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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소속의 군인보다 연맹 소속 군인들의 반응이 더욱 격렬했다.
아주 잘 나가는 천재가 평범한 존재들을 잘 대우할 리가 없으니 모두 몇 번씩 충돌한 기억이 있던 것이다.
‘인형병기 하나로 제국의 함대를 격퇴하면서 연합의 제독들을 바보 취급했지.’
‘잘못하면 우리 모두 해임될 뻔했다.’
탁월한 실적을 올린 천재 하나에 의해 일만 명이 넘는 장성이 모두 무능하다고 욕을 먹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제국의 총제독이 만든 함정인 줄 알면서도 보낸 이유였다.
그렇게 천재조종사에 대해 악감정을 가진 군인들로 진형을 채운 총제독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너희가 원하는 전함을 바로 준비하겠다.
저 시건방진 천재에게 다시 한 방 먹여보자.
이제 연합도 제국도 없다.
하지만, 과거의 악연은 복수하고 가야지.”
“….”
아직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군인들이 다시 뭉쳤다.
그리고, 노장들이 은근한 어조로 묻는다.
“이기면 우리에게 떨어지는 것이 없냐?”
“너처럼 젊어지거나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산다는 그런 대가 말이야?”
어디를 가나 똑같은 노인의 욕망을 느낀 총제독은 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부활과 영생을 원하나?
이번만 잘하면 뭐든지 가능해.
신계주신님이 기대하시니 잘만 하면 상상 이상의 보상이 내려질 거다.”
“오-!”
천국에서 쉬고 있던 영혼들은 별 반응이 없었지만, 지옥에서 대기 중이던 영혼은 격렬하게 환호했다.
그러나, 다음 말에 모두 얼굴이 검게 변했다.
“잘못하면 나와 같이 벌레가 되겠지만 말이야.”
“!!!”
그제야 자신들이 어떤 운명에 빠졌는지 깨달은 노장들과 군인들은 총제독에게 한바탕 비난을 퍼부었다.
“그게 뭐야?”
“역시 전부 같이 죽자고 불렀구나!”
총제독에게 당한 기억이 생생하여 가장 악감정이 많은 연합의 제독들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네가 어떻게 총제독이 되었는지 참 불가사의다!”
“전함을 많이 잡아서라고?”
“제국의 우주군은 모두 미쳤어.”
“신사들은 다 죽고, 출세와 전공에 미친 사기꾼과 학살자만 남았다니까!”
연합의 제독들이 내뱉는 폭언에 제국의 제독들이 발끈했다.
“연합의 장성들이 신사라고?
너희는 전공이 아닌 연줄과 뇌물로 진급하잖아!
차라리 적을 죽인 수와 파괴한 전함의 수로 진급하는 우리가 낫다!”
“그건 과거의 이야기다!
언제 죽을 줄 모르는 군인과 제독 자리에 누가 돈 주고 들어오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여기가 지옥이라고?
내가 왜?”
“나는 이미 은퇴했단 말이다!”
“당장 돌려놓지 못해!”
그러나, 얼굴에 철판을 깐 총제독을 휘파람까지 불면서 깔끔하게 무시한다.
“휘이이이! 휘이이!”
아무런 호응도 없자 결국에는 투덜거리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함정을 이야기한다.
이미 죽거나 바로 직전인 그들로서도 신족이라는 존재가 남다르게 다가왔고, 그 주인이라는 신계주신에게 잘 보일 기회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우웅우! 우우우!
제독들이 주문한 전함을 푸른 장난감 가방이 제작해서 토해내자 모두 자신의 손에 들고서 파악하기 여념이 없었다.
이게 평범한 장난감이 아니라 언제든지 본래 크기로 돌아갈 수 있는 전함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그렇게 자신의 전함을 쥐고서, 한참을 감응하던 그들은 하나둘씩 얼굴에 화색이 돌아온다.
“성능이 아주 기가 막히는군.”
“연합과 제국의 최신기술을 전부 적용하여 기능을 한계까지 높여놓았어.
이거라면 해볼 만해.”
그렇게 다시 자신의 기함을 얻어서 기뻐하는 제독들에게 총제독이 자신의 기함 ‘트로이 목마(The Trojan horse)’를 들어 올리면서 외친다.
“이게 우리 함대의 총기함이다.”
그 말에 자신의 기함을 손에 쥔 모든 제독이 총제독의 손에 들린 트로이 목마(The Trojan horse)를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걸 쓸 생각이냐?
이번에는 상황이 다른데 가능하겠어.
실제 전투력은 거의 없잖아?”
“그 특수함은 상대가 정체를 알고 있으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변신전함은 요새나 행성이 아닙니다.”
트로이 목마(The Trojan horse)는 굉장히 희귀한 특수함이고 단 한 대만 제작되었다가 파괴되었다.
그러나, 여기에 있는 제국과 연합의 제독 정도라면 모두 알고 있는 기함이었다.
단 한 번 당했는데 그것이 너무나 큰 전공이면서 타격이 컸기 때문이었다.
“저 천재 녀석이라면 너의 기함의 용도를 한눈에 알아볼 것이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 익숙한 제국 총기함으로 바꿔.”
그들이 아는 한 가장 위력이 뛰어난 전함은 역시 총제독이 모는 제국의 총기함이었다.
