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항상 고민하면서 완벽한 계획을 추진하던 일대 회색의 절대자보다 흑염의 절대자가 한발 먼저 움직여서 모든 이득을 독점했다는 기록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정보행성 이데아는 실체가 아닌 지식의 집합체이며 최고의 인공지능이기도 하다.
네가 은밀하게 침입을 하다 들키거나, 위기를 느끼면 바로 어딘가로 이동해버릴 것이다.
그러니 몰래 숨어들지 말고, 정면에서 뚫어라.
너의 침입을 알게 된 회색의 절대자가 통제하는 한 멋대로 이동하지 않는다.
회색의 절대자가 흥미를 느끼게 설치한 모든 함정과 덫을 정면에서 돌파해야지 만날 수 있다.”
“….”
이번에는 왜 그래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까지 들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흑염의 절대자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묻는다.
“이번에는 정말 직감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맞는지요?”
“응?”
갑자기 심각한 어조로 물어오자 흑염의 절대자의 얼굴에도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이 스친다.
“정말 직감권능만 가지고 계십니까?
지금 제가 느끼기에는 아무리 보아도 현자계열의 권능을 가지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현자계열의 권능도 부끄럽게나마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니 잘못 본 것이 아닙니다.
방금 하신 말씀을 위해서 어떤 권능을 사용하셨는지요?”
“으응?”
이대 십중심이 지배하는 미래의 절대계에서도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권능은 수수께끼투성이였다.
‘그렇게 위력적인 무력을 발휘하면서도 수련과정이나 발현하는 방법이 규명되지 않는다.’
절대계 최강의 신체능력 증폭권능인 폭혈(爆血)을 단지 심장에 힘을 주면 된다고 써놓았던 일대 흑염의 절대자였다.
그러니 다른 권능에 대해 남긴 자료도 거의 없었다.
‘단지 소경이 어둠 속에서 매만진 코끼리 다리처럼 모호한 몇 줄이었지.
나머지는 진리님과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직접 익히고 만들어내야 했다.’
이대 흑염의 절대자가 흑염권능을 종족권능으로 만든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에 혹시나 하면서 묻는 말이었다.
‘상세한 자료를 가져가면 이대 흑염의 절대자님이 굉장히 좋아하시겠지.’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검편(劍?)에게서 흘러나왔다.
“푸후후후후! 방금 말은 분명 직감이다.
약간 유식한 말을 했다고, 착각하지 마라.
루카 에일레스가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무식하지만, 주워들은 것이 많아서 가끔 그럴듯한 설명을 할 뿐이다.
아마 십중심 중 머리가 좋은 것으로만 따지면 회색의 절대자 다음이라서 가능한 일이겠지.”
그러면서 안고 있던 박쥐의 검을 허리에 차면서 말한다.
“현자계열로 억지로 보자면 잡학이나 소문의 현자 정도겠군.
권능으로 보기에 부끄러운 술집이나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아주 수준이 낮은 정보를 다룬다.
그러니 사용하는 현자권능이 뭐냐고 물어보면 절대로 대답하지 못해.
현자권능 자체에 대해서 잘 모르니 말이야.
아무 교육기관에 들어가서 권능에 대해 기본이라도 배우면 서로 좋을 텐데 쓸데가 없다고 고집을 부리니 참 답답하군.”
친구인 검편(劍?)의 말에 흑염의 절대자가 수긍한다.
“뭐하러 여기서 더 배우나?
나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소문을 현실로 바꿀 강대한 힘이 있으니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니 역시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권능을 정리해서 가져가기에는 틀렸다는 생각이 든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하자 흑염의 절대자는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후훗! 원래 완벽한 계획이나 정확한 정보는 약자들에게 필요하다.
압도적인 강자에게는 많은 정보가 오히려 결정을 늦추어서 해가 된다.
그래서 회색의 절대자와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맞아!
그냥 힘으로 해결하면 간단한 일을 워낙 생각이 많아서 기다리라고만 하니 받아들일 수가 없어.
후후후후후! 이번에도 잘 처리하고 와라.”
흑염의 절대자가 웃으면서 하는 격려를 들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깊이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면서 차원의 문을 열고 떠나려 한다.
‘목적지는 정보행성 이데아다.
회색의 절대자가 사는 절대계의 모든 지식과 지혜가 모여있는 곳이다.
접근을 막기 위해서 가장 살벌하면서 험악한 함정과 결계가 쳐져 있는 절대 금지이기도 하다.’
그런 위험한 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뒤를 서큐버스 여마신왕들이 급히 뒤를 따른다.
“저희도 같이 가요. 차원창세신 코아님.”
“약속을 잊으신 것은 아니시겠지요.”
그녀들은 이미 들통이 나서 쓸모없어진 유혹과 봉인의 권능을 수정해야만 했다.
