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전설처럼 들어왔던 인형병기의 부흥과 종말을 가져온 기체가 보이는 성능은 실로 아름다웠다.
일백대나 되는 전함의 일제포격을 피하고자 전신에서 분사되는 붉은 불꽃이 혜성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대하는 총제독과 제독들에게 핏빛의 악몽으로 보인다.
“으아아아아! 저 빌어먹을 회피능력!”
대부분의 추진기가 후방에 집중한 전함으로는 꿈도 못 꿀 비행능력이었다.
그 덕분에 적의 전진과 함께 완벽하게 들어갔다고 생각하던 주포의 집중포화가 허무하게 빗나간 것이다.
그들의 주먹이 일제히 의자의 손잡이를 부술 듯이 내려쳤다.
꽝! 꽈꽝!
“으득! 어떻게 저따위 인형병기가 있을 수 있나?”
화를 낼 여유도 없었다.
슈하하하하하하하-!
완벽하게 붉은 유성군이 된 레드 크림존의 대군이 폭우처럼 함대로 쏟아지려 하고 있었다.
레드 크림존이 가진 대구경 저격소총의 사정거리가 가까워짐을 판별한 총제독은 다급하게 명령을 외쳤다.
“전방에 우주기뢰 살포!
전량을 뿌리고, 주포의 사정거리를 유지하면서 전력 후진한다.”
본래 우주 기뢰는 일정한 구역을 봉쇄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전함의 주포와 부포가 아예 안 맞으니 다른 수가 없었다.
파파파파파파파!
각 기함들로부터 수백 개의 우주기뢰가 동시에 방출이 되는데 일백대이니 그 숫자는 일만 개가 넘었다.
파아아아아아앙!
대함대라고 해도 멈출 수밖에 없는 우주 기뢰의 물량 공세에 레드 크림존의 군대도 멈칫했다.
그러나, 그들의 손에 들린 저격 소총이 일제히 불을 품으면서 우주 기뢰를 저격하기 시작한다.
저격 소총은 원래 연발은 안 되지만, 일천 대가 동시에 쏘자 마치 밀림에 화염방사기를 쏜 것처럼 불기둥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다다다다다다다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일만 개 이상 뿌린 우주 기뢰들이 겨우 인형병기들의 돌격을 멈춘 것으로 끝나고, 바로 뚫릴 것으로 보이자 제독들도 당황했다.
“이런 제길! 우주 기뢰에는 스텔스 기능이 있는데 맞추고 있다.”
“컴퓨터로 조준 자체가 불가능한데 어떻게 원거리 저격을 하지?”
그 말에 어느 정도 침착을 찾은 총제독이 외쳤다.
“순수한 조종사의 실력이다!”
저 자식은 레드 크림존의 메인 카메라가 파괴되었어도 원거리 사격을 성공시켰어.”
가짜 함대의 자폭에 휘말려서 가장 먼저 당한 곳은 당연히 가장 약한 눈과 같은 메인 카메라다.
모든 탐지장치가 집중된 머리가 파괴된 레드 크림존이 마치 보이는 것으로 추격을 해오니 사신을 보는 느낌이었다.
‘장님이나 된 것과 마찬가지인데도 순수한 감각으로 나를 쫓아왔다.
그 당시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흘러나온다.’
그 당시 부하들이 필사적으로 퍼부은 집중포화를 하나도 맞지 않고서, 같이 죽자는듯이 달려들던 모습을 생각하면 어떻게 이겼는지 실감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낫다.
이건 통합 조종이다.
저러면 일천 대라고 해도 한 대와 똑같아.’
일천 대가 같은 모습으로 일제히 기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천재 조종사가 원격 조종을 하고 있음을 파악해서 하는 말이었다.
“초능력자는 아니지만, 최소한 인형병기에 있어서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라.
그래도 우주기뢰가 시간 벌이는 된다.
다시 깔아!
어떻게든 시간을 번다.”
그 말에 제독들도 악을 썼다.
“없어!”
“다 썼단 말이다.”
적의 돌격에 대해 회심의 일격이라고 생각해서 심혈을 기울인 주포와 부포의 집중포화를 곡예비행으로 피해내자 어찌나 놀랐는지 우주 기뢰를 모두 퍼부은 것이다.
그러자 총제독이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쯧! 모두 신병이냐?
무기와 잔탄을 확인 안 하지?”
그 말을 듣고, 기함의 무장을 확인해보니 입이 딱 벌어졌다.
“이럴 수가? 에너지가 변동이 없어.”
“모든 무장이 완전하게 보충되어 있다.”
일시적으로 주포와 부포를 전력으로 쏟아부었으니 어떤 고성능의 엔진이라도 일시적으로 고갈상태가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엔진 출력은 아무런 변동이 없고, 방금 모두 소모했던 우주 기뢰까지 모두 다시 만들어져 있었으니 안 놀랄 수가 없었다.
우웅! 우웅! 우둑!
총제독은 신력으로 파란색으로 빛나는 장난감 가방의 손잡이가 으스러지라 강하게 움켜쥐고 들어 올리면서 외쳤다.
“이건 신의 함대다.
물질이나 무기라면 아무 제한이 없이 계속 쏠 수 있다고 생각하라.
또한, 어떤 손상도 회복시킬 수 있다.”
마침내 우주기뢰 밭을 돌파하려는 레드 크림존의 군대를 쳐다보면서 지시를 쏟아낸다.
“그런데 저건 아무리 강력해도 인간의 도구다.
싸우다 보면 탄알이 떨어지고, 에너지가 감소한다.
레드 크림존의 전력 가동시간은 정확히 열두 시간이다.
주 무장인 장거리 저격 소총을 계속 사용할 경우 두 시간으로 급감한다.
