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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555화 (1,466/2,000)

34권 35권

그 말에 묘한 미소를 지은 아이언은 추가로 조건을 붙여주었다.

“저 변신전함은 다른 신계에 팔 물건이니 마구 이겨서는 안 돼.

대충 무승부로 끝내라.”

“….”

잠시 생각을 더 한 총제독은 더욱 깊숙이 몸을 숙이면서 대답한다.

“무승부가 오히려 쉬운 일입니다.”

“호오? 그래?

기대할 테니 열심히 해라.”

그렇게 아이언의 모습이 사라지자 총제독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우드드드득!

젊음을 넘어서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육체가 되었는데도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뼈가 어긋났다가 맞추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정신체인 천족과 마족은 더한 충격을 입었는지 엎드린 자세로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총제독은 가볍게 온몸을 풀면서 중얼거린다.

“끙! 일단 재생이 되는 함대가 일백대 정도인가?

전력은 비슷하게 맞추어졌군.

역시 공정하셔.”

인형병기 한대가 우주전함의 십 분의 일 정도인 전력의 비율을 생각하면 정면으로 충돌할 전력을 갖춘 셈이었다.

‘기체의 성능은 저쪽이 압도적으로 위다.

어떻게 저런 기체를 만들었지?

제작단가를 생각조차 안 한 것 같아.’

그제서야 천족과 마족도 겨우 몸을 일으키면서 따졌다.

“어…어쩔 생각이냐?

변신전함에 지면 벌레로 만들어버리신다고 하셨다.”

“비유가 아니다.

신의 말씀은 그대로 이루어진다.”

벌레라는 소리에 총제독은 다시 흐른 식은땀으로 흥건한 얼굴을 소매의 옷으로 닦아내면서 말했다.

“지면 벌레지만, 이기면 초월자가 되는 것 아니야?

그럼 뭘 못해?

아니 무승부에서 멈추라고 하셨나?

수위까지 조절해야 한다면 이거 조금 긴장되는데!

킬킬킬킬킬!”

음흉한 웃음을 내는 총제독을 쳐다보는 천족과 마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드디어 터졌다.’

‘궁지에 몰렸을 때 대형사고를 치기 직전에 하는 웃음이다.’

아이언이 신력으로 보완해준 푸른 장난감 가방을 다시 닫으면서 외쳤다.

“자! 만들어 보자.

내 청춘의 기함 트로이 목마(The Trojan horse).”

파란 장난감 가방이 총제독의 기억과 아이언이 주입한 기술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함을 만들어낸다.

우우우웅!

파란 장난감 가방이 만들어내서 뱉어낸 물건은 정말 목마와 같은 형상의 장난감 전함이었다.

그걸 손에 꼭 쥐고서 여기저기 흩어본 총제독의 눈은 환희에 물들었다.

접촉을 통해서 전함의 성능과 구조가 전해져오는데 이건 완전히 명품이었다.

“이거 정말 내 생각대로 만들어지잖아?

더구나, 성능이 기가 막힐 정도로 멋지네.

이러면 과학문명의 극한이고 뭐고 전부 박살을 내주지.

겨우 변형하는 인형병기 한 대에 내 함대가 질까 보냐?

또 박살을 내주지.

푸하하하! 카하하하! 킬킬킬킬킬! 크카카카카카!”

제국의 총제독으로서 제국부터 연합까지 모르는 전함이 없었다.

거기에 성능도 최신전함을 웃도는 정도로 완성이 되자 한참을 미친 듯이 웃던 총제독은 크게 기침을 시작했다.

“콜록! 콜록! 콜록! 너…너무 무리했다.

아! 젠장! 이러면 옆에서 말려주던 부관 자식도 이미 죽었지.

멍청한 자식! 제독이 될 때 넌 무능하니 하지 말라는 충고를 무시하더니 결국 나보다 먼저 갔어.”

몸이 젊어지고, 햇병아리 제독 시절에 어떻게든 개조로 만들어서 잘 써먹던 기함도 손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 시절처럼 모처럼 폭주하듯이 웃어봤는데 평생을 전쟁터에서 살았던 군인치고는 너무 오래 살아서 결국 혼자라는 생각이 드니 씁쓸해지는 총제독이었다.

“그 녀석들이 있으면 꽤 도움이 될 텐데 말이야.

아쉽네.”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함대는 확실히 유용하지만, 혼자서 운용하면 전술의 한계가 분명했다.

그 말에 천족과 마족은 서로 마주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일백 년이 안 지났으니 과거 너의 죽은 부하들도 아직 천국이나 지옥의 어딘가에 있을 거다.

기억도 무사할 테니 여기로 불러줄까?”

“그럼 승산이 높아지나?

임시 부활 조치를 해주겠다.”

그 말에 반색한 총제독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물론이지.

다시 말하겠는데 저건 내 밥이야!

쓸만한 부하만 있으면 식은 죽이 된다.”

화면에서 반복재생되는 붉은 변신전함의 엄청난 전투 모습을 가리키면서도 당당하게 외치는 총제독이었다.

그런데 커다란 이익이 걸려있는 천족과 마족이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번 이벤트가 성공하면 우리는 승급을 약속받았다.

천족과 마족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죽은 녀석만이 아니라 은하제국에 아직 살아있는 부하들도 여기로 호출해 주겠으니 명단을 적어라.”

“오! 화끈하네.”

그 말에 재빨리 종이를 꺼내서 이름을 적기 시작한 총제독은 곧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한다.

“연합소속도 되나?

이미 죽었는데 쓸만한 녀석들이 많은데?”

“지성체들의 한세대인 일백 년이 안 지났다면 부활할 수 있다.”

“물론 완전부활이 아니라 임시 육체로 부여된 제한된 기한이다.”