그래서 동행을 이미 소마(笑魔)의 허락까지 받은 상태였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에게 달라붙는 그녀들을 곤란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같이 이동을 시작했다.
‘이번 상대는 나도 상당히 곤혹스럽다.
전력이 많을수록 좋겠지.’
어떻게 상대할지 구상은 했지만, 상대는 현자의 정점인 회색의 절대자였기에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현장에서 직접 보완하면서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긴장하면서 이동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앞에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정보행성인 이데아가 웅장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행성 주변에는 수를 셀 수 없는 기뢰들이 구름처럼 깔려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기억을 뒤져서 바로 정답을 뽑아내었다.
“거기로군.”
이계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영역을 보호하던 황금장미 기뢰 밭과 상당히 유사했다.
차이점은 시공간 중점이던 황금장미 기뢰 밭보다 다양한 권능이 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수준이 이쪽이 더 높다.
용케도 이렇게 복잡하게 구성을 해놓았어.’
우우우우우웅-!
황금빛이 눈동자에서 품어지면서 정보행성 이데아의 기뢰 밭을 정밀확인한다.
‘시공간 계열은 기본에 모든 원소를 이용한 폭발, 거기에 극독까지 있다.
말 그대로 최강의 요새로군.’
절대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기뢰로 만들어져서 고위 정신체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을 정도로 강화되어 있었다.
잠시 순서대로 돌파를 시도할 경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고 나서 바로 폐기한다.
‘진화와 복구기능까지 들어있어서 끝이 없다.
역시 정보행성 이데아와 회색의 절대자다운 방어장치다.’
아무리 보아도 돌파할 수 없는 방어선 너머로 정문으로 보이는 위성 크기의 원형의 문이 보인다.
거기에 일직선으로 된 원통형의 통로가 기뢰 밭 외부로 뻗어있는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로 앞으로 이동한다.
거기에는 아무런 방해가 없어 보이는 투명한 원형문에 붉은 주먹이 그려진 커다란 스위치가 달려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이걸 누르고 오라는 뜻인데 슬쩍 밀어보니 꼼짝도 하지 않는다.
구구구구궁!
약간 힘을 써도 스위치가 들어갈 기미가 없고, 진동하자 바로 이러는 의미를 깨닫는다.
“불법침투는 격퇴하고, 정식방문은 힘을 시험한다.
이걸 열거나 파괴할 수가 없으면 물러가라?
역시 현자다우신 악취미로군.”
자격이 없는 자는 아예 만날 생각이 없다는 통보이기도 했다.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말대로라면 뒷문이 있다.
하지만, 거기는 함정이라고 했던가?
정문 통로로 들어가면 편한데 그러면 될 것 같지가 않아.
일대 황금의 절대자도 직접 만나지 못했다고 하니 이건 정답이 아니야.
이 정도 스위치와 기뢰 방어선을 일대 황금의 절대자가 돌파하지 못할 리가 없다.’
그걸 고려한 차원창세신 코아가 깊은 생각에 빠진다.
그러자 여마신왕들이 뒤에서 눈치를 보다가 앞에 나서서 스위치를 힘껏 주먹으로 밀어보는데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이익!”
마신왕이면 아무리 여성이라고 해도 최고수준의 신체 능력을 갖춘다.
그러나, 주먹이 그려진 스위치는 아무리 힘을 써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여마신왕들이 스위치를 누르려고 힘겹게 노력하는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무리 보아도 통로를 열기 위한 스위치가 아니군.
그럼 이 스위치와 통로가 진짜 함정이다.
이걸 힘으로 누르면 정보행성 이데아는 바로 어딘가로 이동하고, 환상만 남을 것이다.
방문자가 볼 수 있는 것은 통로에 한정되어서 간접 면담만 가능하다.
통로와 기뢰 밭도 그걸 위한 위장이었어.”
황금의 절대자가 무조건 회색의 절대자의 시험을 통과했다고 전제하면 바로 나오는 해답이었다.
“시험을 받거나 문을 열고 정상적으로 들어오려는 존재는 현자의 정점을 만날 자격이 없다는 뜻인가?
어떤 대화나 제의도 모두 이미 알고 있다.
그럼 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이미 규정된 해답 외에 다른 답을 낼 수 있는 존재만이 대화할 가치가 있는가?
그럼 간단하지.
세계폭탄 코아.”
이제 단독으로 발현하게 된 이대 회색의 절대자를 상징하는 검은 구를 불러낸다.
위이이잉!
아직 수련이 부족해서 겨우 한 개였지만, 위력은 충분했다.
아직 스위치에 매달려있는 여마신왕들을 저 멀리 공간이동을 시킨다.
“위험하니 피해 있거라.”
