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인형병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단지 숫자의 부족이 문제였을 뿐이라는 결론이 나왔기에 비장의 수단으로 만들어놓은 레드 크림존의 긴급제조로 인형병기 군단을 즉석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무장 컨테이너를 전력으로 조작해서 소형 레드 크림존을 만들어내는 동작은 갈수록 빨라졌다.
파파파파파파파파!
아예 도망갈 수는 없으니 저 멀리 떨어져서 무장 컨테이너가 끝없이 작은 레드 크림존을 토해내는 모습을 본 총제독은 한탄을 했다.
“젠장! 말벌집 같군.
이건 반칙이잖아.”
붉은 전함을 둘러싼 레드 크림존들을 볼 때마다 위가 아파진다.
레드 크림존 한 대를 잡으려고 그 고생을 했는데 이미 일백대가 넘어섰기 때문이다.
“으윽! 들어간 부품들이 특수해서 대량생산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저것들은 진짜잖아?
어떻게 된 거야?”
총기함 트로이의 목마가 조사한 저 작은 레드 크림존의 자료를 각 전함에 보내자 답변이 돌아온다.
“맞다.
저 천재 조종사만이 제작이 가능할 정도로 무척 어려웠다.”
“차라리 평범한 함대를 만드는 것이 나을 정도로 시간과 예산을 잡아먹는 괴물이었지.”
“레드 크림존의 양산기는 기존의 인형병기보다 조금 발전된 정도라서 쉽게 포기한 거다.”
그렇게 대답한 연합의 제독들은 경이로운 시선으로 레드 크림존의 군세를 쳐다본다.
일백대가 넘었는데도 아직도 생산되고 있었다.
파파파파파파!
이 킬로미터가 넘는 붉은 거대전함을 호위하는 인형병기의 대군은 어딘가 제독들의 로망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문제점을 지적한다.
“레드 크림존의 성능을 감당할만한 일류 조종사가 없으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천재 조종사와 같은 인간이 많지 않다.”
“인공지능이 조종한다면 오히려 쉽게 격추할 수 있다.”
연합에서도 많은 검토를 통해서 레드 크림존을 조종할만한 일류 조종사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서 최종적으로 폐기한 것이다.
그러나, 그 말에 총제독의 얼굴이 더욱 구겨진다.
연회장을 호위하고 있는 십만 명의 용자동맹의 정체를 알기 때문이다.
‘용자동맹은 개조인간들이다.
모두 기계에 관해서라면 천재들이지.
만에 하나 용자왕들이 용자들을 레드 크림존의 조종사로 투입하면 어떤 수단도 못 쓴다.’
비싼 인형병기를 개조인간 용병들에게 맡기지 않던 제독과 연합의 군대와는 아주 사정이 달랐다.
‘다른 제독들의 말대로 저 작은 레드 크림존들이 변신전함이 중앙에서 통제하는 인공지능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확실하다면 이길 승산은 아직 남아있었다.
그 전에 반드시 저 변신전함이 앞으로 나서게 하여야 한다.’
무장 컨테이너에서 소형 레드 크림존들을 만들어서 전함을 사냥하는 방식을 취하면 그대로 패배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잠시 고민한 총제독은 결심을 했다.
“중앙통제하는 변신전함이 저러고서 후방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어쩔 수 없다.
이차 계획으로 간다.”
그 말에 연합 제독들의 인상이 확 일그러졌다.
가급적이면서 하지 않겠다는 작전을 들먹이니 궁지에 몰린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대놓고 반발을 하지 못하지만 묻는다.
“진짜로 할 거냐?”
“우리 명예는 어쩌고?”
그 말에 총제독은 벌컥 화를 냈다.
“그러게 남 부끄럽고, 원한 살만한 짓을 왜 해!
그리고, 군인이 전쟁에서 이기면 끝이지 무슨 명예가 있어.
무엇보다 이번에 지면 뒤가 없다.
몽땅 벌레로 환생이다.”
아이언에게 승리하거나 무승부가 되면 여기 있는 제독 전부가 신족이 만들 함대에 모두 취임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패배하면 벌레가 되는 제약도 받았지.’
공동운명체임을 다시 확인시킨 총제독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
“으득! 언제나처럼 일단 이기고 본다.
일단 요새전으로 전투계획을 재상정한다.”
처음에는 전함의 상대로 하는 작전을 세웠는데 거대 인형병기로 변해서 모두 뜯어고쳤다.
‘천재 조종사의 성향을 고려해서 심리전을 하려 했더니 완전히 망해서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것까지 고려해서 계획을 가져왔더니 이제는 인형병기를 제조하는 요새를 상대하게 되었으니 기가 막힌 것이다.
“자꾸 변화하니 제대로 된 대응책을 짤 수가 없어.
정말 골치가 아픈 변신전함이로군.”
어떤 제독의 혼잣말이 모두의 마음속을 울리고 있었다.
제독들이 각자의 기함을 조사기능을 총가동하여서 변신전함의 성능을 파악을 시작한다.
천재 조종사도 레드 크림존의 대군을 준비하면서 함대를 조사했다.
‘제국과 연합에서 유명했던 함정들은 모두 모아놓았군.
전부 대함대의 기함들이야.
게다가 이 성능은 뭐야?’
변신전함에 탑재된 조사장치가 뽑아낸 각 기함의 추정 능력치는 놀랄 정도였다.
‘두 배?
아니다!
거의 세 배 이상이라니?’
