체를 마치 거미줄처럼 얽어매고 있었다.

빛나면서 막대한 정보를 강제로 입력시키는 모습을 본 천재 조종사는 신음했다.

“으윽! 설마 유선해킹?!”

어떤 방해전파도 끊을 수 없는 암호화한 무선조종으로 레드 크림존을 조종했다.

그러니 당연히 약점이 있었다.

‘유선을 통한 물리적인 해킹이면 무력화된다.’

천재 조종사는 신계에서 넘겨받은 연합과 제국 전함의 기록을 통해서 자료를 찾아낸다.

물론 저 특수기함은 극비였지만, 아주 내용이 간단했다.

‘제국 특수함 트로이의 목마.

육전형과 강습형을 겸임하는 기함으로 제작.

요새에 돌진하여서 외벽을 관통한 다음에 물리적인 유선해킹을 통해서 제어를 빼앗아오는 데 중점을 두어서 제작됨.

거대위성 내부에 깊숙이 만들어진 연합의 아젤 요새로 돌격하여 함락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나 파괴가 됨.

그 이후에 안정성과 건조비용의 문제로 추가 생산은 없었음.’

간략한 설명이지만, 자신의 레드 크림존의 절반이 왜 행동불능에 빠졌는지 알기에 충분했다.

“목숨을 건 도둑질이구나!

정말 대단하구나.

총제독!”

가장 먼저 유선 해킹 망을 전개한 흐릿한 목마의 환영이 명확하게 나타나면서 완벽하게 실체화가 된다.

전신에는 뿜어져 나온 밝게 빛나는 빛의 선들은 오백대 가량의 레드 크림존에게 새로운 복종 프로그램을 집어넣는다.

파파파파파!

다른 레드 크림존은 천재 조종사에 의해 다시 변신 전함의 호위로 돌려졌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질서하게 후퇴하는 것으로 보였던 함대가 일제히 반전하면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으득! 역시 자신을 미끼로 삼았군.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 늙은이야.

고위직이 되었으면 몸을 사릴 줄 알아야지.”

또 당한 느낌이라서 천재 조종사는 웃기 시작했지만,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후후후후! 저런 상급자가 싫지는 않지만, 정말 곤란해.

그대로 추적하게 했으면 모든 레드 크림존을 유선해킹으로 잃을 뻔했다.”

레드 크림존의 군대를 만드느라 무장 컨테이너의 재료를 대부분 소모했기에 전부 빼앗겼으면 큰 위기였다.

이렇게 전투 중이면 보급을 할 수 없어서 수리는 가능하지만, 숫자를 늘릴 수가 없었다.

‘나는 전력의 삼 할을 잃었다.

더구나 저쪽은 그만큼 강화되었다.’

천재 조종사가 다음 공격방안을 고민하는데 통째로 증발이 되었던 트로이의 목마가 완전재생을 끝낸다.

치이이이! 치이이익!

총기함과 같이 한번 전신이 분해되었다가 되살아난 총제독은 가장 먼저 장난감 가방을 꽉 끌어안고서 외쳤다.

“제길! 또 절반이라니?

한번 죽은 대가치고는 너무 부족하다.

이러다 아젤요새에서 죽을 뻔했는데 말이야!”

아젤요새는 위성 안을 깊숙이 파고서 만들어진 데가 대규모의 주둔 함대를 가진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위성 요새였다.

그래서, 총제독은 일단 인공지능 함대로 주둔 함대에 몇 번이나 거짓으로 패배해서 추적함대가 나오게 하였다.

‘기함을 이렇게 장식품처럼 만들어서 추격군이 무시하고 지나치게 했지.’

제국소속이었던 지역이라서 거대 동상이 많은 지역이고 사전에 워낙 형편없이 몇 번이나 당해주었더니 방심해서 다행히 통했다.

‘혼자서 주둔 함대가 없는 요새로 트로이의 목마를 타고 돌격하다가 손상을 입었지.

그래서 강제장악 기능이 절반밖에 작동하지 않았다.’

절반 정도 방호기능이 살아있는 요새의 저항과 다급하게 되돌아온 함대에 압살당할 뻔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트로이의 목마가 먼저 기능을 빼앗은 요새의 대형 방어무기들이 제 역할을 해주지 않았다면 거기가 내 무덤이었다.’

다행스럽게 점령한 요새의 대형 방호무기와 되돌아온 함대의 공격이 먼저 주둔 함대를 파괴함으로써 살아남았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기에 그때 외쳤던 대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젠장! 진짜 죽는 줄 알았잖아!

겨우 절반이지만 충분하다.

공격해!”

유선해킹으로 완전히 인공지능의 조정을 끝낸 트로이의 목마가 레드 크림존의 저격소총의 총구를 변신전함에게 향하게 한다.

‘제거 대상 변경 완료.’

‘복종하겠습니다.’

레드 크림존이 딱딱한 기계 음성으로 바뀐 주인을 확인하는데, 후퇴하던 함대가 바로 도착했다.

그들은 총제독이 변신전함은 분명 자신부터 노릴 것으로 예측했기에 자신이 당하면 바로 후퇴하라는 명령을 받았기에 도망친 것이다.

그리고, 재생을 시작하면 회군하라는 말도 그대로 따랐는데 레드 크림존을 오백대나 얻었으니 얼떨떨하기까지 했다.

“유선해킹을 통한 요새 강탈!

이것이 트로이의 목마인가?”

“이제 이긴 것인가?”

“레드 크림존을 오백대나 빼앗았으면 호각이다.”

거대 레드 크림존의 성능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러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제독들의 머리에 떠오른다.

그런데 장악이 완료된 레드 크림존의 군대에 이상한 반응이 일어난다.

삐삐비비비비-!

거대 레드 크림존이 마치 지휘봉처럼 저격 소총을 한 손으로 잡고서 그들을 가리키면서 나오는 현상이었다.

이것도 총제독이 예상했던 일이었다.

‘무선통제를 강화해서 다시 명령권을 빼앗으려 한다.

그러나, 유선통제를 이길 수는 없다.’

다시 명령권 획득을 시도해본 천재 조종사는 실패하자 미련을 버렸다.

그리고, 바로 자폭 스위치를 눌러버린다.

“명령 불복종은 자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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