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554화 (1,465/2,000)

34권 35권

시큰둥한 표정의 절세 미소년의 얼굴을 한 아이언이었지만, 걸치고 있는 복장은 수련 때문에 온통 피에 물들어있었다.

그리고, 찬란하게 빛나는 금발의 옆머리가 프롬 여제와 같은 파란색으로 일렁거리는 모습을 슬쩍 올려다본 총제독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제가 변신전함의 시운전 상대를 자청하였습니다.”

“응? 변신전함?”

잠깐 생각을 한 아이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용자동맹에서 바치겠다는 내 장난감을 말하느냐?”

“장…장난감입니까?”

용자동맹 일반기체 수만 대를 혼자서 희롱하던 새로운 레드 크림존의 놀라운 위용을 생각한 총제독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이언은 한심하다는 말투로 대답한다.

“신력과 권능이 포함되지 않은 물리법칙에 지배되는 과학의 공격은 현실을 강화하고 지배하는 정신체에게 큰 효과가 없다.

변신전함이 나름대로 물리적 위력을 한계까지 초월해서 높였다고 하지만, 통하는 상대는 천족과 마족만이다.

그러니 나에게는 당연히 장난감이지.”

“하…하지만, 영웅동맹은 고위 창조신 이상의 전력을 가진 흑염 도적단을 퇴치했다고 들었습니다.”

영웅동맹의 일반기체가 힘을 모아서 신족이 어쩌지 못할 지독한 도적단을 물리쳤다는 정보는 이미 들었다.

그러나, 아이언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풋! 흑염 도적단을 영웅동맹이 퇴치했다고?

누가 그러더냐?

나의 불살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이 부여된 신체와 즉시 회복을 갖춘 기계신으로 만든 일반기체로 겨우 발목을 잡았을 뿐이다.

내가 나서지 않고, 내버려 두었으면 모두 박살이 났다.

절망적인 힘의 차이와 수 없는 파괴와 죽음 앞에서 아무리 강한 의지라도 꺾여나갔겠지.”

타락했다고는 하나 영웅신 오십 명인 흑염 세력을 잡을 전력은 어떤 동맹에도 없다는 단정이었다.

“지금의 흑염 도적단을 정말 퇴치하려면 영웅왕이나 용자왕이 적어도 오백 대 이상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고위 창조신 이상의 신격을 가진 존재가 완벽하게 적응한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가장 적응도가 높은 사자왕 가이조차 한참 부족하니 현세계의 지금 상태로는 무리다.

아주 먼 미래의 일이겠지.”

동맹이 아무리 힘을 모아도 흑염 세력을 이길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아이언은 황금빛의 불길이 일렁이는 눈으로 총제독을 굽어본다.

“설마 내 장난감의 상대가 아주 재미가 있는 일이 아니겠지?

그럼 실망할 것 같다.”

“!!!”

화면 너머지만 최고위 창조신의 투기와 살기를 직격으로 받으니 당장 정신을 잃은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의식을 부여잡으면서 말한다.

“당연히 그렇습니다!”

“호오? 그래?

젊음을 주었으니 치매는 아닐 것인데 죽을 때를 넘기더니 겁이 상실했나?

아니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어느 쪽이냐?”

화면에서 아이언이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대로 관통한다.

지지지지지! 파파파파파파!

분명히 중앙신계의 지옥과는 아주 먼 제국의 본성에 있는 아이언의 손이 화면을 넘어서 구현된다.

“허어?”

“맙소사!”

차원문을 통해서 전신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단지 화상통신을 통해서 지옥의 화면 너머로 손을 구현해버린 것이다.

권능으로도 있을 수 없는 현실의 조정에 천족과 마족이 경악할 때 총제독의 멱살이 잡혀서 허공으로 떠오른다.

꽈아아아아아악-!

아이언의 황금빛 불길이 일렁이는 눈과 총제독의 눈이 마주친다.

그대로 생각을 읽어 들인 아이언은 감탄사와 함께 웃기 시작한다.

“호오? 후후후후후! 하하하하하하!

이것 참! 그래 참 재미있구나.

너는 지성체로서 나이를 거꾸로 먹지 않았어.

내가 뭘 원하는지 잘 파악하고 있구나.”

한참을 웃은 아이언은 총제독의 멱살을 풀어주면서 장난감 가방을 들어 올린다.

“그러면 가호를 내려주마.

이게 네가 원하던 힘이다.”

우우우웅!

장난감 가방에 아이언의 신력이 집중되면서 황금빛의 표면이 푸른색으로 변해간다.

프롬 여제로부터 얻은 지배권능과 과학자로서 재능과 지식이 장난감 함대를 진짜 신의 함대로 바꾸어 버린다.

“동맹의 일반기체와 같이 이제 장난감 함대도 순간재생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네가 기억하는 모든 전함이나 함정의 생산도 가능하다.

최신의 기술로 강화될 것이고, 가방에 넣을 수 있는 한계 수도 일백대로 늘려놓았다.

그럼 저 변신 전함에 들어간 비용과 같지.

그 안에서 원하는 대로 함대를 구성해라.

너의 몸도 손봐주지.”

총제독에게도 황금빛이 휘몰아치면서 육체를 변화시킨다.

동맹의 훈련병과 같이 불사불멸(不死不滅)로 바꾸면서 아이언은 낭랑한 어조로 말한다.

“너는 초월자가 될 수 있는 초능력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기계신을 지배할 수 있는 개조 인간도 아니지.

단지 함대의 운용능력이 뛰어난 평범한 인간이다.

