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연합과 제국이 수십 년을 싸우면서 거의 과학문명의 한계에 도달했다.
그 과학력을 집중한 변신전함의 위력은 거의 기계신에 근접하였다.
“정기가 안 들어가니 지속적인 지성체들의 관리도 문제가 없지.”
“다른 은하계의 신계에서 좋아하겠군.”
이제 거의 신족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용자왕들이었다.
그렇게 시운전에 아주 만족한 용자왕들은 이제 완벽한 보물함으로 보이는 황금 변신전함을 조심스럽게 다시 격납고로 집어넣으면 지시한다.
“수고했다.
조금 더 광을 내라.
그리고, 시험기의 전투 결과를 보고, 마무리하도록 해라.”
“예!”
용자왕들이 마음에 들어 하자 안심한 일반 용자들은 바로 황금전함에 달라붙어서 추가로 보완한다.
바깥에서는 천재조종사가 탑승한 붉은 변신전함이 용자들과 쫓고 쫓기는 혈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전혀 걱정이 없었다.
“동맹의 일반기체는 재생기능이 있으니 파괴되어도 상관없다.”
“변신전함에도 자체적인 수리와 보급 기능을 어떻게든 넣었으니 견딜 수 있어.”
전함이 통째로 날아가도 무장 컨테이너와 조종사만 무사하면 수리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은하계 과학수준을 초월한 영역을 실현한 일반 용자들의 눈은 자부심이 넘쳤다.
그런데 갑자기 조장격인 일반용자들이 부리나케 달려와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던 하위 일반용자의 뒤통수를 갈겨버렸다.
따악! 퍼억!
장갑에 얼굴을 박은 일반용자가 화를 내기 전에 모두 몰려들어서 발로 밟기 시작한다.
퍼어어어! 퍽!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그들의 눈은 활활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방금 맞고 있는 일반용자가 장갑에 무수하게 박힌 보석을 빼려고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 미친 자식아! 아이언님이 쓰실 전함에서 보석과 부품을 빼지마!
지침대로 광만 내란 말이야!”
“네가 지성체냐?
왜 물질에 욕심을 내?”
혹시나 해서 전함 전체에 도난방지를 걸었기에 바로 들통이 난 것이다.
“희귀자재를 빼돌렸다가 들통이 나면 큰일이 난다.”
“못된 버릇을 개에게 못 주지?”
“보석을 어디다 쓰려고 해?”
이런 거대 전함을 만들다 보면 남아도는 자재에서 슬쩍 하는 일은 흔하다.
그래서 서로 감시를 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시도하는 발칙한 녀석이 있으니 흥분이 더했다.
“여기가 지옥이라는 사실을 잊었어?”
“악령이 되고 싶어?”
그렇게 시험적으로 과거 버릇을 아직 덜 고친 동료를 곤죽이 되도록 박살을 내놓으면서 외쳤다.
“우리는 용자동맹!”
“무상의 정의를 집행하는 용자로다!”
용자왕들이 이 황금 변신전함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잘 알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실제로 용자왕들이 황금 변신전함의 모든 구조와 들어간 보석, 황금의 무게까지 파악하고 있기에 빼돌렸으면 난리가 날 일이었다.
그리고, 땅속에서 변신전함과 용자동맹의 일반기체들이 벌이는 전투를 한참을 지켜본 총제독은 고민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 정말 세월 빠르네.
별 이상한 게 다 튀어나와.
그런데 저거 정말 전함이 맞아?
왜 저렇게 구조가 복잡하지?
저러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인데 어떤 미친 과학자가 또 저런 걸 만들었어?”
천재 조종사는 이제 일반기체가 만만해졌는지 전함의 폭발적인 가속력과 포격의 변형을 하지 않는다.
날개를 추가로 변형시켜 마치 거대한 전투기처럼 동맹의 일반기체를 요격하기 시작한다.
“푸하하하! 약해! 약하다고!”
완전히 연합의 천재조종사 시절로 돌아와서 날뛰기 시작한다.
투두두두두! 꽈꽈꽈꽈-!
변신 전함이 날개를 강화하고, 일반기체의 추격 진형을 헤집으면서 주포를 쏘아댈 때마다 몇 대의 일반기체가 추락한다.
일반기체들도 치열하게 추격을 하면서 집중포화를 퍼붓는다.
“저 자식이 미쳐 날뛴다.”
“쏴! 떨어트려.”
그러나, 일반기체 일천 대의 비용이 들어간 변신전함은 그 값어치를 하고 있었다.
전함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비행 궤도를 그리면서 모든 공격을 피해내는 것이다.
슈아아아아! 푸하하하하!
총제독은 젊은 육체로 돌아왔으며, 무서운 위력의 함대를 가지고 있는데도 신형 변신전함을 보니 자신이 구세대의 유물이라고 느껴졌다.
변신전함의 기적과 같은 곡예비행을 한참을 지켜보던 총제독은 보고 있던 망원경을 접고서 천족과 마족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솔직히 말해 봐.
나 이미 지옥에서 해방될 수 있는 목적 수량을 넘었지?”
일반기체 일백대를 잡으면 지옥에서 해방이 조건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천족과 마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넌 언제든지 지옥에서 풀려날 수 있다.”
천족과 마족도 동맹을 사냥하는데 재미가 들려서 지옥에서 체류하던 중이었다.