그동안 버티면 이기는 것은 우리다.”
붉은 계란과 같은 형태로 변해서 변형을 시작한 변신전함을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물질로 이루어진 어떤 강력한 장갑도 우주전함 주포의 집중포화를 견디지 못한다.
네 입으로 열대만 모이면 관통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으니 반드시 그렇게 해주지.
무엇으로 변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으나 포기하지 않는 한 신의 가호를 얻는 내가 이긴다.
내가 벌레가 되어서 환생하려고 덤빈 것이 아니란 말이다!”
우주 기뢰들을 일일이 저격 소총으로 떨어트린 레드 크림존의 군대가 보이자 제독들은 바로 주포와 부포의 일제사격을 다시 시작한다.
에너지와 미사일, 우주 기뢰에 제한이 없다면 아낄 이유가 없었다.
“손가락이 부러질 때까지 쏴!”
“우주 기뢰를 깔아!”
“두 시간 이후면 저것들은 작동정지다!”
“그럴 생각이다!
무제한 사격 개시!”
꽈꽈꽈꽈꽈꽈꽈! 퓨슈슈슈슈슈!
얼마든지 보충된다면 화력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는 미사일까지 더한 처음보다 더한 집중포화가 레드 크림존들을 덮쳤지만, 다시 직각 곡예비행으로 피해낸다.
그러면 함대는 우주 기뢰를 방출하면서 후퇴해서 다시 저지선을 만들었다.
꽈꽈꽈꽈꽈꽈꽈꽈꽈! 슈하하하하하하!
연회장의 상공이 주포의 빛줄기와 우주 기뢰가 폭발하는 섬광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나는 레드 크림존의 붉은빛이 어지럽게 그려진다.
그렇게 서로가 치열하게 격전을 치르고 있을 때 드디어 손님들이 하나둘 연회장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주 먼 은하계에서 최고위 창조신이 된 아이언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 온 창조신들이었다.
그들은 상공에서 치열한 격전을 치르고 있는 레드 크림존과 우주전함들을 보고서 감탄했다.
“아주 멋진 폭죽과 조명이로군.”
“무척 신경을 쓰신 모양입니다.”
기함에 탄 제독들이 내뿜는 살기가 실전이라고 알려주고 있었지만, 고위 창조신인 그들에게는 지성체의 전쟁따위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단지 영웅신이자 투신이 주최하는 행사에 어울리는 조명이나 축포라고 생각이 될 뿐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회장의 한가운데에 놓인 금빛 전함으로 모여들었다.
“오! 이것이 바로 아이언님이 팔고 싶으시다는 지성체 제압용 변신전함인 모양이군.”
“동맹의 새기체의 기본형이라더니 확실히 기계신이 아닌데도 대단한 성능입니다.”
“유지에 정기가 안 들어간다면 꼭 구매하고 싶군.”
상부에서는 일천 대의 레드 크림존에 쫓긴 총제독의 함대가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지만, 연회장은 전혀 딴 세상처럼 평화로웠다.
안면이 있는 고위신들은 서로 인사하기 바빴다.
“정말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폐관수련을 하신 기간이 일억 년인가요?”
“정확히 일억 년 하고도 일천만 년입니다.
덕분에 승급할 수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아주 기쁩니다.”
아무리 신계주신이 강해도 불상사를 우려해서 이렇게 많은 고위 창조신을 신계의 중앙에 모이게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서로의 경지와 친분을 확인하기 바빴다.
그 순간 우주 기뢰 밭을 돌파한 레드 크림존이 손상을 각오하고, 저격 소총을 함대에 발사하기 시작한다.
꽝-! 꽈아아아앙! 투가가!
전방에 있던 몇 대가 주포에 휘말려서 파괴했지만, 다른 기체가 쏜 저격 소총의 위력적인 빔이 우주전함의 방어막을 관통하면서 함교와 주포를 파괴한다.
방어력을 믿고 가장 전방에 있다가 여러 곳에 직격을 당한 충격으로 기함에 치명적인 손상과 함께 팔이 날아간 제국의 제독 한 명이 결연한 어조로 외쳤다.
“으으으윽! 주포와 지휘부에 맞았습니다.
전투불능입니다!
총제독님! 저 먼저 갑니다.
어서 기뢰를 깔고 후퇴하십시오.
제국에 영광이 있으라!”
이번에는 회피하지 않고 서로 쏘았기에 몇 대가 파괴된 레드 크림존의 군대를 향해서 파괴된 기함을 전진시킨다.
몸통 박치기와 폭발로 시간을 벌려는 의도였는데 성질이 날 대로 난 총제독의 고함이 고막을 울렸다.
“멈춰라-!
넌 또 뭘 먼저 죽어?
은하유성 아이언님의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가호를 받은 이상 그게 가능할 것 같으냐?
너와 전함은 멀쩡하다.”
가장 양호한 상태로 시간을 되돌리는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가호가 전함과 제독에게 걸려있기에 이미 회복이 끝난 상태였다.
더구나 이 부하가 비슷한 상황에서 후방을 책임지다가 죽었기에 천국에서 빼 왔는데 이러니 짜증이 밀려왔다.
“당장 함대와 육체의 상태를 확인하라!
포기하거나 패배하기 전에는 죽을 수도 없으니 어서 쏘기나 해!”
“예? 어어?”
당황해서 자신의 몸을 확인하니 분명 폭발에 휘말려 찢겨나간 팔과 당장 숨이 끊어질 것 같던 육체가 멀쩡했다.
‘절반 이상 날아간 함교도 어느새 멀쩡해져 있다.’
주포의 상태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제독은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온다.
분명 날아갔던 팔은 그대로 있고, 기함도 무사했기에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는 고통이 아니었다면 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허허허! 악몽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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