본래라면 어떤 동맹에도 포함될 수 없으며 특혜도 없다.

그러나, 특별히 허락하마.”

의지로서 중요한 내용을 전달한다.

‘너는 앞으로의 다가올 은하제국의 통합에 따른 함대의 시대에 혹시 모를 위험사태를 예비하기 위해서 남겨놓았다.

모든 것은 인간의 나라를 인간의 손으로 통제하기 위해서이다.’

은하제국의 위험사태라는 말에 총제독의 머리에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완벽하게 하나가 된 은하제국을 뒤흔들만한 힘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인간은 프롬 여제님과 공주님들뿐이다.

특히 우주전함이 주력이 될 시대에서 가장 큰 위협은 하나다.

에메랄드 여왕님의 함대지배의 초능력이다.’

대함대를 수족처럼 움직여서 총제독으로서도 가끔 절망을 느끼게 하는 무서운 초능력이었다.

‘에메랄드 여왕님의 함대지배의 초능력은 과학이 발전되고, 전함의 위력이 높을수록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주해적까지 했던 전적으로 보아서는 분명 은하제국의 위협요소다.

만약 황족이 아니었다면 반드시 처단해야 할 정도다.’

총제독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아이언은 담담하게 의지를 보낸다.

‘에메랄드 여왕의 함대지배의 초능력이 아주 쓸만하더구나.

나의 유모로서 적합자이기도 하니 그녀는 이제 결코 외부로 보내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너의 소용도 사라졌기에 이대로 지옥에 있거나, 환생으로 사라질 운명이었다.’

‘….’

가끔 확인해오던 아이언의 연락도 완전히 사라졌기에 대충 짐작했던 사항이었다.

‘그런데 너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재정립했다.

강력한 영웅에게 도전하는 평범한 모든 이의 대표를 자처하느냐?

저 변신 전함이 신족의 도구로서 제압할 모든 과학문명의 시험대가 되어주겠다니?

좋아! 재미있구나!

필요하다.

허락하마.”

더는 쓸모가 없어서 잊었다는 사실을 직접 듣고 있는데도 침착한 총제독에게 아이언은 다정한 어조로 말한다.

“저 변신전함이 신족이나 나에게는 장난감이지만, 용자동맹이 총력을 기울여서 만든 과학문명의 극한이다.

현재 은하제국의 어떤 전함도 상대가 안 되겠지만, 얼마든지 재생하는 너의 함대로 도전하라.

이긴다면 원하던 대로 신계에 만들어질 모든 함대의 총제독으로 만들어주겠다.

물론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신체도 유지해주지.

지금은 무리이지만, 지옥과 천국에서 계속 수련한다면 언제인가는 초월자가 될 것이다.

그 정도의 재능은 있어서 다행이구나.’

“감사합니다.”

원하던 것을 모두 얻은 총제독이 엎드려서 절하자 아이언은 손을 회수하면서 말한다.

“감사할 필요는 없다.

현실을 강화하거나 부정하는 모든 권능과 마도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네가 받은 만큼 대가를 지급하게 된다.

패배하거나 포기하면 네가 지금까지 무수한 환생으로 쌓아 올린 모든 영혼의 격을 잃게 된다.

벌레로 환생이 되어서 처음부터 시작할 것이다.”

“!!!”

변신전함에게 이기면 초월자가 될 기회를 얻게 되고, 지면 벌레가 된다는 뜻이었다.

어느 정도 제약이 있음을 예상했던 총제독에게도 날벼락이었다.

‘어느 정도 위험부담은 예상했다.

설마 벌레라니!’

두두두두두두!

너무나 긴장하여 식은땀을 폭포수처럼 흘리는 총제독에게 아이언이 확인하듯이 묻는다.

“포기하겠느냐?

그렇게 하겠다면 다시 인간으로 환생시켜 주겠다.

그리고, 환생을 반복하다 보면 영혼의 격도 천천히 승급되겠지.

너는 재능이 있으니 언제인가는 초능력자가 되어서 영웅동맹의 훈련병이 될 것이다.

초월자가 될 수도 되겠지.

먼 훗날의 일이겠지만, 도달할 것이다.”

환생이라는 말에 총제독의 머릿속에 어린 시절에 겪었던 굶어 죽을 뻔한 처참한 경험이 되살아난다.

환생하면 바로 하류층이 되는 모습이 예측된다.

‘환생한다고 해도 내 성향이 바뀌지 않는 한 좋은 시절 따위는 오지 않아.

지금까지 쌓아온 공적으로 좋은 곳에 태어나려 해도 이번에 벌인 반항의 일로 글렀어.

아무리 해도 하류층이다.’

똑같은 빈민층의 전쟁고아라고 해도 범죄조직에 들어가거나 패거리를 만들어서 그럭저럭 잘 먹고 사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아부나 범죄에 소질이 없으면서 구걸조차 용납하지 못한 총제독으로서는 굶어 죽는 길밖에 없었다.

‘지금도 능력을 중시하는 프롬 여제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끝장이었다.

환생한다고 해도 지금 이 직위에 다시 오를 것 같지도 않아.’

말단 이등병부터 총제독까지 무능한 상급자라면 바로 죽어 나가는 제국과 연합의 전면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해주었다.

그런데 환생을 하면 똑같은 조건이 유지될지는 의문이고, 무엇보다 다시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나는 이제까지의 인생이 최상이었다.

더 나아질 가망성이 없는 환생을 다시 반복하느니 차라리 이 기회에 모든 것을 건다.’

그렇게 생각한 총제독이 결심을 굳히면서 외친다.

“지금 도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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