아이언의 장난감 함대의 내부시설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호화로운 생활을 영유할 수 있고, 지원도 막대하니 밖이 그립지 않아서 모른 척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제독이 지옥에 떨어지고 나서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던 아이언의 장난감 가방을 꼭 안고서 말한다.
“나 지옥에서 해방되면 이거 압수지?”
“….”
“….”
절대로 되돌려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철철 넘치는 총제독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천족과 마족이었다.
그러나, 아이언의 장난감 함대는 자유자재로 크기가 변한다.
거기에 장난감 가방에서 자체 생산되어 점점 수량이 늘어나는 엄청난 신기(神器)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지성체에게 주어질 보물이 아니었다.
“그건 그만 포기해라.”
“인간에게 주어질 신기가 아니야.”
천족과 마족이 거의 동시에 부정하자 총제독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엄청난 기동성과 포격능력으로 일반기체들을 우롱하고 있는 천재조종사의 붉은 변신전함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용자동맹의 신형병기 같은데 저걸 잡아내고, 충성을 맹세하면 나도 신계에 받아주시려나?
아마 이 가방도 상으로 주시겠지?”
“!?”
“!!!”
그 말에 강자를 좋아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아이언의 성향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마족과 천족이었으나, 곧 고개를 흔들었다.
‘무리다.’
‘저 변신전함과 장난감 함대의 성능 차이가 너무 커.’
아이언의 장난감 가방에서 생산되는 전함은 어디까지나 제국과 연합의 최정예 함의 성능이다.
저렇게 용자동맹의 일반기체 수만 대를 가지고 놀 정도의 성능을 가진 변신전함을 상대할 수 없었다.
아무리 총제독이 이끄는 함대라고 해도 상대하기는 무리로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총제독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 아니야?
나는 저 전함의 움직임이 아주 익숙해.
인형병기가 아닌 전함이지만, 아무리 보아도 자만심이 넘치던 연합의 천재 녀석이 몰고 있나 보군.
그럼 내 밥이야.”
천재 조종사의 조종버릇을 비행의 움직임으로 읽어낸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연합의 천재 조종사는 설치던 시절에 나는 햇병아리 제독이었다.
수없이 충돌했지.’
최전선에서 레드 크림존이라는 규격 외의 성능을 가진 인형병기를 몰고 다니면서 전함을 사냥하는 천재 조종사는 가장 머리를 아프게 하던 강적이었다.
‘엄청난 희생과 연구 끝에 함정을 파서 묻어버렸다.
나는 그 공으로 총제독이 되었지.’
지금 다시 출세의 기반이 되어주기 위해서 나타났으니 너무 고마운 상대이기도 했다.
“신계에 이 제안을 신청해줘.
시운전을 보실 아이언님에게도 좋은 구경거리일 테니 나쁘지 않은 제안일 거야.
관전평이 좋으면 큰 공적일걸?”
황금빛이 찬란한 보물 전함을 보면 누구에게 바치려고 만든 물건인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용자왕들이 직접 상황을 이야기했으니 거기에 끼어들 생각을 굳힌 것이다.
‘권력층일수록 새로운 놀이와 재미에 몰입하지.
아이언님은 신계주신이면서 유아신이니 더욱 그러하겠지.’
그렇게 프롬 여제와 귀족들을 상대하면서 그들의 속성도 잘 알기에 나온 제안에 천족과 마족도 동의한다.
총제독이 동맹의 일반기체를 사냥하는 모습은 중앙신계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높고, 보너스도 많이 받아왔기 때문이다.
“알았다.
확실히 좋은 이벤트겠군.
“여긴 지옥이니 내가 갔다 오지.
바로 보고하고 오겠다.”
마족이 공간이동으로 사라지자, 총제독은 은근한 어조로 천족에게 물었다.
“마족이 없으니 우리 솔직해지자.
나 지옥에서 풀려나면 얼마나 살 수 있지?
절대로 길지는 않지?”
“….”
그 말에 신족은 물끄러미 총제독을 쳐다보았다.
총제독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신계 주신이 주도한 은하제국의 일을 방해한 반역도와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당장 처분대상이었다.
아이언님의 변덕 덕분에 살아있지.’
대가가 없는 특사나 무죄방면은 없다.
그걸 제국의 고위층이었던 총제독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반란의 주동자로서 즉결처형도 당연했지.
그런데 갑자기 젊게 해주고, 이런 함대까지 주어서 동맹의 사냥을 시키니 당연히 의문이 생긴다.
이게 정말 호의일까?
아니면 희망을 보게 하고, 더 큰 절망을 주려는 악의일까?
어느 쪽이지?”
한번 젊어졌더니 이제는 삶에 애착이 넘친다.
더구나, 이미 팔십이 넘은 노인이었던 육체는 젊은 시절에 하도 고생을 해서 거의 망가진 몸이었기에 욕망이 더했다.
‘젊어지기 전의 노인 시절에 이대로 잠을 자면 다시 못 일어날 것 같은 감각도 많이 느꼈지.
그래서, 기계 인간이 될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 총제독의 마음을 알기에 천족은 그대로 사실을 알려준다.
신계주신인 아이언이 어떤 생각으로 총제독에게 젊음과 장난감 함대를 주고 지옥으로 보냈는지 모르지만, 명확한 사실이 있었다.
“너의 수명은 이미 끝났다.
위대한 신계주신이신 아이언님이 내리신 가호가 끝나는 동시에 즉사할 거다.
기계인간이 되어도 이미 영혼의 수명이 다 되었기에 오래 연장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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