기계에 관해서라면 천재적인 개조인간 일만 명이 지혜를 모으고, 무한에 가까운 예산과 물자를 쏟아부은 변신전함에 미치지 못하지만 무시무시한 성능이었다.
더구나, 각자 달린 주포가 엄청나게 강화된 최신형이라는 사실은 위협적이었다.
‘저 함대의 주포의 집중사격을 당하면 변신전함도 증발한다.
더구나, 속도도 빠르다.
무장 컨테이너를 조작해서 레드 크림존을 양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기계 몸에 직결된 부착한 조작속도로도 느리다고 생각한 느낀 천재 조종사는 양손을 직접 움직여서 맹렬한 기세로 명령어를 입력한다.
다다다다! 다다다다!
‘부족하면 채운다.
만전의 준비를 해서 시운전이 시작되자마자 레드 크림존의 군대로 모두 격파한다.
이번에는 어떤 함정을 준비해왔는지 모르지만, 방심 따위는 없다.’
천재 조종사도 레드 크림존의 자멸 후 총제독을 이길 방법을 연구했다.
‘총제독의 특기가 적을 도발해서 함정을 파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기에 직접 나설 생각은 전혀 없다.
압도적인 병력으로 누른다.’
무장 컨테이너가 쏟아내는 레드 크림존의 숫자가 급증한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
총제독의 말처럼 말벌집에서 분노한 말벌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으로 보였다.
무장 컨테이너의 내부 재료를 다 소모해서 만들어낸 레드 크림존의 숫자는 정확히 일천 대였다.
슈아아아아아아아! 슈아아아아아아!
일제히 기동하기 시작한 일천 대의 인형병기의 대군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붉은 전함의 전면에 늘어선다.
구구구구구구궁-!
굉음을 내면서 변신전함이 후퇴를 시작한다.
그리고, 빈 껍데기가 된 무장 컨테이너가 그대로 절반으로 갈라져서 내부에 수납한다.
십 킬로미터의 원반형의 컨테이너는 어느새 오 킬로미터의 반투명한 구형으로 바뀌어서 방어형태로 바뀐다.
구형 방어장갑 안에 들어간 변신전함에게서 일방적인 통보가 함대에 떨어진다.
“이 방어장갑은 너희의 주포로는 파괴가 불가능하다.
적어도 열대 이상의 전함이 근거리에서 주포로 동시에 적중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 레드 크림존들이 가만히 둘리는 없지.
어디 마음껏 발버둥을 쳐 봐라.”
아무리 보아도 앞으로 나설 기미가 없는 대처였다.
유일하게 이길 방법이 집중포격임을 아는 총제독과 제독들에게는 낭패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으윽!”
“제길!”
그런데 반투명한 방어장갑이 완전히 붉게 변하면서 진동이 일어난다.
“!!!”
지금 성능 차이도 절망적인데 내부에서 또 무엇인가를 변형하고 있음을 깨달은 총제독은 마음이 급해졌다.
‘이번 시험 운전의 시작 허가는 나지 않았지만, 더는 기다릴 수가 없다.’
어떤 기함이라도 한 방만 제대로 맞으면 격파할 수 있는 극독을 가진 붉은 말벌 떼 같은 레드 크림존들이 고속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슈하하하하하하하!
더 가까이 오게 했다가는 시작과 동시에 전부 격침될 수 있음을 깨달은 총제독은 바로 명령을 내린다.
“쏴-!
어떻게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
천재 조종사와 얽혔던 과거가 생각이 난다.
‘폐기 직전인 가짜 함대라고는 하지만, 최전선의 일개 제독이 만들려고 하니 목숨을 걸어야 했다.’
만약 실패할 경우 공개총살도 감수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허락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니 모든 가짜 전함의 자폭을 뚫고서 만신창이가 되어도 끝까지 추격해왔던 레드 크림존에 대한 공포가 없을 리가 없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그때와 똑같이 모든 부하에게 통하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른 총제독의 명령에 따라 모든 기함이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파아아아! 푸아아아!
“절대로 접근시키지 마라!”
레드 크림존에 대한 공포는 제국 출신의 제독만이 아니라 옆에서 보아왔던 연합의 제독들도 같았다.
그들도 총제독의 명령과 동시에 각 기함에서 주포가 일제히 불을 뿜어낸다.
“저격소총을 엔진에 맞으면 그대로 폭발한다!”
“포격으로 전진을 막아!”
꽈꽈꽈꽈꽈-!
일백 대의 은하계에서 최고 수준의 기함들이 주포만이 아니라 모든 화력을 전방에 쏟아부었다.
순간적으로 빛의 벽으로 보일 정도의 밀집포화가 레드 크림존의 군대에 퍼부어졌다..
슈하하하하하-! 슈하하하하-!
기함에 타고 있는 제독들이 집중해서 만들어낸 어디에도 피할 데가 없는 거의 완벽한 집중포화였다.
그러나, 레드 크림존은 우주전함의 시대를 종식할 뻔한 기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푸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
등 뒤에 있는 커다란 가방 같은 분사 장치만이 아니라 전신 여기저기에 숨어있던 분사 장치들이 일제히 힘을 발휘하면서 직각으로 치솟아서 피해낸 것이다.
슈각! 파파파파파파파!
이십 개가 넘는 분사장치가 만들어낸 급격한 방향전환의 결과는 정말 그림과 같은 직각 비행이었다.
일천 대가 동시에 그런 곡예비행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있던 용자동맹들이 모두 감탄할 정도였다.
“멋지다!”
“저것이 레드 크림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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