여마신왕들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엄청난 일을 할 거라는 예감을 받고 저항하지 않고 물러난다.
그렇게 주변을 정리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세계폭탄 코아를 손가락으로 튕겨서 공간이동으로 날려 보낸다.
투웅! 구구구구궁!
정보행성 이데아의 뒤편에서 강렬한 폭파가 일어났다.
세계폭탄 코아의 압축이 해제되면서 행성 뒷면을 강타한 것이다.
드드드드드드-! 구구구구궁!
세계폭탄 코아의 폭발력과 정보행성 이데아의 다중 결계 방어막이 충돌하면서 진동한다.
용케도 방어막이 버티는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서서히 투기를 일으킨다.
“모루는 되었다.
그럼 이제 망치가 간다.”
푸하하하하하하하-!
몸 전체에서 검붉은 투기가 소용돌이치면서 주변 영역을 잠식을 시작한다.
끝도 없이 넓어지는 투기의 해일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응? 이상할 정도로 내 투기가 강해져 있다.’
투기의 해일이 정보행성 이데아와 기뢰 밭까지 남김없이 삼키는 모습을 보자 의문이 더 커졌다.
자신이 하고 있지만, 거의 항성계를 능가하는 강대한 투기의 방출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내 은하유성(銀河流星)의 발동영역이 이렇게 강했던가?
영양실조에 걸렸던 신체라서 아무리 해도 행성 하나밖에 못 집어넣었는데?
지금 신체는 확실히 그때보다 나으니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이 황금빛은 또 뭐야?
차원권능이 아니다.’
검게 타오르는 불길과 같은 투기에서 약간의 은은한 황금빛이 품어져 나온다.
저 황금빛이 원래는 행성 하나의 영역만을 파괴할 수 있는 은하유성(銀河流星)을 이렇게 강화를 시킨 주원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의문은 길게 가질 수 없었다.
‘워낙 익힌 권능이 많으니 뭔가 발현된 모양이군.
그보다 급하다.’
세계폭탄 코아의 위력에 위기를 느낀 정보행성 이데아가 공간이동을 하려는지 서서히 흐릿해지고 있었다.
슈아아아아아아!
역시 통로와 기뢰 밭만 남기고, 행성 자체가 이동하려 한다.
그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대로 투기의 회오리를 전방으로 쏘아냈다.
세계폭탄 코아를 모루로 삼고, 은하유성(銀河流星)을 망치로 삼아서 방어결계를 단숨에 돌파할 생각이었다.
“도망은 못 친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양손에 집결된 투기의 회오리가 방출되면서 검붉은 투기로 뒤덮인 우주를 가르고, 정보행성 이데아를 덮친다.
구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앙-!
과거에 썼던 은하유성(銀河流星)의 위력이라면 단숨에 방어결계를 관통하면서 길을 열어줄 거로 생각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돌진을 준비한다.
“강습이야말로 내 장기지.”
그런데 전방을 쳐다본 얼굴이 급격하게 당황스러워진다.
“어어? 어라?
이거 뭔가 이상한데?”
단지 뒤를 받치는 용도였지만 세계폭탄 코아의 폭발도 견딘 정보행성 이데아의 다중방어결계였다.
그런데 은하유성(銀河流星)의 회오리에는 잠시도 견디지 못한다.
투가가가가가가가가가-!
거기다가 범위가 끔찍할 정도로 넓었다.
정보행성 이데아와 기뢰 밭만 아니라 전면에 보이는 모든 것이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송두리째 날아간다.
“이 위력과 범위는 또 뭐야!”
은하유성(銀河流星)은 방어결계를 전문적으로 파괴하는 투기의 오의였다.
그렇기에 정보행성 이데아의 방어막이 무력할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을 보여준다.
과과과과과과과-!
다중 방어결계가 없는 것처럼 관통해서 정보행성 이데아를 덮친 은하유성(銀河流星)의 회오리가 그대로 분해를 시작한다.
그그그그그그그!
투기 회오리를 못 견딘 정보행성 이데아가 산산이 해체되었다.
그리고, 투기의 회오리는 주변 지역을 장악하던 투기의 해일과 함께 장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꽈꽈꽈꽈꽈꽈꽈꽈꽈꽈꽝!
항성계를 집어삼키는 투기 폭발을 쳐다보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은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갔다.
상정 외의 사태였다.
“허어억!”
폭발이 잦아들고, 보이는 전면에는 아무것도 없다.
솨아아아아아아아!
정보행성 이데아와 기뢰 밭도 전부 사라지고, 살아가면서 가장 황당한 표정을 지어낸 차원창세신 코아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잠시 주변과 자신의 신체를 확인한 그의 입에서는 커다란 외침이 흘러나온다.
“아오 시바! 아이언 시절의 신체가 확실히 쓰레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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