“좋아! 충분해!

어차피 환생하기 전에 천국과 지옥에서 기억이 백지화될 운명이니 마지막에 화려하게 놀아보자고 해야 하겠군.”

총제독의 손이 바쁘게 명단을 적어간다.

스스스스스! 스슥!

“애들은 포격이 쓸만했어.

이놈은 우주 전함이 날아다니는 요즘 시대에 전함 강습에 침투전을 선호하다니 미쳤지만, 내 목이 날아갈 뻔했지.

그리고, 이 녀석은 전투기 편대 조종이 멋졌지.”

기억 속에 있던 믿을 수 있던 유능한 아군, 큰 위협이 되었던 적을 전부 적어내는 손길에 의해서 수십 명의 운명이 크게 바뀌기 시작한다.

중앙신계도 더 화려한 사교 행사를 위해서 기쁘게 승인을 했다.

그렇게 천국과 지옥에서 보내진 영혼들이 부활을 시작한다.

천국과 지옥에서 정기추출을 진행 중이던 영혼들이 풀려나와서 한정된 생명을 가진 육체에 빙의되는 순간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제독님이십니까?

전 분명 죽었는데 어떻게 여기 같이 계십니까?”

“너 이 자식아! 너도 지옥에 왔구나.

나 다음에 환생해라!”

뛰어난 군인일수록 아군들에게는 선망을 받지만, 적에게는 증오를 받는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지옥에서 고통받던 영혼은 임시 부활에 불만이 적지만, 천국에서 기분 좋게 지내던 존재들이 분노를 터트리려 했다.

그러나, 총제독의 뒤에 있는 천족과 마족을 보자 본능적으로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굴복하여 천국과 지옥의 처리를 받아들이고 있으니 관리자인 그들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과거에 잘난 척하는 못된 버릇이 돌아온 총제독이 건들거리면서 도발을 시작한다.

“내 말만 잘 들으면 다시 천국으로 보내줄게.

넌 지옥에 있었다고?

고통 없이 바로 환생시켜 주지.”

마치 천국과 지옥의 주인처럼 자신 있게 말하자 부활한 모든 군인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또 저러시는군요.

뒷감당은 어쩌시려고?’

‘천족과 마족을 믿고 돌았나?’

하지만, 총제독은 정말 자신이 있었다.

“나를 믿어라!

이번 전쟁의 보상은 매우 크다.

신족에서 최고로 높으신 창조신 분들의 여흥이니 인간 수십 명의 운명 따위는 먹다 버린 껌이지.

아니 벌레인가?

크크크크크크!”

진심이 가득 담아서 외치면서 수십 대의 신형 장난감 전함을 만들어서 띄운 총제독이 음침하게 웃는다.

여기에 은하계에 아직 살아있는 부하들과 숙적들이 지옥으로 소환되자 기세가 더욱 높아진다.

“우하하하하하! 제국과 연합의 최정예 군인들이 총집합이다.

너가 기술과 재능의 극한이면 나는 경험의 끝을 보여주마.”

총제독의 지인이니 당연히 대부분 죽기 직전의 노인이다.

갑자기 끌려왔어도 그들의 반응은 느긋했다.

그들은 젊어진 총제독을 한눈에 알아보았고,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낸다.

“역시 너냐?

에메랄드 여왕님께 덤볐다가 행방불명되었다더니 용케 살아있네.”

“어떻게 젊어졌냐?”

죽어서 부활했거나 산채로 끌려와서 모든 사정을 알게 된 그들은 핵심적인 의문을 질문했다.

“그럼 적이 누구냐?”

“레드 크림존.”

한때 은하계를 뒤흔들었던 찬란한 영광의 상징이었으나 총제독의 함정에 무참하게 패배해서 인형병기를 과거의 유물로 만들었던 인형병기의 재등장이었다.

뜻밖의 사실에 잠시 멍해진 그들에게 허공에 뜬 커다란 화면이 재생된다.

바로 변신전함의 흥보와 전투 영상이었다.

이 킬로미터가 넘는 거대 인형병기가 수만 대의 인형병기와 싸우는 모습을 정신없이 쳐다본 그들은 감상을 늘어놓았다.

“무슨 위력이 저래?”

“색깔과 모양이 비슷한데 레드 크림존치고는 너무 큰데?”

총제독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정정해준다.

“레드 크림존을 개조한 변신전함.

별거 아니야.”

그다음에 이 킬로미터가 넘는 전함으로 변신한 레드 크림존이 자유자재로 무장을 추가하고 구조를 변형하면서 인형병기 수만 대를 농락한다.

그 영상까지 모두 지켜본 모두는 한마음으로 묻는다.

“제독님! 제정신이십니까?

저런 위력을 가진 변신전함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저런 걸 겨우 전함 일백대로 이겨보자고?”

“드디어 네가 노망이 들었구나!”

이 킬로미터의 변신전함이 십 킬로미터가 넘는 무장 컨테이너로 어떤 기능이든 추가하면서 적과 싸운다.

그 위력을 보니 아무리 연합과 제국의 전함이 함대를 이루어도 감당할 수 없어 보였다.

그러나, 총제독은 한껏 거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쯧쯧쯧! 기능은 분명 엄청나지만, 조종하는 녀석이 문제지.

어디서 많이 보던 전투 모습이 아니야?

좀 더 잘 보라고.”

그 말에 아직 살아있는 늙은이나 부활한 젊은이들이 모두 화면을 다시 주시한다.

그리고, 인형병기가 만들어내는 눈을 어지럽히는 움직임을 지켜본 모두는 곧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조종사가 그 재수 없던 천재 자식이군요.

그럼 할 수 있습니다.”

“호위함대도 없이 또 혼자서 설치고 다니다니?

저 못된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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