그러나, 총제독은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어떤 함을 동원해도 저 변신전함에 비해서 전투력이 너무 떨어져서 정면대결을 하면 반드시 져.
그러니 반드시 이걸 써야 해.
그리고, 이걸 모는 것이 나라는 것을 알려야 저 변신전함을 잡을 수 있다.”
자신의 손에 쥔 목마형태의 전함을 더 높이 추어올리면서 외친다.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그럼 올스타 함대로 행사장으로 출동이다.”
모든 제독들이 손에 쥔 장난감 함대를 허공에 띄우면서 외쳤다.
사용법은 이미 전부 알려주었고, 아이들도 할 정도로 간단했다.
“봉인해제.”
의지를 담아서 말만 하면 되었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장난감 크기의 전함들이 일제히 원래의 크기로 돌아오면서 푸른빛을 발산한다.
기계 지배에 특화된 권능이 발동되면서 순식간에 정상 작동된 전함들은 각자의 함장들을 받아들이고, 중앙신계의 행사장으로 공간 이동했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그곳은 빛나는 벽으로 둘러싸인 한정 없이 넓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위성 크기의 거대한 신전이 구형의 형태로 만들어져서 중앙에 띄어져 있었다.
최소가 일 킬로미터가 넘는 우주전함들이 집결했는데도 마치 모래사장에 돌멩이를 추가한 느낌으로 광활한 연회장이었다.
각자 함정의 지휘석에 앉은 제독들은 경이로운 광경에 감탄을 연신 내뱉었다.
“행성이 들어갈 정도의 연회장이라니?”
“정말 신이란 존재가 있었군.”
늙어 죽기 직전이었던 총제독이 한창때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도 의심했지만, 지금 보이는 광경은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만들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연회장에 집결한 함대는 총제독의 지시를 받으면서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전함들이 만든 진형은 트로이 목마(The Trojan horse)를 중심으로 하는 깔때기 모양이었다.
각양각색인 전함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깔때기의 맨 앞에 있던 목마형태의 전함이 주둥이 끝으로 서서히 이동하자 다른 전함들이 둥글게 감싼다.
그리고, 일제히 포격을 실기하여 목마 전함의 앞에 작은 태양을 만들어버린다.
우우우우우우웅!
의지로 조종되는 전함답게 일사불란한 움직임이었다.
처음에는 불안정했으나, 이제 전속력으로 가속해도 약간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는 전함이 타고 있는 제독들의 능력을 증명했다.
총기함에서 내려오는 전술명령과 작전을 확인하면서 전함을 의지로 통제하는 제독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탄했다.
“역시 자신이 미끼로군.”
“이러니 저 멍청이가 싫지는 않아.”
작전은 지극히 간단했다.
트로이 목마(The Trojan horse)가 전면에 나서서 변신전함을 유인하면서 후퇴한다.
다른 전함들이 깔때기 형태의 진형으로 만들어서 안쪽에 화력을 집중시켜 파괴하는 방안이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건 미끼가 된 총기함이 후퇴하기 전에 따라잡히면 끝장이 아닌가?”
“위험해.”
변신전함이 추진부를 보강하여 인형병기의 대군을 돌파하던 무시무시한 가속력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전투함이라고는 볼 수 없는 트로이 목마(The Trojan horse)가 살아남으려면 변신전함이 추격을 망설여야만 했다.
‘그런데 총제독과 천재조종사는 악연 중의 악연이지.’
‘미친듯이 달려들 것이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천재조종사를 함대를 동원한 함정으로 패배시켜 나락에 떨어뜨린 장본인이 총제독이었다.
그래서 보기만 하면 눈이 뒤집혀서 추적해올 것이 분명했으니 후퇴하기 전에 파괴될 확률이 높았다.
“총제독님! 무모합니다.”
“이러면 후퇴하는 통로를 따라서 우리가 포위하기 전에 네가 먼저 당한다.”
“저 변신전함의 속도가 트로이 목마(The Trojan horse)보다 몇 배나 빨라.”
“후퇴 도중에 파괴당한다.”
그런 우려를 들은 총제독은 자신이 설계하고 만들어냈던 특수기함의 함장석에서 느긋하게 대답했다.
“성능 차이가 너무 커서 정면대결은 필패다.
이제 나를 미끼로 집중포화를 퍼부을 장소로 유인하는 방법밖에 없어.
그러나, 과거에 함정에 당했으니 이번에는 전력으로 나를 추적하지 못해.
너희도 잘 보이게 대놓고 포진할 생각이니 아마도 원거리에서 포격을 쏘면서 확인부터 하겠지.
그렇게만 되면 승산은 우리에게 있다.
이건 나와 그 오만한 천재의 머리와 운의 승부야.
그럼 내가 이긴다.”
“….”
“….”
듣고 있던 연합과 제국의 제독들이 기가 막혀서 입을 다물 정도로 황당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총제독은 함장석에 등을 기대고 양팔로 머리를 베면서 중얼거렸다.
“서로 대등하다면 승부를 가리는 것은 행운과 끈기다.
도련님 따위에게 내가 질까 보냐?”
총제독은 가늘게 뜬 눈에서 섬뜩한 살기가 품어져 나왔다.
“명문가에 태어나서 초능력자를 능가하는 초감각과 과학적 재능으로 승승장구한 천재도련님이다.
막 자란 잡초같은 내가 다시 삶의 치열함을 알려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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